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익인님, 아이스크림님, 새벽의사슴님 너무 예쁜 표지 잘 쓰고 있어요^^
표지익인님 계시다면 나타나주세요ㅠㅠㅠ
Carly Rae Japsen - Sweetie
아침이였다. 다소 흐렸던 어제완 달리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눈부신 햇빛에 눈을 비빈 경수가 온통 하얀 방 풍경을 둘러보았다. 채광좋은 창 덕분에 집 안 전체가 아침마다 밝게 빛났다. 몸을 휘감은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이 너무나 좋아 쉽사리 빠져나올 수가 없다. 푸욱 들어가는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침대 옆을 더듬더듬거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따뜻한 체온이 경수의 손을 맞잡았다. 잡힌 손 끝이 간지러워 눈을 감은 와중에도 경수가 웃었다. 손으로만 전해지던 체온이 이제는 팔을 천천히 타고 올라오는가 싶더니, 모로 누운 경수의 몸을 꼭 껴안았다. 김카이이. 잠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투정부린 경수가 제 허리를 잡은 손을 잡고 꿈질꿈질 돌아누웠다. 그리곤 밀착한 몸을 더듬어 올라가 목에 손을 한껏 두른다. 그 상태에서 눈을 뜨면, 기가 막히도록 근사한 얼굴이 마찬가지로 잠에 젖어 웃고있다. 딱 마주치는 눈길에 카이가 허리를 잡은 팔에 더욱 힘을 줘 안았다. 둘은 서로의 눈을 달콤하게 바라보았다. 노란색이 도는 옅은 갈빛의 눈동자가 올곧이 사랑스럽게 저를 쳐다본다. 경수는 기분이 좋아 카이의 턱에 코를 콩 부딪히고는, 뜨거운 품에 쏙 숨었다. 보드라운 면의 느낌 뒤로 넓은 가슴팍 안에서 심장박동이 들렸다.
“좋은 아침.”
“응. 좋은 아침.”
아침에 들으면 더욱 더 낮아지는 목소리가 참 듣기 좋다. 그래서 경수는 괜시리 더 말을 걸었다. 말할 때마다 숨결이 닿아 움찔움찔거리는 것도 재미있다.
“너 침대에 또 올라왔지.”
“…….”
“언제 올라왔어?”
“아침에….”
“몸 변하기 전에 올라오면 침대 무너지는 거 알지?”
“그래도.”
넌 나 없으면 못자니까. 졸려도 말은 잘해, 하여간에. 카이의 체취를 한껏 들이쉰 경수가 허리를 감는 척 툭 불거진 날개뼈를 어루만졌다. 그건 그래. 안긴 상태에서 말하자니 자꾸만 목소리가 묻혀 안들리나보다. 단단하고 포근한 몸을 마지막으로 꼭 껴안고, 경수가 카이의 손을 떨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누워있다간 프라이처럼 늘러붙게 될거야. 바로 자는 척을 시전하는 카이의 등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일어난다. 실시!”
“…….”
“어디보자…. 오늘 아침에 아내의 유혹 재방송이 있던가?”
“일어났어. 지금.”
아무일 없단 듯 이불을 걷고 일어나는 폼이 얍실했다. 곧장 티비 앞으로 가려는 걸 끌어다가 욕실 앞까지 데려다주니 낑 앓는 소리를 낸다. 사실 뻥이였지롱. 칫솔에 치약을 묻히는 걸 보고 나서야 혀를 베 내밀고 문을 닫아버렸다. 곧바로 매운 치약에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분 좋게 돌아선 경수가 넓은 유리창 밖으로 비치는 따사로운 햇살에 기지개를 쭉 폈다.
하루의 시작이다.
ㅡ
“이제는 곧잘 말도 잘 해요. 애들이랑 잘 놀아주고….”
“이상할 짓 할땐 없죠? 그냥 뭐….”
“가끔 엉뚱한 소리 할 때가 있긴 한데 괜찮아요. 재밌거든요.”
“네에.”
인상 좋게 웃는 여자의 말에 경수도 살그레 웃었다. 벽의 한 면을 차지한 큰 유리창 뒤로 놀이터가 보인다. 흙놀이 하는 조그만 아이들, 미끄럼틀을 차지한 초등학교 아이들, 그리고 정글짐 꼭대기에서 다리를 흔드는 카이. 상체를 젖혀 뒤로 팔을 지탱한 채 밑에서 올려달라고 동동거리는 작은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웃는 모습이였다. 아마 놀리는 게 아닐까. 바람에 하늘하늘 결좋은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그 모습이 순정만화의 한 장면 같았다. 콩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다. 경수는 저도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거 아세요?”
“네?”
“가끔씩 부엌에 와서 일 도와주고 그래요. 부엌에 여자밖에 없으니까, 힘쓸 일 있으면 먼저 나서서 해결해줘요.”
“그랬구나….”
“말만 서툴지 참 다정해요, 종인씨는.”
여자는 얼굴에 잡힌 주름살만큼이나 웃고 있었다. 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맞아요, 다정해요. 다시 내다 본 밖에서는 어느 새 내려온 카이가 세 살가량 된 여자아이를 안은 채 정글짐 낮은 층에 걸터앉아 있었다. 저 투박한 손길에 아기가 울진 않을지 걱정이였던 것이 무색하게도, 어색한 티가 나긴 했지만 안은 폼이 꽤 부드러워 보였다. 카이는 제 손가락을 가지고 노는 여자애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얼굴이 풀어져 노곤하게 웃은 채였다.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경수가, 의아스레 이름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룸메이트라더니, 그렇게 각별해요?”
“아, 그런 거 아니예요~”
장난스레 웃는 여자에게 경수가 손사래쳤다. 여자는 곧 서랍장에서 책을 꺼냈다. 아마 카이가 푸는 한글공부 문제집 같았다. 이게 뭐야. 날아가는 글씨에 웃음이 터진다. 사과 그림 옆에 써놓은 ‘사과’ 글씨가 겨우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망가졌다. 집중력은 좋은데 잘 안되나 봐요. 여자는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지렁이 글씨의 향연을 킥킥대며 넘겨보던 경수가 종이를 넘기던 손짓을 뚝 멈췄다. 메모 공간인지 공백인 페이지에 제 이름이 가득했다. 도경수. 경수. 경수야. 구석에는 분홍색 색연필로 그려놓은 하트도 있었다. 경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잔뜩 집중한 채 제 이름을 썼을 모습이 상상이 가서.
*
“이렇게 서서, 딱! 이렇게 도는 거지. …야, 변백현. 듣냐?”
워킹을 딱 마친 찬열은 제법 모델다운 아우라를 풍겼다. 그 꼴이 눈꼴셔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던 백현이 입으로 짝짝, 소리를 냈다. 듣고 있으니까 계속 하라는 뜻이였다. 하여간에 싱거운 새끼라며 중얼거린 찬열이 입은 코트깃을 손으로 펴 세웠다. 근데 여기서 어떤 포즈를 지어야할지 아직 안 정했어. 하며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더니 저 쪽을 딱 돌아본다.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백현은 쓴 방울털모자를 쑥 내려 눈을 가렸다. 나쁜 놈. 찬열이 가뜩이나 낮은 목소리를 더 낮춰 장난식으로 틱틱댔다.
여친이랑 깨졌다며 사흘 밤낮을 집 안에 엄폐은폐하던 찬열은, 아는 선배에게 이번 축제 때 열리는 패션쇼에 서는 게 어떻냐는 제의를 듣고 기사회생했다. 찬열에게 끌려가다시피 패션쇼에 서는 동기들과 옷 제작업체를 돌던 백현은 자신의 위로문자와 전화를 싸그리 무시했던 앙금이 남아 여즉 삐져있는 상태였다. 그래봤자 눈치없는 박비글은 알지도 못하고. 신나서 모델인 양 폼잡는 게 내심 멋있어서 얄미워서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었지만 되로 줬다 말로 받을 게 뻔하다. 덩치차이에서부터 발리잖아. 백현은 더 서글퍼졌다.
“야. 포즈좀 생각해봐. 워킹의 꽃은 포즈잖아.”
“가운데 손가락 날리는 건 어때. 멋있겠네.”
“너 화났냐?”
이제야 알았냐. 아직도 갈피를 못 잡는 얼굴을 확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몇 날 몇일을 기운없는 척 빌빌거렸는데. 곧바로 제 옆에 앉아 뽀뽀할 기세인 찬열을 모질게 쳐냈다. 백현아아아, 왜 삐디구 그래에. 찬열에게서 시원한 향이 훅 끼쳤다. 그게 은근히 짜증나서 자꾸만 어깨를 잡고 입을 내미는 찬열을 백현이 있는 힘껏 밀쳐냈다. 그럴 의도는 아니였는데 그만 휘청한 찬열이 앉은 그대로 쓰러졌다. 쿵! 찬열이 테이블 모서리에 그만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놀란 백현이 어버버거리며 쓰러져 머리를 쥔 찬열에게 서둘게 주저앉았다.
“ …니네 뭐하냐?”
“야, 야야.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냐?! 괜찮아?”
때마침 들어선 세훈이 바닥에 드러누운 찬열과 쩔쩔매는 백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럼에도 냉미남상 얼굴에는 한심함이 가득했다. 저것들 또 시작이야. 딱 이런 얼굴. 하루도 안 싸우고 지나가는 날이 없어요.
“아, 존나. 변백현 졸라 무식해.”
“야 피나는 거 아니지? 괜찮아?”
“아 시발 졸라아파… 는 뻥!”
낑낑거리며 잔뜩 아픈 표정을 짓던 찬열이 속았지, 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던 팔을 활짝 피며 백현에게 한가득 웃었다. 빡! 그러나 백현이 무표정으로 찬열의 머리를 한 대 더 갈겼다. 이번엔 진짜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 찬열이 긴 다리를 막 굴렀다. 그 새 의자에 앉아 전공책을 펼쳐든 세훈이 그런 둘을 불렀다. 야야.
“이번 축제 다다음주라더라. 너랑 경수 나갈거냐?”
“야 물론 나가야지!”
“닥쳐봐 병신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끼어드는 찬열의 머리를 한 대 더 때렸다. 그제야 조용해진 주변에 백현이 물론 나간다며 해맑게 웃었다. 경수 의견은 묵살이야. 걘 간이 쥐꼬리라 이랬다 저랬다 고르지도 못한다고. 잠자코 듣고만 있던 세훈도 동조했다. 백현은 우리 경수를 무시하지 말라며 능청떠는 찬열의 귀를 쭉 잡아 당겼다. 동방 안은 다시 찬열의 비명으로 가득찼다.
“너네 또 뭐해.”
“어, 경수다 우리 경수. 얘 봐. 자꾸 나 때린다니까?”
“경수 하이. 종인이는?”
이제는 양 귀를 사정없이 잡아당기는 백현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경수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종인이 오늘도 일 있대서 못왔어.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 조금 찔리긴 했지만 별 수 없었다. 세훈은 그렇냐는 얼굴로 다시 전공책에 시선을 뒀다. 경수는 그 옆에 앉아 정리해둔 강의 시간표를 꺼냈다.
“야. 경수야, 우리 축제 나가자.”
“무슨 헛소리야.”
“우리 둘이 강당에서 노래부르는거야. 함성 쩔걸?”
해맑은 백현의 목소리에 경수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됐거든. 너나 나가시지. 무심한 경수의 대답에 뿔난 백현이 이미 신청서 냈다며 뻥을 쳤다. 그에 기함한 경수가 눈을 땡그라니 떴다. 야 도봉사 또 눈떴다. 낄낄거리며 찬열이 비웃는 것도 무시하고, 벙찐 경수가 진짜냐며 옆의 세훈을 흔들었다. 고개를 든 세훈이 눈에 힘을 빡 주는 백현을 슬쩍 올려다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경수야.
“야, 이 미친놈!”
“노래나 정하자. 나 벌써 떨림.”
“백현이 떨려?”
찬열이 백현의 가슴팍 앞에 주먹을 갖다 쥐고 심장 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백현도 진지한 척 표정을 지으며 가슴펌핑으로 동조했다. 화해했네.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으로 하나되는 둘을 보며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세훈은 아무 말도 없었다.
“아, 진짜 죽겠네. 어떡해.”
“노래방에서만 실력 썩히지 말고 나가봐. 좋은 기회잖냐.”
“그냥 즐기면 되는 거야.”
“그건 변백현 너라서 가능한 거고…. 으….”
“아. 김해연도 나오겠지.”
세훈의 뜬금없는 말에 찬열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나오겠지. 경수는 말하고서도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카이와 해연이 입술을 맞대고 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몇일 전에 연습하는 거 봤는데 대박 잘하더라. 백현은 감탄을 내며 정평이 나 있는 해연의 웨이브를 따라했다.
“축제 때 종인이 데려올거지?”
“어어? 글쎄.”
“데려와. 방송동아리에서 힘쓸 일 잘하는 사람 구한다는데 김종인이 제격이지.”
몇 주 전이였나, 비가 온 후 학교 앞 웅덩이에 못 지나가겠다며 깔끔을 떨던 세훈을 카이가 가볍게 들쳐업고 건넜던 일이 있었다. 맞아, 김종인 짱. 찬열은 시끄럽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 왔어.”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며 쓰고있던 안경을 벗었다. 또 들어오다 문 앞 우산통을 넘어뜨린 모양인지 우당탕 하는 소리가 났다. 성급하게 들어오니까 그러지. 경수는 혀를 차면서도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막 방 밖을 나서려 문지방을 밟는데, 그 새 온 카이가 앞을 쑥 막았다. 바람 냄새가 났다. 안으려 손을 뻗는다.
“잠깐! 손은.”
씻었어? 허공에서 팔이 뚝 멈췄다. 웃고있던 눈이 은근하게 섭섭한 빛을 띄었다. 그러면서 돌아서려는 걸 붙잡은 경수가 웃은 채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그 다음엔 먼저 안겼다. 장난이지, 맨날 속아. 안는 건 자유야. 촉감 좋은 회색 후드 등판을 매만지니 여전히 따뜻한 손이 허리를 꼭 껴안으며 한 쪽으로는 뒷목을 쓸어준다. 오늘도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거쳐갔을 품. 그래서 더 따뜻한가.
“오늘 어땠어?”
“그냥 뭐. 강의 듣고 왔지.”
“예슬이하고 영철이 뽀뽀했어.”
“뭐어?”
“나쁜 거라고 말렸는데 하더라. 괜찮은 거야?”
그… 글쎄. 안았던 팔을 풀며 궁금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쉽사리 답이 안 나온다. 사랑하면 해도 되긴 하는데, 애들은 괜찮나.
“썸 타는 거 같다며. 둘이 사겨?”
“몰라.”
“사랑하면 해도 돼.”
“진짜?”
“…아마?”
“진짜지.”
그리고선 난데없이 입술이 들이쳤다. 쪽, 하고 가볍게 떼진 감촉에 경수가 웃음 터졌다. 뭐야. 사랑하면 해도 된다면서? 능글맞은 얼굴로 또 턱가에 뽀뽀한 카이가 손을 씻겠다며 재빨리 욕실로 들어갔다. 치, 별 걸 다 본다는 얼굴이면서도 경수는 턱을 매만졌다. 못말려. 잠시 뭔갈 생각하는 표정이 된 경수가 욕실로 따라 들어갔다. 마침 비누를 문지르던 카이가 욕실로 들어오는 경수를 멍하니 좇았다. 욕조 앞에 선 경수는 장난스런 얼굴로, 샤워기를 카이 쪽으로 든 채 물을 틀었다.
“헐.”
이게 웬걸. 그러나 물은 수도꼭지로 맞춰져있었다. 욕조 안으로 물이 흘러드는 소리가 생경해 경수는 몸이 굳었다. 오마이갓. 둘의 시선이 물이 차는 욕조를 향했다. 움직임은 카이가 먼저였다. 날렵한 몸짓으로 물을 맞춘 카이가 경수에게서 샤워기를 뺏어들고 수도를 틀었다. 악! 곧바로 뿜어져 나오는 찬 물에 경수가 기겁을 하며 반대 쪽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따라 몸을 트려는 카이의 손에서 샤워기를 가로챘다. 주도권을 잡은 경수가 아하하 웃으며 카이에게 샤워기를 들이댔다. 얼굴과 몸 할 것 없이 죄다 젖었다. 어정쩡한 폼으로 도망치려는 카이의 몸이 혼란스러워 불시에 늑대의 형상으로 변했다, 인간으로 변했다를 반복했다. 경수는 즐겁게 웃었다. 바보ㅡ! 그러나 잠시뿐이였다. 경수가 웃겨 죽으며 허리를 젖히는 순간 인간으로 돌아온 카이가 초록 대야에 담아뒀던 미지근한 물을 들어 경수쪽으로 뿌렸다. 그리고 한 순간에 끼얹어진 물에 정신이 없어진 틈을 타 샤워기를 집어들고 물의 온도를 온수로 바꾸었다. 추위를 타는 경수를 위한 소소한 배려였다.
본격적인 게임 시작을 알리듯, 카이는 씩 웃으며 물을 틀었다. 경수는 쏟아지는 물세례에도 얼굴을 가린 채 일어서 카이의 눈도 가려버렸다. 샤워기는 경수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한 얼굴(그래봤자 잔뜩 젖은 얼굴)로 카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뿌렸다. 한 발 양보한 카이가 물줄기에 눈을 꾹 감고 두 손을 올렸다. 항복의 표시였다. 그러나 물러날리가. 경수는 자꾸만 다가가 카이를 욕조 안까지 모는 데 성공했다. 가까이 붙어서 쉴 새 없이 얼굴에 물을 뿌려댔다. 이제는 자포자기인지 카이는 가만히 서서 눈을 감은 채 입으론 웃었다. 참을 수 없이 웃겨 넘어갈 듯 웃는 경수의 허리를 안았다. 그제야 경수는 샤워기를 욕조로 쿨하게 집어 던져 내려놓았다. 쿵. 소리를 들으며 카이의 목에 손을 둘렀다. 잔뜩 젖어 엉망인 두 얼굴이 마주본다.
“아, 이게 뭐야. 흐하하.”
“너도 웃겨.”
삐딱하게 웃는 카이의 앞머리를 넘겨준 경수가 한 층 뚜렷해진 이목구비를 보았다. 이보다 가까울 수가 없다. 카이가 허리를 감는 팔을 더 세게 조이자 경수도 목을 감은 손에 힘을 줬다. 말은 필요 없었다. 눈길 하나면 충분했다.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카이와 경수의 시선이 한참동안이나 서로에게 머물렀다. 쏴아아. 계속해서 흩뿌려지는 물소리가 들렸지만 별세계였다. 결국 입술이 맞물렸다. 뜨거운 혀가 가르고 들어오자 경수는 카이의 젖은 뒷머리칼을 잡았다. 한참이나 섞이던 혀가 흩어지고, 카이는 고개를 떼 경수를 지그시 쳐다보다 아랫입술을 사랑스러운 것을 만지듯 핥았다. 간지러움에 경수는 킥킥 웃었다.
거품 없는 물장난도 좋다. 행복했다.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여러분!
카최입니다.
1편이 생각보다 느려졌네요 뎨둉뎨둉...☆★
1부에서 나왔던 거품장난이 인상에 깊게 남아서 한 번 더 살려보았습니다. 다만 짧게 물장난으로요.
행복하게 알콩달콩 사는 카디들 쓰면서 전 행복했는데, 보시는 독자님들은 어땠나요^^? 잠시나마 달달하고 행복하셨길 바래요!
(참고로 장면을 상상하시면서 보면 더 좋습니다)
본격적인 스토리 스타트!
새로운 커플링도 나오고, 찬백도 이제 이어지고 첫경험 번외도 나올 예정입니다.
제가 더 떨려요 여러분 함께 곁에 있어주실거죠 하트?
답글 일일히 다 못 달아드리는 거 너무 죄송해요ㅠㅠㅠ 이번편은 다 달아드리리라 다짐! 전 여러분과의 소통이 너무 좋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사랑합니다 여러분!
울프독 화이팅!
카디 행쇼~sz
찬백 행쇼~sz
+) 엑소 신인상 탑니다!!!!!!! 성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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