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이신 분들은 움짤이 많아 스크롤 압박이 있을 수도 있어요 *
호구 IN 남사친?
by. 탄덕
03
ch.1
2학년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햇빛이 강해지며 나뭇잎은 초록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3개월째 앉아있는 자리를 바꾸는 날 또한 다가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나민 씨~ 호우!!!!! 호석이와 나는 등교 시작 전부터 기분이 좋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리에 재빨리 착석했다.
" 알라신 제발 저기 있는 블랙 리스트만 빼고 다 부탁드립니다."
" 오늘 너 최고의 명당자리 뽑는다에 한 표를 건다. 근데 이런식으로 느낌 오면 거의 망하던데 그냥 좋게 생각하자."
아니, 이 새끼는 병주고 약 주는 게 오늘의 컨셉인가. 좋은 날을 왜 불길한 날로 만들려고 작당하는건지 아침부터 기분이 쎄한게 갑자기 오한이 들어 몸을 떨었다. 괜시리 불길하다.
"반장, 오늘 자리 바꾼 위치 적어서 교무실로 가져오도록 하고 오늘 아침종례는 여기까지. "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좋다고 생각돼 뒤를 바라보면 나 혼자만 좋아 달려가고 있지만 어쩐지 불안하다고 느껴져 뒤를 바라보면 그 예상은 빗나간 적 없이 항상 나를 뒤따라왔다. 불길한 징조는 참으로 지독하리만큼 잘 맞는다. 어김없이 오늘도 뒤따라와 결국은 나를 제쳤다. 지금의 내 자리는 앞에 호석이와 정민이도 있고 위치적으로는 전혀 불만이 될 게 없었다. 하지만 그 주변인들에 의해 내 자리는 지옥의 불구덩이 자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찌 걸려도 이런 자리가 있냐며 직접 이 자리를 손수 뽑아주신 나의 손에게 속으로 연신 욕을 퍼붓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아주 수줍게 말을 걸어왔다.
" 짝꿍, 우린 하늘에서 지어주신 운명이라니까."
" 좋단다."
그렇습니다. 저의 옆자리는 3개월째 같은 자리에 앉고 계시는 저희 학교 간판 돌아이 김태형입니다.
미친 인맥에 잘생긴 외모에 거기에 성격까지 착하니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어 참 좋은데 이제 좀 꺼져주었으면 하네요.
" 나 물어볼 거 하나 있는데 혹시 물어봐도 되냐."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실로 충격을 받은 난 태형이가 뭐라하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아침에 사온 민트라떼를 먹으며 인생은 쓰다는 논리학을 펼쳐놓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20초 후 호석이와 남준이만 알고 있던 나만의 비밀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봉인해제되는 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 너 전정국 좋아하지? 맨날 뒷통수만 보고있질 않나. 매번 전정국이 자리 찾아올때면 당황하다가 다시 포커페이스 유지하고."
" ㅌ..태형아."
"친해서 그렇다는 말은 금지야. 정호석이랑 김남준 올때랑 너무 달라. 행동이 다른 게 미심쩍어서 유심히 봤는데 맞어, 너 확실해."
나는 그 말과 동시에 먹고 있던 민트라떼를 뿜어버리고 말았다. 옆에 몇 십년을 함께있던 여자친구들도 몰랐던 그 얘기가 어떻게 김태형 입에서 나오는 거지. 정말 티가 나지 않을만큼 모르게 행동했었을텐데. 온갖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사실 나는 확신이 없었다. 정국이가 나를 여자로 보지 않고 친구, 좋은 죽마고우로 보고 있다는 점을 아주 잘 간파하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에게 쉽사리 이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호석이와 남준이에게는 결국 들켜 실토하게 되었지만 만약 태형이가 정국이에게 얘기를 한다면 정말 그 상황은 죽었다 깨어나도 싫었다. 그냥 이렇게 지내는 편이 훨씬 좋았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정국이에게 어떠한 부담도, 불편함도 주기 싫었다. 그저 나 혼자만 좋아해도 좋으니 그냥 이대로가 좋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태형이에게 무릎을 꿇어서라도 비밀을 지켜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야 말았다.
" 태형아, 진짜 나 진지하게 너한테 부탁하는거야. 제발 정국이한테 말하지 말아줘. 아무한테도 말하지도 말고 부탁한다."
" 조금 서운하다 친구, 난 그런 장난 안 쳐. 이럴 줄 알고 해결책을 가져왔는데 한 번 들어볼래?"
너와 나만 아는 일급비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양심이 찔렸지만 굳이 호석이와 남준이도 알고 있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태형이 근질거리는 입 주변을 참지 못한 채 누설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뭔데. 뭐든지 할게. 그 대신 비밀 지켜주기다. "
"에이, 당연하지. 그래서 그게 뭐냐면 지민이가 연애를 존나 잘하거든. 걔가 짝지어놓은 커플 수가 몇개더라.
" 지민이 그렇게 연애를 잘해? 듣도 보도 못한 소리인데. 믿어도 되는 거냐."
그 말은 도저히 신뢰성이 들지 않는다는 눈초리에 마주 앉은 태형이 천천히 머리부터 내 발끝을 훑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냐. 내 말에 태형이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잠시만 기다려보라는 작은 제스처를 보였다. 저 자신만만한 얼굴이 전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럼. 너를 모솔의 세계에서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
" 뒤지고 싶지."
"야, 여주야. 낭랑 18세가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본 게 21세기에 정녕 말이 되냐. "
닥쳐. 제발. 드디어 방금 흘러나오는 문장을 들으며 내가 어째서 지금의 자리를 감히 욕했는지 생각이 잡히기 시작했다. 좌로는 김태형씨가 우로는 박지민군이 계셔서 그렇게 바닷물로 뛰어들어가고 싶어했구나.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남몰래 작은 한숨을 내셨다. 우리 뒤로 얘기를 듣고 있었던건지 지민이 태형의 어깨를 잡으며 나에게 눈짓했다. 그래, 미친놈들의 소굴에 내 발로 들어왔었지.
" 근데 조건이 있어."
" 안 들어도 뭔지 알 것 같으니까 애기 안 해줘도 돼."
" 내가 조건으로 뭘 할지 네가 어떻게 알아."
" 시다바리. 너 머릿속에서 나올 말 그거 하나밖에 더 있냐. "
" 아닌데, 넌데."
" 또 까분다."
" 정말 넌데."
뭐라는거야, 이 자식이. 웃음기를 쫙 뺀 지민의 말에 순간 섬찟해져 몸을 뒤로 빼고서 그렇지 않아도 작디 작은 눈을 한껏 줄여 게슴츠레 뜬 채 도르륵 굴렸다. 그 모습에 지민이 웃겼는지 입꼬리를 아주 작게 말아올렸다.
" 장난이야, 그걸 또 속냐. 그러니까 쑥맥이라는 소리를 듣지."
지민이 내 어깨를 살짝 치고서 멋쩍게 웃었고 나는 아무런 감흥 없이 그의 얼굴을 보다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저건 그냥 상종을 하지 말아야지. 지민은 내 정색에 당황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주먹을 들어왔다. 우리가 딜을 했으니 성공시켜보자는 축배의 주먹치기와도 같은셈이었다.
" 그러니까 내가 도와준다고. 연애 그거 아무것도 아냐, 존나 쉬워."
" 불가능해. 그러니까 그거 말고- "
" 너 예뻐, 귀엽고."
" 얼씨구. 위로라도 고맙다."
" 원래 남자든 여자든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느 그 누구보다 제일 멋있고 이쁜 법이야. 기죽지마라."
"........"
" 네가 모르는 그 누구에게는 네가 최고일수도 있다는 거."
지민이 몸을 낮추고는 나와 눈을 맞췄다. 알겠냐. 그 물음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고 지민은 흡족해하며 내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풀고는 다음 시간 책을 빌려야해 다른 반에 가야한다면서 급히 자리를 떠났다. 방금 전에 한 거래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 거라고 생각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은 채 말이다. 근데 저새끼 왜 책 빌리러 간다면서 반대 방향으로 가냐. 분명히 평소엔 정상적이다가도 나하고만 있으면 애가 비정상적으로 바뀌는 게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좋은 말로 해서 참 독특한 친구다. 그리고 난 이 머저리에게 잘못 걸려버린 것 같다.
ch.2
" 여주야, 원래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 반하는 순간이 딱 있다고 하잖아."
" 근데."
" 넌 언제 전정국한테 확 반한거냐."
지민과의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린 채 멍 때리고 있는데 태형이 궁금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 별거 없어. 기대하지는 말고. 우리 입학하기 전에 전정국이 가족들하고 해외여행 잠시 갔다왔었거든. 가기 전에 워커인가 운동화인가를 주문시켰는데 물건 받고 갈 줄 알았는데 택배가 지연되서 못 받겠다고 하길래 내가 대신 받아준다고 우리 집으로 변경하라고 했지. 그래서 물건 받아놓은 거 가져다 줄려고 정국이 집 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달려오더니 내 후드 모자를 씌우고 팔짱을 끼는거야. 놀래서 옆에 봤는데 정국이가 웃으면서 앞에 못생긴 애가 걸어가고 있길래 나인줄 알았다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가려야 한다느니 막 놀리는 거야.그래서 나 못 생긴 거 다 아니까 놀리지 말라고 했지. "
" 그래서."
" 그러더니 팔짱을 풀어서 내 볼을 집더니 그 대신 귀엽잖아 하는거야. 여기서 일단 첫번째로 반했고 내가 얼굴이 순간 빨개져서 감추려고 일부러 무슨 신발을 시켰길래 이렇게 무겁냐고 징징거렸더니 자기 팀버랜드 신발 살 때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우정 징표로 커플신발처럼 비슷한 색깔의 신발 하나를 샀다는거야. 그러더니 다짜고짜 놀이터로 데려가더니 신발 벗어보라길래 벗으니까 신발을 신겨주는거야. 그러더니 그네에 앉아있는 나한테 예쁘다고 웃으면서 학교 갈때 커플 신발처럼 같이 신고가자고 말하는거 있지 지금의 전정국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때는 애교가 참 많았어. 참 해맑기도 했었는데, 그 사춘기가 오면서 동물새끼가 된거지. 다시 생각해보면 그 때 가로등 불빛이 존나 아름답기도 했고, 왜 좋아하게 된 지도 모르겠는데 좋아하고 있더라. 지금 저 신발이야, 팀버랜드. 걘 우정이고 나한테는 짝사랑의 징표인."
" 와, 로맨틱해."
" 로맨틱하기는."
" 근데 나는 왜 여자가 없냐. 진짜 자존심 상해."
나는 기가 죽은 태형이에게 네가 비현실적으로 너무 잘생겨서 그런거라며 멋있으니까 힘내라고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이런 내 속도 모른채 정국이의 팀버랜드는 아주 보란듯이 광을 내고 있었다. 나도 잘 아니까 그만 좀 빛내. 신발을 보며 옛 생각에 잠겨있는데 정국이의 발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의 목을 잡아 끌어올리는 한 녀석이 뒤로 등장했다.
" 꼬맹이 움직여. 매점 가자."
" 귀찮게 혼자를 못 가."
누구의 부탁인데, 내가 거절하겠는가. 태형이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저었다.
+ 부록
"태형아. 나 부탁 좀 들어줘. "
"뭐야. 왜 이렇게 세상 짐은 모두 네가 들고 있는 표정으로 말하는건데. 심각한거야?"
지민이 태형과 같이 하교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먼저 앞서가던 태형의 어깨를 잡아돌렸다.
"이번에도 ##시우 옆자리 되면 나 연애 잘하니까 도와줄 수 있다고 그런 방향으로 은근 슬쩍 던져줘. 그러면 내가 타이밍 잡아서 갈테니까."
"박지민, 아직도 그러는거냐. 걔 정국이 좋아하는거 잘 알고 있잖아. 맨날 뒤에서 언제까지 그럴건데, 그냥 이제 담판 짓지. "
태형이 지민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며 물었다.
" 그래서 이제 그러려고."
" 어? 근데 너 여자친구 사겨본 적 거의 없잖아. 만나도 일주일만에 깨졌으면서. 뭘 알아야 가르쳐주지."
" 하여튼 김태형 말 한번만에 못 알아들어. 그게 아니라 그 쓸데없는 연애코치 해주면서 내 여자로 만들 자신 있다고. 그러니까 부탁 좀 들어줘."
지민이 태형의 배를 치며 어깨 동무를 풀곤 먼저 걸어가다가 뒤를 돌았다.
" 안 오냐. 달려와라."
" 아아, 난 그런 심오한 뜻이 있는줄도 모르고. 같이 가."
그와 함께 태형은 음흉한 미소를 날렸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
* ♥ 고마운 나의 탄님들 ♥ *
[콧구멍] [바다코끼리][종구부인짱짱][캔디]
여러분 ㅠㅠㅠ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요 ㅠㅠ 감기 조심하세요 ㅠㅠㅠㅠㅠ
오늘도 읽어줘서 감사해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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