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초온! 알림장!"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던 원식의 바짓가랑이를 쭉쭉 잡아당기던 상혁이 아마 아빠, 그러니까 원식의 형부인 학연이 써준 것이 뻔할 '초록반 우이 효긔꺼@.@' 하는 동글동글한 글씨가 쓰여진 노란 알림장을 내밀었다. "오늘은 혁이가 콩을 먹었어요. 늘 편식하던 음식이라 속상했는데 오늘은 싫은 내색 않고 꼭꼭 먹어주었답니다. 칭찬해주세요. 이거 택운쌤이 쓰는거야?" "응!" "귀여워.. 근데 너 콩 편식하냐? 키 안 커~" 아이, 칭찬해주라고! 제 다리를 짝 때리는 상혁의 손길에 상혁의 앞에 쪼그려 앉아 머리를 북북 쓰다듬어주니 상혁이 좋다고 헤헤거린다. 본격적으로 알림장을 읽기 시작하던 원식의 입가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오늘은 미술시간과 체육시간, 동화를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어요. 혁이가 미술시간을 조금 지루해 했지만 체육시간을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동화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어서 기뻤답니다. 낮잠시간에는 잘 일어나질 못 했어요. 아이가 잠을 설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네요. 혁이는 누가 옆에 있어줘야 잠을 잘 자요. 옆에 누이고 재워주세요. 혁이가 삼촌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요.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울거나 속상해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많이 밝아보여서 마음이 놓여요. 감사합니다, 원식씨. 아, 내일은 아이들 소풍이에요! 시간이 되신다면 같이 와주세요, 혁이가 많이 좋아할거에요. "귀여워!!!!!!" "아이씨, 깜짝이야!" 알림장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를 지르는 원식에 뽀로로를 보던 상혁이 화들짝 놀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혁이 삼촌분이라고 쓴 글씨 위를 두 줄로 긋고 그 옆에 원식씨. 라고 조그맣게 써놓은 글씨가 너무 귀여워서 원식은 도르르 도르르 마루 위를 굴렀다. 예뻐 죽겠어, 기억해줬어.. 알림장을 품에 안고 황홀경에 빠져있던 원식은 제 뒤에서 혀를 쯧쯧 차는 조카를 알아채지 못 하고 옷을 고르려 드레스룸으로 뛰어들어갔다. * "초록반 여기 줄 서세요~" 아주머니들도 아닌, 유치원생 어머니이니 꽤 젊은 여자들 사이에서 우뚝 선 원식(21, 183에 65kg 잘 자리잡은 식스팩, 작곡가 라비)은 모두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냥 혁이만 보낼 걸 그랬나.. 유치원 근처의 동산으로 가는 소풍은 10분도 안 되어서 도착했고 원식은 그저 멍하니 나무에 기대서서 택운이 아이들을 줄 세우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록반 친구들, 이제 부모님이랑 밥 맛있게 꼭꼭 씹어서 먹고 다 먹으면 선생님한테 와야해요, 알았죠?" "네!" 꺄아아 소리지르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택운이 쪼그려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고 원식에게로 시선을 맞췄다. 웃으며 인사하는 원식에 살짝 고갯짓을 해 보인 택운이 나뭇가지로 땅을 파서 개미의 길을 막아버리고 있는 상혁을 안아들었다. "혁이, 선생님이 밥 먹기 전에 모래 장난하는 거 아니랬죠? 물티슈 줄테니까 손 씻어요, 얼른." "개미가 일 하는데에.." 앞치마에서 물티슈를 꺼내 상혁의 손을 닦아주던 하얀 손을 바라보던 원식이 걸음을 옮겨 택운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택운씨." 움찔, 어깨를 티나게 움찔한 택운이 묵묵히 상혁의 손에 묻은 흙을 닦아주었다. 왜 이렇게 긴장해요~? 놀리는 듯한 말투에 택운이 미간을 찌푸리자 원식이 택운을 빤히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 밥 안 가져왔는데, 혁이 빌미로 같이 먹자고 하면, 같이 먹어줄거에요?" 툭, 물티슈를 떨어트린 택운이 고개를 푹 숙였다. 무릎에 묻어 잘 보이지 않는 광대가 슬핏 올라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정레오 동화 읽어주는 거 듣고싶다.. 잠 잘 올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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