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밥을 다 먹은건지 꼬맹이는 컵에 입을대고 물만 마시고있었다.
"아저씨, 아까 아저씨가 먹고싶은거 다해준다고 했자나여"
"아, 그랬지"
"...미리 주문해놔도 되여?"
어.
된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꼬맹이의 입에서 먹을것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볶음밥, 계란말이, 육개장, 소고기무국부터 내가 못만드는 초밥, 회까지 나오는게...요즘애들은 이렇게 많이먹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음식이름이 많이나왔다.
"다 만들어줄테니까 조금씩 말하자"
꼬맹이의 말을 대충 자르고 접시를 들어 부엌으로 갔다. 몇일전부터 설거지를 안했더니 밥그릇이 꽤 많이쌓여있었다.
...인스턴트만 먹고 지냈던것같은데 왜이렇게 많아?
손이 잘 안들어가는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에 퐁퐁을 짜 익숙하게 설거지를했다.
[금주의~주간-아이돌!!]
TV를 보는건지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금주의 주간아이돌을 매번 챙겨보는 나이기에 재방송인 저 프로를 지금 볼필요는 없지만 괜한 호기심이 들어 점점 설거지를하는 손이 빨라졌다.
설거지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선 얼른 달려가 쇼파에 앉았다.
"...아,뭐야. 블락비였어?"
...뭐야,블락비였네.
데뷔 초부터 블락비에 입덕했던 나여서인지, 큰 호응이 나가질않았다. 거의 모든 BBC들이, 이러면서도 블락비를 챙기겠지만말이다.
한창 블락비 멤버들이 색깔을 온몸으로 표현하고있을때 꼬맹이를 바라보니 뭐가 재미있는지 꺄륵꺄륵 웃고있었다.
"아하핳. 저 사람들 완전 웃기다!! 아저씨 저 사람들 알아요?"
"당연하지. 내가 쟤들 팬인데"
"우와,진짜요? 음~그럼 아저씨가 보기에 저 일곱명중에서 누가 제일 잘생긴것같아요?"
"정형돈?"
"장난치지말고여!!"
"당연히 지코지"
지코처럼 매력넘치는 사람 드무니까.
"엑-..저 눈찢어지고 코큰사람이요? 난 저사람보단 입 하트인사람이 더 잘생겼는데에.."
"코큰걸로 뭐라그러면 너 벌받아"
"...아저씨, 그러고보니까 지코랑 닮았네요"
"하핳.내가 그렇게 잘"
"코크고 눈째진게 둘이 똑닮았어"
"뭐?!"
아오,이 꼬맹이를 진짜.
그렇게 한참을 이태일과 엎치락 뒤치락하며 싸웠다. 물론 쇼파 위에서.
지코가 잘생겼네, 아니 지코는 코가 너무크네, 피오는 못생겼네, 못생긴게 쟤는 매력이네 한참을 투닥거리다가 결국 승리한건 이태일이었다.
쇼파에 지쳐 널부러진 내 배위에 앉아 피오가 잘생겼다고 말해!!라며 날 협박하는 이태일에게 결국 피오가 잘생겼다고 말해버리고선, 쇼파 손잡이에 목을 괴어 시계를 바라봤다.
벌써,8시.
이제 슬슬 애 씻기고 재워야겠다.
내 배위에 덜렁 드러누워 TV를 보는 이태일을 들어 옆구리에 달랑달랑끼고선 바로 욕실로갔다.
욕실 문 입구에 이태일을 내려놓자마자 이게 뭐냐는듯 눈만 껌뻑거리며 날 본다.
"씻어야지. 안씻고 자려고?"
"..아.."
"안에 따뜻한 물 준비하고있을테니까, 옷벗고 들어와"
꼬맹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욕실로 들어와 물을 틀었다. 바지 소매부터 옷 소매를 모두 걷어올리고선 물을 적당히 따뜻하게 만들었다.
딸깍-하는 소리와함께 문이 열리고 꼬맹이가 들어왔다.
"...."
순식간에 굳어버린 내 얼굴때문인지 꼬맹이는 가만히 문을 잡고 서있었다.
푸욱-한숨을 내쉬고선 꼬맹이를 불렀다. 씻어야지,빨리 들어와.
꼬맹이가 쭈뼛쭈뼛 들어와 내 앞 욕실의자에 앉았다.
목욕타월에 바디워시를 들이부워 거품을 냈다. 그러고선 꼬맹이의 상처에 닫지않게 조심조심 몸을 문질렀다.
...솔직히, 지금의 내 입장에선 왜 이렇게 상처가 많은지 물을수가 없었다.
남이라기엔 같이 사는 사이, 친하다기엔 어제 만난 사이. 내가 이 꼬맹이에게 물을수있는것은, 대화할수있는 주제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그러니까 직접 말해줄때까지 나는 기다리는수밖에 없다.
꼬맹이의 상처를 피해 조심조심 물을 부어 거품을 헹궈냈다.
상처에 비눗물이다 샴푸가 들어가지않도록 정말 조심조심 꼬맹이의 머리를 감겨주고있을때, 꼬맹이는 제 머리의 거품을가지고 이것저것 손장난을 치고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냥 이상한 모양의 거품인데, 애가 보기엔 뭐가 달라도 다른건지
거미-나비-아저씨-..
...아저씨?
"그게 나라고? 방금 그게?!"
"네!!완젼 똑같죠?"
"하나도 안닮았어!! 그런 거품조각이 어떻게 날 닮아?!"
"그럼 내가 다시 보여주면되죠?...짜쨘- 잘 봐봐요. 이게 코고 이게 눈! 입술 두꺼운것까지 다 똑같죠?!"
에라이. 대충 꼬맹이의 머리에 물을 부어 머리를 헹궈주고선 수건으로 물기를 탈탈 털어줬다.
옷이 젖는게 느껴졌지만 꼬맹이를 한팔로 안고 욕실에서 나와 큰 수건으로 몸을 둘둘 말아준다음 꼬맹이가 입을 잠옷을 가져왔다.
"아저씨..이런 취향이었어요?"
"조용이해라"
"넵"
꼬맹이에게 대충 속옷과 잠옷을 입혀준다음 꼬맹이의 손을 잡고 침실로 향했다.
이불을 들춰내고 꼬맹이를 눕힌 뒤, 불을 끄고서 은은한 스텐드를 하나 켰다.
나만 말똥말똥 바라보는 꼬맹이의 눈을 손으로 쓸어 감겨줬더너 이젠 잠이 안온다고 찡찡댄다.
"나 지금 잠 안오는데에-"
"..어린애는 일찍 자야 키도크고, 나중에 나처럼 자랄수있어"
"그럼 지금 자면 안되는거아냐"
뭐임마?
꼬맹이에게 작게 화를내며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데운다음 컵에 따라 꼬맹이에게 가져다줬더니 꼴깍꼴깍 참 맛있게도 먹는다.
입가에 우유수염이 생긴줄도 모르고 헤-웃는 꼬맹이를보며 옷소매로 입가 우유를 쓱쓱 닦아줬다.
"우유머그니까 졸려어-.."
"...그래.잘자라"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그대로 침실을 나와 불을 모두 끄고 거실 쇼파에 드러누웠다.
이태일 몸에있던 상처자국이 ,자꾸 목에 이물질이 걸린듯, 날 찝찝하게 만들었다.
나와 꼬맹이가 얼른 친해지길 빌며 눈을 감았다.
얼른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길.
...꼬맹이가 얼른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