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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cie Orrico - Stuck
가끔 난 후회를 기반으로 한 반성을 한다.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그의 눈빛을 외면했다면,
그때 그에게 반하지 않았다면,
이따위 미친 동거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 시발.
#96 우리의 결말
공기가 무겁게 우리를 내리눌렀다. 분위기가 무섭게 내 목을 졸랐다. 꽉 막힌 방 안에 갇힌 것만 같았다.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그 곳에 갇혀 평생을 살다 죽을 것 같았다. 뭐라도 답을 내고 싶은데 도저히 우리 둘 다 웃을 수 있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한 쪽은 처참하고 처절하게 울 뿐이었다.
"내가, 내가 안 죽으면 되잖아. 그죠?"
"......"
"저번에 승철님이 그랬죠..? 뱀파이어라서 싫다고. 나도 그런 것 같아요. 인간인 내가 싫어."
"아니야. 그댄,"
"도대체 언제까지 날 위해서 희생만 할 거예요?"
대답이 없다. 입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숙여버린다. 계속 그럴 생각인 거지..? 아니, 애초에 최뱀파는 우리의 끝을 알고 있었겠지. 나의 마지막들을 매번 함께 했었으니까. 우리의 끝이 이럴 줄 알면서도 나를 데려왔고 내가 그를 사랑하도록 만들었어.. 이기적인 거 맞네. 이럴 때만 이기적이네.
"희생이 아니었어.."
대답이 없을 줄 알았던 최뱀파가 입을 열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최선이었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꼭 부여잡은 두 손이,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이 내가 또 미안하게 만든다. 이렇게 이기적인 내가 왜 전부인 건데..?
"미안해요.."
그래.. 할 말이 그거뿐이었다. 미안하고, 죄송하고.. 차오르는 눈물에 혹시라도 최뱀파가 걱정할까 서둘러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아예 문을 잠가버리고 터덜터덜 걸어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가만히 천장을 보고 있으려니 답답하기 만한 이 상황에 화가 나고 겸허히 우리의 상황을 받아들일 뿐인 최뱀파에게 속상한 거였다. 내 전생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멀리 떨어져 지내자고 말했던 전생들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말한 걸까..? 그런 말을 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의 나도 이렇게나 힘든데..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고 눈을 감았다. 고여 있던 눈물이 마지막으로 떨어져 내렸다.
#97 딜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나니 12시인 거였다. 이렇게나 아까운 시간들이 계속 흘러간다. 재빨리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문을 여니 마침 방문을 열 참이었는지 손을 뻗고 있는 최뱀파가 보였다. 그 손을 재빨리 잡으며 말했다.
"데이트해요!"
"응?"
"데이트. 데이트해요, 우리. 5년도 안 남았잖아요. 이제 햇수로 4년 남았어요. 알죠?"
"아.. 그래. 하자, 데이트."
"아싸! 그럼 나 준비할 테니까 승철님도 준비해요! 우린 진도가 빠를 필요가 있어."
막상 이렇게 다가오니 그냥 촉박할 뿐이었다. 사무치게 슬프지도 처절하게 아프지도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슬퍼할 시간도 아플 시간도 아깝다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러므로 난 세상 가장 빠르게 나갈 준비를 해야했다. 그러나, 화장품 따위 스킨, 로션밖에 없다는 것에 좌절했고 옷장에 치마하나 없다는 것에 후회했다. 씨이.. 나 여자 맞아..? 어떻게 데이트하러 갈 옷 하나가 없냐..?
"...최승철님..."
나의 아련한 부름에 문이 열리고 최뱀파가 들어왔다. 곧 울상인 나의 얼굴을 보더니 또 동공지진이 나서 다가오는 거였다.
"왜, 어찌..?"
"나.. 오늘 데이트 못해요."
"응?"
"예쁜 옷이 없어.. 화장품도 없어요.."
"...예뻐. 뭘 입어도."
"...아니에요.. 안 예쁘다고.. 진짜 데이트하려고 했는데.. 여기 온 뒤론 화장품도 안 사고 치마도 안 샀어요.."
"괜찮아. 지금도 그대는 예뻐. 정말이야."
"계속 그럴 거냐?!"
계속 그럴 거냐며 짜증을 내는 김늑대의 말에야 우린 의미 없는 대화를 그만뒀다. 누구 없나..? 주위에 여자가.. 문득 떠오른 마녀 생각에 고개를 저어 떨쳐내니 공주님이 떠올랐다. 아.. 공주님 옷이 맞으려나.. 워낙 가녀리셔서.. 일단 시간이 없으니 뭐라도 해야 했다. 근데, 거기 가려면 진짜 오래 걸리는데, 김늑대 타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혹시 면허 있으신 분..?"
"나 있는데♡"
"...차 있으세요?"
"차고에 있지♡"
"...갑시다. 최승철님 나 딱 2시간만요. 우리 딱 2시간만 허비해요. 나 진짜 예뻐져서 올게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최뱀파를 확인하고 전여우를 끌고 나왔다. 진짜 질질 끌려나온지라 의욕이 없어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데려다주고 데려와주면 5년 뒤에 내 간 드릴게요."
"좋아♡"
저 좋아하는 모습에 어째 좀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뭐..
#98 허락도 받았겠다..(음흉)
50분 만에야 공주님 집에 도착했다. 차가 밀릴 건 또 뭐야. 짜증나게.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초인종을 사정없이 누르니 짜증이 가득담긴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는 이깨비(이석민/약200살/도깨비)씨가 보였다. 반가운 얼굴에 세상 해맑게 인사했다. 그러나 그는 뜬금없는 우리의 등장이 의아할 뿐인가 보다. 멍청해 보이는 표정을 한 채 혼잣말 하듯 물었다.
"...? 연락, 못 받았는데..?"
"네? 아, 연락 없이 왔는데.. 연락 지금이라도 드릴까요..?"
"아, 아니요.."
내 뒤를 살피며 말끝을 흐리는 이깨비씨를 지나쳐 들어가 공주님을 불렀다. 역시나 의아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온 공주님이 나를 보며 반색하는 거였다.
"오랜만이에요."
"진짜, 진짜 오랜만에 와서 이런 말 너무 죄송한데요.."
"...?"
"혹시, 치마나.. 화장품 좀 있으세요..?"
고개를 갸웃하던 공주님이 일단 들어오라며 나에게 손짓하다 뒤에 전여우를 본 건지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거였다.
"맨날 일 있어야 오네요, 오빠는."
"뭐, 그런 셈이지."
헐, 전여우가.. 전여우가 남자 같았어(?)..! 경악에 가득 차 있다가 최뱀파 생각이 나 서둘러 공주님 방으로 들어갔다. 곧 공주님이 따라 들어오더니 화장대에 날 앉히고는 이것저것 막 전문적이게 보이는 화장품 도구들을 꺼내는 거였다.
"공주님..? 전문적이시네요..?"
"...미술을 좋아해서.."
"솔직하게 말해요. 그냥 이지훈님께 잘 보이고 싶었다고."
"......"
"부끄러워하는 거 봐.. 역시 귀여우셔..!"
여전히 수줍게 웃으며 눈 감으라고 말하는 공주님이었다. 솔직히 조금 불안했다. 물론 공주님을 믿지만.. 그래.. 믿어야지.. 내가 온 건데.. 공주님은 그렇게 약 30분 동안 나의 얼굴에 공을 들여 줬다. 드디어 눈을 뜨라는 말에 눈을 뜨니 절로 헉 소리가 나오는 거였다. 진짜.. 노력했구나..? 얼마나 잘 보이고 싶었으면 이렇게 화장을 잘해..? 손거울을 보며 계속 감탄하고 있으려니 공주님이 이번엔 옷장을 열어 이것저것 꺼내 침대위에 올려놓는 거였다. 치마.. 겁나 많아.. 역시 공주님.. 공주님은 여자셨어(?)..!
"어떤 스타일이 좋아요?"
"저는, 좀 섹시하고 싶네요."
"...추우실 텐데.."
"괜찮아요. 인생 한방이죠. 이번 데이트는 화끈할 겁니다."
"부럽, 아, 아니..!"
급하게 입을 막는 그 모습에 발을 동동 구르며 웃었다. 그래 우리 공주님 차분하고 소심해도 본능이 확실한 늑대인간이시잖아. 여전히 부끄러워한 채로 공주님은 나에게 옷장 깊숙한 곳에 있던 옷을 꺼내주셨다. 공주님치곤 상당히 노출이 있는 옷이었다.
"난 못 입으니까.."
"왜요?"
"난.."
아래를 내려다보며 세상 속상해하는 그 모습에 벌떡 일어나 공주님을 안아주었다. 이 아담한 키도 그렇고.. 그래.. 좀 다 작은 편이시지..
"괜찮아요, 공주님. 공주님은 귀여우시니까. 이지훈님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
"그 분은.. 절.. 안 좋아할 거예요.."
"왜요.. 좋아할 텐데요..? 내가 남자였으면 공주님 좋아 죽을 텐데.."
"절.. 귀찮아하세요.."
"공주님이 귀찮아요?! 오바다, 진짜.. 내가 한 마디 해 줄게요."
"아, 아뇨..! 하지마요.. 안 그래도 돼요.. 그냥, 바라만 봐도 좋으니까.."
바라만 봐도 좋긴 진짜 좋은지 그새 발그레해진 볼로 빙글빙글 웃고 있다. 답답해서 나참. 나가는 길에 한마디 해야겠다. 그냥 밤길 조심하라해야지. 물론 인간이 저승사자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하핫. 아무튼 공주님 도움으로 그 노출이 좀 있는 옷을 입었다. 입는 와중에 옷을 벗으니까 공주님이 또 세상 부러워하는 거였다.
"아니.. 좀.."
"아, 죄, 죄송해요..!"
"아니에요. 감사해요.."
"네.."
이상한 대화를 마지막으로 입고 왔던 패딩을 입고 지퍼를 꼭꼭 잠갔다. 이따 최뱀파만 보여줘야지~ 공주님이 부러워한 몸매야, 내가!! 어?! 이상한 자부심이 생겨 당당하게 밖으로 나가니 전여우에게 붙잡혀있는 부무기가 제일 먼저 보였다. 잔뜩 울상인 얼굴로 나에게 말하는 거였다.
"빨리 이 형 데려가요, 인간님!"
"네? 아, 저, 그전에 이지훈님 어디 있어요?"
"아, 안 되는데..!"
"가만 있어봐요. 아, 저기있네."
물을 마시다 뭔 일이냐는 듯 나를 보는 이저승에게 다가가 귀에다 대고 말했다.
"공주님이 그쪽이 자기 귀찮아한다고 생각하던데 말입니다.."
"......"
"내 눈에는 그게 아니던데.."
"......"
"우리 공주님을 울렸다간 밤 길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너나 잘해. 내 일 내가 할 거니까."
"하하핫 말본새 봐, 하여간."
"...? 너 이름이 어떻게 되냐?"
"어허. 우리 인간 건들지 마. 그럼 우리 간다. 나중에 또 보자 용가리야."
"아니요. 전 괜찮습니다. 가십시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손수 문까지 열어주는 부무기님 덕분에 편하게 나올 수 있었다. 아싸 이제 가면 데이트다. 신이 나서 나오는 웃음을 본 전여우가 한마디했다.
"오늘은 꼭 사고치고 와야 돼♡"
그럼요. 거나하게 치고 오겠습니다.
#99 불발
집에 도착하니 미리 나와 있던 최뱀파가 차문을 열어주는 거였다. 내리자마자 최뱀파에게 폭 안기니 전여우가 꼴값이라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 진짜 우리 둘이다. 최뱀파를 올려다보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흘리니 최뱀파도 그런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거였다.
"좋다. 진짜 행복해."
"저도요."
"가자.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음.. 그냥 다 하고 싶어요. 아! 카페가요!"
"카페?"
"네! 이왕이면 마주보고 싶거든요. 그렇다고 음식점 가기엔 우리 최승철님이 못 드시니까."
"그래. 가자. 난 그대와 함께라면 다 좋아."
그대로 품에서 나와 최뱀파의 손을 잡았다. 내 손을 꽉 잡아준 최뱀파가 나직하게 진짜 예쁘다고 하는 말에 자동적으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래서 최뱀파는 심장에 해로워.. 매번 어쩜 저렇게 심장을 두들겨 팰까.. 나마나질 않겠어.. 심장 부근을 잠깐 잡았다가 다시 최뱀파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최뱀파와 단번에 눈이 마주쳤다. 휘어진 눈이, 호를 그리는 입이, 잘 뻗은 콧날이. 어느 하나 안 멋진 곳이 없는 이 남자가 내 남자라는 게 겁나게 설레고 좋다. 평생, 함께하고 싶을 만큼.
"최승철. 잠깐 비켜줄래?"
...마녀? 내가 설마 잘못 들은 건가 했다. 근데 아니었다. 빗자루에서 내린 마녀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경우도 없이 대뜸 데이트 가려는 우리를 막아선 마녀가 최뱀파보고 자리를 비켜주란다.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오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최뱀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미쳤어?"
드디어 떨어진 입에서 좋은 소리가 안 나갈 수밖에 없었다. 첫 데이트였다. 처음으로 데이트하러 가는 거였는데, 갑자기 나타난 마녀가 초를 치지 않나, 현재로써 나에게 제일 위험한 그녀가 최뱀파에게 자리까지 비켜달란다. 진짜 미친 거 아냐?
"뭐, 언제나 반쯤은 미쳐있지. 그래서, 비켜줄래? 말래?"
"당연히 안 되지."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라면서 내가 갈 것 같았어?"
"그럼 넌 내가 비켜준다고 할 줄 알았어?"
"음.. 응. 수십 명의 아가를 죽이는 동안 넌 뭐했더라?"
계속 답할 줄 알았던 최뱀파의 입이 꾹 닫혔다. 꾹 깨문 아랫입술이 송곳니에 찔려 피가 배어나와 깜짝 놀라 최뱀파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제야 그게 느껴졌는지 힘을 푸는 최뱀파는 끈덕지게도 마녀를 째려보았다. 나도 그런 마녀를 째려보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마녀가 살짝 움찔하는 거였다. 곧 한쪽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비아냥대듯 말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긴 했지. 그 상황들 만드느라 내가 얼마나 골머리를 썩었는데."
"...그 상황들이 네가 다 만든 상황이라고? 여우가 갑자기 아프고, 홍지수가 갑자기 납치되고..?"
"응. 당연하지."
"...넌, 일말의 옛정 따위도 없어? 네 친구였어. 내 여인이었고."
"그런 아가를 네가 죽였지. 네 본능이. 아가한테 위험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모르겠어?"
"그렇다고 죽이는 게 합당해? 처절할 만큼 후회했고 처참할 만큼 무너졌었어. 이제 그만할 때도 됐잖아."
"반복되는 삶. 지겨워 나도. 그래서 끝내려고 하잖아,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마녀의 말에 최뱀파가 뭐? 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마녀는 입을 꾹 다문 채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올 뿐이었다. 최뱀파가 그런 마녀의 위협적인 행동에 나를 자신의 뒤에 세웠다. 재빨리 최뱀파 등 뒤에 숨어서 마녀를 지켜보았다. 온 정신이 마녀에게 쏠려있던 그때 내 목이 어딘가에 베인 듯 아파오는 거였다. 심지어 뭔가가 흐르는 느낌에 서둘러 손으로 목을 감쌌다가 떼 살펴보니 피가 묻어나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도대체..? 목을 감싸고 뒤를 돌아보니 한솔님이 메스를 든 채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100 결말
내 피에 이성을 잃는 최뱀파는 아니나 다를까 서서히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붉어진 눈은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끝날 줄 알았으면 공주님 새 옷 입고 오지 말걸.. 한솔님께 더 잘해줄 걸, 전여우한테 오늘 간 준다 할 걸.. 기껏 한다는 후회가 이런 것뿐이라 나조차도 어이가 없었다. 아.. 가장 후회되는 거. 최뱀파랑 더 자주 같이 있을 걸.. 오늘 12시에 일어나지 말 걸..
"이것 봐. 아가한테 위험한 건 너 자신이야, 최승철. 그때나 지금이나, 아가한테는 내가 더 필요했어."
마녀가 그렇게 말하며 다가와 최뱀파의 코앞에 젖은 천을 가져다 댔다. 곧 최뱀파의 눈이 검게 돌아오는 거였다. 잠시 멍하던 최뱀파의 눈이 급격하게 흔들렸고 나의 목에 시선이 멈추더니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을 감싸고 있던 내 손을 포개듯 잡는 거였다.
"...괜, 괜찮.. 허.. 하.. 안 돼.."
"괜찮아요. 아프긴 한데,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아요."
"너.. 너, 진짜.."
진뜩 살기를 띈 최뱀파가 뒤를 돌아 마녀를 보는 것 같았다. 마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도 내가 위험해?"
"......"
"코 마비시키는 그 약 지속력이 약 5분이야. 아마 또 다시 너는 이성을 잃겠지."
"......"
"나는 너를 못 말리고, 너희 집 종족들은 지금 순영이가 손을 써서 못 도와줄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 아가는 어쩔 수 없이 너에게 죽겠네."
"......"
"그 전에 내가 죽여야겠다."
"그래, 차라리 날 죽여."
"아니. 아가를."
당당하게도 말한 마녀가 최뱀파를 지나쳐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 마녀를 잡으려 했던 최뱀파는 막 온 악마에 의해 멀리 나가 떨어졌다. 두려움이 차올라 마녀를 똑바로 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친구는 개뿔."
"윽, 역시 아가의 도발이란. 자아, 아 해봐."
입을 꾹 다물었으나 마녀가 내 양 볼을 한 손으로 잡아 꾹 눌러 조금 벌어졌다. 그 틈으로 알 수 없는 물약을 집어넣고 입을 꼭 막는 거였다. 어떻게든 안 삼키려고 했는데 마녀가 속삭이듯 협박했다.
"삼켜. 최승철에게 죽으면, 최승철 또 후회할 걸? 이번 건은 감당 못할 지도 몰라. 스스로 죽을 수도 있겠다."
"......"
"차라리 나에게 죽는 게 낫지 않아?"
"......"
"최승철이 자기 자신보다 날 원망할 테니까."
그 말에 일순간 고민을 했지만 답은 하나였다. 물약을 그대로 꿀꺽 삼켜버렸다. 이번엔, 내가 희생하지 뭐. 매번 그쪽이 날 위해 희생했으니까 말이야. 다음 생엔 더 예쁘고, 몸매 좋고, 성격 좋고, 직업도 괜찮은 내가 찾아갈게. 식도가 타오르는 느낌에 아주 조금 후회했지만 상관없었다. 최뱀파는 이보다 훨씬 더 아팠을 테니까. 흐려지는 시야로 싸우던 것도 멈춘 채 나를 보고 있는 최뱀파와 눈이 마주쳤다. 아, 오빠라는 말 듣고 싶어했는데, 그 말도 해 줄 걸.
#에필로그
그녀의 선택으로 인해 그곳엔 정적이 감돌았다. 마녀가 말했던 대로라면 이미 본능에 눈이 붉게 변했을 승철은 아직까지도 검은 눈을 하고 있었다. 안된다며 그녀에게 터덜터덜 걸어가던 승철의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멍하니 쓰러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 없이 많던 이별 중에 제일 처절했다. 눈앞에 있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눈앞에서 그녀를 잃었으며, 또 저기에 있는 저 마녀에게서 그녀를 잃었다.
"찬아, 업어."
갑자기 나타난 찬이 죽은 그녀를 업었다. 곧 그녀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녀에 승철의 눈이 돌아갔다. 핏빛으로 물든 눈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감지하지도 못할 속도로 마녀에게 다가갔다. 물론, 그 전에 순영에게 잡혔다.
"내가 가만 둘 것 같아?"
"애새끼는 빠져."
"안 그래도 야옹이에게 애 취급당해서 그 말 참 고까운데."
순영의 말에 승철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 헛웃음은 점점 울음으로 변했고 어느새 완벽한 오열만이 남아있었다. 서럽게 울어대는 그의 모습을 차갑게 내려다보던 순영은 서둘러 마녀를 챙겨 그 곳을 벗어났다. 한참만에야 집 안에서 나온 전원우와 김민규는 오열하고 있는 승철과 들고있던 메스로 손목을 연달아 내긋고 있는 한솔을 바라보며 각자 짐작했다. 그러나 그 짐작은 같았을 것이었다. 그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면 확신할 수 있었다.
***
+맨 밑에 텍파 관련 공지 있으니까 꼭 읽어보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소세지빵입니다.
우선, 결말.. 죄송합니다.. 허헛..
완벽한 새드엔딩이자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 담긴 결말이었습니다..
인간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역시나 남겨진 이들은 더더더 아플 뿐인 결말이죠..
이로써 우리 마녀는 희대의 나쁜 년인 걸로..ㅎ
한솔이가 메스로 인간을 찌른 이유는 알고 계시죠..?
알다시피 우리의 한솔이는 부두술사의 명령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인형과도 같은 존재이니까..8ㅁ8
+
인터뷰는 오늘 내로 올라갈 겁니다!
기다려주세요!
+
시즌 2도 빠른 시일 내로 가져오도록 해보겠습니다!
♡암호닉입니다!♡
(★암호닉은 더 이상 안 받습니다!★)
(★★암호닉 마감이므로 확실히 확인해주세요! 확인 했더라도 또 해주세요★★)
(혹시, 정말 혹시 없거나 오타가 났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꼭꼭 확인해주세요!!)
(자기 암호닉 꼭 기억하고 계셔야해요!! 메일링 할 때 눈물 나는 상황이 연출 될 수 있습니다8ㅁ8)
<1차>
쿠조, 전주댁, 1코트7, 햄찡이, 권햄찌, 빙구밍구, 열일곱, 큐울, 소보루, 낭낭,
보라찐빵, 마그마, 어화동동, 606호, 운정한, 수면바지, 제주도민, 이종, 순수녕, 상상,
명호엔젤, 오솔, 다콩, 홍당무, 숭영잉, 자몽소다, 급식체, 귀여워더, 꽃화, 콜드브루,
희망찬, 에블데이붐붐, 프리지아, 봄봄, 사랑둥이, 문홀리, 수녕텅이, 으헤헿, 마릴린, 민뀨:,
세맘, 뿌랑둥이, 밍키, 예에에, 돌하르방, 치자꽃길, 지하, 꼬솜, 바이오리듬, 자몽몽몽,
워더, 쭈꾸미, 겸디, 뱃살공주, 1122, 세병, 헕, 전늘보, 쎕쎕, 연이, 코코몽,
저기여, 우양, 렌지, 어흥, 노랑, 쏘요, 스타터스, 메뚝, 늘부, 일게수니
<2차>
김민규, 채이, 더쿠, 착한공, 최좀비아내, 르래, 쁌쁌, 찬아찬거먹지마, 한드루,
쑤뇨, 뿌뿌, 애정, 흥부, 여우야, 호찡, 순영맘, 쿱뜨, 마들렌먹자, 1978
<3차>
녹zzㅏ, 사우똥, 7월17일, 세븐틴틴틴, 란파, 분필, 한울제, 홀리, 하금
<4차>
환타, 뿌잇뿌잇츄, 캐아, 꽁냥꽁냥, 샤샤솔, 이지지, 논쿱스, 볼살, 망구, 규글,
젤리망고, 붐바스틱, 고말, 다람쥐, 660621, 괴밤빵, 꽃신, 고양이보은
<5차>
워누몽, 우지소리, 뿌쾅, 0희, 김까닥, 쿨링, 아장아장, 쿱스야, 에인젤, 연잎,
양양, 귤뿌뿌, 제이스, 짹짹이, 영덕대게, 청구, 호롤롤로, 플로라, 0106, 뜌,
벌스, 에디, 꽃단, 0105, 미스터뿌, 꽃보다감자, 잉꼬, 호시10분, 유한성, 조히,
유어마뿌, 가방님, 스턴비순영, 체크마킹, 위베어, 현화, 완두콩, 호빵, 천사가정한날, 팔팔,
비트윈, 내일, 오홍홍, 유레베, 여우비, 찬이, 요정나라대빵, 한라봉, 숨숨, 비봉,
진투, 예그리나, 뀨엥, 보나, 세븐틴, 듀듀, 빽빽이, 라온, 바나나에몽, 호시탐탐,
뿌밀, 이지훈오빠, 석민도겸둥이, 버밀리온, 귤멍찌, 구트, 보름, 아이스크림, 순주, 꽁냥꽁냥,
햄찌의시선, 코코몽, 기리개리, 11023, 9.17, Dly, 골든로드, 몽자, 하람, 팽이팽이,
17뿡뿡, 6월, 꾸마, 겸손, 세봉쓰, 12021, 어썸, 2217, 밥죽, 봉봉세봉봉,
0609, 햄찌, 호뿌, 0406, 다람다람이, 최뱀파짱좋, 계피나몬, 대깨홍, 0917, 꾸까,
서융, 쑤하지니, 좀비죽이지마, 10시10분, 민들레홋씨, 한화이겨라, 밍구리밍구리, 회귀, 흰둥이, 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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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암호닉의 특권!!!!
그냥 쓰려다 필요 없는 것 같아서 안 넣은 부분들이 들어간 ♡텍파♡죠!
아주 조금이지만 이게 또 안 받자니 아쉽고 받자니 별 거 아닌 뭐 그런 거지만 일단 받으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놀랍게도 1차, 2차 분들에게는 인간이 없을 적에 있던 일들이 들어간 텍파를 드립니다!
([14~15] 마녀의 집에 있었을 때입니다)
뭐 죄책감에 빠진 최뱀파나 우울의 극치를 달리는 최좀비나 은근한 허전함을 느끼는 김늑대나 간을 그리워하는 전여우나..?
3, 4차인 분들은 내가 아마 텍파 공지에 퀴즈를 낼 건데 그거 맞추면 드릴겁니다. 난이도 중? 중약?
5차인 분들에게는 자주 오셨던 분들 중 문제를 맞추신 분들을 드릴겁니다. 헤헷^0^/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지 궁금하시죠? 그냥요^0^/
는 거짓말이고.. 뭐라해야하지.. 텍파를 제가 한 번 해봤잖아요.. 뷔버셉..
그거 막상 그대들에게 보내고 나니까 안보이던 오타가 막 보이는 거 있죠..?
그거 많이 부끄러워서 좀 덜 드리고 싶었어요.. 내 부족한 글..9ㅁ9
곧 공지글 하나 올라갈 거니까 거기에 암호닉과 이메일이 든 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