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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 / 엔 ] 애정표현  

  

  

* * * * *  

  

  

솔직하게 처음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사귀는 사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서 고등학교도 같은 곳으로 진학하며, 중1부터 고1까지 고심하던 내가 먼저 고백을 했던 것이다.  

  

  

“택운아.”  

  

“응.”  

  

  

그 때도 저렇게 대답했었다. 택운아, 나랑 사귀자. 응.  

무슨 일이냐는 듯 빤히 바라보는 택운이에게 고개를 저어주니 살짝 머리를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려주곤 다시 영어 지문 해석하기에 집중한다.  

지금은 우리가 고2가 된, 4월.  

택운이와 내가 사귄지는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다.  

그 때 이후로 택운이는 여전히 말도 별로 없었고 들이대는 나를 받아주면서도 애정표현이라곤 전혀 없었다.  

애기들보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웃음과 귀엽다는 말들도 나는 애기가 아니라 제외였다.  

나 좋아하냐고 얼굴에 철판깔고 물어도 그저 무미건조하게 ‘응.’ 하는 대답뿐이었으니….  

이거 겨우 한 달째에 권태긴가? 그냥 내가 좋아서 받은게 아니라 남자가 고백한게 신기해서 받아준건가?  

이런 물음들이 하루라도 없어진 적이 없어서 헤어질까 고민도 했었다.  

  

  

“무슨 생각해.”  

  

“아니, 그냐앙….”  

  

“곧 1차고사야. 공부해.”  

  

“공부하기 싫다아….”  

  

  

학연이가 아까부터 말을 늘이며 입술을 쭉 내밀고 투덜댄다.  

…귀여워.  

샤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흔들다가는 문득 드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올것 같아서 입술을 꾹 깨물고 웃음을 참아냈다.  

창피했다. 학연이가 애정표현 해주는 것은 좋았는데, 웃는 것조차도 학연이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말로 애정표현이라니. 가당치도 않는 일이었다.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겨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뿐.  

학연이는 자꾸 웃어달라는데…나 웃는 모습 이상하던데….  

  

  

“오늘 일찍 갈까?”  

  

“정말?”  

  

“응. 뚱바도 사줄게.”  

  

  

‘와아!’ 하고 신이난 학연 몰래 택운이 철저히 입을 가리고 웃음지었다.  

보충까지만 하자며 달래놓고 다시 샤프를 집어드는 택운을 따라 학연도 볼펜을 집어들고 깜지형식으로 생물 교과서에 밑줄 친 부분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헤어질까를 고민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거였다.  

무심하게 대하면서도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줄 때도 종종 있어서 거기에 마음이 풀려버리는 거다.  

택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헤어질까하는 고민따위 할 것이 못 됐지만 안타깝게도 학연은 신이 아닌 인간이었다.  

  

  

* * * * *  

  

  

“…….”  

  

“…….”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충이 끝나고 집에 가는 시간.  

저녁 급식으로 나온 제육볶음도 맛있게 먹고 난 학연의 손에는 택운이 사준 뚱바 묶음 2개가 손에 들려있었다.  

그 와중에 한 묶음은 뜯어서 하나는 빨대를 꽂아 쪽쪽 빨리고 있었고 나머지는 가방에 넣어뒀던 터라 걸을 때마다 우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학연이 쪽쪽 우유를 빠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고가지 않았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한 달짜리 동성 커플은 손도 못 잡고 서로 어깨만 스치며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학연은 지금 상태가 꽤나 맘에 들었다.  

택운이가 뚱바도 잔뜩 사줬고, 오늘 저녁도 맛있었고, 아직 노을이 채 지지 않은 하늘이 예쁘니까.  

  

  

“잠깐만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베시시 웃어내는 학연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택운은, 뒤에서 들리는 말소리와 학연의 팔을 살짝 밀어내는 손길에 손을 뻗어 학연의 어깨를 감싸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놀랐는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자신을 바라보는 학연의 시선을 부러 피하며 소리의 근원지인 남학생 두 명이 지나가자마자 학연을 살짝 밀어냈다.  

  

  

“아하하…우리가 늦게 걸어서 답답했나보다.”  

  

  

어색하게 웃으며 좁은 인도를 괜시리 둘러보던 학연은 이내 돌아오는 정적에 다시 빨대만 빨았다.  

잠시를 또 그렇게 앞에 아까 두 명의 남학생들이 내뱉는 음성들을 배경음 삼아 길을 가던 도중, 찻길 쪽에 서있던 남학생이 발을 삐끗하더니 휘청하며 몸이 기울어졌다.  

  

  

“아이, 씨발 존나 놀랬잖아!! 뒤질래?!”  

  

“내가 더 놀랬는데 왜 네가 소릴 질러!”  

  

“이건 진짜 걱정을 해줘도…하, 됐다.”  

  

“걱정했어? 우리 원식이 나 죽을까봐 걱정했쪙?”  

  

“진짜 닥쳐라, 이홍빈.”  

  

  

다행히 옆의 목소리 낮은 남학생이 빨리 잡아당겨줘서 망정이지 진짜 황천길 구경할 뻔 했다.  

시끄럽게 소릴 지르며 투닥거리면서도 원식이라 불린 친구가 이홍빈이라는 애와 자리를 바꿔 자신이 차도로 걷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저게 말로만 듣던 씨발데레인가.  

  

  

“우와…부럽다.”  

  

  

저 둘이 사귀는 사이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저런거 엄청 부럽다.  

나도 한 번 저렇게 넘어지는 척 해볼까?  

그리고 저 모습을 보고 택운이가 뭔가 느끼는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돌아봤지만.  

  

  

“왜.”  

  

“…….”  

  

  

네가 뭘 느꼈을리가 없지. 으휴-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뭘 바란 내가 바보지. 그새 가서 길고양이나 보고 귀엽다고 쪼그려앉아있기나 하고 말이야.  

뭔데 한숨쉬고 말도 안 해주냐는 듯이 택운이의 눈썹이 찡그려졌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저런거 일일히 말하기도 좀 그렇고…그냥 자기가 알아서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  

길고양이긴 한데 아직 털도 깨끗하고 조그만한 것이, 난 지 얼마 안되는 새끼같아보이는데 어미는 어디 간거지?  

  

  

“진짜 귀엽다아-”  

  

“…….”  

  

  

말버릇처럼 말 끝을 늘이며 자신의 옆에 바짝 다가서는 학연을 올려다보며 택운이 고양이의 배를 긁어주며 잠시 고민했다.  

지금 고양이랑 같이 있으니까 말해도 모르지 않을까. 그래도 좀 쪽팔리긴 한데….  

  

  

“나도 만져봐도 될까? 안 물어?”  

  

“안 물어.”  

  

“막 갑자기 할퀴면 어떡해.”  

  

“지금 안 할퀴잖아.”  

  

  

안심하라는 듯이 고양이의 배를 다시 긁어보인 택운이 학연의 손을 잡아끌었다.  

살짝씩 덜덜 손을 떠는 모습이 귀여웠다.  

  

  

“귀여워.”  

  

“어?”  

  

“…고양이.”  

  

“그래도 무서워….”  

  

  

다행이다. 못 알아들었어.  

잉잉거리며 결국 못 만지겠다며 뒤로 물러난 학연을 따라 굽혔던 다리를 펴며 택운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어미가 돌아왔던터라 새끼 고양이에게서 떨어진 것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괜히 큰 어미랑 신경전 벌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운아, 엄마는 크니까 더 무섭…!”  

  

“차학연!”  

  

  

꾀죄죄한 모습으로 사납게 이를 보이며 가르릉대는 어미에 놀라 조금씩 뒷걸음질치던 학연이, 본의아니게 튀어나와있던 보도블럭에 발이 걸려 차도 쪽으로 기울어지고 말았다.  

놀란 택운이 전에 없던 큰 소리를 내며 확 달려들어 학연의 팔을 잡아끈 덕에 위험한 일은 면했다.  

클락션 소리를 귀 아프게 울리며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자동차에 소름이 돋았다.  

  

  

“조심해야지, 너 다칠 뻔 했잖아!”  

  

“우, 운아….”  

  

“차학연 진짜….”  

  

  

많이 놀라고 화나보이는 택운의 표정과 큰 목소리에 찻길쪽으로 휘청였다는 것보다 더 놀란 학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껏 잡고 있던 학연의 팔을 놓아주며 마른 세수를 한 택운이 고개를 숙이더니 웅얼거렸다.  

  

  

“미안.”  

  

“아, 아니야!”  

  

“소리질러서 놀랬지? 안 그래도 놀랐을 텐데….”  

  

“아니야, 나도 미안….”  

  

  

익숙치않은 택운의 모습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덩달아 같이 사과하던 학연은, 뒤늦게 제 손이 뭔가 허전함을 알아챘다.  

품에 안고 있던 우유 묶음과 손에 들고 있던 우유가 바닥에 떨어져서는 더러 몇 개는 터진 것도 있었다.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는 바나나우유에 고양이들이 혀를 내어 핥는 것에 다시 움찔대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학연 대신 택운이 성한 것들을 주워 학연에게 건네었다.  

다행이다, 우유 터진거 안 묻어서.  

  

  

“미안해, 택운아. 네가 사준건데….”  

  

“또 사줄게.”  

  

  

그런건 문제도 안된다는 듯 단호한 어투로 말하며 학연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택운이, 이어 학연의 소매를 잡았다.  

불안해서 안되겠어.  

그 말에 확 얼굴이 달아오르면서도 기분 또한 확 좋아지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우리 택운이 나 걱정됐쪄?”  

  

“…….”  

  

  

택운이 썩은 표정으로 대답도 없건 말건 학연은 정말 자신의 행복 지수가 점점 올라가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몸의 온도까지 올라가는 기분이랄까.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맛보고 있는 학연에게 택운이 푹 고개를 숙이며 작게 말했다.  

  

  

“속상하니까 다치지마. 아프지도 말고.”  

  

“…바, 방금 내가 들은거 환청 아니지?”  

  

“나 먼저 갈게. 내일 보자.”  

  

  

그 하얗던 귀와 목덜미가 서서히 붉게 달아오르더니, 먼저 가겠다며 택운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그 얼굴도 엄청 빨개져있었다.  

잠시 당황하여 어버버거리는 학연을 두고 택운이 빠른 속도로 멀어져갔다. 붙잡을 기회라도 주지 저렇게 달려가면 내가 어떻게 잡아!  

  

  

“택운아! 운아! 나 불안하다며! 소매 잡아줘야지!”  

  

  

교복 와이셔츠 소매를 길게 잡아빼며 학연이 우유를 품에 안고 점이 되어 사라지는 택운에게 소리쳤다.  

집도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같이 가지…많이 쪽팔렸나?  

흐흐흐- 목을 울려 웃는 학연에게는 뭐 아무렴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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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조금 늦게 튀어왔어 정택운 진짜 조곤조곤 챙겨주는거 상상되잖아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옥수수
엉엉 와줬구나 너밖에 없다ㅠㅠㅠ택운이 왠지 저럴 것 같아서 쓰는데 나도 상상되더랔ㅋㅋㅋㅋ
10년 전
독자2
택엔의 묘미는 항상 이기는 것 같지만 잘 보면 차학연한테 맨날 지는 정레오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 저는 생각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둘 다 귀여워섴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 한마디가 그렇게 고민되닠ㅋㅋㅋㅋㅋㅋ
10년 전
옥수수
택엔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아닌척 속으론 학연이가 좋아죽는 정레오가 좋아요ㅠㅠㅠㅠ근데 말로 귀엽단 말도 못하는 정택운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3
진짜ㅠㅠㅠㅠㅠㅠㅠ솔직히 타팬인데 택엔은 진짜 설래ㅠㅠㅠㅠㅠㅠㅠㅠ택엔의 매력은 부끄러움 타는 레오에당당한 학연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옥수수
그게 매력 뽀인트죠!!ㅋㅋㅋㅋ택엔의 케미란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아ㅠㅠㅠㅠ설렌다 택엔 특유의분위기도 좋고 나왜 작가님글을 이제야봤죠?ㅠㅜㅜ 맨날맨날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 신알신하고가여ㅠㅠㅠㅠ
10년 전
옥수수
어휴ㅠㅠㅠ과분할 정도의 칭찬 감사합니다!! 신알신도 감사합니다^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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