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삼촌 어디 가염? 오늘 왜 이렇게 까리하지?"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온거야? 삼촌 오늘 녹음하러 가." "우왕, 나도 가고 싶다." "너 유치원 끝나기 전까지 갈테니까 꼼짝 말고 거기 있어. 알았지?" 끄덕끄덕거리는 제 조카의 고사리같은 손을 꼭꼭 부여잡은 원식이 집 근처의 젤리 유치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그만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아 택운쌤~ 하고 달려오는 모든 아이들을 안아주는 모습이 너무 하얗다. 작게 감탄을 한 원식이 혁아, 잘 다녀와! 하고 혁이의 조그만 손을 놔 주었다. "삼촌도 잘 다녀와!" 우렁차게 소리치며 손을 팔랑팔랑 흔드는 모양새가 귀여워 환하게 웃고 택운에게로 시선을 돌린 원식이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택운에 슬쩍 눈 인사를 했다. 오늘은 멋있었다, 좀 멋있었다! 올라가려는 광대를 억누르고 등을 돌린 원식이 다시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 "나 이 노래 쟤네 안 줘." "아이, 원식아. 왜 그래." "씨발, 저걸 노래라고 하냐고 물어봐줄래, 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내팽겨친 원식이 대충 꽁초를 지져끄곤 휴게실 벽에 기댔다. 사방이 어두웠다. 벌써 시간이 이렇.. 게. "..야, 지금 몇 시냐." "여섯시." "헐." 망했다! 녹음실로 맹렬하게 뛰어들어가 야구잠바를 들고 나온 원식이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시에 유치원이 끝나는데 여섯시다. 지금 가도 일곱시 반은 될 터인데, 혁아. 혁아. 아이가 겁이라도 먹진 않았을까, 되바라져도 아직 여섯살 짜리인데. 걱정을 한 가득 안고 엑셀레이터를 밟은 원식이 주차장 바닥과 타이어가 마찰해서 나는 끼익, 소리에 입술을 깨물며 주차장을 빠른 속도로 나섰다. * "혁이 삼촌 분?" 최대한 빨리 차를 몰아 도착한 유치원 앞에는 택운이 있었다. 볼이며 귀가 빨갛게 얼어버린 채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원식이 벙쪄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왜 나와있어요?" "혁이는 안에 다른 선생님이랑 있어요, 혹시 유치원 문 닫힌 줄 알고 찾아 헤매실까봐 나와있었는.." 와락 택운을 안은 원식이 제 목에 닿지 않는 다른 쪽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혁이 삼촌 분..? 당황한 듯한 미성에 원식이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혁이 많이 울었어요, 그.. 삼촌 분이.." "원식이에요, 김 원식." "..." "택운쌤, 다음부턴 이름 불러주세요." 택운을 품에서 떼어놓고 환하게 웃은 원식이 곧이어 울상을 지으며 유치원으로 뛰어들어갔다. 혀가!! 삼촌이 잘 못 했어!! 삼촌 나가!! 하는 귀여운 삼촌 조카 간의 대화를 들으며 멍하니 밖에 서 있던 택운이 손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볼을 쓰다듬었다. 반대 손으로 앞치마에 들어있던 작은 귤 하나를 만지작거리던 택운이 고개를 푹 숙였다. "좋은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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