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없이 눈팅하는 커뮤니티 생활> ep.01 : 뉴진스 or NJZ. 어떻게 불러?
뉴진스. NJZ. 어도어. 계약해지. 김수현. 가세연. 유가족. 얼마 전부터 한 커뮤니티를 눈팅하면서 뇌리에 박힌 키워드였다. 각 키워드는 분리되어 있기도, 묘하게 엮여 있기도 하다. 여론이 형성되고, 편을 갈라 댓글, 대댓글로 각종 공격과 방어, 반격이 오고 간다. 그 와중 누구는 이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남의 집 불난 것을 구경하듯 도파민 팝콘을 튀기기도 하고, 피로감에 더 이상은 보지 않겠다며 휘리릭 핸드폰을 집어던지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누구는 이런 커뮤니티의 현상을 보면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나다.
일단 나를 소개하자면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외피가 그렇다는 것이고 내피는 삶에 대한 고민이 깊은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고민에 따라 하는 일을 정의만 하자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대충 알겠지만 둘을 합치면 삶에 대한 고민들을 글로 쓰는 사람이다. 삶을 고민하다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각 개인들의 삶을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이런 관찰은 오프라인에서 많이 했는데 그 방향을 틀어서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현실은 어떨지 궁금했다. 거두절미하고, 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궁금해 그런 사이트를 눈팅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뉴진스/NJZ와 김수현으로 돌아가자면 이 두 가지 이슈는 3월을 아주 뜨겁게 달군 것 같다(물론 내가 눈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개인적으로 커뮤니티 반응이 큰 사건이었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뉴진스 혹은 NJZ(내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혼란스럽다)의 독자활동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들 편에 서 있는 사람은 그들을 응원하는 글을 쓰고 다가온 신곡 공개를 기대하며 그들에게 끊임없을 자신의 사랑을 말했다. 그러나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사건이 꽤나 긴 시간 동안 이어진 만큼 (민희진과 하이브로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직간접적으로 엮여 피해를 입은 다른 그룹의 팬이나 그동안 형성된 여론으로 ‘앓이’ 글을 쓰지 못했던 회원들 등 여론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말들도 오고 갔다. 그 와중에 많은 공격과 방어, 반론들이 있었으며 인기글 상위권에는 뉴진스 혹은 NJZ를 주제로 한 글들이 한동안 올라가 있었다.
물론 나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누구의 편을 들고 누구를 공격하고 반론하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겠다. 다만 3월을 뜨겁게 달군 이 이슈들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눈팅을 하면서 커뮤니티의 어떤 특이점을 배웠다는 지점이었다.
너무 신기하게도 한 커뮤니티를 눈팅하는 동안 거기서 이슈가 되었던 내용들은 아무도 회사에서 말하지 않았다. 찬반 이슈가 있는 것도 있고, 회사가 각자의 생각을 모두 말하고 공방을 펼치는 공간은 아니니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하기에 친한 회사 직원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살펴보면 “갑자기 날씨가 따듯해졌지요?”라는 일상적인 대화 거나, “오늘 점심은 구내식당에 가실래요 이비가 짬뽕에 가실래요?”라는 현실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다들 뿔뿔이 흩어진 학생시절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일생일대의 문제인 “오늘은 칼퇴하고 싶다.”라거나 생존을 위협하는 상사에 대한 욕 한 바가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아무도 오늘 ㅇㅅㅌㅈ에서 본 글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나는 ㄷㅋ에 올라온 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마치 말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모두가 동의한 사회적 규칙을 어기는 것처럼.
안 그래도 얼마 전에 한 친구가 김수현에 관한 이야기를 기숙사에 같이 살았던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올렸다. 대부분 같이 살았던 친구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성격이나 성향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대부분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이 갔다. 아마도 이야기를 꺼낸 친구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꺼냈겠다. 하지만 나를 포함에 돌아오는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다들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지만 익명이 아닌 이 공간에서는 크게 말할 수 없었고 단지 안타깝게 고인이 되어버린 배우의 명복을 빌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인 ‘칼퇴’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사욕을 늘어놓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의 현실과 오프라인의 현실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커뮤니티 눈팅을 하면서 느꼈다. 심지어 나는 눈팅만 하는데도 그렇다. 커뮤니티에서 화두가 되는 이슈는 공영방송 뉴스에도 나오고 여러 문학작품에도 나오는 현실이다. 오프라인과 똑같은 현실을 공유하지만 개인의 일상에서 두 공간은 합쳐지려야 합쳐질 수가 없다. 적어도 우리가 어디 가서 나를 소개할 때 저는 “커뮤는 ㅇㅅㅌㅈ를 즐겨보고요. 어그로도 꽤 잘 끈답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으니까.
분리가 철저한 두 공간의 제일 큰 차이점은 아무래도 익명성이 아닐까 싶다. 오프라인에서 얼굴과 이름, 직업, 옷차림, 헤어스타일, 성별, 성지향성, 정치적 성향 등을 들어내고 말하는 것과 아무것도 들어내지 않고 어떠한 이슈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 SNS와 다르게 내 개인적인 정보가 모두 비공개로 처리되는 커뮤니티의 익명성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는 또 다른 차원의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한다. 그런 커뮤니티의 익명성은 실명의 나와 익명의 나를 철저하게 분리시키게 했다. 흔히들 커뮤니티에서는 넷사세라는 말을 한다. 현대인들은 온라인 공간이라는 곳에 만들어지면 특수한 현대 시스템 안에서 실명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오프라인에서는 익명의 나와 다른 모습으로 철저한 평행세계를 가지고 살아간다. 인터넷에서 사는 세상과 오프라인에 사는 내가 다른 것이다.
커뮤니티를 눈팅을 시작한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중들을 이해해 보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눈팅을 하며 그들이 맺는 커뮤니티 속 관계와 심리를 다루는 글을 써볼까 한다. 그 배경이 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개인의 오프라인 현실에서 철저히 분리되어야 된다는 암묵적 룰이 전제가 된다.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커뮤니티를 열심히 눈팅할 예정이다. 나의 오프라인의 삶과 온라인 커뮤니티 생활이 어떻게 다른지 그 경험을 기대하면서.
* 〈대중없이 눈팅하는 커뮤니티 생활>는 팩트를 기반으로 하지 않습니다.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니는 글을 읽으며 모은 정보들이 인용될 수 있기에 팩트가 아닐 수 있습니다.
* 논문이나 칼럼이 아닌 에세이로 모두 개인적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