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사와 양아치
문득 '내가 왜 집까지와서 일을하려 하고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학생,일어나"
귀에 주렁주렁달린 피어싱에 샛노란 머리.얼마전에 우연히 마주쳤을때는 그나마 차분한 검정색이었는데 그새 탈색이라도 했는지 거실불빛아래서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통을 보면서 이 처치곤란한 옆집사는 불량학생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며 막 담배에 불을 붙이던 차였다.
"환자 앞에서 그렇게 막 담배펴도돼요?"
피딱지가 잔뜩 생긴 오른팔이 쓰라린지 살짝 잡아문지르며 소파에 정신을 잃고 늘어져있던 몸을 일으켜 말한다.너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집에 들어와서 누워있는데 놀랍지도 않은가보구나.그래도 담배와 라이터는 다시 내려놓으며 한발짝 다가가 물었다.
"왜 그러고 남의집문을 가리고 자고있는건데"
"아,그거 아저씨 집이었어요?난 또 우리집인줄 알고."
잔뜩 상처나있는 오른손을 들어 빛나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려다가 팔에 통증을 느꼈는지 다시 내려놓는다.집 문앞에서 자고-정확히는 기절이겠지만-있던 이웃집 학생을 데리고 들어올만큼 마음이 넓진 않았지만 집에 들어가기 위해 발로 툭 찰때 보였던 상처들에 결국 집까지 들이고말았다.
"아저씨 의사죠?"
너는 양아치지?일단은 나는 의사가 맞으니까 슬쩍 고개를 끄덕였더니 해맑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럼 저 치료좀 해주시면 안돼요?"
의사라는 직업정신이 발휘돼서 집안에 들인 이유도 상처때문이었고,치료해주겠다 얘기해볼 참이었기에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가 항상 챙겨놓는 약상자를 들고나왔다.녀석은 어느새 소파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아 자신의 상처들을 슬쩍슬쩍 건드리고 있었는데 아프긴아픈지 움찔거리면서도 계속 건드리는게 이상해서 약상자를 손에 든체로 보고있었더니 베시시 웃으면서 얼른 치료해달라 팔을 내민다.
"아저씨,아저씨.저 옆집사는데 알아요?"
"알아."
"맞다,저번에 집앞에서 마주쳤죠 우리!그때 학교가던 중이였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그날은 병원문을 늦게열어서 열한시가 넘어서 느즈막이 출근하던 중이었다.넌 그때 등교하나보구나
"아파요,아-아 잠깐만요!"
하복셔츠 아래로 드러난난 양 팔에는 온통 생채기가 가득했다.오른속 주먹 위쪽엔 피멍까지 들어있었고,하지만 그 와중에 입술이 터진거 말고 얼굴은 제법 말짱했다.솜뭉치에 소독약을 묻히고 상처위에 문질렀더니 따가움을 느끼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내게 잡혀있던 팔을 빼가서 연신 호호 불어댄다.그렇다고 안아프진 않을텐데-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니 팔은 다시 내밀지만 움찔움찔거리고 있다.그 모습이 괜히 애같아서 귀엽게 보였다.
"아저씨,아저씨.저기 사거리에 그 3층짜리 건물에서 일하시는거 맞죠?"
친구들과 같이 한건물 안에 여러종류의 개인병원을 운영중이었기에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다시 베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여러번 끄덕인다.그 외에도 원래 이시간에 퇴근하세요?저 말고도 아픈사람 있으면 이렇게 데리고 와요?아,그럼 길거리에 다친 동물 있으면 데리고와요?전혀 그렇지 않게 생기고서는 의외로 말이 많은지 연신 쫑알쫑알거린다.대답하기도 귀찮아서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는데,다친 동물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야지 귀찮게 내가 왜 데리고 오겠어.
"저녁은 드셨....악!!!아파요,아프다니까요"
시끄러워서 소독을 끝내고 약을 바른뒤에 붕대를 감고있던 손에 조금 힘을 줬더니 엄살을 부리며 바닥을 구를기세로 징징거린다.
"지금 일부로 한거죠?아 진짜 나빠요,완전 나빠.아무리 돈도안내는 환자지만 이렇게 막 치료나 하고!"
"넌 그렇게 떠들어대면 고통이 사라지나보지,왜 이렇게 말이많아."
상처를 끝낸 후 다시 약상자를 정리하며 퉁을놓자 크게 웃으면서,아저씨가 문장을 말했다!하면서 방방거린다.그러다가 막 치료를 끝낸 팔을 소파에 박고는 몸을 한껏 움츠리는데 정말 어지간히도 소란스러운 타입이지싶다.
"계속 아무말도 안하고 원래 그렇게 말이없어요?"
"넌 원래 그렇게 아무한테나 말이 많아?"
"아뇨,몇명한테만 이러는 편인데..아 친구중에 박경이라고 있거든요?막 얼굴이 오이같..아차 이게 아니고,걔도 가끔 제가 이럴때마다 딴사람 같다고 막 뭐라그래요"
그대로 뒀다간 그 오이닮은 친구와 있었던 일을 다 풀어놓을 기세길래 집 앞에서 같이 주워온 가방을 갖다주며 얼른 가라는 눈짓을 했다.아무리 귀찮아도 옆집 사람인데..하고 툴툴 거리다가 내가 피곤해 한다는 기색을 읽었는지 벌떡 일어나 가방을 메고는 현관으로 걸어간다.
"저는 우지호요."
"그래 잘가"
"아,이름도 말 안해줘요?그래도 이웃사촌인데?"
"표지훈."
운동화를 다 신고는 내 이름을 듣고 베싯베싯 웃으면서 그럼 앞으로 또봐요 아저씨 하고는 팔랑팔랑 문을 열고 나간다.
"아저씨!"
나가는게 아니었나보다.
.
.
"아~그럼 그 병원 의사뷴들도 다 친구신 거에요?"
멋쩍은지 웃으면서 '집열쇠가 없어요...'하는데 얼른 나가라고 뭐라하기도 그래서 다시 들여놨더니 제멋대로 냉장고를 뒤져 언제 사놓은지도 모르겠는 사과와 감을 꺼내다가 깎으면서 자기 얘기를 줄줄 늘어놓으며 계속 내게 질문을한다.손이 싸움하는 애치고는 이쁘단 생각은 했는데 거기에 과일도 잘 깎는다.아무래도 이상한 애다.
먹으라고 준걸 무시하기도 그렇고해서,뽀얗고 예쁘게 깎인 사과를 씹으며 질문에 맞장구쳐 주니까 그게 또 좋은지 참 잘도웃는다.
"낯가림이 없나보네"
"에이,아니에요.그냥 아저씨는 익숙하기도 하고,맨날 어려워 보였는데 좋은사람같고!"
아무리 잘라놨다해도 꽤 큰 사과를 한입에 넣기에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다시 입술이 튿어졌는지 사과를 가득 문 입으로 괴성을 지르더니 두 손으로 입을 꾹 막고 힘들게 사과를 씹는다.얼굴에 비해 큰 손이 얼굴을 반 가리면서 눈만 빼꼼히남아서 또 눈웃음치는데 그게 이나이의 사내녀석 치고는 이뻐서 놀랐다.
집에 와봤자 하릴없이 의학서적이나 여러 논문을 뒤적거리는거 밖에 할일이 없었는데,예상치못한 목소리가 집안을 가득 메우는게 나쁘지 않았다.의대동기이자 우리 병원 아래에서 치과를 하는 누구가 보면 놀랄 광경이지만 내가 처음 상대한 누군가와 이렇게 편하게 있게 한 녀석도 재주가 참 좋은듯싶다.양아치구나 한 첫인상과 다르게 겪어보니 꽤 괜찮기도하고.
"의사아저씨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네요"
양아치 너도 내 생각보단 좋은 녀석인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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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 이게 뭐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제가 변명을 늘어놓자면 인어공주는 어차피 진짜 연재 시작하자마자 잠수타버려서 기다리시는 분도 없겠지만 그래도ㅠㅠㅠㅠㅠㅠ
제가 오빠가 고3인데 수능이후에 계속 집에만 있느라 타자를 칠 시간이 없어요...(컴터가 오빠방에...ㅎ...)
그래서 인어공주는 방학후에 틈이 나면 작가명부터 바꿔서 아예 다시 시작하거나 할 생각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
이거는 그래도 아쉬워서 쓴 단편인데...흡....망했네요.........방학 전까지 혹시 시간나면
의사아저씨 지훈이와 양아치 지호로 종종 찾아뵐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