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하나 사랑하는 것도 이 정도면 병이라 칭해야겠다.
-병, 서덕준
2. 희망 고문
아, 버스다. 멀리서 오는 116번 버스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툭툭 친다. 엥? 누구?
"안녕!"
세상에
"안녕하세요, 쌤."
"맞네! 어제 본 거. 반갑다ㅎㅎ. 그치."
네 너무 반가워요. 하루 사이에 엄청 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아... 네."
"버스 왔다. 타자!"
한마디 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마다, 내 마음을 들킬 거 같다. 안 되는데. 몰라야 되는데. 아직은, 알면 안 되는데. 너무 이른데.
버스에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득했고, 앉기는 커녕 제대로 서있지도 못한 채 학교까지 왔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순영쌤이 보였다. 아니, 이대로 나한테 스며들면 어떡하지. 얇은 휴짓장에 한 방울 물 처럼 나에 쌤이 퍼지고 있었다.
"버스 사람 진짜 많다. 나오는 시간을 좀 바꿔야하나."
안 돼요. 그럼 못 보잖아.
"힘들었지, 이름아"
이름은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안 거야.
"이름 알아서 놀랬어?"
놀란 마음을 숨긴다고 숨겼는데 표정에 드러났는지, 눈치가 빠른 건지, 아니면 혹시, 혹시 순영쌤도 날 신경 쓰는지 들켜버렸다.
"아, 조금요."
"어제 열심히 우리 반 이름 외웠지! 뭐 일년동안 보조쌤으로서 볼 일도 몇 번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 처음 뭔가 담당하는 반인데 여섯반 중에 제일 처음으로 외우고 싶어서"
말 없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내가 본 그대로, 정말 좋은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입학식이 있었던 월요일, 두번째 습격이 있었던 화요일을 지나 체육이 있는 금요일까지 정신없이 새로운 나의 학교에 적응하며 지내고 있었다. 정말 등교시간을 바꾼건지 아침에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한 건물 안에 함께 있는데, 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지. 그리움에 파묻혀 죽을 것 같았다. 금요일까지. 그리고 금요일은 왔다.
"체육 부장을 뽑으면 좋을 거 같은데, 뭐 꼭 체육은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매 시간 전에 쌤한테 와서 열쇠 받아가고 뒷 정리 같이 하는 정도? 혹시 하고 싶은 사람 있어?"
다들 순영쌤 좋다고 난리더니 지들 몸쓰긴 귀찮은지 잠잠했다. 나는 하고 싶은데, 손 번쩍 들어서 저요! 외치고 싶은데 꾹 참았다. 아- 하고싶다.
"이름아, 할래?"
네? 저요? 왜요? 왜? 왜 날?
"네?"
"잘 할 거 같아서- 할래?"
하고싶다. 쌤이 먼저 물은 거니까 그냥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들까지 그래 네가 해 하며 부추기고 있었다. 그래. 이거 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고, 내가 거절하면 난처할 테니까. 그러니까 하는 거야. 그래! 하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네... 뭐, 생기부에도 써 주실거죠?"
"아~ 그래. 써줘야지!"
바보, 저런 말은 왜 하는거야. 성이름 바보.
어쨌든 첫 체육 수업이 있던 날, 나는 체육부장이 되었다. 쌤의 얼굴을 다른 애들보다 더 볼 수 있는. 좋다.
"이름아 순영쌤이 내려오래!"
"이름아 3교시 쉬는 시간 순영쌤!"
"성이름 방과후에 순영쌤이 보고 가라는데?"
그 후 원치 않아도 순영쌤을 쉴 틈 없이 볼 수 있었다. 나의 등교 시간엔 항상 정류장에 쌤이 있었다. 매일 들쑥날쑥한 등교시간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자리에 쌤이 있었다. 등교를 하면 쉬는 시간마다 불러내기 일쑤였다. 아무리 밀어내도 늘 가까이에 쌤이 있다. 그래서, 조금 가까워진 거 같았다. 난 계속 뒷 걸음질 치는데 쌤이 가까워진다.
희망고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조금 즐겼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들도 보고, 친구들과도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ㅎㅎ 다들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한편 한편 쓰는게 힘들기도 한데 하고 싶었던 것만큼 끝까지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꾸준히 해보고싶어요! 오늘도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번 올렸던 1편과 연달아 올릴게요! 감사해요!
아ㅜㅜ 미처 1편에 적지 못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0편이 잠시나마 초록글에 올라갔었어요 제 글을 봐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너무 감사하고 사랑해요!
오타나 맞춤법 지적 감사하게 받아요!
+제목은 그냥 '권쌤'으로 하려다 너무 썰렁한거 같아 일단 바꾼건데, 더 좋은 제목이 생각 나면 바꿀 거 같아요! 권쌤만 있다면 이 글이 맞습니다! 혹여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병, 서덕준
2. 희망 고문
아, 버스다. 멀리서 오는 116번 버스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툭툭 친다. 엥? 누구?
"안녕!"
세상에
"안녕하세요, 쌤."
"맞네! 어제 본 거. 반갑다ㅎㅎ. 그치."
네 너무 반가워요. 하루 사이에 엄청 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아... 네."
"버스 왔다. 타자!"
한마디 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마다, 내 마음을 들킬 거 같다. 안 되는데. 몰라야 되는데. 아직은, 알면 안 되는데. 너무 이른데.
버스에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득했고, 앉기는 커녕 제대로 서있지도 못한 채 학교까지 왔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순영쌤이 보였다. 아니, 이대로 나한테 스며들면 어떡하지. 얇은 휴짓장에 한 방울 물 처럼 나에 쌤이 퍼지고 있었다.
"버스 사람 진짜 많다. 나오는 시간을 좀 바꿔야하나."
안 돼요. 그럼 못 보잖아.
"힘들었지, 이름아"
이름은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안 거야.
"이름 알아서 놀랬어?"
놀란 마음을 숨긴다고 숨겼는데 표정에 드러났는지, 눈치가 빠른 건지, 아니면 혹시, 혹시 순영쌤도 날 신경 쓰는지 들켜버렸다.
"아, 조금요."
"어제 열심히 우리 반 이름 외웠지! 뭐 일년동안 보조쌤으로서 볼 일도 몇 번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 처음 뭔가 담당하는 반인데 여섯반 중에 제일 처음으로 외우고 싶어서"
말 없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내가 본 그대로, 정말 좋은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입학식이 있었던 월요일, 두번째 습격이 있었던 화요일을 지나 체육이 있는 금요일까지 정신없이 새로운 나의 학교에 적응하며 지내고 있었다. 정말 등교시간을 바꾼건지 아침에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한 건물 안에 함께 있는데, 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지. 그리움에 파묻혀 죽을 것 같았다. 금요일까지. 그리고 금요일은 왔다.
"체육 부장을 뽑으면 좋을 거 같은데, 뭐 꼭 체육은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매 시간 전에 쌤한테 와서 열쇠 받아가고 뒷 정리 같이 하는 정도? 혹시 하고 싶은 사람 있어?"
다들 순영쌤 좋다고 난리더니 지들 몸쓰긴 귀찮은지 잠잠했다. 나는 하고 싶은데, 손 번쩍 들어서 저요! 외치고 싶은데 꾹 참았다. 아- 하고싶다.
"이름아, 할래?"
네? 저요? 왜요? 왜? 왜 날?
"네?"
"잘 할 거 같아서- 할래?"
하고싶다. 쌤이 먼저 물은 거니까 그냥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들까지 그래 네가 해 하며 부추기고 있었다. 그래. 이거 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고, 내가 거절하면 난처할 테니까. 그러니까 하는 거야. 그래! 하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네... 뭐, 생기부에도 써 주실거죠?"
"아~ 그래. 써줘야지!"
바보, 저런 말은 왜 하는거야. 성이름 바보.
어쨌든 첫 체육 수업이 있던 날, 나는 체육부장이 되었다. 쌤의 얼굴을 다른 애들보다 더 볼 수 있는. 좋다.
"이름아 순영쌤이 내려오래!"
"이름아 3교시 쉬는 시간 순영쌤!"
"성이름 방과후에 순영쌤이 보고 가라는데?"
그 후 원치 않아도 순영쌤을 쉴 틈 없이 볼 수 있었다. 나의 등교 시간엔 항상 정류장에 쌤이 있었다. 매일 들쑥날쑥한 등교시간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자리에 쌤이 있었다. 등교를 하면 쉬는 시간마다 불러내기 일쑤였다. 아무리 밀어내도 늘 가까이에 쌤이 있다. 그래서, 조금 가까워진 거 같았다. 난 계속 뒷 걸음질 치는데 쌤이 가까워진다.
희망고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조금 즐겼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들도 보고, 친구들과도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ㅎㅎ 다들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한편 한편 쓰는게 힘들기도 한데 하고 싶었던 것만큼 끝까지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꾸준히 해보고싶어요! 오늘도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번 올렸던 1편과 연달아 올릴게요! 감사해요!
아ㅜㅜ 미처 1편에 적지 못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0편이 잠시나마 초록글에 올라갔었어요 제 글을 봐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너무 감사하고 사랑해요!
오타나 맞춤법 지적 감사하게 받아요!
+제목은 그냥 '권쌤'으로 하려다 너무 썰렁한거 같아 일단 바꾼건데, 더 좋은 제목이 생각 나면 바꿀 거 같아요! 권쌤만 있다면 이 글이 맞습니다! 혹여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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