마지막에 작가 주저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경찰 아저씨, 오빠? (부제 : 성장통) 上
By.아리아
"ㅇㅇ야, 이 성적으로 여기는 좀 힘들 것 같은데."
"..그럼 어디 쓸 수 있어요?"
"인서울이랑 지거국은 힘들고 상향으로 써도 수도권 전문대 정도야."
"..."
현실을 일깨워주는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분명 틀린 말씀 하나 없는데 그냥 서러움이라는 감정이 치고 올라왔다. 눈물이 차오르려는 걸 애써 감추곤 겨우 선생님과의 눈을 마주했다. 안쓰럽다는 그 눈빛이 저를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재수할 생각은 없는거니?"
"아시잖아요. 저희 집 재수할 형편 안 되는거."
"..미안하다. ㅇㅇ가 열심히 한 거 봐서 더 미안하네."
"에이, 쌤이 뭐가 미안하세요. 제가 더 열심히 했어야 되는건데."
"..."
이번엔 선생님 쪽에서 침묵이 흘렀다. 애써 밝은 척을 하는 제자에게 드는 동정심인지, 연민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눈을 계속 바라보다간 선생님들이 가득하신 교무실에서 펑펑 울어버릴 것만 같아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히계세요."
어떤 대학에 정시 원서를 넣을건지 결정나진 않았지만 저를 붙잡는 손길은 없었다. 교무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안 나와서 속상함에 나는 눈물인지, '나 힘들었어요'하는 투정을 부리고 싶어서 나는 눈물인지, 허탈함에 나는 눈물인지, 실망했다는 눈빛을 보낼 부모님이 무서워서 나는 눈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눈물이었다.
혹여 교무실 안 선생님들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 소리내어 울지도 못 했다. 입술을 얼마나 깨물었는지 비릿한 맛이 느껴져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어 검은 후드집업의 소매로 눈을 벅벅 비비며 교실로 향했다.
난 그렇게 또 제 감정 하나를 숨겨버렸다. 더 이상 들어갈 자리도 없는 공간에 쑤셔넣어 터지기 일보직전인 것도 무시한 채 말이다.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 창문으로 보이는 친구이자 적들의 웃음소리, 아마 저들은 가고싶어 하던 대학에 다 붙었겠지.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되겠지. 나는..부모님께 자랑거리는 커녕, 하는 생각이 제 머리를 지배해왔다.
밝게 떠드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한참을 묻혀있었다. 이내, 제 발걸음은 교실이 아닌 학교 밖 낯선 곳으로 향했다.
발이 가는대로 이동하다보니 도착한 곳은 한강이었다. 작년 여름 때와 똑같은 푸른 빛의 강이 오늘은 지옥의 입구로 보였다. 변한 건 나뿐이겠지.
강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근처 유치원에서 산책이라도 나왔는지 목도리에 칭칭 감긴 아기들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있었다. 아기들의 순수한 웃음소리와 표정이 제 맘을 아려왔다.
아가, 훗날 너희는 나와 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길 바랄게. 내가 다 짊어지고 갈테니.
위태롭게 난간에 서 있던 몸에 힘을 풀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기도 잠시 차디찬 강물이 저를 감싸왔다.
***
분명 한강에 몸을 던졌던 것 같은데 왜 멀쩡히 눈이 떠지는걸까하는 의아함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옆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채로 주사를 놓고 있는 간호사 언니들, 가운을 펄럭이며 뛰어다니는 의사 선생님들, 그리고 제 옆 보조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졸고 있는 이름모를 남자..?
"..저기,"
"..."
"아저씨..?"
아저씨라 부르며 링거 바늘이 꽂혀있는 손으로 남자의 팔을 톡톡치자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는 남자였다.
"어, 미안해요. 언제 일어났어요? 몸은 좀 괜찮아요? 아,아니. 일단 의사부터,"
"저기요."
"..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속사포로 말을 내뱉는 남자에 머리가 울리는 듯 해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다시 한번 불렀다.
"누구세요?"
아차 싶었는지 급히 몸을 뒤적거리다 카드 같은 걸 제 눈 앞으로 내미는 남자였다. 뿌연 시야에 눈을 비비며 다가가자 제 손을 내리곤 미소지으며 입을 여는 남자였다.
"마포경찰서 수사과 순경 최승철입니다."
"...아."
대충 상황이 그려졌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아니면 그 자리에 이 남자가 있었던지 죽으려했던 저를 끌어올렸겠지.
엄마에게서조차 받아보지 못한 다정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을 힘없이 바라보았다. 남색빛의 경찰복이 썩 잘 어울리는 남자의 눈빛은 대학을 다 떨어진 실패자라고 볼 수 있는 수험생인 제게 쏟아지던 동정심 같은 눈빛이 아니였다.
"그, 어머님께 연락을 하긴 했는데 일이 많이 바쁘신가 봐요."
"괜찮아요. 그러는 거 하루이틀도 아닌데요 뭐."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남자의 시선은 링거 바늘이 꽂혀 있는 제 작은 손으로 향했고 한참을 바라보다 홀린 듯 제 손을 잡아오는 남자였다. 놀랐지만 그 손길을 뿌리칠 힘 조차 없어 남자의 행동에 그저 순응할 뿐이었다.
그 남자의 눈빛은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진심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 그런, 눈빛이었다. 생전 처음 받아 본 그런 눈길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왜 그랬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어차피 퇴원하면 경찰서 가서 다 조사 받아야 되고 하는데 그냥 지금 간단하게 말 해주면 편ㅎ,"
"대학이요."
덤덤하게 말하는 제 목소리에 눈치를 살피며 횡설수설 하던 남자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예상했던 반응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손가락을 만지작 거렸다. 습기 없이 말라 비틀어지려던 손에 비가 내렸다. 소나기로 끝날 줄 알았던 비가 어느새 홍수가 일어날 정도로 변해있었다.
"저, 진짜 열심,끅, 히 했는데."
"응, 알아요."
"아무도 몰라,주고, 제일 힘든 건 난,데."
물기로 가득한 제 목소리가 저를 조심스레 안아오는 남자에 더욱 축축해졌다. 남자의 남색 셔츠가 다 짙어질 정도로 그의 품에서 엉엉 울었다. 그동안 용케 숨겨왔던 감정들이 다 터져버리고 말았다.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서툴지만 다정한 손길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오는 남자의 손길에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빼냈다.
"힘들었지."
"..."
"고생많았어. 괜찮아요. 뚝."
'힘들었지, 고생했어.'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말이었다. 더 이상 나올 눈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 두마디에 눈물샘이 폭발해 버린 듯 했다. 제 눈물을 만나 더욱 빛나는 남자의 가슴팍에 달려있던 마크가 올려 본 남자의 예쁜 미소와 겹쳐보였다.
19년, 마음 한 구석에서 항상 내리던 빗줄기와 대비되는 봄날의 햇살 같은 미래와 그가 제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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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로맨스물인 줄 아셨죠?헿 그냥 요즘 자주 드는 제 감정들이랑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썼네요.
고3, 그리고 많은 수험생 여러분들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저는 아직 그 시기를 제대로 겪어보지 못해 여러분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 하지만 그냥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었어요. 많이 힘들었지 라는 말도 함께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러분들은 정말 하나하나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수험생 여러분 뿐만 아니라 여러 힘든 일로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도 다요! 여러분들이 있어서 저도 용기내서 글 쓸 수 있었고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없으시다면 전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잠시나마 힐링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 사랑해요!!!
중편이나 하편엔 승철이랑 여러분들이랑 꽁냥꽁냥 하는 거 나올겁니당호호홓 기대해주세요!! 그나저나 경찰 제복 입은 승처리 생각하면 저만 발리나요..꺄아 그럼 진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