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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추워요? 좀 따뜻하게 입고오지."
"나 많이 겹쳐입었어요."
"근데 별로 안 따뜻해보여요."
"... 날 텔레토비처럼 만드려고 그러는거에요? 너무 두껍게 입어서 팔도 못움직이면 어떡해요."
"못난이처럼 보이면 누가 데려가려고 하진 않을거아니에요."
부쩍 낯뜨겁게 만드는 말이 늘어버려 팔뚝을 찰싹찰싹 때렸다. 자꾸 맞으면서도 뭐 그리 좋은지 실실 웃어대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가까운 삼겹살집에 들어가 이것저것을 주문하곤 마주앉아 멀뚱히 바라보다 벽쪽으로 붙어앉아 발로 톡톡 장난을 걸고 모른다는 듯 능청을 떨었다.
"왜요?"
"귀엽네요."
"으잇, 맨날 이렇게 장난쳐도 같은 반응일 것 같네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반응이 똑같잖아요. 되게 음...항상 뭘해도 '귀엽네요' 밖에 안해."
"그럼 거기에 대놓고 볼 살짝 꼬집구 막 끌어안을 순 없잖아요."
"무슨 말을 못하겠네요. 할말 없음."
삼겹살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익어갔다. 대화를 하다 말고 고기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그가 푸스스 웃었다.
언제봐도 새롭네요. 뭐가요? 그쪽이요. 치.. 원래 반전이 더 매력있다던데요? 뭘 해도 내눈엔 다 좋아요.
"근데요, 왜 맨날 들어오라고해요."
"불안하니까요."
"뭐가 그렇게 불안한데요"
"나같은 사람이 관심가질까봐도 불안하고, 또 밥 안챙겨먹고, 혼자 아프고, 괜히 울고 그럴까봐. 그럼 내가 물을게요."
"네?"
"왜 안들어오려는거에요?"
"뭔가,막, 너무 빠른 것 같고.."
"또?"
"간질간질? 쑥쓰럽기도하고.."
"그리고?"
"아직, 서로 다 모르기도 하고..?"
하나같이 끝을 흐리는 말에 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익은 고기들을 내쪽으로 밀어주는 그를 슬며시 뜯어보았다. 예상외로 긴 속눈썹을 빤히 바라보자 금새 눈동자와 눈이 마주쳐 당황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나도 부끄럽다구요."
급하게 쌈을 하나 만들어 간지러운 말을 쏟아낼 그의 입에 다짜고짜 밀어넣었다.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보다 그의 큭큭거리는 웃음소리만이 정확히 귓가에 내리꽂혀 말없이 손만을 움직였다. 그가 빤히 바라보는게 느껴져 귀가 달아오른채 식지 않아 눈을 마주치기가 부끄러웠다.
아, 아까 이런기분이었을라나. 예상치 못하게 밥을 거의 다 먹어갈 즈음까지 저번보다 더 대화없는 식사시간이 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아요"
"그럼 어떡해요."
"그냥 그대로 있어도 좋아요. 다 좋으니까."
계산을 하고선 박하사탕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덩달아 입에 사탕하나를 문 그가 뒤에 따라붙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곤 평소보다 천천히 걷다 스치는 손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마주잡았다.
"자, 이제 마저 말 할까요."
"뭘요?"
"들어오라구요."
"아까 이유 다 말했는데?"
"근데 그럼 물어볼게요. 그 이유 있잖아요, 뭐가 빠른 것 같아요?"
"그냥..아.. 씨.. 그냥 우리 만난지 얼마 안됐잖아요..."
"그런데요?"
너무도 당당하게 되물어오는 그에 더듬더듬 대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니까..어..."
"음란마귀가 꼈네요. 그쪽"
놀리듯 하는 말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쪽이라면, 뭘 해도 좋아요. 그냥 다."
깍지를 낀 손에 간간이 떨림이 전해져 와 덩달아 두근거렸다.
그러니까, 그냥, 들어와요.
한 마디씩 끊어서, 하지만 부드럽게 전해져 오는 말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곤 내쪽으로 몸을 돌렸다.
"진짜요? 진짜?"
"으씽, 조용히 해요. 나도, 부끄러우니까."
"우와, 진짜 대박."
이게 뭐라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그에 덩달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내 들떠서 손을 더 꼭 잡아와 거기에 화답하듯, 한 번 세게 붙잡았다 힘을 풀었다.
"언제, 언제 올꺼에요? 알바 쉬는날 언제에요?"
"아마도 쉬는건... 언제더라..? 근데 주말이에요"
"하루하루가, 새롭네요."
"그거 무슨 뜻이에요?"
"그쪽때문에 설렌다는 말이에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집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길에, 그리고 항상 헤어졌던 자리에 멈춰섰다.
그가 한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서툴지만 단단하게 안는 팔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떨리게했다. 그의 팔 안에 갇혀버린 팔을 빼 꼼지락거리며 마주안다가 손가락으로 볼을 콕콕 찔렀다. 내려다보는 그에게 순식간에 살짝 입을 맞추곤 떨어졌다.
"다음부터 삼겹살은 자제해야겠어요. 잘자요!"
입끝에서 박하향이 맴돌았다.
'나 계속 멍때렸잖아요. 꿈인줄알고'
'꿈같아요?'
'아직도 생생한거 알아요? 나 오늘 떨려서 못 잘것 같아요.'
'나도 떨려요 많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건지 나도 모르겠어요.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그냥, 그의 서툴고 힘차게 뛰는 묵직한 쿵쿵거림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침대에 파묻혀 조심히 입술을 쓸어 보았다. 스치듯 닿은 것 뿐이지만, 불에 데인 듯 다시 그 자리만 뜨거워져왔다. 아아... 자그마한 탄성이 입 안에서 사그라들었다.
'나 오늘은 못 갈것 같아요. 정말 미안해요. 그거 알죠? 비즈니스'
그 답지 않게 이모티콘까지 붙여 온 문자였지만, 살짝 기분이 가라앉았다. 새삼 남은 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를 받고 한참 멍하니 있으니 또다시 문자가 왔다.
'왜 답이 없어요 나 심장 떨어진다니까요?'
'아니에요. 열심히해요!'
아무래도 오늘은 짐 정리를 해야 할 것만 같아 끝나고 오는 길에 쓰레기봉투와 상자를 샀다. 막상 집에 들어서서 둘러보니 무엇부터 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신발장에 쌓여있는 지금 신지 않는 신발부터 한켤레씩 봉지에 묶고, 계절에 맞는 옷만 두고 하나하나 꺼내담았다. 한참을 정리하다보니 금새 먼지가 이리저리 날아다녀 재채기가 나 창문을 열고 콜록거리고 있는데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았다.
"흐엣취"
"전화 좀 받아요. 나 정말 대충 미뤄두고 온거 알아요?"
"흐아.. 깜짝놀랬잖아요."
훌쩍 콧물을 들이마시곤 찬 냄새를 풍기는 그에게 가서 안겼다.
"나 다시 가봐야 되요. 그니까 전화좀 받아요. 알았죠?"
"응, 보면 받을게요."
대답이 맘에 들지 않는 듯 가볍게 딱콩을 놓는 그를 보며 입을 삐죽였다. 그가 볼을 살짝 꼬집곤 베이비키스를 흘리고 나갔다.
어수선한 집안이 꼭 지금 내 마음 같아 얼떨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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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브금이 더 선덕선덕한 것 같네요.
분량이 짧은건 어제 음란마귀에 씌어서라는건 비밀. 새벽에 음란마귀의 영향으로 찐 떡이 시선 한편 분량인건 자랑. 근데 손고자라 별 감흥 없다는건 안자랑.
그 떡썰 에버그린 생각하고 쓴건 안비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요 그냥 그렇다구요. 소금소금...오늘도 새벽에 감성터질때 써야겠어요~ 분량 많이 많이 가져오고 싶은 건 제 바램.
헬리님 강친님 순대친구님 고구미님 미네랄님 마가레뜨님 크림님 망가리님 븊님 쌀알님
말 안해도 항상 샤랑하는거알죠?♥
관심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