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이 탈락했다. 어쩌면 모두들 말은 안했지만 예감하고 있던 전개 그대로라서 아무도 울지는 않았다.
정준영이 숙소를 나간다고 했다. 믿겨지지 않았다. 정준영 없는 방에서 나 혼자 자야 한다. 적응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어쩐지 나는 정준영이 그토록이나 말했던 외로움의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아픔까지도
슈퍼스타K
잊었니 날 잊어버렸니-
상우는 남은 멤버인 딕펑스와 함께 저번 방송을 다시보면서 준영의 무대를 살폈다. 이번엔 진짜 잘했다. 잘했어. 박수칠때 떠난거다 그 사람은. 그 사람에게는 지금 이 시점이. 사람들이 박수를 칠때 떠나는게 이득일 것 이다. 상우는 준영의 목소리를 따라 흥얼거렸다.
생각보다 별 감흥없이 쭉 방송을 살펴보며 현우와 감흥없게 농담따먹기를 주고 받았다. 눈가가 건조했다. 왜이렇게 쓰린거지. 상우는 생각보다 괜찮은 자신이 웃겼다. 준영이 숙소를 나가면 정말 누구 하나 죽는 것 처럼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단지 자꾸만 준영을 찾게된다는 어이없는 습관이 문제다.
준영을 떠나보내던 날도 괜찮았다. 울지 않았다. 눈물도 안났다. 슬프지도 않았다. 그냥 준영이 걱정됬을 뿐이다. 그런데 준영없이 혼자 잠을 청하면서 느꼈었던 것 같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준영은 외로워서. 외로워서 죽을 것 같아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탈락자는 정준영씨 입니다!
껄껄, 저거 봐라 준영이가 하도 잘생겨서 내가 옆에 있으면 저렇게 된다니까. 가람이 껄껄거리며 웃는다. 현우는 그때 탈락의 기억이 생각난듯 그냥 조금은 씁쓸하게 티비를 바라본다. 준영아 보고싶다! 재흥이 오버를 하며 소리를 치다가 곧 화면 앞으로 튀어나가 그 큰 티비를 한번에 껴앉는다. 오버 싸지마! 장난스레 가람이 빽 소리를 내질렀다.
상우는 문득 재흥이 끌어안은 그 티비 화면으로 준영의 얼굴을 봤다.
“아…….”
준영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야 말았다.
상우는 그제서야 가슴이 울렁거리는걸 비롯소 느꼈다. 귓가가 멍해지면서 딕펑스의 목소리가 흐릿해져갔다. 그래 맞다, 슬프지가 않을리 없었다. 괜찮을리 없었다. 근데 그걸 왜 이제야 알았지? 상우는 그제서야 준영이 숙소를 떠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준영을 찾을 수 없다. 이름을 불러도 준영은 보이질 않는다. 아무런 얘기조차 더는 나누지 못한다. 고작 일주일? 상우는 그야말로 지옥에 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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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는 다시 적응해나가야 했기에 적응해 나갔다. 익숙하지않은 아픔이었지만 상우에게는 목표가 있기에 적응해나갔다. 쉬웠다. 그래 고작 일주일이야. 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 물면 되니까. 상우는 그저 준영이 보이지 않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는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묘한 감정이라는 것을 아니까 말이다.
“내일이야 이제”
쇼파에 앉아서 허리를 피고 하품을 쩍 쩍 하는 현우가 문득 그렇게 말했다. 그러게요.
“내일 마지막인 거죠”
벌써 세달이다. 처음 슈스케를 지원했을때가 문득 떠올랐다. 그때 유투브에 올린 동영상에 댓글로 당신은 슈스케 스타일은 아니라고 분명 떨어질 것 이라고 누군가 달아놓았었다. 생각해보니까 그것에 욱해서 지원했던 것 같다. 허허, 바람빠진 소리를 내보였다.
“여기 온게 벌써 세 달이나 됐어”
“진짜 빠르다…내일이면 애들 다 만날 수 있겠다.”
참고 견뎠더니 드디어 오는 구나. 상우는 뒤를 돌아 액자를 바라봤다. 단 두개 남았다. 막 추억팔이를 하며 감성에 젖어 무언가를 말하려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에? 이건 또 뭐야. 항상 제작진들은 말해주지 않고 이렇게 비밀로 일을 처리하곤 한다. 이승철이 왔을땐 딕펑스도 상우도 너무 놀라 좀 말 좀 해달라니까 제작진은 리얼에서 나오는 그 표정이 너무 웃기다며 끝까지 말을 해주지 않을 것 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뭐 미래심사위원님이신가. 윤건심사위원님이신가. 그러고보니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던 윤건의 말이 떠올랐다. 상우는 기분좋게 웃는다.
가람이 어이구구- 하는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잡고 일어섰다. 인터폰을 귓가에 대고 누구세요? 한다. 웅얼 웅얼, 뭐라고 들릴 듯 말 듯. 가람이 엥? 한다. 그리고 기분 좋은 웃음이 담깅 목소리로 말한다.
“어? 이거 정준영인데?”
상우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으며 네?? 진짜에요?? 라며 재빠르게 현관앞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자 현우가 잡아챈다. 안되! 가지마! 기분이 여간 좋았는지 괜히 또 장난을 걸어온다.
곧 가람이 뛰어가 현관문을 열자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들리면서 준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상우는 준영만 눈에 보였다. 그새 살이 더 빠져있네. 옆으로 반갑게 다가가니 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툭툭 어깨를 쳐준다. 그러면서 담배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아 이 형 또. 준영이 쇼파에 앉으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코가 찡해. 상우는 그런 준영이 못마땅했지만 그냥 다 용서해주고 싶었다.
“형 어떻게 지냈어요?”
“로이 너 몰랐어? 준영이 지금 스캔들로 난리잖아, 어휴 이 트러블 메이커!”
나래가 장난스레 말하자 준영이 딴딴따단! 딴딴! 딴따단! 트러블 메이커! 하며 멜로디를 부른다. 상우는 이게 또 뭔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승우가 그런다.
“지금 준영이 형 난리십니다!”
“넌 아직도 말투가 그 모양이야?”
“다나까는 마력입니다!”
“아 갑자기 정환이 보고싶다.”
상우는 더 자세히 듣고 싶었는데 다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 신경쓰이는건 나 뿐인가? 상우는 준영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뭐했어요?”
“응? 뭐가?”
“뭐 했냐구요”
“나 아무것도 안했어!”
“내가 클럽다니지 말라고 했죠. 술 담배 적당히하고.”
“야, 그건 내 라이프지! 마이 라이프!”
마이 롸잎-! 상우는 준영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꼬집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사생활 관리가 필수라니까 그러네!
그걸 보고있었는지 예슬이 그런다. 두 분 무슨 부부같으십니다! 예슬아 말투가 왜 아직도 그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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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 간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준영은 상우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나 이틀동안 한시간 잤다? 상우는 어이가 없어서 준영을 그대로 눕혀버렸다. 자세요 그럼. 안되 우리 단체무대 연습있어. 상우는 어쩐지 아까부터 기운없는 준영을 알 것 같았다. 그럼 이틀동안 술만? 여러의미로 대단한 인간이다.
“형 나도 느꼈어요.”
“뭘?”
“외로움이요.”
억지로 눕혀도 일어나려고 발버둥치던 준영이 어느새 잠잠해졌다. 아 괜히 말했다. 괜히 오글거리는게 다리미 플리즈!
“그래서 어땠어?”
“…네?”
예상치 못한 답변이다.
“내가 보고싶었어?”
준영은 이미 상우를 꿰뚫어본 것 처럼 말했다. 내가 보고싶었지? 그렇지? 막 나랑 얘기하고 싶었잖아. 상우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았다. 그저 묵묵히 삐죽 삐죽.
“너 남자랑 키스해본적있어?”
“…왜 갑자기 얘기가 그렇게 나가요??”
“난 해본 적 있당?”
자랑이라는 듯 자랑스럽게 말하는 준영때문에 상우는 머리가 아파왔다. 아, 이 형을 어쩌면 좋을까.
“너도 한번 남자랑 키스해봐”
“제가 남자랑 키스를 왜 해요??”
“생각보다 좋아 로이.”
“됐어요 형이나 실컷 하세요.”
준영은 상우를 놀리는것에 성공했다는 듯 킥킥거린다.
“내가 정말 남자랑 실컷 키스했으면 좋겠어?”
“…그럴 남자나 있어요? 여자면 몰라도….”
“야 나 락커 정준영이야! 왜이래? 나 남자한테 인기 존나 많아!”
“예예 축하드립니다.”
준영은 상우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 상우의 손을 잡아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뭐라는 거야. 간지러워. 상우는 바보같이 킥킥거리며 웃었고 준영은 그런 상우가 재밌는지 덩달아 웃는다.
“뭐라 썼게?”
“김상우 바보?”
“유치하다.”
“형이 더….”
준영은 심술이 가득한 얼굴로 상우의 허벅지를 자그만한 머리통으로 통통 두드렸다.
“상우야 나 여친생겼다?”
“…네?”
갑작스러운 말에 상우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진짜 충격적인 소리를 들은 마냥.
“뭘 그렇게 놀라?”
“누,누,누구, 아니, 은아씨?”
“에이-”
“잠,잠깐만요,누,누구지, 누구?”
“사실 아직 여친은 아닌데…아, 그냥…방송 나오기 전부터 몇번 사겼던 애야.”
“그니까 누구요!”
“말하면 알아? 기다려봐, 곧 소개시켜줄께.”
갑작스러워도 이렇게 갑작스러우면 안되지! 이건 반칙이라고! 상우는 준영이 탈락했을때보다 더 신경이 거슬렸고 머리가 아파왔다. 이건 그거랑은 확연히도 다른 문제인데 왜이렇게 슬프고 당황스러운지.
“하여튼 넌 먼저 알고 있으라고….”
“…남자랑 키스한 얘기에 이어서 갑자기 여친…….”
준영이 킥킥거리며 낮게 웃는다. 상우는 몇번이고 준영에게 소리쳤다. 적응안되요! 이런 주제는 별로에요!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카메라도 있는데! 준영이 마냥 웃는다. 나 원래 또라이잖아. 상우가 입을 다물었다. 얘기를 하지 말자.
준영이 잠시 자기라도 하려는듯 조용해졌다. 물끄러미 준영을 보던 상우는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괴롭히고 싶었다. 울컥 울컥. 자꾸 이상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문득 준영이 눈을 떴고 상우와 그대로 딱 마주쳐버렸다.
“너 게이야?”
“허??이건 또 뭔 소리에요??”
남자와 키스한 일에 이어서 여친얘기 그리고 난데없이 게이냐는 직설적인 물음. 상우는 준영을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다. 이 또라이!
“게이면 좋겠다.”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요!”
정말 도통 알수가 없는 사람이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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