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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호기심이 빛을 훔쳤다
01
w.요거
익숙하지 않지만 익숙한척, 애써 당당히 정국과 했던 일들을 나 혼자 하고있다. 정국이 없는 나는 교무실 청소를 혼자 하러 가야했고, 실험실에서 반 실험이 끝나면 청소당번을 매번 혼자 도맡아야했다. 아, 내가 만약 그애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른척 했었더라면, 정국과는 평소대로 함께 지낼 수 있었을까, 하는 멍청하고도 멍청한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미웠다. 후회해봤자 이미 다 지나간일. 그런데 의아한건 정국이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였다. '천박한 씨' 라는 말을 듣고 잠깐 벙쪄있었던 것 같다. 그말을 듣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스쳐지나간건 엄마가 하는 일이였다. 물론 엄마는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만한 일을 하신다. 그러나 문제는 '정국이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이다. 나는 중학교때부터 아무도 집에 들이지않고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조차 일절 한적이 없다. 학교를 들어오고나서 자기소개서에도 부모님의 직업을 적는 칸엔 한번도 빠짐없이 번듯한 직업을 지어내 적어낸게 전부였다.
그런데 정국은 도대체 어디서 그걸 알아온걸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정국이 나를 미행한걸까? 우리집까지? 그럴일은 없다. 학교가 마치고나서 정국은 항상 자신의 아버지의 비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선 집으로 향한다.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는 의문이 나를 괴롭혀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혹시 내가 뭘 잘못한건가, 생각이 극으로 치닫고 있을때쯔음 수업예비종이 치기 시작했다. 복잡한 머릿속을 치우지 않고 멍하니 초점을 잃고 복도로 나가 교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어, 여주야 어딜 그렇게 급하게가"
복도에있는 문턱에 비스듬히 턱을 괴고 서있는 정국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젠 무섭기까지하다. 바로 얼마전까지만해도 내게 천박하니 뭐니 더러운 말을 뱉던애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어디가냐고 묻는 꼴이란, 역겨웠다. 약간 눈에 눈물이 고인것같기도 하다. 정국의 말을 무시하고 가던길을 계속 가려 했지만 나를 붙잡는 말에 우뚝 멈춰섰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늑대의 호기심이 빛을 훔쳤다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7/02/15/f/d/d/fddf98e4ef6c18e4d9e418d97fe4a62f.gif)
"여주야, 내가 어디가냐고 묻잖아. 아, 너도 돈주면 내말 잘들으려나?"
정국은 저말을 하고선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갑을꺼내 열고선 오만원권 지폐몇장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지금 무슨일이일어난거지. 주위의 애들이 수군거리며 나와 정국을 번갈아본다. 저들끼리 주고받는 말은 굳이 들으려하지 않아도 다 알것만같아 두손을 올려 내 두귀를 가리고 더러운 세상을 보기싫어 두 눈을 감아 이끔찍한 상황을 가렸다. 바닥에 떨어진 지폐들을 멍하니 보자 그냥 이런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왜 그런일을 했을까'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엄마가 뭘하든 난 일절 신경을쓰지않았고 엄마가 내게 쥐어준 돈이 어디서 나왔는진 궁금하지도 않았다. 돈은 돈이고, 엄마는 엄마다. 이런 잡다한 생각이 나를 지배할때쯤 갑자기 두귀를 막은 두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그래, 이건 누군가 내 손을 잡은거다. 이내 두 귀에서 손이 떼어졌고, 귓가에 속삭이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가리려하지마 김여주 이게 네 현실인걸"
"아- 불쌍해. 부모를 잘못만나는것도 죄인가봐. 아, 아니다. 한분밖에 안계시는구나. 미안"
내가 말을 알아듣지못하는 바보였으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장애를 지니고있었더라면, 저런 더러운말은 듣지 않을수 있었을까. 천박하다. 천박하다. 이소리를 계속 듣다보니 정말 내가 천박해보이고 더러워보였다. 나자신이 너무 미웠고, 이젠 엄마까지 미워졌다. 만약 엄마가 그런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수 있지 않았을까, 평범하게 지낼수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저런말은 듣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이건 모두 엄마의탓이다. 나는 정말로 부모를 잘못만난거구나, 아니, 엄마를 잘못만난거구나. 나는 죄를 지었구나. 멍하니 눈이 탁 풀린채 눈물을 줄줄 흘렸었다. 그때 또한번 내 귓가에 말소리가 들려왔다.
"여주야, 내가 왜이러는지 궁금해서 막 죽을것같지"
마치 이상황이 너무나도 재밌다는듯이 킥킥대는 숨소리를 참지못하고 앞에서 하는걸보니 제정신이 아닌것같았다.
"난 너무 재밌어서 진짜 뒤질것같은데. 오늘 마치고 저기 학교뒤에 조그만한 창고알지?"
마치 내 대답을 기다리듯이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있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고갯짓이 마음에 들었는지 샐쭉 웃는 모습이 너무 역겨웠다.
"거기로와, 내가 다 알려줄게. 근데 좀 기대해도좋아. 이건 진짜 대박이거든"
"근데 올때 붓기는 좀 빼고와. 아, 아닌가. 그냥 지금 이대로와도 좋겠다. 너 되게 지금 섹시해. 눈물로 얼굴 다 칠해놨네, 이쁘다"
경멸로찬 눈을 들어 노려보자 내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듯한 눈빛을 지어보이며 나를 꽉 안았다. 정말, 정말 제정신이 아닌것같았다. 정말 마약이라도 하고 온건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상했다.
그렇게 전정국은 교실로 향했고, 주위에 몰린 애들도 다 각자의 교실로 향했다. 긴 복도에 나혼자 우두커니 홀로 있으며 이 상황이 뭔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눈을 바닥으로 쳐박자 보이는건 전정국이 바닥에 무참하게 던진 지폐 여러장이 보였다. 가만히 갯수를 새보니 총 12장이었다. 저정도면 우리집 한달 생활비인데, 지금 이상황에 실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전정국도, 나도, 제정신은 아닌것같았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노란색지폐를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 12장을 모두 줍고 나중에 전정국을 만나러 가서 다시 줘야겠단 생각을 하며 내 치마주머니 안에 쑤셔넣었다. 나는 교실이 아닌 화장실로 향했고, 물로 얼굴을 씻어내렸다. 그때 화장실로 오는 여자애들 무리의 발걸음이 들렸고, 나는 평소 습관대로 애들을 피하려 화장실 아무칸이나 들어가 문을 잠구려했지만, 재수없게도 문걸이가 고장난 칸안이였다. 그렇게 숨죽이길 몇초, 이내 여자애들무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 김여주 씨발년, 전정국한테 어떻게 꼬리를 쳤길래 전정국이 그딴눈빛으로 지를 쳐다봐"
"그니까, 내생각엔 전정국이 걔한테 천박하니 뭐니 해댄거 그냥 한게 아니라 뭐 있을것같은데"
"설마 걔 걸레같은건가"
아- 더러워
"노노 내가알기론 걔네 엄마가 그런일한다했음"
"아 존나 진짜 ㅋㅋ끼리끼리야 더러워씨발, 전정국 돈많은건 또 어떻게알았데"
"피는 못속이잖아 아 근데 존나 부럽다 전정국얼굴 겁나가까이서봤을꺼아니야"
"나같으면 있는거없는거 다줘서라도 정국이랑 한번 어떻게 해볼듯"
"아 미친 더러운년 ㅋㅋㅋ "
"당연히 농~담. 근데 걘 진짜 그렇게할것같던데, 존나 질질짜는거 다 연기같애. 속으론 나 로또맞았다! 하면서 개 난리부르스떨듯"
검은색으로 범벅이 된 붓으로 내 머리를 마구 칠하는 것 같았다. 앞이 너무 어두워 한치도 볼 수 없었고, 앞을 나아갈수도 없었다. 지나친 어둠은 사라질 기미가 도저히 보이질 않았고, 도리어 더 검어질 뿐이었다. 손으로 어둠을 걷으려 휘저어보아도 더욱더 생겨나는 먹구름에 절망했고, 나는 드디어 무너졌다.
"어, 야 여기 누구있는것같은데"
"어디? 나 화장실들어올때 아무소리도 못들었는데"
덜컹-
문이열렸다. 내눈앞에 보이는 화장을 떡이되도록 칠한 여자애들이 마치 나의 죄를 심판하기위해 온 노아같았다.
"봐, 여기 있네"
늑대의 호기심이 빛을 훔쳤다.
w.요거
나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나가는 돼지같이 머리채가 잡혀 화장실밖으로 끌려나왔고, 이내 학교에서 잘 쓰지 않는 학교의 구석 언저리에 오게되었다. 교실겉은 멀쩡하지만 막상 안은 먼지가 자욱한 이곳은 예전에 사용했던 음악실, 온갖 퀘퀘한 냄새가 가득한 곳이다. 먼지가내려앉은 버려진 피아노가 마치 내 신세를 대신하는듯해 잠깐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더러운 책상들, 더러운 바이올린, 더러운 악보대, 더러운 첼로.
이곳에 잡혀온 난 온갖 더러운 말을 다 듣고 삼켜내야했고, 종국엔 '걸레'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렇게 폭풍같던 여자애들이 다 나가고, 혼자 남아 이 버려진 음악실의 잔해를 하나하나 만져보았다. 원래는 고급스러운 갈색을 띄었지만 이젠 썩은 나무같은 바이올린의 현을 손으로 튕겨보았다. 겉보기엔 더럽고 추하지만 소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다음은 피아노로 향했는데, 의외로 피아노는 건반만 조금 더러울뿐, 피아노커버나 겉표면은 전혀 녹슬지않아 의아했다. 대충 피아노의자의 먼지를 손으로 닦아내곤 그위에 털썩 앉았다. 중학생때까지 피아노학원만은 포기할수없어 전단지알바를 하면서까지 악으로 다녔었는데, 이런 피아노 앞에서 치려고 그렇게까지 노력했었나- 싶어 잠깐 멍해지기도 잠깐, 그냥 기분에 휩쓸려 건반위에 손을 얹었다.
피아노를 치는것보다 즐거운건 없었는데, 그건 아직 그대로다. 이걸 불행이라해야할지 행운이라해야할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올라오고 나서 1학기가 지난 뒤 나는 완전히 다른사람으로 바뀌어버려 예전의 날 찾아볼수 없었으니까. 근데 오늘 하나는 찾은것같다.
'나는 아직 피아노를 좋아한다'
이렇게 이상하고 멜랑꼴리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피아노위에 손을 맡겨두고있는데, 갑자기 폐음악실의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늑대의 호기심이 빛을 훔쳤다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7/02/15/c/6/9/c69b874f2b034b51a9a96ff839458749.gif)
"와.. 너 피아노 짱잘친다..나 반한것같아"
갑작스럽게 들린 사람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어 들어온애를 멍하니 쳐다봤다. 확실한건, 난 한번도 쟤를 학교에서 본적이 없다. 아무리 내가 친구가 전정국밖에 없었다하지만, 웬만한 우리학교를 다니는 애들의 얼굴은 아는데, 쟨 처음보는 얼굴이다.
아, 나지금 얼굴되게 엉망일텐데'
방금까지 여자애들한테 호되게 당한 몰골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있을거다. 조금 헝클어진 머리카락들과 눈물자욱으로 엉망이 된 얼굴. 자꾸만 빤히 쳐다만보길래 성급히 피아노에서 손을 떼어 얼굴을 가렸다. 아,씨 쪽팔려. 한창 분위기에 취해 피아노를 치고있었는데 다 망쳤다. 되돌릴수없는 분위기를 돌려내라며 울부짖을수도없고, 맘같아선 째려보며 그냥 나가려했지만 말하려는 타이밍을 쟤가 가져가버렸다.
"오, 미안미안. 내가 원래 분위기 깨는걸 좀 잘해. 아, 좀이 아닌가. 헷"
되도않는 헷소리나 내며 내 망친 분위기를 퉁치려하는 그모습에 조금 짜증이났지만, 웃기기도했다.
"너 나 처음보는거지"
"..아마"
"정답! 나 전학생이야. 이름은 김태형."
전학생이 여긴 대체 어떻게알고 온건지, 언제나갈건지, 물어보고싶은게 산더미였지만 내가 말을 붙히면 더 조잘댈것같아 그냥 그대로 냅두었다.
"저 복도에서 피아노소리가 들리길래 좋아서 왔어. 사실 피아노소리만 좋고 얼굴은 내스타일아니면 그냥 나올려했는데, 와. 너 진짜 이쁘네
딱 내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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