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허리와 엉덩이에 익숙한 통증이 느껴지는걸 보니 그 일은 꿈이 아니였나 보다. 아, 오재석 미친새끼. 쓰러지면서 나혼자 생각하고 있던걸 윤석영한테 말한 것 같은데 그게 진짜로 그런건지 꿈에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일어났냐?"
"아, 어."
"술주정을 해도 참..."
"좋다고 즐긴놈이 누구더라."
"먹이감이 나 잡아 먹어주세요, 하는데 잡아 먹어드려야지."
"아, 됐고. 물 좀 줘."
"자."
윤석영의 손에 있는 물컵을 받아들고 꽤 큰 컵인데도 그 안의 물을 다 마셔버렸다.
"너 어디가서 이렇게 술 먹지마라."
"왜."
"어디가서 실수할까봐 그러지."
"됐거든?"
애초에 윤석영이 아니였으면 그렇게 달라붙지도 않았을거다. 그래도 윤석영을 보니 그건 꿈이였나보다. 그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윤석영도 아니니까.
"재석아."
"어?"
"우리 한국가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을 바꿨다. 왜 그러는거지?
"왜?"
"그냥. 너가 나랑 가고싶어 하는 것 같아서."
뭔가 있다.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지말고. 나 지금 머리 아프니까 돌려말하지말고 제대로 말해라."
"술도 못 먹는게 술 먹고 꼬장까지 부리니까 그런다. 됐냐?"
"꼬장은 무슨."
석영이가 아침을 하고 있을 때 비서아저씨에게 한국가는 비행기표를 두 장 구해달라고 하자 놀랐는지 몇 번을 되물으시더니 알겠다고 하시고는 전화를 끊었다. 난 생각보다 집에 정이 많았는지 한국에 간다고 생각을 하니 몇년간 제대로 얼굴도 못 본 가족들이 보고싶다. 몇 일 후, 한국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길고 긴 시간의 비행을 끝마치고 한국 땅을 밟았다. 비서아저씨가 보내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석영이는 자기네 집으로 먼저 가겠다며, 나보고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말만 남기고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왠지모를 씁쓸함이 느껴지지만 괜찮은척 차를 탔다. 집에 가니 어머니와 누나가 반긴다. 몇 년만이냐며 눈물부터 흘리시는 어머니 덕에 누나까지 눈물을 글썽인다.
"잘 지냈어? 왜 이제야 와."
"그냥 잘 지냈지, 뭐."
"춥다. 얼른 들어가자. 엄마가 재석이 너가 좋아하는 걸로 저녁 차렸으니까 먹자."
짐도 풀기 전에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 예전과 다름 없는 침대에 누웠다. 긴장이 풀려서 인가? 아님 오랜 시간동안 비행기에 있어서 지친 것인지는 몰라도 금방 잠이 들었다. 그 이후 한국에서 머물기로 한 이주동안 윤석영은 보지 않았다. 그냥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보기도 하고 연락을 아예 끊기도 했다. 그냥 한국에 있는 동안 윤석영과 윤석영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진동소리에 잠이 깼다. 번호는 내가 모르는 번호. 이 번호를 알고있는 사람 몇 되지도 않을텐데?
"여보세요?"
'오... 받네?'
"누구..."
'벌써 내 목소리 잊어버린거냐? 한국 간지 얼마나 됐다고...'
"홍정호?"
'정답입니다~'
"너가 왜... 너도 한국?"
'응. 방학이니까.'
타이밍 정말 대박이구나.
"그래서 왜 전화했는데?"
'아, 나 사실 서울에 올라왔는데...'
홍정호가 하는 말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제주에 사는 홍정호가 한국 온 겸 한국친구 만날 겸 서울에 올라왔는데 소매치기를... 아오, 저 병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너가 제일 부자니까.'
"너한테 쓸 돈 없거든?"
'여기가 어디냐면...'
홍정호가 말한 곳으로 가보니 진짜로 홍정호가 있다.
"야."
"오~ 오싹 금방왔네?"
"가방은?"
"호텔에."
"병신새끼."
"서울구경 시켜줄거지?"
"나 서울 몰라."
"그럼 너네 집이라도."
"됐거든?"
근데 진짜로 막상 갈 곳이 없어 집에 데려왔다. 누나한테 말하니 누나도 관심있어 보여서... 란 핑계를 대면서.
"안녕하세요."
"누구..."
어머니가 당황한 표정으로 홍정호를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저 재석이 친구 홍정호입니다. 위로 누님이 한 분 계시다는데 누님?"
"어머니셔."
"너무 젊어보이셔서 어머님이신 줄 몰라봤네요."
"호호, 재미있는 친구를 뒀네."
"그냥 올라가자? 어머니, 올라가 볼게요."
나도 그렇고, 하나 있는 친구인 윤석영도 저 정도로 어른한테 능글맞지 못해서 어머니가 홍정호를 썩 마음에 들어하시는 눈치시다. 내 방에 들어와서는 피곤했다며 침대에 덥썩 눕는다.
"영국집 봐서 꽤 잘살거라는 생각은 했어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네."
"부럽냐?"
"부러우면 지는거라니까 안 부러워할란다."
컴퓨터 좀 쓸게라며 어느새 컴퓨터를 만지고 있다. 뻔뻔한 홍정호답게 우리집에서 저녁까지 얻어먹고 호텔로 돌아갔다. 줄거 있다며 호텔로 들어오라 해서 들어갔다. 이렇게 좁은 방도 있구나하며 방을 둘러보다 녀석의 지갑을 봤다.
"야. 이거."
"응? 어디서 찾았어?"
"화장대 위에 있잖아."
"헐. 진짜?"
바보같은 표정을 하는 홍정호를 지나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래도 호텔이라고 꽤 괜찮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쇼파에 앉아 지 옆에 앉으란다.
"자, 이거."
홍정호가 건네준 건 내 약이였다.
"뭐야?"
"이거 니꺼 아니야. 내꺼지."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니 미간에 주름을 잡고 눈꼬리가 내려간다.
"일부로 알려고 해서 알게된 건 아니야. 친구 중에 오메가, 친구가 있는데 먹는 약을 보고..."
그러니까 내가 그것이란 걸 홍정호가 알았다는거지?
"그래서."
"어?"
"그래서 이걸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뭔데?"
당황하지 않은 척 표정을 가리고 홍정호를 쳐다봤다. 홍정호의 표정은 여러개로 바뀌다 한숨을 쉰다.
"그냥 이유를 알고싶을 뿐이야. 왜 이 약을 먹는지."
"내가 꼭 알려줘야하나?"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럼 나가볼게."
"친구잖아. 그래서 알고싶었어."
"니가 날 친구로 생각했다면 이 약을 나한테 보이지 말았어야 됐어."
날 붙잡는 홍정호를 한 대 패고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진 못하고 나왔다. 호텔 밖으로 나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차 쪽으로 가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오재석."
---
하하하하하.
오랜만이죠?
정지+개인사정 때문에 조금 많이 늦게 오긴했는데
다 잊어먹은건 아니죠...ㄸ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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