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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 인스티즈



울고 싶었고 퇴사하고 싶었고 그러다 모든 걸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퇴사하지 않았다.


도대체 꿈이 뭐라고.


나는 아이폰 메모장에 꽤나 다양한 이야기를 적었다. 스트레스로 몸이 이상반응을 보이고 우울증 초기 증상들이 보이면서도 나는 매몰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이 상황을 분석하려고 했다. 이런저런 나의 상태가 감정들을 적어 내려 가다 결국 퇴사하고 싶은 이유를 적었다. 나는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긴장 상태가 되었고 이를 버티기 힘든 게 제일 컸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의외로 내 꿈이랑 타협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전에 말했듯이 직장을 다니면서 한 눈을 파는 사람이다. 주중에는 건축설계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주말하루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써서 올리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는 작가였다. 그러나 마음에는 항상 일주일에 4시간 정도밖에 글에 투자하지 않는 내 모습이 한심하거나 바보 같다고 생각해 왔다. 열정도 뜻도 없는 건축일은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하면서 하고 싶어 하는 일은 고작 하루밖에 투자하지 않는 내가 꿈을 포기한 사람 같았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작가로 돈을 벌고 행복한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싶은데 그럴 용기도, 능력도 없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에 100%, 아니 120%를 넣어도 될까 말까인데 나는 회사를 다니며 뭘 하는 걸까….


그러므로 건강상의 이유도 그렇고, 꿈을 위해서 이제는 퇴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반강제, 반-자발적으로 입사한 만큼 반강제(건강), 반-자발적(꿈)으로 퇴사하는 게 옳은 선택이 아닌가?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반대되는 생각도 있었다. 일단 현실 적으로 퇴사를 하고 건축회사에 다니지 않으면 주 40시간씩 알바를 하면서 월세와 생활비를 벌어야 할 것이었고, 그건 지금 다니는 건축사사무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황이라는 게 나의 현실이었다. 애초에 반-자발적으로 현재 회사에 들어온 것도 카페나 식당 알바를 할 바에는 경력을 살려 건축설계 일을 하면서 안정감 있게 꿈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다시 생각하니 퇴사해도 낙원 혹은 더 좋은 상황은 없을게 그려졌다. 짧게는 그런 이야기였고 꿈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편의 글로 다루도록 하겠다.


제일 큰 이유인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이상 반응은 스트레스의 원인인 프로젝트의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문제였다. 벌써 5개월째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하고 있었고 스케줄 상 곧 끝날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중요하게 퇴사 통보를 하고 한 달은 더 근무해야 하니 그 사이에 이 일을 다 마치고 퇴사할게 눈에 그려졌다(책임감 있는 성격에 또 나 몰라라 하고 나올 수가 없는 내 모습도 그려졌다). 결국 어떻게든 이 원흉을 끝내고 나와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나의 현실은 퇴사를 해도 주 40시간 생활비를 일해야 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스트레스의 원흉인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끝내고 나와야 하는 상황인 것이 똑같았다.


그리고 메모장 마지막에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적었다. 그것은 바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다니며 생활비를 벌며 이를 바탕으로 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


나는 회사에서 오는 경제적 이익과 안정감을 가져가면서 더디더라도 천천히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게 나의 1순위 목적이었다. 이렇게 다시 내가 회사를 다니는 목적과 내 삶에 주어진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나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아직 퇴사는 아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약을 먹는 것이었다. 약국에 가서 나의 증상을 말하니 심장에 화가 찼다는 말씀을 하시며 약사분은 나에게 화평원이라는 청심환 같은 약을 건네주셨다. 심장에 몰린 화를 내려준다고 하셨다. 약 덕분인지 아니면 점점 해결되는 프로젝트 진행상황 덕분인지 쿵쾅거리던 심장은 4일째 되는 날 잠잠해졌다.


두 번째로 한 일은 글쓰기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먹기였다. 지금까지 여유롭게 써오던 소설이나 에세이를 좀 더 뾰족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바로 지금 이 시리즈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일주일에 하루만 글쓰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똑같지만 다시 천천히 작가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것은 이번 퇴사 고민을 하면서 내 마지노선을 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메모장에 아주 크게 볼드체로 이렇게 써 놓았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이 아파 생활을 할 수 없거나, 글쓰기 및 일상을 챙길 수 없이 일을 많이 하게 되면 뒤 돌아보지 말고 퇴사하기.”


나름의 퇴사 기준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단단해졌다. 나의 꿈은 글을 쓰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이며 꿈을 이룰 때까지 일상생활의 경제적, 정신정 안정감을 위해 회사를 다니겠다는 다짐을 했더니 이런 생각이 피어올랐다.


‘어차피 퇴사할 건데 내가 준비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버텨봐야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떠신가요? 누구나 꿈이 있고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각자 버티고 있는 이유가 있지 않나요? 출근길에 울고 싶어도, 몸이 고되어도, 상사에게 욕을 한 바가지 붓고 사표를 던지고 싶어도 참는 숭고한 이유가 당신에게 있지 않나요? 만약 그런 이유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우리 모두 각자의 이유를 공유하면 퇴사하지 않는 내가 못난 게 아니라 더 큰 이유 때문에 노력하는 거라고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어차피 퇴사할 건데 그때까지 잘 버텨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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