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돌아왔다
w.LEV
"여보세요."
지민은 몽롱한 상태에서 요란히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그제야 잠에서 깼다. 누워 있는 자세 그대로 한쪽에는 핸드폰을 들고 한 손으로는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강하게 찔러오는 햇빛에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
- 박지민 수고.
"뭐."
-지금 김여주랑 민팀장 단둘이 있다.
"야, 똑바로 말해."
지민의 몸이 반사적으로 튀어올랐다. 휴대폰 너머로 간간히 - 그러나 신경 거슬리기에는 충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너 말 안하면,"
- 병신. #김사원 님께서 민 팀장님께 단둘이 있는 팀장실에서 보고서 보고 중이십니다.
"그냥 죽어."
- 너 반응 너무 재밌다. 알지?
여주 온다. 그럼 수고-, 라며 급하게 마무리를 짓곤 전화를 끊는 태형에 지민은 한숨을 푹 쉬었다. 김여주는 왜 나 안 깨우고 갔대.
남편이 돌아왔다
오늘도 신명나게 까였다. 생각도 않고 지민과 영화를 보러간다고 보낸 하루, 너무 힘들어서 오늘 하루만큼은 쉬자해서 보낸 하루. 도합 이틀을 그냥 날려버린 결과, 월요일까지 내야만 했던 보고서는 오늘 아침 일찍이 출근한 내 손에 마무리가 지어졌다. 그리고 완성한 것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미처 오타를 확인하지 못하고 낸 탓에 팀장님께 '기본도 안된 사람' 취급 받았다. 책상에 앉아 버림받은 보고서를 몇 장을 넘겨 보다가 자신을 향해 싸늘히 말하던 민팀장이 생각나 잘게 몸을 떨었다. 진정하고 그제야 숨을 돌리는데 옆으로 뭐가 또 재밌는지, 웃고 있는 태형이 다가왔다. 태형이 웃으며 무언갈 말하려던 찰나 울리는 핸드폰에 태형을 잠시 저지시켰다. 당연하단 듯이 핸드폰 화면에 박혀있는 지민의 이름에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일어났어?"
- 좀전에 막. 왜 나 안 깨우고 갔어.
"나 오늘 급한 일 있어서 아침 일찍 나오느라고."
- 아침 일찍? 춥잖아. 게다가 겨울이여서아침에도 많이 어둡고. 그럴수록 위험하니깐 나 깨워야지.
"…어, 알겠어. 내일부터 꼭 깨울게."
- 그래서 일처리 잘했고?
"아니."
- 왜?
" 팀장님한테 혼났어."
- …누군데?뭐하는 사람인데? 심하게 너한테 화냈어?
" 아니, 엄청 심한게 낸 건 아니고 내가 잘못하기도 했고…."
김태형이 옆에서 날 몇 번 치더니 팀장이 너 다시 불러, 했다.
"지민아, 지금 팀장님이 나 다시 부른데. 끊을게."
- 야, 잠깐만.
부리나케 전화를 끊고 울상을 지으며 팀장실로 향했다.
남편이 돌아왔다
여주가 떠나간 후 태형이 자리에 되돌아와 다시 업무로 복귀하던 중,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냈다.
[ 지금 당장 팀장실 가 - 지민]
[ 싫어. - 태형]
[ 문자 할 시간에 가, 빨리 - 지민]
[ 내가 왜. - 태형 ]
[ 동료를 잘 통솔하지 못한 죄가 크다고 해 - 지민 ]
[ 설마 김여주 대신에 내가 혼나라고? 미쳤냐? - 태형 ]
[ 어 - 지민 ]
미친놈. 태형이 혀를 찼다. 내가 이 웬수들 사이에 껴서 무슨 죄야. 팀장실 유리문 틈으로 보이는 여주 얼굴을 말가니 쳐다봤다. 얼굴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태형이 고개를 돌리곤 결국 이마에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박지민은 나중에 나한테 절해야 돼. 양심이 있는 놈이면. 그리곤 셔츠깃을 정리하며 팀장실을 향했다.
남편이 돌아왔다
지민은 여주와의 통화가 갑작스럽게 끊긴 후, 태형마저 답장이 더 이상 오질 않자 거실에서 발만 동동 굴렸다. 이럴 땐 여주와 같은 곳에서 일하던 때가 아주 좋았던 때란걸 실감하게 된다. 그때는 아무때나 볼 수 있어서 안심 됐는데. 소파 헤드에 머리를 기대곤 눈을 감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빠져있느라 핸드폰 알람을 미쳐 못 들었다. 지민은 낯선 번호로 온 전화에 받을까 수차례 고민을 하다, 전화가 끊기기 직전에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민아, 나야.
"호석이형?"
-응.한국이지?
"네."
-너도 알아야 될 거 같아서 전화했어. 며칠 전에 전화 왔었어. 정국이한테.
"…뭐래요? 설마 나…"
-말했어. 너 한국 갔다고.
"미쳤어요? 내가 뻔히 걔 보기 싫어서 한국 떠난 거 다 알면서도 그래요?"
-그래도 언제까지 이 상태로 지낼 순 없잖아. 안 그래?
"왜 이렇게 지낼 수 없어요. 지금까지 잘 지내왔는데."
-걔도 오해가 있을거고 너도…
"그런 말하려고 전화했으면 끊어요. 형한테 좀 실망스럽다. 걔한테 다시 전화 오면 말해요. 내 얼굴 볼 생각 말라고."
***
늦은 것도, 분량 짧은 것도 압니다... 그래도 2017년 가기 전에 다음편이 와야할 것 같아 부랴부랴 써서그렇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도 호석이 드디어 출연해서 맘 후련)
맞을 준비도 욕 먹을 준비도 다 하고 온 터라(...사실 겁남) 오늘 11시 1시 사이에 암호닉 최종 확인+사담글(이라 쓰고 사과글) 올리겠습니다
독자님들 아무튼 감기 조심하시고 2016년보다 더 행복한 2017년 맞이 하세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