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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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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거 아니야?”

“미친 거지.”

“야. 근데 안 설레? 표정이 왜그래.”

“설레서 곤란한 얼굴로는 안 보이니.”

“설레는데 왜 곤란해?”



원우와 데이트 하기 전 날. 시은과 여느때와 다름없이 학교 수업을 모두 마친 뒤 카공을 하고 있는 여주. 시은은 여주의 이야기를 듣곤 놀란 듯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커다랗게 떠보였다. 그러다 여주의 대답에 눈을 가늘게 뜨며 인상을 구겼다. 여주는 한숨을 푹 내쉬며 노트북 위에 올려뒀던 손을 내려놓고 등받이에 굽은 등을 기대며 답했다.



“같은 집에 살면서, 그냥 한 호의와 어쩌면 성과 사랑에서 자신을 선택해주길 바라는 뜻으로 한 행동을 내가 오해한 거라면?”

“에이.”

“일단 오해는 말아야지. 안되겠어.”

“오해는 않는게 좋긴한데, 내 촉 못믿어? 내가 봤을 땐 선배 찐이라니까. 과제 때문이였으면 과제 때문이라고 말할 사람이잖아. 안 그래?”

“그만그만. 안 그래도 내일 전원우랑 데이, 아니 과제 할 생각에 머리 아퍼. 그만해.”



우-웅.



“야 니 문자. …와 정한선배. 야 이래도 아니라고? 이래도 찐이 아니라고?”



‘정한선배 - 여주야 언제 끝나? 데리러 갈게.’



시은이 여주에게 여주의 휴대폰을 들이밀었고, 여주는 시은이의 휴대폰을 휙 가져가며 시은을 향해 말했다.




“에익. 이건 걍 하숙생-!”

“안부 걱정이라기엔, 너무 다정하지 않니?”

“…그건 그냥 우리가 설레서!”

“이렇게 다정하니까 설레지!”

“…………”

“여튼. 난 찬성이다?”

“니가 찬성하면 뭐 이뤄지니?”

“이참에 해 그냥.”

“뭐를. 연애?”

“아니.”



사랑.



















똑, 똑.


‘여주야. 들어가도 돼?’



“…어, 네!”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을 하던 여주는 노트북을 치우곤 선반에 있던 안경을 꼈다. 민낯을 가리기 위함이었다.




“…어, 잘 준비하고 있었어?”

“아, 아뇨. 원래 불을 잘 안 켜고 스탠드만 켜는 걸 좋아해서.. 왜요?”

“아, 내일 몇 시에 만나기로 했어?”

“아 내일… 몇시더라. 열한시? 였던 것 같아요.”

“점심만 먹고 들어오는 거야?”

“점심 먹고… 그 뒤 계획은 저도 모르겠어요. 근데 설마 저녁은 안 먹겠죠?”

“내일 저녁에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으려하는데. 일찍 들어와.”

“헐 삼겹살이요? 맛있겠다…”

“ㅎㅎㅎㅎ그러니까. 일찍 들어와.”

“네! 최선을 다해 일찍 들어와볼게요!”

“그래. 잘 자고. 아,”

“…왜요?”

“…그,”

“…………”

“혹시 안 졸리면,”



거실에서 영화 볼래?




정한의 말에 살풋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린 여주에 정한은 방에서 나가 불을 끄며 소파에 앉았다. 여주는 방에서 대충 가디건을 챙겨입고 립글로스를 바른 뒤 급히 머리를 다듬고는 방을 나왔다. 




“내가 최근에 광고로 본 영화인데, 분명 너도 좋아할 거야.”

“…그래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그냥,”


영화가 널 닮았어. 착하고 계속 생각나는게.




숨쉬듯 다정한 말에 여주의 심장은 다시 한 번 저릿했다. 머쩍게 웃으며 정한의 옆에 앉은 여주. 정한은 그런 여주의 무릎 위로 담요를 덮었다. 여주가 담요를 고쳐 덮으며 영화를 바라봤다. 시작하자마자 졸음이 밀려오는 걸 억지로 꾹꾹 누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화가 중반부를 향해 달려갈 때 쯤, 여주도 재밌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학기 중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었다. 그게 재미난 유튜브 영상이더라도. 슬슬 고개를 꾸벅꾸벅 졸던 여주는 기어코 정한 쪽으로 머리를 푹 기울였다. 



“…………”

“…………”



정한의 시야 앞에 여주의 머리가 나타났다. 정한이 피식 웃으며 여주의 머리를 제 어깨에 부드럽게 올렸다. 여주의 숨소리가 깊어질 때쯤, 정한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영화랑 되게 다르네.”



내 어깨에, 되게 자연스럽게, 툭, 떨어질 줄 알았는데.























“…………”



익숙한 천장이 아닌 덜 익숙한 거실 천장이 여주를 반겼다. 놀란 여주가 몸을 벌떡 일으켰고 동시에 담요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정리하곤 냉장고 문을,



“…아 미친!”



‘여주야 나 팀플 있어서 먼저 나갈게. 약속 조심히 잘 다녀와.’




열려다가 냉장고 문에 붙여진 정한의 포스트잇을 보고 원우와의 약속이 떠오른 듯 급히 시계를 바라봤다.




원우와의 약속시간 30분 전이었다.























“…너 윤정한이랑 데이트할 때도 이랬어?”

“…죄송해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원우가 늦게 등장한 여주를 보고, 정확히는 자신보다 덜 신경쓰고 나온 여주의 차림새를 보곤 물었다. 여주가 머쓱하게 웃으며 답하자 원우가 걸음을 느릿하게 옮기며 다시금 물었다.



“뭘했길래 늦잠을 자?”

“…영화보느라요.”

“참나 무슨 야밤에 영화.”

“…그래도 선배가 보자는데 거절할 순 없어서.”



여주의 답에 원우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또 다시 굳은 표정으로 여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윤정한이랑 봤다는 거야?”

“..예.”

“집에서?”

“…그럼 뭐, 그 야밤에 나갔을까봐요.”

“데이트 시작부터 짜증나네.”

“좀 물읍시다.”




뭐가 그렇게 싫게 만들었어요? 정한선배를?



여주가 햇빛에 미간을 구기며 원우를 올려다보고 시선을 맞췄다. 원우는 그런 여주를 보고 고개를 휙 돌렸다. 아직 바뀌지 않은 신호등에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금 여주를 내려다봤고, 발걸음을 오른쪽으로 한 번 옮겼다. 여주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자연스레 여주의 미간이 펴졌다.



“말하면 이해할 수 있어?”

“이해가 되면 제가 그 쪽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겠죠.”

“…됐어. 오늘 같은 날에 윤정한 얘기는 이쯤이면 충분하다.”

“…진짜.”

“가자. 우리 오늘 바빠.”

“예?”


원우는 여주의 손을 잡고 신호를 건넜다. 소스라치게 놀란 여주가 손을 빼내려 흔들었으나, 그래봤자였다.



“에엑! 왜 손을 잡아요!”

“잊었어? 우리 데이트 중이야.”

“아익 진짜,”

“협조 좀 하지. 니가 윤정한 선택할 거 알면서도 이 난리 피우는 내 심정을 좀 헤아려줘.”

“…………”



원우의 말에 여주는 한숨을 내쉬며 힘을 뺐다.





















바쁘다고 했던 원우의 말대로 둘은 참 바빴다. 만나자마자 점심을 먹고, 카페 겸 디퓨저를 만드는 공방에서 디퓨저를 만들었다. 디퓨저를 상자에 담아 자리에 와서 건네준 직원. 여주는 커피를 내려놓으며 상자를 집었다. 



“방금 만들어놓고 뜯어보게?”

“네. 이니셜 새긴 거 보려구요.”

“…………”



여주가 두개의 상자 중 하나를 꺼내다 말고 다른 상자 하나를 꺼냈다.



“…저건 뭐고 이건 뭔데?”

“아 저건 제 거. 그리고 이건 정한 선배 거.”

“…너 오늘 윤정한 언급 금지야.”

“먼저 물어봤잖아요. 제가 먼저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넌 왜이렇게 말을 잘해?”

“가진게 없어서요. 말이라도 잘해야-“



나를 내가 보호할 수 있었거든요. 오 좀 예쁜데?




능청스레 답하며 디퓨저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여주. 원우는 그런 여주를 보다 창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진게 하나밖에 없는 나한테, 그 하나를 앗아간게 윤정한이야.”

“…………”

“가족.”

“…네?”

“하나밖에 없던 누나가,”




윤정한때문에 죽었거든.
























“저녁 먹고갈래?”

“..아, 저 저녁은 안될 것 같은데. 점심만 먹고 들어갈 줄 알고 ㅇ, …약속 잡아뒀거든요.”

“..그래 그럼. 학교에서 봐.”

“네, 나중에 봐요.”



원우의 얘기를 들으니 자연스레 정한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던 여주는 대충 둘러대곤 원우에게서 멀어졌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짧았다. 생각이 많아진 탓이었다. 정말, 원우선배의 누나가 정한선배 때문에 죽은 걸까.



“어, 여주야. 준비하고 나와. 굽고 있을게.”

“아, 같이 해요.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나올게요.”

“천천히 나와- 피곤할텐데.”




여주가 급히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곤 나왔다. 정한의 옆에 서서 기웃거리는 여주가 일감을 찾았고, 정한은 그런 여주에게 가벼운 일들을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 앉은 둘. 정한이 여주를 향해 물었다.



“오늘 어땠어?”

“..뭐, 그냥..”

“그냥?”

“일반적인 데이트 같았어요. 밥 먹고, 카페갔다가 공ㅂ, 아 맞다 공방!”




여주가 밥을 먹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금방 상자를 가져온 여주가 정한에게 상자를 건넸다.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상자를 받아든 정한이 물었다.



“이게 뭐야?”

“디퓨저요! 오늘 가서 만들었어요. 거기 밑에 선배 이니셜도 새겼어요.”

“오- 예쁘다. 향도 좋은데?”

“그쵸.”

“응. 고마워 잘 쓸게. 갑자기 얘기하다가 생각났어?”

“네. 제 거랑 선배 거 만들었어요.”

“고마워- 방에 바로 놔야겠다. 그리고 공방 갔다가 뭐했어?”

“그 공방이 카페를 같이해서 카페에 앉아서 이런저런…얘기하다가 헤어졌어요. 시간이 애매해서.”

“무슨 얘기했어?”

“…………”

“말 못할 얘기라도 했어?”

“…그,”

“왜- 걔가 내 욕해? 근데 뭐 그건,”

“원우선배 누나가,”

“…………”

“…선배때문에, …죽었다고.”

“…………”

“…사실이 아니죠? 그냥, 원우선배가 화가 나서-,”

“사실이야.”

“…네?”

“원우 말이,”




사실이야 여주야.














**

반겨주셔서 고마워요! 좋은 아침입니다. 무탈한 하루 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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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오늘도 일하다 뜬 알람을 원망하며 퇴근길에 읽네요ㅎㅎ
원우 정한이 왜이렇게 서로에게 날이 서 있나 했더니만... 물론 저 사이에는 아주 수많은 일이 함축되어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앞뒤 다 자른 말에 충격받을 여주를 생각하면... 어익후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잘 지내셨나요? 저는 가끔씩 작가님의 글을 정주행했어요. 한 없이 슬플 때 위로 받고 싶어서, 한 없이 기쁠 때 더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담긴 말을 느끼고 싶어서.
아주 돌아오신걸까요. 아니면 잠시 오신 걸까요. 어찌되었든 이 공간이 작가님께, 또 제게 위로와 휴식의 공간이 되길 바라요ㅎㅎ

P.S. 기억하실지 모르겠으나... 저 세봉해입니다ㅎㅎ

8개월 전
대표 사진
넉점반
세봉해님!!!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죠. :) 저도 가끔 제 글을 읽고 제가 위로를 받고, 또 세봉해님의 댓글도 여러번 정말 셀 수 없이 자주 읽었어요. 나약하고 위태롭던 순간에 꽃잎같은 말 한마디가 절 살렸으니까요. 절망적이고 늪에 가둬질 때쯤이면 저도 모르게 들어와 댓글을 읽었답니다☺️
열심히 틈내서 맹글어올게요. 아주 자주는 아니더라도 꼭 올테니 우리에겐 늘 다음이 있었음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고맙고 제 글에 늘 댓글을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따스운 밤 되어요💛

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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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61
오늘도 잘 보고 가요~
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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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점반
고맙습니다! :)
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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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안녕하세요! 항상 조용히 글만 읽던 독자입니다~ 오랜만에 새로 올라온 글을 보고 너무 좋아서 처음으로 댓글 남겨 봅니다!
잘 지내셨나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
다음화도 기다려지네요!

8개월 전
대표 사진
넉점반
하루하루 잘 견디면서 살아가고있답니다! 소중한 첫 댓글 너무 고마워요 :) 다음화도 얼른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 평안함 밤 되어요! 내일도 파이팅입니다!
8개월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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