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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큰 도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야한다. 차도 드나드는 꽤 큰 골목이지만 저녁이면 인적도 드물어지고 가로등 하나가 고장나면서 혼자 걸을 때는 자연스럽게 무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리고 이럴 때면 괜히 청각이 예민해지면서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괜한 망상까지한다. 근데 오늘은 그게 아닌 것 같다. 뒤에서 나는 발소리가 내 보폭과 비슷한 것 같아서 더 그렇다. 좀 빨리 걸으면 뒷 사람의 발소리도 빨라지고 다시 좀 더디게 걸으면 뒷사람의 발걸음도 느려진다. 이건 망상따위가 아니라 진짜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봤던 이런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한다, 하는 티비프로그램을 떠올리려 했지만 갑자기 생각 뒤죽박죽 섞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갑자기 뒤에 발소리가 두 개가 들린다. 아, 정말로 큰일이 나는구나, 라고 생각했을 때 내 뒤에서 어깨에 손을 올린다.

 

"왜 이제 집에 들어가. 늦게 다니지 말랬지."

"아..."

 

잔뜩 겁먹어있는 나를 구해준건 전 남자친구다.

 

"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

"어?"

"나 여기서 그냥 가?"

"아, 아니."

"가자."

 

사람의 체온에 안심을 하며 집까지 갔다.

 

"괜찮아?"

"어..."

"긴장 제대로 했구나. 땀까지 흘리고."

 

손을 뻗어 이마에 차가운 손을댄다.

 

"나 이제 갈게."

"고마워."

"이렇게 그냥 보내기야?"

"어?"

"차 한 잔만 얻어먹자."

"아..."

 

그렇게 좋지만은 않게 끝난 사이인지라 집에 들이기가 참 그렇다. 오늘 구해준건 고맙지만...

 

"농담이야. 나 간다."

 

어물쩡거리는 나의 모습에 씩 웃고 가버린다. 차라도 한 잔 내주는게 도리였나 싶었지만 빨리 집으로 들어갔다. 전 남자친구, 그러니까 정호랑 헤어진건 정호의 집착 때문이다.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하는 정호에게 헤어지자고 일방적 통보를 하고, 매달리는 정호를 피해 여기로 이사오고, 핸드폰 번호도 바꿨다.

-쿵쿵쿵쿵쿵

깜짝 놀라 현관문을 봤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그것도 엄청 무섭다. 열리지 않는 문고리를 잡고 철컹거리며 열려고 한다. 아까 그 사람인가? 정호랑 같이 집에 들어오는게 맞는건가?

-쿵쿵쿵쿵쿵

또다시 쿵쿵거리는 소리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번 더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조용해진다. 한참을 아무소리가 안나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발소리에 긴장이 살짝 풀렸다. 핸드폰이 있는 쪽으로 가려다 다리가 풀려 일어날 수가 없다. 거의 기어서 핸드폰을 쥐었다. 내가 전화를 한 사람은 경찰도, 부모님도 아닌 정호였다.

 

'여보세요?'

"..."

'누구세요?'

 

덜 풀린 긴장이 정호의 목소리를 들으며 완전히 풀려버렸다. 그러면서 나오는건 말소리가 아니라 눈물.

 

'여보세요?'

"흐... 저, 정호야..."

'누구... ㅇㅇ이야?'

"응..."

'너 왜 울어. 어디야?'

"나 집인데... 이상한 사람이..."

'후... 아까 그 사람이냐?'

"모르겠어... 그냥, 막 현관문 부실듯이 치다가 문 열려고 하다가 그냥 갔어..."

'내가 갈까?'

"...올 수 있어? 집 멀잖아."

'나 이사했어. 너랑 가까워. 내가 지금 갈게. 내가 전화하면서 문 열어달라고 할 때까지 문 열지마.'

"응..."

'울지 좀 말고. 너 우니까 미쳐버릴 것 같아.'

"미안..."

'니가 미안할게 아니잖아. 아무튼 갈테니까 끊자.'

"아... 알겠어."

'금방 도착하니까 울지 말고.'

"응."

 

안 끊었음 했지만 차마 끊지 말라고 말 할수가 없었다.

-쿵쿵쿵쿵쿵

아까랑... 똑같다. 다섯번... 또 그 사람이다. 내 목소리 들었나? 내가 집에 있는걸 아나?

-쿵쿵쿵쿵쿵

정말 눈물 나온다. 제발, 빨리... 두 번 정도 더 현관문을 치더니 또 조용해진다. 그리고 손에 꽉 쥐고 있던 핸드폰에 진동이 온다. 정호 번호다.

 

"도, 도착했어?"

'어. 문 열어.'

 

풀린 다리에 힘을 주어 겨우 일어났다.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정호의 얼굴에 안심이 된다.

 


"울지 말라니까."

"밖에... 밖에 사람 있었어?"

"왜? 또 왔었어?"

"응... 또 문 두드리면서..."

"아까 나간 사람인가?"

"어?"

"내가 올라오면서 내려가는 사람이 있었거든."

"하..."

"오늘은 내가 집에 있어줄테니까 걱정말고 자. 땀 엄청 났네."

 

차가운 손으로 또 땀을 닦아준다. 방에 들어가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자라고 날 방으로 밀어넣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왜 안자고."

"잠이 안 와서..."

"앉아."

"어? 응..."

 

어색하게 서 있다 정호의 옆에 앉았다.

 

"우리 몇 년만이지?"

"아... 2년만인가?"

"2년이나 지났네."

"그러게..."

 

정신없이 살다보니까 벌써 2년이나 지났다.

 

"언제 여기로 이사했어?"

"한 한 달 전 쯤?"

"아..."

"하하. 어색하다. 그렇지?"

"그러네... 고마워."

"응?"

"아까도 고맙고 지금도... 이렇게 와준 것도, 계속 같이 있어주는 것도 고마워."

"고마울건 없는데..."

"아니야. 고마워."

 

지금은 우리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아...

 

"남자친구는... 있어?"

"어? 아니..."

"없구나."

"너는?"

"나도."

 

그 날 이후로 이상한 사람이 찾아올 때마다 정호는 나에게 와 줬고, 우리는 사귀는 사이도 그렇다고 평범한 친구사이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가 되버렸다.

 

"나... 이사를 갈까봐."

"어? 어디로?"

"글쎄. 여기랑 먼데로 가야될 것 같아."

"왜?"

"같은 사람이 하는 것 같아서. 경찰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그래? 근데 만약 그 사람이 너 따라 가면? 그땐 나 집도 멀어서 바로 가줄 수도 없잖아."

"그런가?"

"좀 잠잠해지면... 그때 가. 아니면..."

"..."

"우리집 쪽으로 올래? 건물 입구에 cctv도 있고 근처 골목에도 몇 대 있고."

"어?"

"아, 아니. 가까우니까...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 생각, 해볼게."

 


그 이후 더 자주 오는 스토커 때문에 결국 정호네 건물로 이사를 감행했다. 정말 가까운 곳이다. 걸어서 10분 좀 안되게 걸리고, 전 집보다 넓지만 많이 비싸지 않다.

 


"집 괜찮지?"

"응. 너 좋은데 살았구나."

"그냥 운 좋게 얻은거지."

"진짜 고맙다. 정호야."

"ㅇㅇ아."

"응?"

"우리... 다시 사귈까?"

"어?"

"사귀자. 내가 잘 해줄게."

 

우리가 처음 사귀었던 그 날처럼 이쁘게 웃고 있다.

 

"그래."

"어?"

"사귀자, 우리."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좋아 내가 더 꽉 안았다. 이사를 오고 난 후 잠잠해졌다. 그리고 정호는 우리집에 살다시피 한다.

 

"집 안 가?"

"왜?"

"잘 시간이잖아. 벌써 12시 다 되가."

"가기 싫다... 그냥 나 짐싸들고 여기로 올까?"

"또, 또. 투정부리지 말고."

"진짜로 매일 붙어있고 싶다."

"나도 그래."

"그럼 같이 살까?"

"씁. 안된다고 했지. 어서 집에 가."

"나빴어."

"뭐가 나빠."

 

칫하고 등을 돌리더니 다시 뒤 돈다.

 

"왜..."

 

쪽하고 입을 맞춰오는 정호 때문에 말을 마치지 못 했다.

 

"너..."

"너가 이뻐서 그래."

 

벙쩌있는 내게 다시 깊게 키스를 해온다. 그리고 가슴으로 손이 올라온다.

 

"저, 정호야!"

 

깜짝 놀라 밀쳐내버렸다.

 

"저기... 알잖아... 나 혼전순결인거."

"미안... 참아야 되는데 못참았네."

"아니야, 내가 미안해."

"ㅇㅇ아."

"어?"

"우리 결혼할까?"

"어?"

"이제 너랑 나도 결혼 생각할 나이고... 난 2년 전부터 너랑 결혼하고 싶었어."

"아..."

"천천히 생각해. 결혼이니까. 보채지않을게."

"어... 그래."

"잘 자."

 

볼에 뽀뽀를 하고 나간다. 나는 생각 정리 조차 되지 않는데 가버렸다. 평소와 같이 끓여놓은, 적당히 식은 보리차 한 잔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아니, 눈을 떴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위로 뻗어있는 팔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손목이 아려오는게... 묶인 것 같다. 뭐지? 꿈인가?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에 내 얼굴을 만지는 손길이 느껴진다. 그리고 난 다 벗겨져 있는지 내 가슴 피부에 그 사람의 손길이 여과없이 느껴진다.

 

"누, 누구세요?"

 

대답이 없다. 그냥 내 몸을 만질 뿐이다. 그 손길이 닿는 곳마다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온몸이 떨린다.

 

"사, 살려주세요... 흐흡... 왜, 그러세요..."

 

그 사람은 이상하리만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끈적하고 물컹한 것이 내 온몸을 돌아다닌다. 몸을 비틀고 발길질을 해도 끄덕도 안 한다.

 

"그... 사람이예요? 매, 매일 찾아왔던?"

 

나의 말에 손이 잠시 멈췄다 다시 움직인다.

 

"시, 신고 안 할테니가... 제발 그냥 나가주세요... 제발..."

 

내 말은 아랑곳 하지도 않고 바지쪽으로 손을 댄다.

 

"꺄아아악!"

 

소리를 질러대는 나의 입을 막고 뺨을 내리친다. 뺨이 후끈후끈해지고 입 안에서 쌉쌀한 맛이 느껴진다. 입 안이 터졌나보다.

 

"그, 그만. 제발 그만해주세요... 제발..."

 

내 입에 천을 구겨넣는다. 이젠 소리도 지를수가 없다. 결국 팬티까지 벗겨지고 그 남자가 자신의 바지를 벗으려는 소리가 들렸을 때는 온몸으로 하던 반항마저 멈춰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ㅇㅇ아!"

 

정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발..."

 

시발이라고 작게 읊조린 남자는 내 위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간다. 정호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싸우는 소리가 난다. 제발... 정호가 다치지 않길... 다시 그 남자가 이 방으로 돌아오지 않길...

 

"ㅇㅇ아!"

 

정호다. 그 남자가 아니라 정호다. 정호는 손을 풀어주고 눈을 가리던 천도 풀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불을 나에게 덮어줬다.

 

"미안해... 늦었지?"

"아니... 아니..."

 

나는 나를 안고있는 정호에게 안심을 하며 울었다. 안은 손을 풀더니 나와 눈을 마주친다.

 


"울지마."

"흐... 흐윽... 미안... 미안해."

"너가 뭐가 미안해. 저 새끼가..."

"미안해..."

 

그냥 나에게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남자에게 더러워진 내 몸을 보여준다는거 자체가 미안했다.

 

"괜찮아. 울지마. 내가 늦게와서 더 미안해."

"아니야... 내가, 내가 미안해..."

 

울고있는 나를 떼어내고 전화를 건다.

 

"왜..."

"경찰에 신고해야지."

"그... 사람은?"

"누군지 봤어. 너는 걱정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어. 나 통화하고 올게."

"싫어... 어디 가지마. 나, 나 그 사람 안 잡아도 되니까, 어디 가지마. 응?"

"애기가 되버렸네. 어디 안가. 잘 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자."

 

토닥거리는 정호의 손길에 눈이 점점 감겼다. 그 날의 범인은 내가 예전 살던 집의 옆집 살았던 남자였다. 그 사람은 자기는 스토커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 날의 일때문에 혐의가 인정됐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이 어떤 얼굴이였는지 기억도 할 수 없게 퉁퉁 붓고 상처가 나 있었다. 정호 말로는 몸싸움 때문이라고 말 했지만 그러기엔 정호의 얼굴은 왼쪽 광대뼈 쪽에 멍 하나든게 전부였다. 그 이후로 나는 남자와의 가벼운 스킨쉽에도 움찔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물론 정호를 제외한 남자들에게서. 정신적으로 안정이 될 때까지 일을 쉬기로 했다.

 

"ㅇㅇ아. 나 나갔다 올게."

"어... 언제와? 늦게와?"

"아니. 금방올게."

"누구 만나러... 아니다.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난 좋아. 아는 형 만나러 가. 너도 아는 사람."

"누구?"

"자철이형. 잠깐 한국 들어왔다고 해서 보려고."

"아..."

"저녁만 먹고 금방 올게."

"응. 늦으면..."

"안 늦을게."

"잘갔다 와."

 

정호는 거의 우리집에 살다 싶이하고. 사실 정호가 집에 가 있으면 사람 발소리만 들리면 움찔움찔한다. 별거 아닌 일에도 핸드폰에 손이 가버려 얼마 안 있어 정호가 다시 집으로 오기 때문에 잠도 여기서 자버린다. 이제 난 정호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되버렸다.

 

ver2.

 

그녀는 나의 집착에 지친다며 도망가버렸다. 핸드폰번호는 물론이고 집도 이사해버렸다. 그녀의 친구들도 모른다는 답변 뿐이다. 그렇게 2년을 그녀만을 그리고 살았다. 운동선수가 되서 밥도 제대로 안 챙겨먹는다며 날 걱정하는 후배녀석 때문에 귀찮지만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보았다.

 

"형. 뭐하세요?"

"어? 그냥..."

"저 여자분? 오, 이쁘네요. 한 번 번호라도..."

"아니, 됐다. 밥이나 먹어라."

 

쫑알거리는 후배의 말에는 적당히 대꾸를 하며 그녀만을 봤다. 하지만 그녀는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갈 때까지 나를 보지 못했다.

 

"미안하다. 나 먼저 간다."

 

어디가냐고 소리지르는 후배녀석을 뒤로하고 그녀를 좇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 헤메던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그 다음날 나는 그 주변 부동산으로 가 최대한 빨리,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마음 같아선 같은 건물로 가고 싶었지만 집이 없었다. 아쉽지만 가까운 거리라는 것에 만족하고 그녀의 퇴근 시간만 되면 그녀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 가까운 곳에 갔다. 너무 갑자기 다가서면 도망갈 그녀이기에 적당한 때를 위해 항상 뒤에서만 그녀를 보았다. 적당한 때가 오늘인 것 같다. 그녀는 걸음을 빠르게 걸었다 느리게 걸었다 한다. 나를 알아챈 것 같다. 그냥 이대로 가야하나 할 때, 골목에서 한 아저씨가 나온다. 이 때다 싶어 잔뜩 긴장한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이제 집에 들어가. 늦게 다니지 말랬지."

"아..."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이다.

 

"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

"어?"

"나 여기서 그냥 가?"

"아, 아니."

"가자."

 

온몸이 경직되있는 그녀를 보고 나쁘지만, 아주 좋은 생각이 났다.

 


"괜찮아?"

"어..."

"긴장 제대로 했구나. 땀까지 흘리고."

 

땀까지 흘리는 그녀가 안쓰럽다.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나 이제 갈게."

"고마워."

"이렇게 그냥 보내기야?"

"어?"

"차 한 잔만 얻어먹자."

"아..."

 

우물쭈물하며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일단 일보후퇴.

 

"농담이야. 나 간다."

 

미안해하는 기색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문을 닫고, 얼마 안 있어 집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쿵쿵

내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무 대답이 없다. 문고리를 돌리니 잘 잠겨있다. 잔뜩 겁먹어 있을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쿵쿵쿵쿵쿵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고 얼마있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흐... 저, 정호야...'

"누구... ㅇㅇ이야?"

"응..."

"너 왜 울어. 어디야?"

'나 집인데... 이상한 사람이...'

"후... 아까 그 사람이냐?"

'모르겠어... 그냥, 막 현관문 부실듯이 치다가 문 열려고 하다가 그냥 갔어...'

"내가 갈까?"

'...올 수 있어? 집 멀잖아.'

 

이제 됐다.

 

"나 이사했어. 너랑 가까워. 내가 지금 갈게. 내가 전화하면서 문 열어달라고 할 때까지 문 열지마."

'응...'

"울지 좀 말고. 너 우니까 미쳐버릴 것 같아."

'미안...'

"니가 미안할게 아니잖아. 아무튼 갈테니까 끊자."

'아... 알겠어.'

"금방 도착하니까 울지 말고."

'응.'

 

전화를 끊고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집에서 그녀의 집까지 걸어서 10분, 뛰어서는 5, 6분.

-쿵쿵쿵쿵쿵

이제 4분.

-쿵쿵쿵쿵쿵

3분.

 

"ㅇ..."

'도, 도착했어?'

"어. 문 열어."

 

급하게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웃음인 날 것 같아 더 딱딱하게 말했다. 그녀는 전화는 끊지도 않은채 문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다.

 


"울지 말라니까."

"밖에... 밖에 사람 있었어?"

"왜? 또 왔었어?"

"응... 또 문 두드리면서..."

"아까 나간 사람인가?"

"어?"

"내가 올라오면서 내려가는 사람이 있었거든."

"하..."

"오늘은 내가 집에 있어줄테니까 걱정말고 자. 땀 엄청 났네."

 


또 땀을 흘리는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그녀는 그런 내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 그래, 이렇게 한 발자국씩 가는거야. 그녀가 놀라지 않게. 그녀를 방으로 밀어넣고 쇼파에 앉았다. 앞으로 또 어떻게 해야할까...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하는데 그녀가 나온다.

 

"왜 안자고."

"잠이 안 와서..."

 

그녀는 앉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서있는다.

 

"앉아."

"어? 응..."

 

먼저 입을 뗀건 나.

 


"우리 몇 년만이지?"

"아... 2년만인가?"

"2년이나 지났네."

"그러게..."

 


너무 길었어. 2년.

 

"언제 여기로 이사했어?"

"한... 한 달 전 쯤?"

"아..."

"하하. 어색하다. 그렇지?"

"그러네... 고마워."

"응?"

"아까도 고맙고 지금도... 이렇게 와준 것도, 계속 같이 있어주는 것도 고마워."

"고마울건 없는데..."

"아니야. 고마워."

 

고맙다는 소리에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아까도 날 밀어내는 모습에 그냥 손을 내렸다.

 

"남자친구는... 있어?"

"어? 아니..."


다행히도...

 

"없구나."

"너는?"

"나도."

 

그 날 이후로, 친구 이상 연인 이하의 선을 그녀 스스로 넘으려 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는 내가 장난을 칠 때마다 나를 불러줬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고 생각을 하면서 나한테 멀어지려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장난을 쳤다.

 

"나... 이사를 갈까봐."

"어? 어디로?"

"글쎄. 여기랑 먼데로 가야될 것 같아."

"왜?"

"같은 사람이 하는 것 같아서. 경찰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아,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래? 근데 만약 그 사람이 너 따라 가면? 그땐 나 집도 멀어서 바로 가줄 수도 없잖아."

"그런가?"

"좀 잠잠해지면... 그때 가. 아니면..."

"..."

"우리집 쪽으로 올래? 건물 입구에 cctv도 있고 근처 골목에도 몇 대 있고."

"어?"

"아, 아니. 가까우니까...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 생각, 해볼게."

 

횟김에 꺼낸 말에 그녀는 정말로 내가 사는 건물로 왔다. 나보다 한 층 위다. 옆집이면 좋겠지만, 짜증나게도 나의 옆에는 이미 누군가가 살고있다. 집으로 이사온 그녀에게 사귀자는 말을 꺼냈고, 그녀는 웃으며 받아줬다. 이제 뭐든게 풀려간다. 그녀의 집에 가는 횟수를 늘려가고, 거기에 있는 시간을 늘려갔다. 뽀뽀를 하니 키스가 하고싶고, 키스를 하니 섹스도 하고싶다. 키스를 하며 가슴으로 손을 옮겼다. 그녀는 놀라며 나를 밀쳐냈다. 나를, 밀어냈다. 그래, 그녀는 혼전순결이다. 나에게만 혼전순결 운운하며 다른 새끼들한테 몸을 내준건 아닌지 싶었지만 예전과 같이 놀라는 모습에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녀를 나에게 맞추지 않고, 나를 그녀에 맞춰보기로 했다.

 

"ㅇㅇ아."

"어?"

"우리 결혼할까?"

"어?"

"이제 너랑 나도 결혼 생각할 나이고... 난 2년 전부터 너랑 결혼하고 싶었어."

"아..."

"천천히 생각해. 결혼이니까. 보채지않을게."

"어... 그래."

"잘 자."

 

나의 말에 혼란스러운 듯한 얼굴이다. 하지만 싫다고는 안하는 그녀에 만족을 하며 나의 집으로 갔다. 잠들지 못하고 컴퓨터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자의 비명소리, 아니 그녀의 비명소리다. 뭐지? 올라가보니 현관문이 열려있다. 시발, 어떤 새끼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녀의 방에서 누군가가 나온다. 그 새끼는 그녀의 옆집에 살았었던 남자다. 그녀의 방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 이미 나는 이성을 잃고 죽어라 팬 것 같다. 축구라 해도 운동을 하는 몸이라 그 새끼는 금방 나가떨어졌고,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눈은 가린채 팔은 침대 위쪽에 묶여있고 옷이 다 벗겨져 있다. 젠장, 이런 상황에 서버린 내가 짜증이 난다. 그녀의 손과 눈을 자유롭게 해주고 이불을 덮어줬다. 안아주는 손길에도 가만히 안겨 울기만 한다.

 

"미안해... 늦었지?"

"아니... 아니..."

"울지마."

"흐... 흐윽... 미안... 미안해."

 

그녀가 미안하다고 한다.

 

"너가 뭐가 미안해. 저 새끼가..."

"미안해..."

"괜찮아. 울지마. 내가 늦게와서 더 미안해."

"아니야... 내가, 내가 미안해..."

 

신고를 하려고 핸드폰을 꺼내 나가려는 나를 붙잡는다.

 

"왜..."

"경찰에 신고해야지."

"그... 사람은?"

"누군지 봤어. 너는 걱정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어. 나 통화하고 올게."

"싫어... 어디 가지마. 나, 나 그 사람 안 잡아도 되니까, 어디 가지마. 응?"

"애기가 되버렸네. 어디 안가. 잘 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자."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녀가 이렇게 나를 붙잡고 놓질 못하는건 마음에 든다. 내가 토닥거리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금방 잠이 든다. 그녀가 잠이 들고 그녀의 방 안에서 나와 아직 쓰러져있는 새끼를 발견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화풀이를 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진술서를 쓰고 다음날 변호사를 사 모든걸 맡겼다. 그녀에게 진술서를 써 내라는 경찰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씩씩하게도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모두 해 나갔다. 하지만 그 일에 아직 정신적으로 후유증이 있는건지 남자가 가까이오면 피해버린다. 나에게는 아주 반가운 후유증이다.

 

"ㅇㅇ아. 나 나갔다 올게."

"어... 언제와? 늦게와?"

"아니. 금방올게."

"누구 만나러... 아니다. 미안해."

 

이런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니야. 괜찮아. 난 좋아. 아는 형 만나러 가. 너도 아는 사람."

"누구?"

"자철이형. 잠깐 한국 들어왔다고 해서 보려고."

"아..."

"저녁만 먹고 금방 올게."

"응. 늦으면..."

"안 늦을게."

"잘갔다 와."

 


끝까지 눈으로만 나가지말라는 그녀를 뒤로했다. 나의 장난이 재수없게 딴 새끼가 들어와서 망쳐놨지만 결과는 만족한다. 이제 결혼만이 남았다. 사실 애같은 건 필요없지만 낳을거다. 많이. 그녀가 떠날 수 없게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거다. 이제 그녀는 나를 떠날 수 없다.

 

------------------------

하핳 오랜만이죠? 하하하하하핳

재미나게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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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koogle입니다요.....어버버버버버버......저...정호...무셔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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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망글
koogle님 첫번째로!! 무서운가요? 정호는 뭘해도 이쁘....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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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사실 제 이상형이 정호♥ 뭐 정호가 뭘 하든 제눈에는 다 이쁘답니다♥ 근데...밥싹은 언제쯤ㅠㅠk리그시상식때 팔짱낀 애들보고 미치는줄알았어요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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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망글
허헣 스토리를 쥐어짜도 나오지가 않아서 엉엉 크리그시상식은 사랑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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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하늬입니다! 스토커가 정호인건 어느정도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다른 사람도 등장해서 깜놀! 여자 어떡해요... 불쌍... 허허...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ㅋㅋ 재밌게 읽었어요♡♡ 역시 집착은 무섭다는게 ㅋㅋ 망상으로 끝나서 다행이라는 ㅋㅋ그럼 전 이만! (아, 작가님 글 중복되었습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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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망글
하늬님!! 오랜만이죠...허헣 글이 수정전 파일이 저장되버려서....ㄸㄹㄹ 수정했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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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헣 대박! 예상했지만 정호가 겁을준거였네옇....헿..근데 정호가 하니까 왤케 좋지...변탠가퓨ㅠㅠㅠㅠㅠ1!!!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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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망글
허헣 똥손이라 모두가 예상하는 그남자가....☆★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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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똥손이라녀....금손인데ㅠㅠㅠㅠㅠ똥손은 저같은사라미...고자손 똥솒ㅎ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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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망글
아니예요 금손이라그러면 진짜 금손인줄 알아요 저는 흡........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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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유...잘쓰셨어여...자부심을 가지세열...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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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망글
엉엉 고마워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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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오..정호... 사실 뒤로 갈 수록 그 남자=정호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근데 중간에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몇년 만이지 이 부분!ㅎㅎㅎㅎ 잘 봤습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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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망글
엉엉 저도 지금 봤네요... 감사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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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좋다......좋다좋다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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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망글
좋게 보셨음 다행이예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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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구얌이에요! 허르....예상대로 정호찌군요 근데 정호 너무 무섭네요ㅠㅠㅠㅠㅠㅠㅠ 어쨋듬 결말은 참 맘에 든다는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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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굼벵언니루팡입니다!허허....집착이 참....무섭네요....그런것을 계획하고 그랬다는 설정이....ㄷㄷ...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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