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건물 앞에 다다르니 보기좋고 부드러운 달콤한 냄새가 났다.
계란빵 이었다. 셋이서 자주 사먹었었다.
특히 들이형이 아주 좋아했다.
4개를 사면 진영이 형이 하나먹고 내가 하나 먹고 들이형이 꼭 두개를 먹었으니까
오랜만에 좀 사서 먹여야 겠다.
'형 저왔어요.'
'....찬이야?...'
'네..'
'..진영이 형은?..'
오자마자. 늘 그렇듯 진영이 형을 찾는다. 내가아닌. 붕대가 칭칭 감긴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익숙해졌지만 기분이 편안한 건 아니다.
들이형이 진영이 형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했다는 거니까.
'진영이 형은 나중에 올꺼래요. 나중에.'
'참나. 꼭 보러 오겠다고 했으면서...바보'
'...아...형! 계란빵 사왔어요! 하나 먹어요.'
계란빵을 손에 쥐어주자. 됬어. 입맛없어 라면서 내손을 쳐낸다.
이거라도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 병원 밥도 맛 없다면서 안 먹고. 군것질도 안하고
그렇게 해서 언제 병이 낫겠어.
'아...진영이 형 보고싶다.....'
들이형은 또 다시 진영이형을 부른다.
언제쯤 말해줘야 괜찮을까. 진영이형은 죽었다고. 형이 밤공기가 마시고 싶다고 했을 때.
둘이서 밤에 차를 타고 나가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을 그 때
큰 사고가 났었다고.
내가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뛰어 갔을 때
진영이형은 이미 눈을 감고. 형은 피를 질질 흘린채 울고 있었다고.
언제쯤 말해줘야 산들이형이 다시 울지 않을까.
다신 진영이 형을 부르지 않고 나를 부를까.
'찬아...응?....형..진영이형.. 불러줘...'
'.....'
'응?...찬아?...갔어...?...'
'....'
'...찬아....어딨어....응?...'
왜 난 이런 사람을 좋아하게 된걸까.
영원히 형 마음엔 내가 들어 갈 수 없을텐데.
맨날 간호해줘도. 맨날 맛있는 걸 사주고 재롱을 피워도.
나보다 진영이형이 형한테는 더 소중할텐데.
왜 나는 이런 사람을 사랑하게 됬을까.
'찬아.....'
'.....'
'울어?....'
형은 눈도 안보이면서 눈치는 드럽게 빠르다.
소리안내면서 우는 게 내 특긴데.
형은 그게 안 통한다.
그러면서 왜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지는 또 모른다.
순 바보야 바보. 많이 아픈 바보..
'....아니예요...형...'
'........'
'...형 가습기 갈아올까요?.. 물이 다 떨어졌..'
'찬아...'
'...네..?'
'....울지마....'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산들이 형을 껴안고 울었다.
몸이 덜덜 떨리지만 여태까지 오래 참아왔다.
근데 오늘은 산들이 형의 내려간 입꼬리를 보니 참을 수 없었다.
진영이 형. 왜 형은 이렇게 예쁜 들이 형을 두고 먼저 가버린거야.
나 혼자 남아서 보살펴야 하니까 힘들잖아.
이 형은 나로는 만족하지 못한 단 말이야.
진영이 형이 있어야 들이 형이 밥도 맛있게 먹고
예전 처럼 장난도 잘칠텐데.
왠 먼저 떠나가서 우리 둘을 힘들게해.
'찬아...있지..'
'.....흐윽....네.....'
'...진영이 형은...앞으로...계속...올 수 없는거지?..'
'..............'
'......네?...'
말없이 산들이 형을 껴안고 울고 있는 데
형이 갑자기 물어왔다. 진영이형은 죽은거냐고
어떻게 안거지. 의사분 얘기를 들었나?
들이형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다 알아...'
'......형.....어떻게...'
'...진영이형.....한테...전화 걸었었는데...없는 번호라고 하잖아..게다가
나 보러 오지도 않고...벌써 입원한지 몇년이나 지났는데..'
'...........'
'지금...진영이 형은...하늘에 있는 거지?.....그치?....'
'.........'
'말해줘...찬아...흐읍...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어...'
'.......흐윽......'
'흐윽...빨리....맞다고...해줘....흐으..읍...'
'...흐읍...형...'
'...맞지?......진영이형...하늘로 간거...흡..'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들이형이 넋이 나간 듯 나를 쳐다 보더니 다시 껴안고 울었다.
산들이 형의 뜨거운 눈물이 내 윗옷속으로 떨어졌다.
따뜻해서. 그리고 많이 슬퍼서. 나도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괜찮아요...형....'
'...흐읍....진영이형.......흐윽....진짜...너무 해...'
'형....내가...'
'흐....으.....읍...보고싶어...보고싶어...으흐..흡..'
'........'
형. 내가. 내가 더 잘해줄께요.
형이 좋아하는 노래 맨날 mp3에 담아와서 들려주고
형 눈 다 나으면 형이 가고 싶던 콘서트도 데려다 줄께요.
그러니까 오늘만. 진영이형 그리워하고 이제 잊어요.
내가 더 열심히 할께요.
형 옆에서 계속 형 지켜줄께요.
내가 형 좋아하는 거 형이 눈치 챌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