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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택엔] 18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f/6/cf64b8978bdcfb5813aaab70b5c3ef77.jpg)
학연이는 그 또래의 아이들 답지 않게 어떤 사람을 대하든 진심을 담아 행동한다. 스쳐 지나가는 나의 말을 기억해뒀다가 이렇게 쪽지까지 써가면서 나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을 볼때면 마음 한 구석이 간질거렸다. 학연이는 내 오래된 친구였다. 유소년 축구 대표단에 속해있어서 학교 수업은 잘 듣지도 않던 나였고, 큰 키와 덩치 덕분에 반 애들은 지레 겁을 먹고 내게 말을 걸지 않았었다. 나 역시도 딱히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교실에서는 책상에 엎어져서 밀린 잠을 청하는게 다였다. "택운아, 넌 왜 수업 안 들어?" 자리가 바뀐건지 매일 내 옆에서 덜덜 떨던 그 안경쟁이가 아니었다. 어차피 내 자리는 창가쪽 뒷자리. 고정자리였기 때문에 옆에 누가 앉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수업종이 치고 내 옆자리에 누가 앉는 기척이 들렸다. 내가 엎드리려고 하자 그 애는 내 팔을 붙잡으며 수업 안 듣냐며 질문을 했다. "응." "왜? 왜 안들어? 너가 안 들으면 수학쌤이 슬퍼할텐데." 중학생이 맞나 싶을정도로 참 여린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웃음이 났다. 처음으로 아무렇게나 서랍에 넣어났던 교과서를 꺼냈다. 수업이 시작했고, 나는 그날 처음으로 수업을 들었다. 내 옆에 앉았던 학연이는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필기를 하면서 수업을 들었고 나는 힐끔힐끔 그런 학연이를 쳐다보면서 지루한 수업 시간을 보냈다. 나의 훈련이 없는 날이면 우린 서로의 집에 놀러가거나, PC방을 가며 시간을 보냈었다. 중학교 2학년의 마지막 경기, 그 후 난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처음으로 옆에서 위로를 해주는 학연이에게 화를 냈다. 자격지심이 들었다. 공부도, 친구도 잘 사귀는 학연이의 옆에서 축구를 빼고는 잘하는게 없는 나는 너무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 학연이는 나의 독한 말에 아무 말 없이 나의 집을 나갔다. 후회가 되지만 시간을 돌릴 수는 없었다. 축구를 못하게 되고, 학연이를 잃고나니 내 곁에 남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울거나, 화를 내거나, 가끔은 내 부상에 대해 하늘에 저주를 퍼부으면서 2학년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내일이면 3학년이 되는 첫 날이었고, 나는 아직도 내 부상을 저주하는 어린 학생이었다. 하늘에서는 때 늦은 눈이 내리고 있었고, 나는 오랜만에 축구공을 들고 학연이와 자주가던 공원으로 향했다. 학연이는 천성이 운동을 싫어하던 아이였다. 축구도 농구도 모두 관심이 없다던 학연이는 그래도 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얼굴이 빨개지도록 응원을 하곤 했다. 그랬던 학연이가 생각나 축구공을 바닥에 내려놓고 몇번 차보았다. 확실히, 몇달동안 몸을 안 썼었더니 몸이 많이 굳어있었다. 화가 났다. 난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 왜 내게 이런 벌을 주시는지에 대해 짜증이 났다. 공을 아무렇게나 찬 다음 벤치에 앉았다. 무릎에 고개를 묻고 눈물을 흘렸다. "야! 정택운 멍청아!" 학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서 뛰어오는 학연이를 보았다. 학연이는 숨이 찬듯 내 앞에서 헥헥 거리더니 내가 아까 던진 공을 주워와 내 앞에서 공을 가지고 여러 스킬등을 보여줬다. "운동 못하는 나도 이렇게 하는데! 왜 넌 다른 거 찾아볼 생각도 안해.. 진짜 정택운 멍청아." 울면서 화를 내는 학연이에게 다가가 그냥 꽉 안았다. 남자끼리 무슨 낯간지러운 일이냐고 생각 할 겨를도 없었다. 몇달 전, 아무리 내가 알려줘도 안 되던 스킬등을 내가 화를 낸 그 날부터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그런 학연이가 너무 고마웠다. 그 후 나는 학연이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공부를 했고, 학연이와 같이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급 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곧 19살이 될 18살이었고, 여전히 서로를 보면 욕하기 바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이제는 마냥 순수하고, 여리던 학연이가 아니고 축구에만 목숨 걸었던 어렸던 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 죽고 못사는 친한 친구이며, 나이가 들었을 땐 서로의 슬픔에 술 한잔 기울일 그런 평생 친구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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