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조명, 그리고 호명되는 이름들. 달달 떨리는 손 끝을 감추려 애써 허리 뒤에 숨겨보지만 눈물이 시야를 가리고 차지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렁인다. 아, 정말 힘들다. 준영은 승우가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의 순간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고싶을 정도로 힘이들었다. 승우를 안아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한번씩 안아주었다.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았다. 카메라와 시선도 마주쳐봤다. 여기 저기에서 들어오는 빨간 불이 마치 환영처럼 아른거린다.
“토 할 것 같아….”
문득 그렇게 속을 내비췄다. 토나와. 어지러워. 누군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어깨와 등을 쓸어주고 지나쳤다. 준영은 귀를 막고 싶어 졌다. 무슨 소리인지 모를 소리들이 웅웅거려 귀가 아프다. 귀를 막으려던 순간 누군가가 준영을 끌어안았고, 그 순간 준영은 정신을 차려냈다. 상우다.
“형, 수고했어요.”
그제서야 시야 가득 다정하게 미소짓는 상우를 마주했다. 귓가에는 함성인지 야유인지 모를 소리들이 들리고 그것과 섞긴 격려의 말들도 들린다. 다리에 힘을 주었다.
슈퍼스타K
승우와 정환이 나가면서 준영은 한차례 극심한 가슴통증을 느꼈다. 울렁인다고 표현해야하나. 이 통증을 뭐라 설명 할 방법은 없었으나 준영은 그저 속이 울렁인다고 했다. 가슴이 울렁이면서 목구멍에 토기가 오른다.
녹음이 끝나고 먼저 도착한 준영이 숙소로 들어가기위해 비밀번호키를 누르던 중 멈칫거렸다. 들어가기 싫다. 예전 북적거릴때 숙소만 해도, 항상 초인종을 누르면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 뒤로 사람냄새가 가득했고, 웃음소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항상이였다. 그러나 벌써 top4. 준영은 비밀번호키를 내리고 현관문에 쪼그려앉아 흥얼거렸다.
이렇게 노을이 지는 것을 혼자 바라보고 있자면 항상 비틀즈의 헤이쥬드가 생각나곤 했다. 왜그런지는 모른다. 그냥 분위기를 타는 건가. 그러고보면 준영은 생각보다 분위기를 타는 성격이긴 했다. 매번 안그러는 척 혼자 신경도 안쓰는척 하지만 그러했다.
Hey Jude
Don't make it bad
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멍하니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문득 수채화 물감을 푼 것 같다는 우스운 상상하며 낄낄거리다가도 준영은 불이 꺼진 숙소 창을 바라보며 눈을 지긋히 감았다 천천히 떴다. 머리가 아프다. 잠을 못자서 그런지 요즘들어 휴유증이 대단했다. 자꾸 눈 앞이 흐려지고 머리가 아프고 중심을 잡지못해 걸핏하면 쓰러질뻔해 벽을 잡고 기어다닌 적도 있었다. 분명 다른 사람들이보면 걱정할것이 뻔했기에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가끔은 방송을 하면서도 나타나 미칠 노릇이었다. 스텝들에게 말했다가는 일이 커질 것이 분명했다. 그저 두통일뿐인데.
“어? 정준영! 너 여기서 뭐하냐?”
Remember to let her into your heart
막 한소절을 더 끝낸 준영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올렸다. 현우였다.
“야 너 감기걸려 임마! 옷도 춥게입은 놈이 여기서 뭔 궁상이야!”
현우의 뒤로 상우와 대광이 보였다. 상우가 현관문 앞에 앉아있는 준영을 보곤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언른 안 일어나?! 빨리 일어나 임마!”
발과 손이 꽁꽁 얼었는지 감각이 없다. 옆을 짚고 일어서자 상우가 두터운 패딩을 벗으려는게 보였고, 그것보다 앞서 현우가 빨간 패딩을 벗어 준영에게 건넸다. 현우의 체온때문에 따뜻한것이 준영은 괜시리 또 울렁이는 가슴이 부끄러웠다.
“그때 그렇게 감기로 고생해놓고 이 자식 좀 봐라, 빨리 들어와.”
비밀번호를 치고 먼저 앞질러 들어간 현우가 준영에게 들어오라며 눈짓을 한다. 준영은 상우와 현우와 대광을 번갈아보고는 성큼 성큼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었다.
슈퍼스타K
입이 짧은 준영은 밥 먹는 속도도 꽤 느린편이었다. 여김없이 마지막까지 먹으면서도 반도 먹지않은 준영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모조리 버린다.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라 닭가슴살만 먹는 재흥과 가람이 으윽! 하며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에 신음한다. 아까워! 준영은 또 어깨를 으쓱거린다.
제일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온 상우가 또 수건만 허리에 걸치고 숙소를 휘젓고 다닌다. 준영은 또 언제나 그랬듯이 그러다 보이고 만다며 10대 소녀같은 비명을 지르고 다닌다. 꺄악. 꺄악. 상우가 형 미친사람같아요 한다.
마지막으로 씻는 준영이 대충 검은 나시에 팬티만 입고 나와 아직도 수건만 걸치고있는 상우의 옆에 나란히 섰다.
“우리 이러니까 바바리맨 같다? 그치?”
“에이….”
“로이 노출증! 로이 노출증!”
팬티바람에 준영이 티비 앞을 시끄럽게 뛰어다닌다. 티비를 보던 가람이 리모컨을 던질것처럼 들었다. 준영이 대광뒤에 숨어 아잉 한다. 그새 또 시끄러워졌다.
“둘 다 옷 좀 입어!”
이상하게 부끄러움을 타던 태현이 소리를 빽하고 내지른다. 그제서야 상우도 옷을 입고 준영은 팬티같은 미키마우스 반바지를 입고 나왔다. 태현이 소리지른다.
“그거나 팬티나!”
준영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이건 수영복이야. 그새 옷을 입고 나온 상우가 준영의 미키마우스 반바지를 보며 자신의 바지를 손가락으로 잡아당긴다.
시끄러운 숙소에도 여김없이 밤이 찾아왔다.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가 싶더니 곧 3시가 되자 다시 정막이 찾아왔다. 그리고 여전히 잠을 자지 못하는 준영은 거실로 나와 쇼파에 앉았다. 익숙하다 이젠. 수면제를 먹으려는 생각을 5분, 먹지말자는 생각을 1분. 또 머리가 아픈 것 같아 눈을 감고 있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눈을 살며시뜨니 역시나 이불을 품에 끌어안고있는 상우가 서있다.
“형 이거 덮어요. 감기걸려”
이불을 끌어안은 준영이 이불을 들어올려 틈을 보이며 고개로 들어오라고 저어보인다. 상우가 망설임없이 옆으로 와 앉더니 이불을 같이 덮어 끌어안았다.
“형 우리 앞으로 3번 남았어요. 되게 빠르네요 그쵸? 우리 여기 처음 왔을때 생각하면.”
“그러게, 그때는 별로 안추웠었는데….”
“아 맞아, 형 왜 자꾸 옷 얇게 입어요?”
“나 챙겨온게 얇은것밖에 없어”
“…그럼 내꺼 입어요! 형 진짜 그렇게 고생해놓고 또 아프고싶어요?? 형 안그래도 말라서 완전 바람에 날아갈 기세더구만!”
“날아가면 좋은거지 이 세상 저 세상 다 구경하고”
“허, 장난하는것봐요”
“미국도 가고 일본도 가고 중국도 가고 음, 로이네 집도 가고-”
“우리집 들려서 우리 산쵸한테 안부 좀 전해줘요, 밥은 잘 먹고 있니? 사료 다 거덜냈니?”
둘이 재밌다고 웃다가 이내 또 조용해진다. 눈을 감은 준영이 뒤로 기대었고, 상우는 그런 준영을 보며 시계만 확인할 뿐이었다. 이러다 이 형 또 못자겠네. 대책이 없었다. 수면제도 안되요. 뭣도 안되요. 그놈의 스트레스! 그 망할 스트레스가 문제다 정말. 제일 신경안쓰는척 스트레스 안받는 척 하면서도 이 형은 가장 예민했다. 꼭 토끼같다. 위험한 순간이 오면 스스로 귀를 세우고 파악을 한달까. 상우는 문득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준영에게 토끼귀란?
“자꾸 왜 웃어?”
“아, 아니 그게…….”
“봐봐, 또 웃네! 너 이상한 생각하지?”
“아 그냥…토끼….”
“토끼?”
“형한테 토끼귀 달린거 상상했어요”
“…로이 남자였어?”
“뭔 개소리에요.”
“변태같아 왜 그런걸 상상해?”
“토끼귀가 왜 변태에요?? 형이 더 변태같네 뭘!”
준영이 상우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보인다.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며 씨익 웃는다.
“상상해보니까 어때?”
“…좀 이상하네요.”
“잘 어울리지않아?”
“생각해보니까 좀 야해보이기도……….”
“변태. 음란한 로이. 음탕한 로이. 불순한 로이.”
“제가 문제가 아니라 형이 문제에요, 이건! 형이 그렇게 생겼잖아!”
“내가 왜? 내가 어떻게 생겼는데 상우야?”
아 뭔가 휘둘리는 기분. 상우가 몰라요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준영이 재밌다고 웃는다. 그새 또 4시가 다 되어간다.
Hey Jude, refrain
don't carry the world upon your shoulders
For well you know that it's a fool
who plays it cool
By marking his world a little colder
갑자기 헤이쥬드를 부르는 상우때문에 준영이 놀란듯 눈을 꿈뻑였고, 상우가 살며시 웃으며 눈을 감은채 말한다. 아까 들었어요. 이거 맞죠? 준영이 응. 하자 이불을 더 끌어안고는 노래를 이어갔다.
Hey Jude
Don't let me down
You have found her, now go and get her
Remember to let get into your heart
Then you can start to make it better
So let it out and let it in
Hey Jude begin
You're waiting for someone to perform with
And don't you know that it's just you
Hey Jude, you'll do
The movement you need is on your shoulder
노래가 끊기고 얼마나 지났을까 멍하니 또 다시 울렁이는 가슴 통증에 쌕쌕거리던 준영이 어느새 졸고있는 상우를 발견했다. 준영이 들어가서 자라고 하자 상우는 졸린눈으로 잠시 뭔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준영의 마른 손목을 잡아챘다.
“우리 같이 잘래요? 혼자 자면 무서워”
“어? 로이 이제보니까 겁도 많구나”
“네 맞아요, 저 겁 디게 많아요. 그러니까 같이 자요. 형.”
준영이 혼쾌히 알겠다며 이불을 질질끌고 상우를 따라 갔다. 준영의 방으로 들어가 좁은 준영이 침대에 눕고는 이리와요. 한다. 준영은 이불을 끌어안고 상우의 옆에 누웠다. 둘이 침대에 가득차서 밀착되어있는 상태로 어떻게든 몸이 자꾸 닿아 불편할법도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불편함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잠이 안오는지 뒤척이면서 부딪힐뿐.
“우와 씨! 깜짝이야”
소변이 마려와 잠결에 일어난 현우가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나가려다 준영의 침대가 보여 눈을 부릅떴다. 준영이 자는지 안자는지 살펴보는 눈치였다. 그리고 곧 준영과 상우가 그 좁은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자는 것을 보며 잘못본건가 눈을 비볐다가 다시 뜨고는 크게 소리를 내지른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다 저렇게 자는 거야? 어? 완전 연인이잖아! 현우는 멍하니 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도리 도리 저으며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방을 나왔다. 아 왠지 옆구리가 시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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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Jude 그다지 나쁘게 생각하진 마 슬픈 노래를 좋은 노래로 만들어 보자구 그녀를 자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해 그러면 넌 더 좋아질 수 있을 거야
Hey Jude 헤이, 주드 두려워 하지 마 넌 그녀를 받아들이게 되어 있어 그녀를 너의 깊은 자리로 들이는 순간 Hey Jude, refrain 이 세상의 모든 짐을 너 혼자 짊어지지 마. 얼마나 바보 같은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침착한 척 하는 것이 세상살이를 차갑게 받아들이면서도...
날 실망시키지 마 이제 그녀를 찾았으니 가서 받아들이는 거야 그녀를 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해 Then you can start to make it better Hey Jude begin You're waiting for someone to perform with And don't you know that it's just you Hey Jude, you'll do The movement you need is on your shoulder
Hey Jude Don't make it bad 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Remember to let her under your skin Then you can begin to make it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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