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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탄덕
08
정국's view
감기 한 번 제대로 앓은 적 없던 시우가 결국 한창 유행하고 있는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바보같이 비를 맞고 서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감기라는 바이러스를 욕할 이유거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그 날이 떠올랐다. 잠을 청하고 있던 주말에 연속해서 전화가 울려댔다. 누구야, 신경질을 내며 폰을 들어올렸다.
- 왜, 호석아.
- .....................
-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해줘야지. 무슨 일 있냐.
- 넌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전화를 끊고는 단번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서 호석이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정확히 위치가 어디인지까지는 알 길이 없어 몇 시간동안 찾아해메다 익숙한 간판 이름에 걸음이 멈췄다. 건물을 올려다봤다. 내 예상이 맞다면 여기가 확실했다. 박지민과 내가 유일하게 따르던 형이자 내가 죽여버린 지민의 친구 형, 뭉쳐버린 실타래처럼 엮어버렸다. 뵐 면목이 없어 사고가 난 후로 단 한 번도 그를 찾아뵌 적이 없었다. 정시우라는 그 아이 하나로 벽돌을 매단 것처럼 무거운 걸음이 계단을 올라 카페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죄책감에 휩싸인 나와는 다르게 손님을 반겨주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형.
" 정국이구나, 왜 이렇게 연락이 없었어. 보고싶었는데."
그의 얼굴을 보자 참아왔던 울음이 터졌다. 형이 날 원망조차 하지 않는 걸 보니 박지민은 형에게 사건에 대해선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나보다. 그 자식은 여전히 미련했다. 구했어야지, 달려가는 자신을 가로막던 나를 붙잡고서 그 날의 지민은 수없이 울부짖었다. 형의 품 속에 안겨있던 난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전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그의 앞에서 내뱉을 수 있는 문장이기도 했다. 살인자, 목을 죄여오는 이명이 귓가에 울려퍼졌다. 점심을 같이 먹자는 형에게 이미 먹었다며 대충 둘러대곤 카페를 나섰다. 온 몸이 떨리다 이내 숨이 막혀왔다. 정국 학생, 외상 후 스트레스 조심해야 해요. 학생같은 경우는 심각한 증상이 찾아오기 때문에 약을- 걱정 어린 낯빛을 지어보이던 의사쌤을 잔상에서 지워버렸다. 나같은 놈이 죽으면 어때서요, 가빠지는 숨소리에 입을 틀어막으며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불행히도 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고 주저앉아버린 다리를 겨우 일으키고서 건물을 나섰다. 그리고 밖은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이 벌을 내리나보다, 이 상황에서도 폐쇄공포증이 있는 그 아이가 걱정되는 걸 보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침 휴대용 우산을 파는 아저씨가 지나가길래 2개의 우산을 샀다. 하나는 박지민, 다른 하나는 우리. 기다리던 중에 건물에서 나오던 둘을 맞은편에서 바라봤다. 우산을 찾아다니는 모양새가 서글펐다. 그러다 인기척에 박지민이 옆을 돌아봤고 엇갈리던 시선은 서로를 향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 그의 검은 눈동자엔 원망이 가득했고 원망어린 눈길은 내 시선을 먼저 끊어내고서 시우에게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자리를 벗어났다. 우산 줄려고 했는데, 오른손에 들린 우산을 세게 잡아쥐었다. 그리고 빗물과 함께 눈물을 쏟아내며 하나만 갖다주자는 시우를 보곤 괴리감이 들었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내가 아닌 다른 남자때문에 울어버렸다. 호석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너 그러다 박지민한테 뺏겨. 그럴 것만 같은 불안감이 도리어 나를 파도속으로 삼키고 말았다.
다음 날, 시우는 몸살 기운이 있는 채로 학교에 나왔고 결국 조퇴를 했다. 걱정이 되어 전화를 수십 통 했지만 여전히 받지 않는 게 영 심상찮아 결국 보충을 빼곤 죽을 사들고서 그 아이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적막감이 흐르는 집 안을 둘러보다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워 있는 하윤을 들어올려 제대로 눕혀줬다. 색색거리며 자는 모습이 마치 애기같았다. 잠이 들어버린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옛날엔 이렇게 해주면 잘 잤는데, 처음엔 그저 친구라는 명목 아래 우정이었다. 알고 있었다, 박지민이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 또한. 지민과 친해지고 나서 그는 줄곧 그 아이에 대해 물어왔다. 점차 물어오는 빈도 수가 많아지는 행동이 누가 봐도 '나 좋아해요' 를 이마 위에 쓰고 다니는 꼴이었다. 주변을 서성이기만 하는 지민의 바보같은 모습에 허를 내두르곤 몰래 고개를 저은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쉽사리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지민이 자기 뒷통수만 쫓는 줄도 모르고 그 아인 나만 죽어라 따라다녔다. 그러다 알아버리고 말았다, 지민이 왜 뒤에서 그 아이를 바라봐야만 했는지. 독 안에 든 쥐처럼 결국 파멸을 만들어버릴 비극은 치기 어린 사랑이라는 덫으로 우릴 빗겨가지 않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같이 등교를 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가던 길이었다. 저 멀리서 얼굴이 붉어져서 수줍어하는 그 아이와 오히려 얼굴이 더 빨개져 깨방정을 부리는 호석이와 남준이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곤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얘 전정국 좋아하는 거 맞다니까. 그래, 전정국 좋아한다잖아. 이어지는 두 문장이 귓가에 연속으로 때려박았다. 아무렇지 않던 마음이 일렁거렸다.
날 좋아한다라, 관심이라는 기폭제가 생겨버리고 나서부터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달라보였다. 관심이 점 점 커져 다른 감정으로 변하고 있음을 혼자서만 자각하지 못했고 좋아하는 감정의 경계선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난 우정이라는 큰 틀 하나로 그 아이에 대한 감정을 단정지었다. 확실치도 않은 감정따위로 17년간 지내온 관계를 무너뜨리고 싶진 않았다.
2학년으로 올라와 예상한대로 우린 한 반이 되었고 의도치 않게 박지민과 그의 친구들도 한 몫으로 앉아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이 엇박자를 띄었고 한 가지를 놓쳐버렸다. 박지민의 시선 끝엔 언제나 그 아이가 있었음을 간과해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이가 박지민을 챙겨주는 모습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내 품 속을 떠나 본 적이 없던 아이라서, 그러니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점 점 명확해지는 감정이 확신으로 가득 차면 고백까지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건 명백한 오인이었다. 이 때부터였다, 좋아하던 감정이 어긋나기 시작한 건.
그 아이가 서서히 박지민을 좋아하는 걸 조금씩 눈치챌 때마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나를 향해있던 마음이 다른 자식에게로 변해가고 있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난 널 잃을까봐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넌 그걸 참지 못하고 다른 애한테로 마음이 돌아서버렸네. 그래서 부러 체육시간에 박지민을 건들였다. 이 새끼의 가장 큰 약점은 그 아이일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뛰어오는 모양새가 웃겼다. 고개를 숙인 내 입가엔 비열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기를 내꺼로 만들던가하며 덤벼들던 그 아이를 어이없이 쳐다봤다. 널 내꺼로 만들어준다고 해서 내 울타리 안을 뛰쳐나가지 않을 자신이 있기는 한가. 박지민이라는 양치기 소년이 등장한다면 나를 버리고서라도 소년의 손을 감싸겠지, 그게 지금 너만 모르고 있는 네 감정선이니까. 이에 내꺼하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이고서 내 친구들은 다 내꺼라며 농락했다. 그러자 그 아이에게선 비웃음이 나왔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울어버렸으면 했다. 그리고 울음을 참고서 뒤를 돌아 박지민을 찾는 흔적이 도리어 나의 심기를 건들였다.
우린 서로에게 실망을 안겼고 이 위험한 관계는 벼랑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내리던 날은 그 아이가 걱정돼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제 와서 알아채버렸다, 이 아이를 친구가 아닌 여자로 좋아한다는 것을.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박지민 그 자식조차 가질 수 없게- 동시에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이 허공을 맴돌았다. 이제야 잠이 좀 깬 건지 그 아이가 눈을 천천히 떴다. 내가 아니라 그 새끼였으면 하나,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들었지만 태연한 척 연기했다.
" 죽 사왔어, 먹자. "
" 전정국, 보충 쨌지? 진짜 너 계속 그러면 이모한테 전화간다니까."
" 눈 뜨자마자 잔소리냐, 한 끼도 못 먹잖아."
" 오- 좀 감동이다. "
" 감동은, 이제 괜찮냐."
" 아까보단 나아진 것 같긴 해. 뭐 이렇게 많이 사왔어? "
" 감기 말고 너 말이야."
" 괜찮대도, 안 아파."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죽을 들고는 나에게 숟가락을 내미는 그 아이를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사귀자, 우리. 그러자 죽을 떠먹으려던 손놀림이 멈추고 이내 숟가락은 통으로 다시 들어갔다.
" 너 나 좋아해? 헷갈리는 거 아니고."
" 아니, 너만 몰랐지. 많이 좋아해."
" 그래? 그럼 그러자, 국아."
들키지 않기 위해 올라가지도 않는 입꼬리를 끌어당겨 짧게 미소를 짓던 그 아이가 몸을 살짝 돌렸다. 입술 깨무는 버릇이 나오는 거 보니 울음을 참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반적으로 고백을 받으면 다들 행복해 하던데 넌 왜 울려고 그래, 어제부터 박지민때문에 울어버리는 그 아이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 뭐가 이렇게 무미건조해."
" 안 담담한데. 너도 나 좋아한다니까 기분 째진다."
" 표정은 그렇게 말해주지가 않잖아."
" 내 표정이 어때서."
" 거짓말, 하나도 안 기쁘잖아. "
" 아니라고."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딴 거짓말 하지 말라고. 네가 그러는 게 더 화나서 돌아버리겠으니까."
더 이상 반박이 섞인 문장은 나오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뒤돌아있던 그 아이를 거칠게 돌려세웠다. 나를 향한 눈동자엔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온전히 깨달았다,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과 그 주인공이 박지민이라는 것까지.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날 앞에 두고도 박지민을 찾는 공허한 시선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가 좋아하는 전정국이 널 좋아한다잖아, 입을 맞추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싫어, 이 짧은 한 마디와 함께 그 아이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명확한 거부였다. 네가 진심으로 날 좋아했으면 다른 애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어도 적어도 네 마음만은 변하지 말았어야지, 이성을 잃어버린 나에게 남은 거라곤 삐딱어린 이기심 뿐이었다.
" 싫어? "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이런 내 모습조차 네가 사랑해줬으면 했다. 우리 셋에게 남은 거라곤 낭떠라지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널 벽으로 더 몰아세웠다.
" 왜 내가 아니라 박지민이면 좋겠냐."
경멸어린 눈빛이 나를 향했다. 적어도 박지민은 이러진 않아, 그 자식을 옹호했다. 그리고 단단히 잡고 있던 뒤통수를 놓았다. 집에 조심히 가, 이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넓은 집엔 나 혼자뿐이었다. 책상 위에 놓여져있는 사진을 꺼내들었다. 해맑게 웃어보이던 나와 그 애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뭐가 우릴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질감이 들어 손으로 눈을 감싼 채 미친듯이 웃어젖혔다. 가지마, 그 아이에게 들리지 않을 말을 반복했다.
한 순간에 내가 지키고자 했던, 위험하던 우리의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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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량이 쪼큼 많은 것 같아요!! 드디어 정구기의 마음이.....마음이........ 정구기의 여주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알고나서부터 서서히 변해가는 감정을 정말 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걱정이 되네요ㅠㅠㅠㅠㅠ 궁금한 거 계시면 댓글로 바로 달려올게요!!!
다들 좋은 꿈 꾸시고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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