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의 남자 고르기
written SOW.
1.
당신의 학교에서 알아주는 개썅마이웨이 남학생 윤기. 매력적인 목소리와 말투, 온갖 매력쟁이로 여학우는 물론 남학우들까지
모두 섭렵하신 분. 집에 돈도 엄청나게 많아서 돈보고 다가오는 애들도 많음. 당신은 윤기와는 정반대의 성격인데 남 시선 많이 신경쓰는
그런 평범한 여학생. 근데 윤기와 같은반이 되고 짝까지 되면서 윤기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게되고 윤기는 당연히 자신이 관심을 많이 줬으니
다른 아이들과 같이 당신이 윤기는 자신에게 생일 선물을 줄 줄 알고 당신에게 물었음. 내 생일 선물 어딨냐?
당신은 오늘이 윤기 생일인 줄도 몰랐으니 눈만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저었음. 그러자 헛웃음을 친 윤기가 선물 받은 비싸디 비싼 이어폰을
귀에 꽂곤 엎드렸음. 당신은 괜히 자기가 잘못한 거 같아 안절부절. 결국 점심시간에 점심도 안 먹고 바깥에 나가서 케이크 하나를 사옴.
그래도 나름 제 짝궁인데 챙겨줘야겠다 싶기도 했고, 사실 당신은 꽤나 윤기를 좋아하고 있었음. 생일은 몰랐지만.
케이크를 사고 반에 돌아온 당신은 아직도 엎드려 있는 윤기의 등을 콕 찔렀음. 마침 애들도 점심 먹으러 갔겠다. 지금이 절호의 찬스였음.
"이게 뭔데."
"케이크. 너 오늘 생일이라며."
"… 이거 무슨 의민데."
"너 생일 기념."
"아무 의미 없이 그냥 내 생일이라서?"
"그럼 무슨 의미가 더 필요한데."
"뭐, 난 좋아하는 남자 생일 챙겨주는 줄 알았지."
능글킹인 같은 반 남자애 민윤기
2.
여행하다가 만난 남자 민윤기. 아예 휴학을 하고 놀러다니는 당신과 윤기. 정말 우연히 여행 커뮤니티에서 만났고 원래는 5명이서 같이 다녔지만
다들 현생으로 돌아갔고. 당신과 윤기는 휴학도 했겠다 열심히 여행다니는 중이었음. 윤기는 사진작가 지망생이었고 당신은 글에 대한 영감을 찾으려
여행하는 것이었음. 그런데 윤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띠링, 핸드폰 알람음이 울리길래 윤기의 핸드폰 화면을 봤는데 바로 내일이 윤기 생일이었음.
당신은 보자마자 자신의 생일도 잘 안 챙기는 마당에 이 남자 생일을 챙겨야 하나 했지만 거의 3달을 붙어다닌 여행메이트인데 그래도 챙겨주는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 윤기에게는 잠시 쇼핑에 갔다 온다고 하고 선물을 사고 윤기와 지내는 곳으로 돌아옴.
"뭐 사고 왔어요?"
"아, 내일 윤기씨 생일이라면서요. 왜 말 안했어요."
"아, 내일이 3월 9일이에요? 까먹고 있었네."
"내일 우리 다른 곳으로 가니까 정신 없을 것 같아서 먼저 줄게요. 생일 축하해요 윤기씨."
"고마워요. 근데 여주씨는 뮤즈 찾으러 여행하는 거라면서요. 찾았어요?"
"전 그냥 여행하는 걸로도 영감이 마구 솟아나서 솔직히 아직 뮤즈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어요."
"그래도 뮤즈가 있으면 되게 좋지 않나. 난 되게 좋았는데."
"뮤즈 있어요?"
화들짝 놀라는 당신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나가는 윤기에 당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카메라를 켰음. 윤기가 켜놓은 화면을 계속 넘긴 당신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음. 아주 멋드러진 풍경 끝에는, 그러니까 이 사진을 찍은 윤기의 시선 끝에는 모두 당신이 있었음.
놀란 당신이 멍하니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데, 목에 차가운 게 느껴졌음. 목걸이었음.
"내 생일보단, 뮤즈가 더 소중해서 뮤즈 생각밖에 안했네요. 목걸이 마음에 들어요?"
당신을 뮤즈로 생각하는 민윤기.
3.
언더 활동하는 래퍼 민윤기의 0호 팬 당신. 윤기가 처음 무대에 섰던 날 처음 언더 무대를 구경하러 갔던 당신은 윤기를 보자마자 반해서
계속 팬이라며 윤기의 생일이라던가 윤기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날에는 작은 선물이나 편지를 전하곤 했음. 이번에도 당연히 윤기의 생일을
챙기러 가려고 했는데 하필 그 날 유학에서 돌아온 친구와 약속이 잡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못 갔음. 아무리 0호 팬이라고 해도 윤기의 전화번호 같은 건
모르니까 윤기에게 연락도 못하고 못가니까 당신은 내심 불안했음. 자기가 없는 동안 다른 팬이랑 더 친해지면 어떡하지, 하는 바보 같은 생각.
자기가 제일 먼저 좋아했다고 권위가 아님에도 자꾸 뭔가를 더 바라게 됐음. 당신은 이런 자신이 이기적인 걸 알면서도 윤기의 팬을 그만두질 못했음.
오히려 윤기가 자기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점점 더 커졌고, 그게 팬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진짜 이성으로 보는 걸 깨달았음.
그게 당신은 윤기에게 실례라고 생각했음. 그래서 그 생일을 기점으로 당신은 윤기의 공연을 보러가는 걸 줄였음. 정말 중요한 무대 아니면 안 가게 된 것.
하루는 무대 위에 있는 윤기를 쳐다보는 데 윤기가 두리번 거리더니 당신을 보고 씨익 웃는 거, 그래서 당신은 저도 모르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공연 마치는 걸 보지도 못하고 빠져나갔음. 아, 진짜 안되겠다. 이 상태로는 순수하게 팬이라고 말 할 수가 없어.
당신은 이제 윤기를 보러 안 오기로 결심하고 택시를 잡아 타려는 데 갑자기 누군가 당신의 손목을 잡음. 윤기였음.
"아, 그게 ‥."
"왜 요즘 안 왔어요? 나 기다렸는데."
"윤기 오빠 빨리 들어가봐야 하지 않아요? 아직 공연 안 끝났다면서."
"나 오늘은 진짜 듣고 싶어서 그래요. 왜 내 생일에 안 왔어요? 나 기다렸는데. 진짜로."
" ‥어차피 윤기 오빠는 내 이름도 모르잖아요."
"네?"
"나 오빠를 팬으로서 좋아하는 게 아닌 거 같아서 그래요. 요즘 피한 이유가 이거에요."
"그럼 뭔데요?"
"몰라요."
"나 좋아해요?"
"알면서 묻는 거 진짜 못된 버릇인거 알아요?"
윤기는 당신의 말에도 마구 웃었음. 비웃는게 아니라 약간 기분 좋게 웃는 거? 그렇게. 그래서 당신이 물었음.
왜 자꾸 웃어요. 그러자 윤기가 말했음.
"되게 기분 좋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좋다고 하니까."
언더래퍼인 윤기와 0호팬 당신.
사실 생일이랑 무슨 관련인지 모르겠음 ㅋ
4.
"아 아침부터 시끄럽다."
"생일 축하한다 우리 동생!"
동네 친구의 남동생인 윤기. 근데 그 친구네 부모님과 당신의 부모님까지 친해서 윤기네 집과 당신의 집은 아주 친밀한 관계임.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거의 당신이 윤기의 누나 노릇을 해 왔음. 무뚝뚝한 윤기의 형은 윤기 생일을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고,
부모님마저도 이제 윤기가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생일 선물을 잘 주지 않으셨음. 제대로 챙겨주는 건 오직 당신 뿐.
이번에도 당연히 당신은 윤기의 생일을 챙겨주러 아침부터 윤기의 집으로 향함. 대학이 집과 떨어져 있어서 혼자 자취하는 윤기의 집에
무작정 쳐들어간 당신은 윤기를 활기차게 깨우곤 미역국을 끓임.
"형은?"
"내가 걜 어떻게 알아."
"형 좋아하잖아, 누나."
"뭐?"
"저번에 누나가 술 먹고 나한테 다 불었는데."
"헐."
맞음. 당신은 윤기의 형을 좋아하고 있었음. 남녀 사이에 친구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케이스였음. 하지만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한
당신이어서 윤기의 형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모르는 사실인데 윤기가 알고 있다니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윤기가 말할 인물은 아니므로 안심했음.
"근데 누나."
"엉?"
"형 여자친구 생긴 거 알아?"
" ‥ 그 후배?"
"어."
"알지. 어제 나랑 셋이 만났었어."
"아무렇지도 않아?"
"그럴리가 있냐. 야, 이거나 먹어. 다 됐네."
사실 그 날 집에가서 펑펑 울었는데. 아직도 부어있는 눈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음. 너무 많이 울어서 오늘 선글라스 쓰고 올까 생각했지만
윤기라면 바로 선글라스를 벗길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안 쓰고 온거였음. 눈치 빠른 윤기는 당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눈치챘음.
당신의 눈이 부어 있는 게 어제 일 때문이었다는 걸.
"누나, 여자는 자길 좋아해주는 남자를 만나야한대."
"그런 남자가 어딨어. 난 없거든."
"왜 없어. 누나 남초과잖아."
"걔네가 남자니?"
"그럼 대학에는 없고, 다른 친구들은?"
"나 여중 여고 나왔거든. 뭘 바래."
"그럼 남은 건 나 뿐이네."
"어?"
"누나 좋아할 남자. 나 밖에 없네."
당신을 예전부터 짝사랑 해왔던 윤기.
5.
1번의 윤기와는 매우 다른 윤기. 1번의 윤기는 개썅마이웨이지만 친구가 많았음. 하지만 이번 윤기는 개썅마이웨이라 아무도 안 다가옴.
근데 그런 윤기에게 유일하게 다가간 게 친화력 甲 of 甲인 당신. 학교에서 당신을 모르는 게 이상하다고 말이 나올만큼 친화력도 되게 좋고
성격도 좋기로 소문난 당신이 유일하게 못 친해진 건 이상한 성격을 가진 친구도 아니고, 담배 피는 날라리들도 아닌 윤기였음.
말을 하면 듣는 척도 안하고, 체육복이 없어서 다른 반에서까지 빌려다 줘도 안 입고 나가서 굳이 벌 받고. 체육대회 날은 아예 오지도 않고.
수학여행 때는 아프다고 뻥치고 숙소에만 박혀있었음. 반장까지 맡은 당신이 윤기를 데리고 나오려고 했지만 헛수고였음.
슬슬 포기할 때가 되었나 싶어도 윤기의 보일듯 말듯한 웃음을 보면 그 마음이 싹 사라졌음. 하늘이 도우신 건지 가장 단합력이 쩔어준다는 고3 때
당신과 윤기가 같은 반이 됨. 다른 친구들도 같은 반이 되긴 했지만 당신은 오직 윤기에게만 모든 걸 쏟아부음.
당신의 노력에 윤기가 마음의 문을 조금 열었는지 이제 대답은 함.
당신과 윤기의 담임쌤은 반 아이들의 생일을 모두 챙겨주시는 분이라서 또 반장이 된 당신에게 아이들의 생일이 적힌 종이를 줌.
근데 이게 무슨 일인지, 바로 오늘이 윤기의 생일이었음. 그래서 당신은 야자를 과감히 째고 윤기의 생일 선물을 사들고 다시 학교로 돌아옴.
교문에 기대어 서 있는 당신을 발견한 윤기가 선뜻 먼저 다가 와서 말을 걸었음. 너 어디 갔다 왔냐.
"나 너 생일선물 사러!"
"뭘 사?"
"너 생일 선물!"
"아."
짧게 탄식을 내뱉은 윤기가 피식 웃더니 손을 뻗었음. 뭔데, 줘 봐.
"맨 입으로는 안되지롱."
"‥."
"아, 뭘 해달라고 하지."
고민하던 당신은 갑자기 제 입술에 닿아오는 무언가에 화들짝 놀랐음. 야, 너 방금..!
"맨 입으론 안 된다며."
/
/
/
/
/
/
/
윤기야 생일 축하해...ㅅㅏ랑한다.... 영원히...너만을....
생일에 이런 것 밖에 못해주는 나를 용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