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은 전 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실 분입니다. 제가 그랬지요, 도련님은 달님 같다고요. 달은 한 곳만 비출 수 없어요. 어둠에 잠긴 모두를 비춰야 하지요. 저 혼자 그 달빛을 독차지할 순 없어요. 저는 도련님의 정인이 되기엔 너무 부족한 사람입니다. " 제게는 그 달빛이 너무도 밝습니다. 너무 밝아서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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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그런 것을 바란다 하였느냐? 내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연화 너란 말이다." "혼례를 코앞에 두신 분이 어찌 그리 말하십니까?" "그것은 이미 다 말해 두었다. 어제 한낭자를 찾아간 것도 그 때문에 찾아갔었다." 내 귀가 어떻게 되었거나 내 머리가 어떻게 되었거나 아님 정말 도련님이 어떻게 되었거나 셋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왜 그러셨어요? 저 같은 것 때문에 왜 도련님이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아씨같이 좋은 분을 두시고... 왜 저 같은 것을..." "말했지 않느냐 네가 나의 정인이 되었다고. 넌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그런데 네가 너 자신을 그렇게 낮춘다면 나는 그만큼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겠지." 입술을 깨물어도 주체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에 도련님의 엄지손가락이 눈물자국을 슥슥 지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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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연화 네가 나를 계속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구나." "어떻게 제가... 어떻게 제가... " 저에게 왜 이리 다정하게 구십니까. 다정하게 대해주지 마십시오. 저도 도련님께 저의 사람이 되어 달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당신을 당당히 사랑한다고 은애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도련님, 당신을 제가 사랑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이가 내게 고백을 해 주는데 왜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는 걸까. "힘들지 않을거 라 말하진 않겠다. 너를 내 곁에 두려면 연화 네가 앞으로 많이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있어주지 않겠느냐? 이기적이라 욕해도 좋다. 그래도 내 곁에 있어주면 안 되겠느냐?" "제가 도련님 곁에 있으면 도련님이 더 힘드실 겁니다." "상관 없다." "도련님은 시녀와 정분을 나눴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신뢰를 잃을 것입니다." "상관 없느니라." "전 씨 가문의 후계자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르십니다. 전 씨 가문을 이어나가실 분은 도련님뿐이십니다." "상관 없다 하지 않았느냐. 나는 이제껏 오로지 후계자가 되기 위한 길만 걸어왔다. 사람들이 원했으니까. 혼인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이 가문의 후계자로써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런데 연화 너를 만나면서 나는 이대로 정말 괜찮은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넌 내게 달 같다 했지만 내게 너는 태양 같은 사람이다. 옛날부터 그랬지. 너와 말을 하거나 함께 있을 때는 왠지 모르게 항상 따뜻했다. 그리고 돌아서면 내겐 더욱더 어두운 밤이 몰려왔지. 너란 아이는 너무도 따뜻해서 너를 만나고 나면 내 삶이 얼마나 추운 한겨울 밤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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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질 것만 같은 눈동자는 오롯이 나를 향해 있었다. 어쩌면 제일 처음. 그의 검은 두 눈동자를 마주한 날. 그때부터 나는 도련님을 사랑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자신이 없습니다. 도련님 곁에서 제가 버틸 수 있을지... 제가 가장 버티기 힘든 것은 다른 이들의 손가락질이 아닌 도련님이 이런 제게 질려버릴까 봐, 떠나버릴까 봐. 두렵습니다. 다른 것은 다 견딜 수 있어요. 저를...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그 약속만 지켜주신다면 저는 언제까지고 도련님 곁을 지킬 수 있어요." "내가 너를 버리는 일은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져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인연이라면... 그리하겠습니다. 머리를 쓰다듬는 도련님의 다정한 손길이 휘몰아치는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있었다. 쓰러졌다 일어나니 더 쓰러질만한 일이 나타나서 약간 어지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정말 너무하십니다. 어찌 이리도 급작스럽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너무 놀라 정신이 없습니다." "놀란 것은 오히려 내 쪽이다. 이렇게 쓰러지기나 하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그것은... " "차에 독이 들었다는 것은 어찌 알았느냐?" "도련님은 단 것을 안 좋아하시잖습니까. 특히 모과는 싫어하셔서 안 드시는데 차가 모과차더라고요... 그리고 그 아이 말입니다. 자신의 지기가 죽은 게 아씨 탓이라 여겼던 모양입니다. 실은 그때 죽은 시녀 아이가... 도련님을 사모했었습니다... " 도련님은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셨다. 죽은 선애의 이야기, 나와 절친했던 정이의 이야기까지.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 설켰지만 끝내 남는 것은 안타까움과 미안함이었다. 나 역시 그들과 같았는데 왜 우리는 그대들의 인연이 아니며 이어질 수 없었나. "그러니 부디 저를 놓지 마십시오." "내 너를 절대 놓지 않으마." 이 인연을 놓치게 된다면 내게는 죽음 뿐이리라. 밤이 너무 깊어 도련님은 돌아가셔야 했다. 괜찮다는 것을 어린애 마냥 내 몸을 눕혀 이불까지 끌어올려 주시고 돌아가셨다. 도련님을 만날 땐 항상 꿈꾼 것처럼 몽롱해지는 기분이다. "아우 무슨 얘기를 그렇게 길게 하니? 솔직히 말해 봐, 방에서 무슨 짓 했어?" "무, 무슨 짓이라니?" "으이구 그랬어요? 너 도대체 어떻게 철옹성 같은 정국 도련님을 꼬신 거야? 다른 애들도 아니고 연화 네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도 몰랐어... " 도련님이 오늘 내게 해 주었던 말들. 밤하늘 달 같던 그분의 눈빛과 목소리. 따스한 손길.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하다니.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잊지 못할 밤. 심장의 낮은 두근거림을 자장가로 잠에 들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눈이 떠졌고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나는 아씨의 시중을 들어야 했다. 도련님이 아씨에게 무어라 말씀하셨을까. 그 말을 들은 아씨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씨의 얼굴을 어떻게 뵈어야 할까. "여우 한 마리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은 몰랐구나." "......" "그것도 모르고 그분 마음에 들기 위해 내 그리 노력했어.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주 우스웠겠구나." 상냥한 아씨의 입에서 나온 모진 말들이 슬프게만 느껴졌다. 평소에 저리 말하실 분이 아니란 걸 며칠 동안 모시면서 알 수 있었다. 나 때문이다. 그 좋으신 분을 이렇게 만든 것은. "그 분 마음에 다른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마음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만 천치 바보가 되었구나." "송구하옵니다..." "내 오늘 어머님을 찾아뵈어 본가에 돌아가겠다 말씀드릴 것이다. 준비해 두도록 하여라." "... 예, 아씨." 갈 채비를 마친 뒤 주인마님이 계신 안채에 도착하였다. 주인마님께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씨를 맞으셨다. "어서 오세요, 낭자." "소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본가로 돌아가겠다는 아씨의 말에 주인마님께서는 매우 당혹스러워하셨다. 혼인을 바로 앞에 두고 파하려는 연유를 묻자 아씨는 정국 도련님께 따로 정인이 있다 말하였고 그 말을 들은 주인마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정인이라뇨?" "도련님께서 제게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어머님... 아니, 부인께서 직접 정국 도련님에게 여쭤보시지요. 그럼 소녀 지금 바로 돌아가겠다고 본가에 전하겠습니다." "낭자!" 자리를 뜨는 아씨의 뒤를 따라 나갔다. 조신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차갑고 단호한 아씨의 모습이 굉장히 낯설었다. "바라던 대로 되니 아주 기분이 좋겠구나." "아닙니다..." "하, 거짓말. 너 좋으라고 내가 물러나는 줄 아느냐? 내가 여기서 물러나는 것은 나를 위해서이니라. 시녀와 사랑에 빠진 도련님이라 이제 전 씨 가문도 영 글러먹었군. 너는 이제 돌아가거라. 그 얼굴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 도련님,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맞는 걸까요? 이런 제가 도련님 곁에 서도 되는 걸까요? 보고 싶습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기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 암호닉 - [새싹][칭챙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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