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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BM 전체글ll조회 2715l 4








낭만 시리즈 (부제: 녹음실 그 남자, 스튜디오 그 남자)

세훈x준면

BM 作






episode.3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준면이 신경질 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비어있는 대화창을 보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세훈에게서 처음 연락이 온 뒤로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워낙에 붙임성이 없는 성격인지라 세훈에게서 먼저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애꿎은 휴대폰을 툭툭 건드는 준면을 보며 옆에 앉아있던 녹음기사가 장난스레 애인의 연락이라도 기다리느냐고 물었으나 준면은 표정을 더 굳히기만 할 뿐이었다. 웃으며 그런 거 아니라고 대꾸할 줄 알았던 예상과 다른 반응에 녹음기사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고는 녹음 부스에 들어가 있는 남자에게 녹음을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메시지 창을 띄워두긴 했지만 뭐라고 보내야할지 몰라서 허공을 맴돌기만 하는 손가락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연락 계속 하고 싶어요. 세훈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혹시 그것이 그저 그런 인사치레였다면? 문득 떠오른 생각에, 준면은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경수씨 오늘은 목 상태 좋은가봐, 이 상태면 빨리 끝나겠는데? 녹음 기사의 말에 부스에서 나온 경수는 그저 웃어보였다. 곡의 원작자인 준면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의식하는 것 같아, 녹음 기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 눈치를 주긴 했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하지만 준면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세훈의 말이 인사치레인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 시각, 세훈은 지금껏 준비해온 합동 사진 작품전이 시작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합동 사진 작품전 이었기에 그나마 준비하는 것들이 한결 여유로웠지만 그럼에도 숨 돌릴 틈 없이 바빠 실상 휴대폰을 들여다 볼 여건이 되질 않았다.


  물론 그 사정을 모르는 준면은, 그저 혼자서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준면씨가 만든 곡은 다 좋은 것 같아요. 이번이 준면씨 곡에 부르는 것이 두 번째죠?”

  “네? 아, 네. 저번에 드라마 OST 부른 거랑, 지금 곡은 경수씨 새 앨범 수록곡이라면서요.”

  “타이틀곡으로 바꿀 수도 있어요. 회사랑 의견 조율 중인데, 개인적으로는 타이틀곡으로 예정된 것보다 지금 녹음 중인 게 더 좋긴 해요.”

  “그렇게 된다면 저야 고맙죠. …참, 경수씨는 사진작가 오세훈 이라는 사람, 알아요?”

  “세훈이 형이요? 당연히 알죠. 알고 지낸지가 몇 년인데. 왜요?”

  “아, 아니… 우, 우연히 사진을 봤는데 잘 찍으셔서 조만간 앨범아트 부탁드리려고…….”

  “세훈이 형이 사진 잘 찍죠, 제가 중간에서 연결 해드릴까요?”

  “아, 아뇨. 연락처는 아는데… 혹시, 그 사람 지금 바쁠 시기 인가요?”

  “어… 아마 사진전 때문에 그럴 걸요. 최근에 연락하니까 사진전 준비 때문에 바쁘다고 그러던데.”




  사진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잡지에 실릴 사진을 찍을 때도 사진전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긴 했었다. 비로소 준면은 세훈이 바빠서 연락을 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주 조금 용기를 내어서 먼저 연락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어떻게, 무슨 내용을 보내야할지 몰라서 더욱 더 고민이 되었다. 녹음이 다시 시작된 사이, 준면은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리며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도저히 연락을 할 만한 좋은 구실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때 준면의 작업실 문이 열리고 경수의 매니저가 상자를 들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경수의 팬들에게서 온 간식 선물이라며 녹음실에 있는 관계자들에게 하나씩 쥐어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받아든 준면은, 문득 세훈이 작업실에 올 때마다 사왔던 레몬에이드와 도넛, 그리고 커피가 떠올랐다. 아! 짧게 탄성을 내뱉은 준면은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 입력하기 시작했다.


  버블티 마실래요?


  둥둥 떠다니는 문장을 보던 준면은, 무엇인가 너무 단도직입적인 것 같고 또 세훈이 싫어하는 음료인데 억지로 그러자고 할까봐 썼던 내용을 도로 지우고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또, 왜 하필 버블티를 떠올렸는지 생각해 보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 때문에 점점 복잡해지는 머릿속으로 인해 준면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잡생각들을 떨쳐내고 다시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생각을 했다.


  버블티 좋아해요?


  이거다. 화면에 뜨는 고민 끝에 완성된 문장을 보고 준면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전송 버튼을 눌렀다. 사라지지 않는 숫자를 보다가, 일단 먼저 연락이라도 한 자신에게 칭찬을 하며 비로소 자신이 작곡한 멜로디에 얹어지는 경수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경수가 오늘 녹음을 잘 한 것도 있었지만 준면의 기분 상태가 들떠서 지금까지 녹음한 것을 쭉 듣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경수씨 목소리랑 제가 작곡한 곡이랑 잘 어울려서 좋네요. 최고에요.”







  [버블티 좋아해요?]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전시회장에 서있던 세훈은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짧은 진동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준면의 이름이 화면에 떠있었고, 짧은 문구에 세훈은 잠시 그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문득 최초로 보낸 연락 이후 일주일 만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그간 자신이 얼마나 바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준면이 이 짧은 문장을 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모르는 세훈은 그저 먼저 연락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움과 동시에 혹시라도 제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서 먼저 보낸 건가 싶어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버블티라, 액정을 내려다보던 세훈은 그때서야 비로소 다른 잡지에서 보았던, 준면이 즐겨 마시는 음료가 떠올랐다.



Q. 작업할 때 즐겨 마시는 음료가 있다면?

A. 전 버블티를 좋아해요. 그래서 항상 버블티를 옆에 두고 작업을 하죠.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는 잡지의 글귀와 지금 메시지 창에 뜬, 준면에게서 온 연락. 세훈은 빙긋이 웃으며, 마시러 갈래요? 라고 보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숫자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답장이 없어서 의아하던 찰나에, 준면이 뭐라고 보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세훈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숨죽여 웃었다. 이런, 귀여운 사람 같으니라고. 그리고 한참 뒤에 답장이 왔다. 세훈은 약간의 시간을 두고 확인을 했다.


  [내가 살게요. 언제 볼까요?]


  세훈은 휴대폰 액정을 손으로 두드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근처를 지나가는 동료 작가에게 오늘 전시회 끝나고 뒤풀이 같은 것이 있냐고 묻자, 동료 작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훈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준면에게 답장을 보냈다. 사진전이 진행되는 전시회장의 주소와 함께, 전시회가 끝나는 시간인 여덟시까지 전시회장으로 와달라고 보내놓고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순조롭게 진행된 녹음 상황으로 인해 예상했던 시간보다 녹음이 일찍 끝났다. 녹음 기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저녁이나 다 같이 먹자고 했지만 준면은, 세훈과의 약속으로 인해 다음에 같이 밥 먹자고 얘기하고는 식당으로 향하는 이들을 먼저 배웅하고, 집에 들러 옷이라도 갈아입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택시를 잡아탔다. 시간을 확인하니 대략 옷을 갈아입고 출발하면 딱 맞게 도착할 것 같았다. 하필이면 지옥의 퇴근시간과 겹치는 시간이라 조금 더 빠르게 준비해야할 것 같아서 준면은 옷장에서 여러 가지의 옷을 한 번에 꺼내놓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과하게 꾸미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편한 옷차림은 아닌 거, 뭐가 좋지?


  한참 고민하던 준면은 바지만 그대로 입기로 하고, 헐렁한 티셔츠를 벗고 체크무늬의 와이셔츠를 입고 그 위에 밝은 색의 스웨터를 입었다. 대충 눈으로만 훑어본 뒤에 야상을 꺼내 손에 들고 백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날씨가 그렇게 춥지만은 않은 것 같아 손에 들린 야상이 귀찮게 여겨져 잠시 집으로 다시 들어갈까 하는 고민을 했지만, 차가 막힐 것을 염려해 택시를 잡아 세훈이 일러준 장소를 기사에게 말하고 나서야 준면은, 좌석의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고서 한숨 돌렸다.


  예상대로 퇴근길과 겹치는 시간으로 인해 도로는 병목현상으로 꽉 막혀있었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지만 괜히 초조한 마음에 정체된 도로만 답답한 시선으로 보았다. 계기판의 숫자는 점점 올라갔고, 준면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한 전시회장의 앞에서 준면은 메고 왔던 백팩에 지갑을 집어넣고 휴대폰을 꺼내 세훈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자 세훈은 아직 문을 안 닫았다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조금은 머뭇거리며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어두웠지만 은은한 오렌지 빛의 백열등이 작품들을 집중해서 조명하고 있었다. 아늑하게도 느껴지는 공간의 한 가운데에, 캐주얼 정장차림의 세훈이 서있었다. 준면은 잠시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보다가,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 세훈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벽면에 걸린 사진들을 눈으로 대강 훑으면서, 준면은 세훈에게 인사를 건넸다.




  “분위기도 좋네요, 아늑하고.”

  “그래요? 여기 벽면에 있는 사진들 전부 제가 찍은 건데, 어때요?”

  “다 멋있어요. 혼자 하는 거예요, 아니면 합동?”

  “합동이죠. 유명한 작가님들 사이에 껴서 하는 거예요.”

  “세훈씨는 안 유명해요?”

  “글쎄요. 유명한 것은 잘 모르겠고, 마니아층에서 제 작품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전 세훈씨 사진 좋은데요? 나중에 개인전 해도 되겠다. 참, 전시회 언제까지 해요?”

  “오늘 시작해서 4일간 하는데, 또 찾아온다면 환영할게요.”

  “어… 시간이 되면요? 아, 여덟시에 문 닫는다면서요, 지금 이십 분인데…….”

  “아, 준면씨 먼저 나가있어요. 주차장에서 차 가지고 갈게요.”




  준면이 먼저 전시장을 나왔다. 집에서 나올 때와는 달리 날씨가 조금은 쌀쌀해진 것 같아, 준면은 손에 들고 있던 야상을 입고는 가방을 다시 고쳐 메었다. 그 사이 세훈의 차로 보이는 중형 SUV가 준면의 앞으로 와 멈춰 섰다. 준면은 보조석의 문을 열고 차 안에 탔고, 안전벨트까지 메고 나자 부드럽게 차가 출발했다. 잠깐 사이에 옷을 하나 더 껴입은 준면을 보고서 세훈은 춥냐고 물었고, 준면은 추위를 잘 타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에 세훈이 히터를 틀어주었다. 원체 말수가 적은 편이라 그런지 한동안은 차 안에 적막이 흘렀다. 신호에 걸려 대기를 하던 도중, 세훈이 먼저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참, 버블티 먹자고 했잖아요.”

  “그, 그랬죠. 어… 주변에 카페 없나요?”

  “음… 준면씨 혹시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라는 노래 알아요?”

  “알아요. 그건 왜요?”

  “그 은하수 다방, 실존하는 것도 알아요?”

  “정말요?”

  “노래 속 그 장소인 것은 모르겠고, 이름은 같아요. 식사도 할 수 있고, 차도 마시고, 술도 파는 곳이에요.”

  “와… 그럼 거기로 가요.”

  “가서… 버블티 대신에 술이나 한 잔 할래요?




  세훈의 시선이 준면에게 와 닿았다. 준면은, 뭐에 홀린 사람처럼 넋을 놓고 세훈을 바라보았다. 제게 닿는 시선이 꼭, 준면을 묶어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한없이 보고만 있었다. 그때, 신호가 바뀌었고 가까스로 그 시선에서 벗어난 준면이 신호가 바뀌었다며 말을 했다. 그제서야 세훈은 다시 차를 출발 시켰고, 준면은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단순히 술 한 잔 하자는 소리일 뿐인데 괜히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얼굴이 뜨거운 것 같아 손 부채질을 하며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선팅된 유리창으로 운전을 하는 세훈의 옆모습이 비추었다. 그 모습을 한 없이 바라보며, 준면은 또 다시 첫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의 기분을 느꼈다. 애꿎은 유리창을 손으로 문지르자, 유리면에 비춰지는 세훈의 모습이 사라졌다가 곧, 다시 나타났다. 준면은 몇 번이고 창문을 손으로 문질렀다.


  세훈은 계속해서 차창을 손으로 문지르는 준면을 흘끗 바라보았다. 유리면을 통해 시선이 마주친 준면은 흠칫, 놀라면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런 준면을 보며 세훈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사이 세훈이 말했던 ‘은하수 다방’ 앞에 도착을 했다. 차에서 먼저 내린 준면은 정말로 은하수 다방이라고 쓰인 간판을 올려다보며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린 세훈이 준면의 옆에 서서 준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준면은 제 어깨에 둘러진 세훈의 팔과, 시선을 위로 하면 바로 보이는 세훈의 얼굴에 수줍어져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최대한 아래에 두었다. 하지만 은하수 다방의 내부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 빛에 곧장 고개를 들어 내부 인테리어를 둘러보았다.


  마치 과거의 다방을 연상케 하는 추억의 물건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고, 한 가운데에는 그 옛날 다방에 있던 DJ룸이 있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DJ룸의 벽면에는 추억의 노래들이 담겨있는 LP판들이 가득했고, 앤틱함이 물씬 풍기는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카운터 또한 원목 나무로 되어 있어, 그곳에 놓인 전자 계산대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공간을 채우는 재잘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추억의 팝송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그 옛날 추억의 향수에 취해보고자 찾아온 중년의 사람들도 있었고, 고풍스럽기까지 한 내부 분위기에 취해 찾아오는 젊은 층의 사람들도 있었다. 넓지도 작지도 않은 가게에, 너무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어 그 공간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가게 내부를 둘러본 준면의 표정이 밝아, 세훈은 가게를 잘 데려온 것 같아 뿌듯했다. 사진전 작품을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곳인데 준면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단골가게로 지정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게의 구석진 자리는 항상 사람이 있었는데 오늘은 없기에 준면을 데리고 구석진 자리로 갔다. 종업원이 두고 간 메뉴판을 보며, 세훈은 맥주와 안주로 먹을 꼬치구이를 주문했다.


  사실 준면은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잘 마시는 타입이 아니었다. 분위기에 취해 만취하기도 하지만 늘 적정선을 지키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 분위기로 봐서는 주는 대로 받아 마실 것 같은 기분에 불안하기도 했다. 문득 제 주사가 어땠었던가 하는 고민까지 생겼다. 그러는 사이 주문한 것들이 테이블 위에 세팅되었다. DJ가 틀어주는 음악은 외국 팝송에서 잔잔한 기타 선율이 일품인 우리나라 가수의 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준면은 술이 식도를 타고 넘어갈 때의 청량감과 알싸하게 퍼지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끝도 모르고 계속 마시는 편이었는데, 지금이 딱 그 짝이었다. 귓가에 울리는 잔잔한 기타 선율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루어내는 것은 하나의 음악이 되었고, 은은한 조명 탓에 나른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볼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 준면은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이따금씩 안주를 집어먹으며 술을 마셨다. 맞은편에 앉은 세훈의 모습도 좋았고, 그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듣기 좋았다.




  “준면씨,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뭔데요?”

  “준면씨는 애인 있어요?”

  “애인이요? 어… 애인 안 사귄지 엄- 청 오래되었어요. 세훈씨는요?”

  “저는… 비밀.”

  “어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치. 나 알아 볼 수 있는 방법 있어요! 경수씨, 경수씨 알죠? 경수씨랑 저랑 오늘도 같이 작업했어요.”

  “도경수요? 아아… 이거 경수 입단속을 시켜야겠네요.”

  “그게 뭐에요, 나는 다 알려줬는데. 세훈씨 치사하네. 애인 있죠? 그러니까 비밀이라고 하지….”

  “아, 알려줄게요. 애인 없어요. 진짜로.”

  “진짜 진짜요? 거짓말 아니고? 에이… 그럼 처음부터 없다고 하지, 엄청 서운할 뻔 했네.”

  “장난 이었죠. 근데 왜… 서운할 뻔 했어요?”

  “네? 그야…….”




  순간 준면은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지금껏 떠오르는 데로 막 뱉었던 지라, 별 생각 없이 서운하다고 답했던 것이었는데 세훈이 그 이유를 물으니 뭐라 할 말이 없어진 탓이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별 뜻 없이 한 말이었다고 하기에는 자신도 무엇인가 찝찝했고, 어딘지 진지해진 것 같은 분위기에 어색해질 것만 같았다. 준면은 멍하니 입을 벌린 상태로 생각에 빠졌다. 왜, 서운할 뻔 했지? 세훈씨 같은 사람이면 애인정도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데. 자신이 말해놓고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준면의 답을 기다리며 세훈은 안주를 하나 집어 먹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빠진 그 모습 또한 귀엽게 보여서, 세훈은 턱을 괴고서 한참을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조명 덕분에 더욱 더 도드라져 보이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꽤 복잡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서 툭 내밀고 있는 선홍빛 입술까지 모두 다 귀엽게만 보였다. 세훈은 그 얼굴을 보며 푸스스, 웃어버리고는 이만 일어나자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서야 생각에서 빠져나온 준면이 옷을 챙겨 입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훈이 계산을 하려고 하자, 준면이 메고 온 백팩에서 지갑을 꺼내 계산을 마치고는 세훈을 향해 베시시, 미소 지어 보였다.




  “제가 산다고 했잖아요.”

  “아아… 저 술 안 마셨으니까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고마워요 세훈씨.”




  세훈은 조수석의 문을 열어 준면이 차에 타자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잠자코 자리에 앉아 있던 준면은, 시동이 걸리자 네비게이션에 집주소를 입력하고는, 차가 출발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잠이 막 오려는 찰나에 귓가에 울리는 세훈의 목소리에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았다. 겨울바다 좋아해요? 그 물음에 준면은 웅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다시 차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이따금씩 네비게이션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방향을 일러주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준면의 집에 다 도착했을 때엔 준면은 세훈의 차에서 잠이 든 상태였다. 세훈은 잠이 든 준면의 모습을 보다가, 준면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어 잠에서 깨웠다. 몽롱한 정신의 준면이 집에 도착했음을 깨닫고서 자신의 볼을 두어 번 가볍게 톡톡 두드리고는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세훈의 목소리가 준면을 붙잡았다.




  “전시회 끝나면, 같이 겨울바다 갈래요?”




  차에서 내리려다 말고 준면은 망연히 세훈을 보았다.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듯 말하는 모습에 작게 웃어 버렸다. 세훈을 본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 모습에 색다른 느낌의 설렘이 찾아왔다. 준면의 웃음에 세훈이 조심스럽게 준면과 시선을 맞췄다. 이에 준면은 고개를 끄덕이며 꼭, 같이 가자고 답을 했다.




J,

데이트 신청을 받은 사람의 기분이 지금 이런 기분이려나? 그나저나 정말이지, 왜 애인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서운하지.










BM

스토커앙꼬

설레임

두근두근

수녀

긍긍

설탕시럽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계속 먹을 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네요. 절대 의도한 것은 아닌데 말이죠... 하하;0;

여하튼 부족한 글이지만 암호닉 분들을 비롯,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이 있기에 힘내서 쓰고있습니다!

달달한 글 쓰는 게 제일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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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으와! 이건 뭐죠? 읽기만해도 너무 달달해서 미치겠어요. 이런 귀엽고 달달한 세준 사랑합니다. 정말 애정해요. 제목처럼 정말 낭만이네요. 낭만의 집약체같은 느낌? 1편부터 읽고 왔어요 엉엉 ㅠㅠ 비회원인데 암호닉 신청 가능한가요? 가능하다면 이번편에서 세준이 함께 간 은하수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라서 반가웠어요. ㅎㅎ
11년 전
독자2
두근두근! 엄청 설레면서 봤네요.. 달달하다 못해 녹아 버릴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 이런 분위기의 세준 너무 좋습니다.. 이때까지 본 세준 작가님 중에 제일 잘 쓰시는 것 같아요ㅠㅠㅠㅠㅠ 최애지만 마이너라 잘 볼 수 없는 세준이라..ㅠㅠㅠㅠㅠ 작가님 다음 낭만도 기대합니다!
11년 전
독자3
헐 달달한 세준...S2 좋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하고 으와 날씨도 딱 지금 날씨여서 감정이입 되어요ㅋㅋㅋ 사진작가 세후니와 작곡가 준면이라니ㅠ! 너무 잘어울려서 저 쥬금; 고민하는 준면도 귀엽고 폭풍매너 세훈이도 멋지네여...ㅠㅠ 배경이라든가 되게 자세해서 분위기 좋고 암튼 좋네요ㅎㅎ 다음 글도 기대해요S2
11년 전
독자4
진짜진짜 달달하네요 분위기가 은하수 다방이란 노래와도 잘어울리고 장소도 잘어울리고 말그대로 낭만이네요 잘읽고가요ㅎㅎ
11년 전
독자5
W에요! 자기전에 침대에 엎드려서 보고있었는데 으.. 막.. 달달하고 간질간질해서 온몸을 베베 꼬고 봤네요 완전 좋아요!ㅠㅠ 아 세준을 이렇게 잘 표현한 작가님 진짜 처음봤어요. 빈말아니에요 진짜로. 항상 궁금한게.. 이렇게 좋은 글인데 왜 댓글이 별로 없을까.. 세준이 마이너인가요? 아 정말 글 잘쓰시는데, 왜! 표현이 굉장히 섬세하셔서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고, 세준 표정을 글로 읽고있지만 눈에 보이는. 표현력 짱이세요! 문체도 잔잔하시고.. 세준같은 연애 하고싶어지는 밤이네요ㅎㅎ 작가님 저랑 오래오래 행쇼합시다. 세준은 사랑입니다. 또한 작가님도 사랑입니다ㅠㅠ 비회원이라 신알신 못하는 저를 원망하세요ㅠㅠ..
11년 전
독자6
암호닉 미자 신청할게요!!세준 커플링의 맘에 드는 문체의 글을 찾기 힘들엇는데 여기 딱 잇네여ㅠㅠㅠ분위기도 완전 제 스탈이고 문체도 진짜 제 맘에 쏙 들어요bbb낭만시리즈 1화부터 정ㅋ벅ㅋ하고왓슴당!!세준행셔..S2...세준인거부터 달달까지 최고에여ㅠㅠ
11년 전
독자7
긍긍입니다ㅜㅜ 우와ㅎㅎㅎㅎ 준며니 왤캐 귀엽죠?ㅎㅎㅎㅎ 둘이 너무 달달해서 좋네요ㅎㅎㅎㅎ 그럼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11년 전
독자8
너무 달달하네요ㅠㅠㅠ 진짜 ㅠㅠ 보는 내내 웃게되는 글이에요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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