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시점
아-..드디어 정리 다했다..이곳 저곳 더러워져있던 집의 청소를 드디어 끝냈다.
더럽게 해맑은 박경, 표지훈부터 짜증나는 친구놈들, 선배들은 물론이고 학생회 멤버들까지 한꺼번에 우리집에 올줄은 몰랐는데..
박경에게 집에 놀러오라고 말 했던게 너무 후회된다.
술들고 온건 좋은데, 왜이렇게 자지구레한것들을 달고오는지 원. 청소하느라 몇시간이나 써버렸다.
거실에서 놀았는데 왜 쓰레기가 내 방 장농위에도 있는거야?
권지용 선배도 웃으면서 도와주겠단듯이 말하다가 결국은 술만먹고 가버렸고..
'그녀는 뭔가 달라 보통여자와는 오 뭘 입어도 보다 자연스-..'
"뭐, 팍 씨"
[..여보세요는 어디갔어?]
"뭐, 팍 씨"
[아 미안미안. 화내지마, 술마셔서 골 아파]
"왜 전화한건데"
[..청소 다했냐고,헿]
"다음에 만나면 너 사망,빠이"
오이같은 놈의 전화를 끊고 화를삭혔다. 하여튼 박경 얜 늘 매를 벌어요.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지 꼭 나대서 빡치게해요.
아..내가 지금 세시간동안 청소하고 어제 술먹는다고 낙서 믹테도 못모았는데..우리 아빠 해외나갔다고 겁나 막나가네 짜증나게.
시계를 보니 저녁 8시다. 저녁도 못먹었고..시켜먹기엔 돈 아까우니까 편의점이나 갈까.
편한 티에 청바지, 후드집업을 입고 삼선슬리퍼에 발을 구겨넣어 집 밖으로 나섰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후드집업을 뒤집어쓰니 조금은 따뜻해졌다. 집근처 공원을 지나 편의점에 가니 늘 보던 형이 알바를 하고있다.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불닭볶음면을 계산한뒤 편의점밖으로 굳은 몸을 이끌어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라 찬바람도 쌩쌩불고 옆구리도 시리고, 집에서 불닭이나 먹으며 열내야겠다.
공원 분수에가서 내일은 운좋게해달라고 동전던지고 와야지.
우리집에서 5분거리인 공원은 내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곳이다.
시설은 잘 되있는데 이상하게 사람이 잘 안오고, 분수 중앙에있는 항아리에 동전을 던져서 만약 동전이 항아리안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뤄지기때문이다.
불닭을 사고남은 5백원짜리를 손으로 슬슬 비비면서 분수쪽으로 크게 걸어가니 분수 옆 벤치에 이상한게 하나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않기에 가까이 다가가 폰 플레시를 키니 작은 애 하나가 벤치에 앉아있다.
뭐지 쟤는..?
지금 시간이 몇신데 여기에 있는거지?
요즘 애들은 어릴때부터 학원 뺑이친다던데 그거때문에 빡쳐서 집이라도 나왔나. 애 표정이 아주 그냥 가관이다.
얼굴이 온통 눈물로 젖어있는주제에 인상은 찌푸리고있고, 바람까지부니 추운지 덜덜 떨고있다.
...저런애를 무시하고 갈 정도로 내가 나쁜사람은 아닌데.
거슬려죽겠네 진짜.
인상을 찌푸리고 꼬마애가 앉아있는 벤치 앞으로 갔다. 얘는 내가 공원에 들어온걸 이제야 안건가.
눈을 크게뜨고 목이 빠져라 나를 올려다보는게 어린애답다고 잠깐 생각했지만,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뒷목을 주무르는 꼬마애의 모습에 나는 급하게 공원 찬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이렇게 쪼그려 앉아 아이를 바라보니 이제 겨우 시야가 맞는지 울던것도 생각안나는지 방긋방긋 웃고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푹- 내리쉬며 아이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물어봤다.
"너 왜 여기에있어? 지금 시간이 8시가 넘었어. 집에 가야지,어린애가."
"..아-..."
"너희 부모님 걱정하실라. 얼른 집에 가야 착한 어린이야"
"..."
"그니까 빨리 집에가라"
"..아저씨이-"
"왜"
"나..나 가족 엄써.."
"..어..?"
아이의 말에 정신이 순간 멍해졌다. 가족이 없다니? 초등학교 입학도 안 한 것 같은 이런 작은애가?
아 설마..
좋지못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왜 안좋은 기억만 소설쓰듯 잘 생각나는건데.
그러고보니 이 꼬마애 손에도 상처자국이 덕지덕지있는데다가 얼굴에도 반창고를 붙이고있다.
설마 진짜 그런건 아니겠지?
"엄마가아..엄마가 나 요기서 기다리라고 했는데..근데 엄마 업써져써.."
"아.."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석보다 더 불쌍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딱히 동정하진 않았다. 그때 당사자가 느낄 기분이 얼마나 엿같고 비참한지, 이미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표정을 굳히자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금만 더 정색하면 울어버릴것같아서 억지로 헤실헤실 웃으며 아이를 안아들었다.
어려서 그런지 생각보다 더 가볍긴한데, 자꾸 발버둥쳐서 약간 힘들다.
"으히힉!! 뭐하는거야, 아저씨이!!내려줘 내려줘!!"
"너 그럼 여기 계속 있을꺼야아? 일단 경찰서라도 가자아. 실종신고는 좀 하자고오-"
"내 말투 따라하지마! 글고 우리엄마 여기 올꺼야아!! 오기로 나랑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어! 도장도 찍고 복사도 했단말야-!!"
"그래서 너 몇시부터 여기서 기다렸는데"
...
조용해진 아이의 몸을 조금이나마 더 편하게 고쳐안고 급하게 뛰었다.
붉닭볶음면 먹고싶었는데..내 애인 불닭양은 쓸쓸하게 공원 바닥에 널부러져있었다.
아씨 진짜 어쩌냐...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짜증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내가 조금 사납게 생기긴 해도 진짜. 술 좀 마시긴 해도 진짜.
나 나쁜사람아닌데 왜이렇게 의심이야 경찰들이.
공원에 혼자있던 애를 데려왔더니 오히려 나를 추궁한다. 내가 얘 납치한거 아니냐고, 생긴게 범죄자상으로 생겼다고.
"학생, 내가 이러고싶진 않은데 말야. 바른데로 말 하라니까"
"공원에 어린애 혼자있어서 데려왔는데 그것도 범죈가요. 쟤가 직접 본인 입으로 엄마가 여기서 기다리라고했는데 엄마가 안온다고 저한테 말했는데"
"끄응..."
젊은 경찰이 날 추궁하던 늙은 경찰에게 다가왔다.
둘이서 귓속말을 하더니 대뜸 한숨을 푹 쉰다.
그러더니 책상 서랍을 뒤적여 츄파춥스를 2개 꺼내더니 하나는 내 손에, 또 하나는 꼬마애 손에 쥐어준다.
이게 뭐냐는듯 바라보니 젊은 경찰이 늙은 경찰 옆에 의자를 하나 끌어오더니 내 앞에 앉아 한숨을 푹푹 쉰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그게..최근 몇일간 들어온 실종아동 신고가 단 한건도 없어서요.."
"네?"
"..아마 저 애 부모님은 저 애를 정말 버렸거나..아님 정말 정신없이 찾고있을것같은데..일단 그쪽이 저 애를 맡아주시면 안될까요?"
곁눈질로 구석에 앉아 사탕을 먹는 꼬마애를 바라봤다.
내 눈빛을 알아챘는지, 그 짧은 다리로 도도도 달려와선 내 옆으로 다가왔다.
아이에게 자리를 내어준 뒤 아이의 옆에 서서 다시 젋은 경찰을 바라봤다.
"..저 고등학생인데요"
"죄송합니다. 저희쪽에선 뭔가 방안이 없어서요. 일단 잠깐 맡아주시면 부모측에서 전화가 오는 즉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으, 어린애는 별론데..그렇다고 이런애를 두고갈수도 없고 어쩌지..
챱챱 사탕을 먹으며 그저 날 보는 아이를 마주봤다. 얘를 키워,말어하고 한참 고민하던 도중 가만히 사탕만 먹던 꼬마애가 내 옷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우리 엄마는?"
"...아-그게"
"우리엄마 어디있어? 나 아빠두 없는데..엄마 나 없으면 안된단말야.엄마는?"
"어-그.."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다.
제딴에는 쿨쩍거리며 참는것 같은데,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수도꼭지 터진듯 펑펑 흘러나오는게 보통 서러운게 아닌가보다.
"..으..흐으..엄마아 보고싶어어..으허엉.."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을 울던 꼬마애는 젋은 경찰이 '엄마를 꼭 찾아주겠다'고 다짐한 뒤에서야 겨우 울음을 멈췄다.
울어서 빨개진 두볼에 양 손을 가져다대고 멍하니 있던 아이는 경찰을 향해 고개를 도리도리하더니 '아녀,나 엄마 없어도 되여'라고 말하며 내 옷소매를 다시 잡고 흔들었다.
"아저씨가 그냥 내 아빠해줌 안대여?"
"허-..그게 말처럼 쉽나.."
"으응..그래두 난 아저씨같은 사람이랑 가치살면 조을것 가툰데.."
"그래 학생. 잠시동안만 같이 살면된다니까. 혹시 돈 때문에 그래? 돈은 걱정마. 애 엄마 찾으면 그쪽에서 다 보상해줄테니까"
미치게하네 진짜.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아이를 안아들었다. 돈이야 넘쳐나도..뭐, 애 하나쯤 키워보는것도 괜찮겠지.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환연 현지 인기 많은 거 보면 동탄 미시룩 어쩌고 해도 예쁜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