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에서 안보이는 게 표지때문인가 싶어 하나하나 편마다 바꿔쓰겠습니다^^
표지익인님, 아이스크림님, 새벽의사슴님 예쁜 표지 잘 쓰고 있어요!
ㅠㅠㅠㅠ오래 못 와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대신 길어요 찡긋^^
곧 찬백 번외가 나와요. 헤헤헤헤 기다려 주실거져 못한 얘기 다 풀어놓으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많이 사랑해주시고 좋아해주세요.
많이많이~ 사랑합니다. 너무 말해서 닳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담편에 암호닉 정리합니다 오늘 덧 달아주신 분들 위주로 정리할게요 공지에 달아주신 분들이 너무나 방대해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드라구요ㅠ
울프독을 쓸 땐 보는 분들도 가볍게 보시길 원해서 가볍게 써요. 아주 즐겁게 뭣도 신경쓰지 않고.
어리숙하고 부족한 게 많은데도 봐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여러분과 함께해서 더 즐거운건가봐요^^~
우리 항상 즐겁게 달려요!
+)아어 정신없이 써서 내용이 어떤지도 잘 모르겄네요 오타 있으면 알려주기^^!
| 더보기 |
스탠딩 에그 - La La La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널 만나던 그 순간부터 너에게서 배운게 있어 사랑이 어떤건지 알게됐어 바뀐것도 있는 것 같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싫어하던 일인데 나 이렇게 웃고 있잖아 널 스쳐온 바람 내게 불어올때면 난 두눈을 감아 네가 느껴질때면 오늘은 어떤 표정으로 날 설레게 할지 그런 상상만으로도 난 또 하늘을날아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널 만나던 그 순간부터 너때문에 잃은게있어 주변에 친구들이 사라졌어 바뀐것도 있는것 같아 틈만나면 피우던 담배 좋아하던일인데 나 이렇게 참고있잖아 널 스쳐온 바람 내게 불어올때면 난 두눈을 감아 네가 느껴질때면 너를 그리면서 너를 노래로 부르다보면 어느샌가 넌 내게 다가와 날 안아주는걸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더운 맘 식히는 바람이 되겠어 추운 맘 녹이는 태양이 되주겠어 너를 사랑하고 너의 행복도 사랑하니까 내가 행복해진 이유도 바로… “너 하나니까.” 줄곧 눈감고 있던 경수가 가사를 중얼거리며 퍼뜩 깨어났다. 저도 모르게 입 밖에 낸 가사에 주위를 둘러보지만 다행히도 들은 사람은 없는듯 주변은 조용하다. 걸리면 창피했을텐데. 끼고있던 이어폰에서는 끝후렴이 한창이였다. 나긋나긋하고 보드라운 목소리에 막 귀가 간지러운것 같았다. 이렇게 부를 수 있을까. 너 하나때문에 세상을 다 가진것 같다는 벅찬 감정. 경수가 괜히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옆에 앉아 혹여 찬열이 나올까 무대를 살핀 백현이 이어폰 한 쪽을 뺏어끼웠다. 경수는 가만히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재생시켰다. “긴장돼?” “어어? 아니. 별로.” “잘 할 수 있어.” 장난스럽게 웃은 백현이 주먹을 내밀자, 따라 씩 웃은 경수도 주먹을 맞댔다. 화이팅. 힘찬 구호는 입모양으로만 냈다. 이제 런웨이나 좀 집중해, 곧 나올것 같은데. 백현의 타박같지도 않은 타박에 경수가 미련없이 이어폰을 빼 mp3에 둘둘 말아 주머니에 넣었다.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총장을 조르고 졸라 마련된 소규모의 패션쇼는 생각보다 호응이 엄청났다. 평소에도 인기좋던 교내 얼굴마담들이 속속 나올때마다 강당은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키 크고 잘생긴 찬열이 등장한다면 아예 강당이 무너지겠다 싶어 백현의 입꼬리가 자꾸만 슬슬 올라갔다.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싶다. 턱을 괴고 생각없이 무대 끝자락만 쳐다보던 경수의 눈이 떡 벌어졌다. “우와아아ㅡ!” 찬열이다! 경수는 서둘러 백현을 붙잡았다. 그러나 이미 백현은 위풍당당 걸어나오는 찬열을 놀란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감색 트렌치코트와 베이지 정장바지, 고급스러운 검은 구두. 게다가 쫙 펴져 찰랑거리는 노란색 머리카락. 여유로운 표정까지 무엇 하나 흠잡을데가 없었다. 제법 모델처럼 걸어나온 찬열이 백현을 발견하곤 살짝 윙크했다. 그러자 탄식으로 가득하던 공간에 함성이 떠나가라 터져나왔다. 두근거릴 새도 없이 백현은 뒤에앉아 나한테 한 게 분명하다며 종알거리는 여자애들을 한 대 때려주고픈 마음이였다. 일그러지는 백현의 표정에 킥 웃은 찬열은 휙 돌아 무대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안 돼. 가지마. 가지마. 아주 놀고있다. 지 남친이라도 되나. 꼴깝스런 여자애들은 이번엔 서로 부둥켜안고 찬열이 빠져나간 쪽을 헛잡으며 울부짖었다. 끝장나게 멋있긴한데 기분이 이상하게 구려. “와… 멋있다. 그치.” “어어.” “메인이라더니 또 나오나?” “아니.” “제일 멋있네…. 근데 너 표정이 왜그래?” “으므긋드 으느그든.” 이는 왜 악무는데. 경수는 의아스럽게 굳은 얼굴인 백현을 쳐다봤다. 패션쇼는 시작한지 15분만에 끝났다. 호들갑을 떨던 찬열의 말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약소한 규모였다. 강당 구석에서 여자애들에게 몰려 이것저것을 받고 빠져나온 찬열이 대뜸 달려와 백현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했다. 경수는 완전 멋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야. 나 졸라 멋있었지.” “어.” “근데 얼굴이 왜그러냐.” 니가 겁나 얼굴 들이대고 있으니까. 백현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만 저었다. 찬열에게서 화장품 특유의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또 뭐에 뿔이 났겠거니 생각해 대충 고개를 끄덕인 찬열이 생머리를 잔뜩 헤집으며 익숙하지 않다고 투덜댔다. 뷰티애들이 너무 손님을 막 다룬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거 봐. 선물 대박. 캠퍼스에서 산 거 나 다줬나봐. 여기 핀도 있네.” 우리 백희 오빠가 핀 꽂아주까? 빙글 웃은 찬열이 꽃모양 핀을 백현의 머리에 꽂아주었다. 됐다며 퉁명스레 핀을 잡아챈 백현이 찬열의 품에 안긴 선물더미 위에 그것을 던져 올려놓았다. 찬열은 너 가지라며 한사코 백현의 야구점퍼 주머니에 핀을 넣어주었다. 백현은 딱히 거절하진 않았다. “우리 경수는 머리띠 콜?” “우웩. 제발.” 찬열의 뒷통수를 보는 백현의 표정이 복잡했다. 이상하게 자꾸만 멀어지는것 같은 착각때문이다. 이 착각은 자주, 시도때도 없이 들었다. 특히 가까이 있을 때마다 그렇다.언제나 바로 옆에 있는데, 그게 꼭 아니게 되버릴 것 같은 느낌. 여자를 사귈 때도 항상 백현을 먼저 챙겨줬었다. 선약이 있을 때 여자친구가 약속을 잡자 하면 가차없이 취소해버리고, 여친이 대수냐며 난 네가 제일 좋다고 부벼오던 찬열이였다. …혹시 그게 말뿐인 장난이였다면? 내가 마음 품은걸 알고도 그랬던거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혹한 생각들이 뭉뚱그려져 끝도 없이 떨어져 진창에 구르는 것 같다. 어떤 이유로든 그게 진심이 아니였다면, 박찬열은… “그럼 립스틱은?” 개새끼다. * “김종인!”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후배들에게 싸그리 지시해놓고 소품실 소파에서 좀 존다는 게 벌써 1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세훈은 눈도 안뜨고 카이부터 불렀다. 그러나 밖에서 재잘거리는 후배 몇놈의 목소리가 잠시 멎었을 뿐 별다른 대답은 없었다. 결린 어깨를 뚜둑거리며 푼 세훈이 무대 뒤로 나갔다. 근데 어딜 봐도 길죽한 뒷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김종인 어디갔어?” “네? 모르겠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후배에게 좀 쉬라며 다독여준 세훈이 막 런웨이가 끝난 무대로 올라갔다. 볼 생각이였는데 유독 외딴 소품실에 있어서 아무도 못 찾은듯 싶다. 찬열에게 꽤나 욕먹을듯해 세훈이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김종인 얘는 대체 어디간거야. 찾아야할지 신경 꺼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세훈이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애도 아니고 적당히 나돌다 돌아오겠지 싶다. “흐어어엉… 엄마아아아….” 여자애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도 울었다. 그래도 사람 체온이 그립긴 했는지 안긴 카이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였다. 카이는 여자애를 가뿐히 안아들고 서 숱없고 부드러운 뒷통수를 쓰다듬어주었다. 2층에서 뭣 좀 갖다달라고 부탁하는 남자의 얼굴이 불쌍하리만치 땀범벅이여서 흔쾌히 나선 길이였다. 막 계단쪽으로 가는데 인적드문 복도 한가운데서 어린 여자애가 울고있는 게 아닌가.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동동 달려온 아이를 얼떨떨히 안아들었었다. “엄마 잃어버렸어?” “흐으엉… 응… 으앙….” 이럴 땐 어떡해야하지. 잠시 고민하던 카이가 잦아들 기미 없는 울음에 무턱대고 계단을 올랐다. “어디서 잃어버렸어?” “붕어빵….” “붕어빵?” 기억을 찬찬히 되짚는 카이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 건물을 바로 나가면 붕어빵포차가 하나 있다. 뚝 그치라며 아이의 눈물로 푹 젖은 뺨을 닦아준 카이가 두터운 계단문을 열어젖혔다. 콩나물 시루마냥 로비에 몰린 사람들의 기세가 무섭다. 우글거리는 인파를 한 번 쓱 훑어본 카이가 아이의 몸에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잔뜩 감싸안고 로비를 가로질렀다. 더 이상 떼쓰는 건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여자애는 그저 카이의 남방자락을 꼭 잡고 히끅거리기만 했다. “오빠….” “어?” “피 나.” 혹여 세게 치기라도 하면 안될세라 조심조심 몸을 틀며 사람들을 헤치던 카이가 볼에 톡 닿는 자그만 손에 눈을 크게 떴다. 어디 긁힌듯 했다. 여자애는 큰 눈을 가늘게 뜨고 또 울 태세였다. 손가락에 작게 묻은 핏방울을 보고 질겁하면서도 연신 카이의 볼을 쓰다듬어주었다. 그 간지러운 촉감에 절로 웃음이 났다. 순간 앞으로 쑥 지나가는 덩치 큰 남자때문에 카이가 재빨리 아이의 머리를 확 감싸 당겨 어깨에 가뒀다. 아이는 쇄골에 부딪혀 아프다며 이마를 슥슥 문지르면서도 어느새 히죽 웃고 있었다. 이제보니 곱슬곱슬 늘어뜨린 긴 머리가 참 귀엽다. 찹살떡같은 볼을 살짝 꼬집은 카이도 기분좋게 웃었다. “영인아! 영인아!” “엄마아ㅡ!” 영인아! 포차 앞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애타게 이름을 부르던 여자가 홱 고개를 돌렸다. 운 모양인지 여자의 눈자위가 빨갰다. 이름이 영인이구나. 휘적 걸어간 카이가 아이의 엄마에게 아이를 넘겨주었다. 더없이 소중하게 아이를 꼭 안은 여자가 눈 밑가를 닦으며 카이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보상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너무 폐를 끼쳐서.” “보상요?” “네. 정말 고마워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괜찮아요.” 천천히 품에서 고개를 든 여자애는 해사히 웃었다. 몇 번이고 고개를 조아린 여자는 아이를 안아들고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쭉 지켜본 카이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기분좋다. 런웨이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캠퍼스로 다시 몰리는 사람들을 피해 다시 로비로 들어왔다. “종인아! 김종인!” 웅성거리는 말소리 틈바구니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카이는 반사적으로 그 쪽을 봤다. 작은 손바닥이 공중을 휘휘 배회하며 콩콩 뛰다, 키가 큰 사람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 결국 옆 계단 난간을 짚고 올라선다. 사람들의 머리를 밑에 두고 계단에 선 경수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아이가 볼을 만져줬을때 만큼이나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조밀한 얼굴을 보며 씩 웃은 카이가 입가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다. “거기 있어! 내가 갈게!” 뭐어? 마침 새로운 이벤트를 시작하는지 강당서 들려온 함성에 목소리가 묻힌 모양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을 쭉 뺀 경수가 계단을 내려온다. “거기 있어!” 하지만 반질한 정수리는 쏙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불안감에 휩싸인 카이가 힘도 조절 못하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강하게 밀쳐진 여자는 짜증스런 소리를 내며 진즉 사라진 원흉을 찾기 바쁘다. “어….” 강당에서 우루루 몰려나온 사람들 때문에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생겼다. 조바심난 경수가 까치발을 서 카이가 있던 곳을 간신히 보지만, 어디갔는지 없다. 아, 움직이면 어떡해. 찾기 어렵게. 카이의 외침을 듣지 못한 경수는 못 말린다며 입을 댓발 내밀었다. 그리곤 일단 한산한 곳으로 피해 전체적으로 살피려 벽에 딱 붙어 이동했다. 그 때였다. 서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팔이 튀어나와 경수의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쿵. 어두운 내부에 순간 앞이 깜깜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만 생경했다. 움직이지 못하게 허리를 꽉 안은 팔과 목에 닿는 더운 숨에 경수의 몸이 긴장했다. 정신이 없다. “누구세요?” “…….” “누구시냐고요.” “조용히 해. 꼼짝말고 손 들어.” 팍 가라앉은 목소리에 순간 얼굴을 굳힌 경수가 장난스런 어투에 그제야 킥 웃었다. 따라 소리내 웃은 카이가 어깨에 입을 꾹 누르며 목의 점에도 쪽 입맞췄다. “어느정돈 짐작하고 있었는데! 목소리를 그렇게 까니까 긴장했잖아.” “안 무서웠어?” “나도 남자거든.” 경수가 서무실 불을 켰다. 환한 서무실 안엔 아무도 없었다. 문을 잠근 카이는 경수를 끌어다 소파에 앉히고 저도 그 옆에 앉았다. “오늘 힘들었어?” “아니. 아, 근데 오늘 어떤 애 엄마 찾아줬어.” “정말?” “응. 이만한가.” 고개를 끄덕인 카이가 경수의 앉은 키를 가늠했다. 정수리에 딱 온 카이의 손가락을 헤딩으로 퉁겨낸 경수는 잘 했다며 턱 밑을 살살 긁어주었다. 명백한 장난 의도였다. 그에 카이가 턱을 쭉 빼고 눈을 감았다. 일상으로 자리잡은 익숙한 장난 대응이다. “아. 근데 보상? 그게 뭐야?” “보상? …음. 남한테 네가 피해를 준다 치자. 막 힘 휙휙 휘두르고.” “나 안그래.” “예를 들자면이지. 어쨌든 그랬다 치면 네가 피해 준 사람한테 갚는거야. 그 피해를.” “어떻게 갚는데?” “글쎄. 경우마다 다르니까.” 그렇구나. 카이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골몰히 생각하는 얼굴이 됐다. 시계를 들여다 본 경수는 그런 카이를 일으켰다. * “많이 뵈네요.” “그러게.” 불쾌한 티를 내며 세훈이 남자를 슥 노려봤다. 이름은 준면이라고 했다. 묻지도 않은 이름을 대며 혼자 노곤히 쉬고있던 동방으로 쳐들어와 자리를 잡은 준면이 아니꼬워 절로 퉁명스러운 말이 나갔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지 붉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야상을 소파에 벗어 걸은 준면이 세훈의 옆에 앉았다. “반말하라고 한 적 없는데.” “당연히 동생으로 보이길래 그랬지. 기분 나빠?” “네, 좀.” “초면도 아니고 딱딱하게 뭘. 그냥 참아.” 이 사람이. 세훈은 티나지 않게 들인숨을 내쉬었다. 근데…. 세훈의 딴소리에 관심이 생긴건지 준면이 눈을 빛내며 쳐다본다. “석현 선배랑 친해요? 따라온 거 같던데.” “어느 정도는? 꽐라되서 아메리카노 사러오던 날부터 계속 오더라고.” 정이 안들래야 안들 수가 없어. 애주가일 뿐이지 소문난 친화력을 가진 선배다. 그 점은 이해돼 세훈이 수긍하는 소리를 냈다. 걔 진짜 웃겨. 잔뜩 취해서 어버버버. 아메리카노 있어요? 젤 쓴거루…. 따라하는 게 은근 소탈해서 놀랐다. 소파에 기대 웃는 준면을 흘끔 본 세훈이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너 잘생겼다.” “그쪽도요.” “알아.” 그러시겠죠. “우리 카페 놀러와. 특별히 공짜에 휘핑크림 산처럼 쌓아준다.” “진짜죠.” “물론.” 그러고보니 달큰하게 웃는 얼굴에서 커피향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야. 안 나가? 강당에 자리나 잡아.” “왜 쫓아내구 그래에. 무대 뒤에서 보면 그만이지.” “편히 앉아서 정면에서 봐야지. 바보냐.” 그제야 찬열이 투덜거리며 대기실 문을 열었다. 아까 바이킹 탔을 때도 매달리는 거 쌀쌀맞게 쳐내더니. 화난 거라도 있나. 혀를 쭉 내밀고 메롱하는 걸 확 치려고 장난쳤다가 정말 쫓겨났다. 야! 변백현! 메이크업 구경이라도 하면 안 돼? 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흑흑…. 갖은 생쇼를 다 한 덕에 뷰티학과 여자애들이 깔깔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 너 왜 여기있어?” “오. 경수종인. 아몬드와 초콜릿 왔네.” “뭔…. 백현이는 왔어?” “응. 나 쫓아내쪄. 가서 혼내줭.” 경수가 웃는 낯으로 독설을 뱉었다. 닥쳐. 짜게 식은 찬열이 심심하게 대답했다. 그래. “메이크업 구경할래?” “응.” “어허. 넌 나랑 얼른 가서 자리나 잡자고.” 말 잘듣는 애마냥 경수를 따라들어가려던 카이가 뒷덜미를 잡혔다. 잘 하라며 엄지를 치켜든 카이는 찬열이 걷는 대로 나란히 맞춰 걸었다. 재밌게 놀았냐, 인기 짱이라 줄 서서 먹을 수 있는 붕어빵은 먹어봤냐 따위의 평범한 대화의 축은 찬열이였다. 카이는 잠자코 말을 듣는 데 능숙했다. 시작 10분 전임에도 강당은 벌써 사람이 붐볐다. 좁은 공간에 낑겨앉는 오지랖을 발휘한 찬열덕분에 꽤 좋은 자리를 선점했다. 무대와 멀지 않은데다 가운데였다. 찬열은 제가 더 긴장된다며 다리를 덜덜 떨었다. “너 경수 노래 들어본 적 있냐?” “아니.” “걔 노래 잘 안 해. 하는 거 안좋아해.” “…왜?”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안 하더라.” 카이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얼굴에 복잡함이 가득했다. 그런 카이를 슥 본 찬열은 픽 웃었다. “그 얘기 하는 거 싫어하거든. 너한테 아빠 돌아가셨다고 말 안했지?” “…….” “그때문인진 잘 모르겠는데 사람한테 벽 치는 게 있어. 넌 좀 각별한 것 같긴 하다만.” “…….” “경수한텐 말하지 마. 안 좋아하니까.” “…어.” “좋은 애야.” 정 많고. 싹싹하고. 엄마같고. 알뜰하고. 불의 보면 못 참고. 찬열은 무대 한가운데 태극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카이는 견고하게 다져진 찬열과 백현, 세훈 경수의 사이를 생각했다. 진정한 친구. 아빠가 죽은 후 울기만 했을 경수의 모습도 생각했다. 문득 괴로워졌다. “별 신경 쓰지마. 그냥 좀 잘 해달라고.” “…응.” “아, 시작했나보다. 워후ㅡ!” 찬열은 무슨 말을 했냐는듯 싶게 금세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카이만은, 쉽사리 웃을 수가 없었다. “와. 겁나 떨려.” “응….” 어두운 무대 뒤. 다른 팀과 섞여 선 경수가 숨을 골랐다. 긴장하면 속이 메스꺼운 징크스가 되살아난다. 딱 무대체질인 백현은 말만 그렇지 잔뜩 들떠 다른 댄스팀 여자애와 시시한 농담따먹기나 했다. 찬열에게 끌려가며 몰래 검지를 입술에 꾹 찍어 날려준 카이의 뽀뽀가 생각나 그나마 웃음이 났다. 별 거에 재미를 들려. “도경수.” 어깨를 툭 친다. 경수는 뒤를 돌았다. 시무룩한 얼굴의 해연이 화려한 의상관 다르게 축 늘어져 서있었다. 어, 안녕. 마주칠 일이 적어 인사를 한 번도 못했던터라 당황스러운 경수가 어색히 인사했다. 해연은 성의없이 고개만 까딱했다. “네가 이겼어.” “응?” “잘난 남자는 다 게이라더니. 너도 그렇고….” 곱게 틴트바른 입술이 짓뭉개졌다. 화이팅. 마찬가지로 조용히 속삭인 해연이 제 말만 하고 훌쩍 사라졌다. 뭔가 싶어 의아한 경수가 해연을 부를까 했지만 무대쪽에서 들리는 함성에 뚝 굳었다. 백현은 더욱 신나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야! 오세훈, 얼른 안 와?” 이미 두번째 순서가 진행중이였다. 콩트랍시고 뽀글머리 가발을 쓴 남자애와 넥타이를 비뚤게 메고 코에 빨간칠을 한 남자애가 시덥잖은 개그를 했다. 반응은 좋았으나 개그라곤 모르는 찬열이 하품을 할 때쯤 세훈이 나타났다. 면박을 주며 요란스레 손짓한 찬열이 세훈을 제 옆에 앉혔다. “김종인 너 어디갔었어?” “잠깐… 나가있었어.” “말이라도 하고 좀 나가지.” 세훈이 비닐봉지에서 음료수캔을 꺼내 찬열과 카이에게 건넸다. 카이는 말없이 써니텐을 받아들고 표정없이 무대를 응시했다. 주위 시선따윈 신경쓰지 않고 캔을 딴 찬열은 목이 탄다며 원샷했다. “순서 몇번째냐?” “세 번째. 이 다음.” “헐. 대박. 얼른 끝나라 좀. 재밌지도 않은데 자꾸만 질질 끌어, 쟤넨.” 찬열은 그 후로도 자꾸만 치는 개그마다 사사건건 토를 달았다. 세훈이 그만 하라며 등짝을 치고나서야 조용해졌다. 말 없이 캔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터트린 카이가 누군가 등장할 때마다 터지는 형식적인 환호에 고개를 들었다. 찬열이 팔을 친 게 더 정확하지만 말이다. “나왔다! 와!!! 변백현!!! 도경수!!!! 와!!!” “아 졸라 시끄러워 박찬열….” 그러면서도 세훈은 즐겁게 낄낄 웃었다. 마이크를 든 채 쭈뼛거리며 나오는 경수를 발견한 카이가 딱 마주친 눈에 뽀뽀하는 척 입을 내밀었다. 멀리서도 그걸 본 경수는 입을 하트꼴로 만들며 웃는다. 도경수가 우리 봄. 얼른 응원해. 세훈은 흥분 했을때 습관처럼 팔을 때려대는 찬열의 손등을 후려쳤다. “와. 남성 듀오인가요 이 팀은. 무슨 노래인가요?” “스탠딩에그의 라라라….” “스탠딩에그의 라라라. 오케이. 혹시 다른 장기는 없어요? 시작하기 전에.” “없어요!” 단호하게 말을 삭 잘라버리는 경수 때문에 강당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민망하다며 웃은 사회자는 알겠다며 방송실쪽에 큐 사인을 보냈다. 사회자가 무대 뒤로 사라지고 조명이 꺼지자, 극도의 긴장감에 경수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카이를 애타게 봤다. 백현은 옆에서 잘 하자며 속삭였다. 곧 전주가 흘러나왔다. 경수는 카이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마이크를 들었다.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널 만나던 그 순간부터 너에게서 배운게 있어 사랑이 어떤건지 알게됐어 깔끔한 목소리에 강당이 수근거렸다. 휘파람을 부는 사람도 있었다. 바이브레이션도 간결하게 딱 끝이 났다. 자신감을 얻은 경수가 눈을 감고 노래에 심취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따스한 눈길에 떨리기도 했지만 내심 힘이 된다. 너 하나로 인해 내 삶은 변했어. 나는 너무 행복해. 너와 사랑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절대 아깝지 않고, 내 틀에 박힌 버릇을 고쳐주는 건 너야. 난 멀리서도 너의 감정과 상태를 느껴. 일 초에 한 번씩 널 생각할 때마다 설레. 내 행복을 위해주는 네가 내 진정한 행복이고 기쁨이야. 네가 항상 표현하듯 나도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내 사랑. 두서없이 벅찬 마음과 노랫말이 엉켰다. 백현은 간간히 코러스를 넣어주며 웃는 눈으로 경수와 마주보며 노래불렀다. 후렴구가 시작됐다.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무수히 많이 들어가 있지만 다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살금 눈을 뜬 경수가 카이를 보았다. 꿈결같은 얼굴이였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질 듯 노곤하고, 또 설렘 가득한 얼굴. 꺼질 듯 벨벳같은 음성이 아스라이 끝나고, 경수는 마이크를 든 손을 내리며 카이에게 쑥쓰러이 눈짓했다. 카이야, 나는 널 만나 행복해. 내 불멸의 늑대.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EXO/다각] WOLFDOG 2부 04-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4/a/d4a04b1f322d2e692f0b6522731a2d1f.png)
![[EXO/다각] WOLFDOG 2부 04-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0/a/f0a83814a5878dec8e309547f0fb14f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