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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윤 전체글ll조회 535239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 | 인스티즈



‘이쯤이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심은 언제나 어렵다. 그건 회사를 다니는 모든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과 삶을 저울질하고,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비교하고, 안정적인 삶과 불확실함 중 하나를 고르지 못해 매일매일 출근하며 울고 있을 때였다.


내 방문 앞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모두 내 책임이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야.’


회사 다니기가 힘들고 어려울 때 읽었던 자기 계발서에서 가져온 문구였다. 저렇게 내가 다 감당할 수 있고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말하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동안은 저 문구를 읽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문구가 내 어깨에 끝없이 짐을 올리게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실제로 어깨 승모근 근육도 잘 뭉쳤다). 진급을 했고 첫 PM을 맡았고 해보지 않은 업무를 책임감을 가지고 완벽하게 해내려고 했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건축설계회사의 소장님은 자신도 그런 것들이 버거웠는지 어려운 프로젝트의 일을 나에게 시도 때도 없이 넘겼다. 나는 처음에 잘 보이고 싶어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오버해서 계속 일을 쳐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회사를 다니는 동안 끝이 없었다. 반대로 나의 능력과 에너지에는 끝이 있어 동이 나고 있었다. 그때 내가 무너졌다.


울면서 출근했다. 업무시간에 머리가 띵했고 가끔은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에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아 밖으로 나가 30분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때때로는 답답한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고 무기력함도 느꼈다.


딱히 이런 힘듦을 털어놓을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세상에 어떤 사람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온전히 받아줄 사람이 있으랴. 친한 친구도, 직장 동료도, 아무도 받아주지 못했으리라. 그런데 나에게 유일하게 털어놓을 사람이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내 편이 되어줄 한 사람. 우리 엄마였다.


잠이 오지 않아 일찍 나온 출근길에 엄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퇴사할까? 나 너무 힘들어서 감당이 안돼.”


“아들. 살려고 일하는 거지 일하려고 사는 게 아니니까 언제든지 나와도 돼. 그리고 새롭게 할거 찾으면 되지. 방법은 항상 있어.”


“엄마. 나 너무 두려워. 이 회사 그만두면 내 인생이 곤두박질칠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


“엄마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항상 응원해. 그러니까 아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데로 해.”


“하지만 현실이. 현실이 너무 가혹해서.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정 힘들면 엄마 집으로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엄마랑 밥만 먹고살자. 그래도 돼. 그리고 회복되면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아. 아들.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엄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걸 놓는 게 너무 두려워. 근데 다 놓아버리고 싶은데. 그게 쉽게 마음이 안 서.”


“아들. 어떤 선택을 하든 걱정하지 마. 엄마 항상 네 뒤에 버티고 있어. 엄마랑 어떻게든 살아보자.”



엄마한테 너무 많은 걱정은 안겨드린 통화였다. 이전에도 군대에서 자살 생각을 했을 정도로 우울감을 갖고 있었던 나였기에 엄마는 덜컥 겁이 나셨을지도 모른다(실제로 나는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참으로 다행인 점이다). 엄마께 너무 불효를 한 것 같아 죄송했지만 엄마의 위로에 나는 또 출근길에서 울어버렸다.


얼마 전 〈폭싹 속았어요>에 애순이가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금명이(딸)를 살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이런 말이 나왔다.


“어머니는 또다시 자식을 살린다.”


엄마는 그날, 짧은 통화로 나를 살렸다.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을 살리는 사람이다. 엄마의 위로가, 엄마의 든든함이, 엄마의 응원이 나를 용기 나게 만들었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마음먹어야 할지 길이 보였다.


그렇게 용기를 얻고 나니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아무도 나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알고 보니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다. 


친한 직장 선후배들도 나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러 방법들은 제시해 주었다. 종종 연락하는 친구들은 모두 휴직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다 같이 회사 욕을 해주었다. 전 직장 동료들까지 나의 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내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친한 친구들은 현실적인 조언과 방법들에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커피 쿠폰들을 마구 쏴주었다.


모든 게 내 책임이고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내 인생은 나만 만들어 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주변에 나를 좋아해 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게 내 삶이었다. 물론 인생의 결정들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그럴 용기를 만들어주는 건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엄마의 한마디.


“엄마 항상 네 뒤에 버티고 있어.”


이 말이 나를 살렸다.


내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응원이 또 나를 일어서게 했다.


역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다시 느낀다.



나는 결국 회사에 휴직을 신청했고 곧장 정신건강의학과를 예약했다. 그리고 휴직을 시작한 첫날 제일 먼저 엄마를 보러 본가로 달려왔다. 서울 집을 나서면서 나는 문 앞에 붙어있는 메모장을 떼어버렸다. 


“모두 내 책임이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야.”


 이제는 안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혹시 지금, 혼자서 너무 많은 걸 감당하고 있진 않나요?

무너질 것 같다면, 저처럼 누군가에게 기대도 괜찮아요.

제가 해결해 줄 순 없지만, 적어도 말해드릴 수는 있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힘들게 들어온 회사 5개월만에 사표 내고 3일째 집에 온 백수 비슷한 고민들로 많이 괴로웠는데 글 보고 위로 받습니다
6개월 전
대표 사진
한도윤
힘들게 들어가 회사 5개월만에 사표를 내시기까지 얼마나 많이 힘드셨습니까 ㅜ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면서 또 이 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니 저또한 위로를 받습니다. 부디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시든 꼭 독자님다운 일을 찾으셔서 행복하시길 빕니다. 좋은하루되세요!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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