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x백현/찬백] 변백현 상속자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a/c/1acd94c15dbdf43bd663b9573662de31.gif)
[찬열/백현] 변백현 상속자
W.봉가봉가
박찬열이 고3이라는 것은 자신보다 한 살 위라는 소리이고 고로 박찬열은 자신보다 형이라는 소리였다. 박찬열이 저보다 나이가 많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싶다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기도 한다. 그 날. 그러니까 처음 놈을 만난 날. 웃고 있으면서도 웃는 게 아니었고 먹고 있으면서도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던 그 날. 우아한 분위기에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백화점 화장실에서나 들었을 법한 클래식, 은은한 조명이 우아한 레스토랑을 감싸고 있던 그곳에서 그의 아버지가 해 주었던 이야기들이 인제야 생각이 났다. 그때는 웃는 낯짝이었지만 제 머릿속은 그 상황에서 도망칠 생각뿐이었다. 그런 저에게 무슨 말이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아니 그보다 박찬열은 제 나이가 자신보다 어리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을 막 대하는 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었나. 진짜 병신새끼 아니면 보살?
"자기소개를 좀…."
"진짜 속도 없는 새끼…."
괜히 불쌍하게 생각되고 지랄이야.
03.
시간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특히나 지루한 수업시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초록색은 칠판이요 하얀색은 꼬부랑 언어로다. 이곳에서 하하 웃는 언어 민의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은 저뿐이라는 듯 반 아이들 모두가 하얀 이를 들어내며 웃고 있었다. 언어민이 다가와 뭐라 말을 하면 아이 또한 언어 민과 같은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백현의 귀에는 자체 필터링을 거쳐 한낱 싸구려 욕으로 들릴 뿐이었다. 언어민의 욕은 백현에게 수면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가뜩이나 지루한 시간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니 더 지루하다. 슬금슬금 엉덩이를 뒤로 빼내고 서서히 꿈나라로 향할 준비를 하면 천천히 눈꺼플이 감기고 몸이 점점 나른해진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벌써 꿈나라에 도착이다.
팔과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프다. 윙윙거리는 소음도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눈을 떠야 하는데 무겁다. 조금씩, 조금씩 떠보면 흐릿한 시야로 누군가의 흐릿한 형상이 보인다. 누굴까? 웃는 게 예쁜데….
"박찬열?!"
배 속에 애가 있었다면 진심으로 애 떨어질 뻔했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포개고 있는 팔 사이에 얼굴을 기대고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이건 뭐 변태도 아니고, 아니 사실은 순간적으로 웃음이 예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쪽팔렸다. 그래 내가 변태가 된 기분이다. 아무리 잠결이라도 그렇지 생각해야 할 게 있고 못할 게 있는데.
"엄청 잘 자더라."
"…남이사."
"에이- 우린 남 아니잖아."
능글맞은 웃음인데 어떻게 저 웃음이 예쁘다고 생각됐을까…. 아마도 잠결이어서 그랬을 거다.
"점심시간 지났어. 매점 가자. 갔다가 학교 구경시켜줄게."
"필요 없어."
"또 자려고?"
"졸려…."
잠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하루아침에 너무 많은 게 바뀌었더니 몸이 따라 주지 않아서, 또는 곧 다가오는 봄으로 인해서 그럴지도 몰랐다. 노곤 해 지는 게. 동물들의 동면은 겨울인데 자신의 동면 계절은 봄인가 보다.
"백현아 진짜 잘 거야?"
"…응."
다시 천천히 잠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 세계에 빠져들면 달콤한 목소리가 저를 재운다. 자장, 자장 우리 백현이 하고. 그 목소리가 어쩐지 그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 박찬열이 앉았던 자리에는 원래의 주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가 팔을 올려놓았던 자리에는 멜론 빵과 흰 우유가 그의 온기를 대신했다. 이게 언제적 작업패턴이야 하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빵과 우유에 닿는다. 물밀 듯했던 잠이 빠져나가니 이제는 허기짐이 밀려온다. 꼬르륵- 크게 울리지 않았지만, 누군가 들었을까 눈치를 살피게 된다. 다행히도 들은 사람이 있는 거 같지는 않았다. 그 사이 허기짐은 빠르게 덮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먹을 수도 없는 이유는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는 수업시간이라는 거다. 아침에 받은 시간표를 확인하고 서랍 속에 구겨 넣은 화학책을 꺼내 들어 봤자 지금의 진도가 어딘지도 몰랐다. 이럴 때 짝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놈의 학교는 짝도 안 져준다. 이런 개인주의 같은 학교 같으니라구. 속으로 투덜거려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허기짐을 잊을 수 있을까 싶었다.
'무슨 일 있으면 3반으로 와. 3층에 있으니까 괜히 헤메지 말고. 너무 급하면 문자나 전화하고. 꼭 받을 게.'
그러고 보니 박찬열의 번호도 몰랐다. 걔는 내 번호 알고 있나? 알려준 적이 있었나? 없던 거 같은데…. 어떻게 연락을 하라는 건지. 그리고 고3들이 득실거리는 3층을 어떻게 저 혼자 오라는 건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아마 없을 거야."
"뭐가 없어?"
아나. 시발 진짜 이 썅놈에 새끼는 갑툭튀고 지랄이져? 존나 사랑스러운 나님이 놀라는데. 아무래도 박찬열은 진심으로 생각이 없는 듯.
"놀래키지마. 병신아."
"씁. 이제 우리 욕 좀 줄이자."
"너나 그러세요. 아, 빵이랑 우유 잘 먹었어."
생각이 없는 건 없는 거고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그 멜론 빵 내가 좋아 하는 거야."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
"그래? 앞으로 많이 사줄게."
또 은근슬쩍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번에는 그냥 가만히 있어주기로 했다. 빵이랑 우유를 사다 준 값? 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고마우니까 이번만 봐주는 거다. 박찬열이 사다 준 귀중한 식량으로 허기짐에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으니까.
"야. 근데 너 내 번호 알아?"
"응."
"난 몰라."
"핸드폰 줘 봐."
어제까지만 해도 박찬열은 하루 보고 말 사이라고 치부해 버렸는데 이제는 서로의 번호까지 알아버렸다. 이쯤 됐으니 저도 해탈해야 하나 싶다. 대한민국의 건아 변백현으로 십팔 년을 살아오며 배운 건 포기하면 쉽다였다. 미련을 남기는 일보다 미련한 짓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현재 박찬열과 변백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게이가 되어 버렸고 서로의 부모님도 다 아는 사실이니 이제 저만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모든 게 쉬워질 일이었다. 그래,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어려우리라는 것도 잘 알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 보자. 지금은 거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남은 인생 박찬열이랑 붕가붕가하며 살아보자.
하루 사이에 인생의 판도가 바뀌어 버렸으니 그 인생에 맞추어 자신도 바뀌어야 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제일 먼저 연락해야 해."
"…그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박찬열의 존재는 덜컥 제 인생의 중요한 한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이번 시간이 마지막이지?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
"알았어."
박찬열의 인생에 변백현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새겨져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시간에는 자지 말구. 이따 봐."
야이, 씹새끼야!! 다짜고짜 입술 부비지 말라고!! 개썅 진짜 죽여버릴 거야 박찬열!
너는 빠르게 나에게 스며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
교복을 수선집에 맡긴 후 박찬열은 다짜고짜 영화관으로 저를 이끌었다. 요즘 흥행한다고 하는 영화였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다지 흥행할 이유가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됐다. 그러니까 결론은 박찬열의 무비 초이스는 별로였다는 거다. 하지만 박찬열은 한번에 흩으렴 없이 허리를 반드시 세우고 고개를 꼿꼿이 한 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달려갈 때 제 지루함 또한 클라이막스를 향해 내달려 가고 있었다.
"끝났다."
"…."
"재미없었어?"
"…배고파."
방금 전 라지 사이즈의 팝콘을 혼자 비우고 하는 소리였다.
"밥 먹으러 가자. 지금도 좀 늦었네."
동문서답. 그럼에도 박찬열은 그 큰 눈을 반으로 접어 웃어 보였다. 속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바보인 건인지.
"막창 먹을 줄 알아?"
"안 먹어봤어."
"그럼 이번에 먹어 보자."
제 손을 감싸 잡고 성큼 앞으로 나아간다. 박찬열은 키만 큰 게 아니라 손 또한 컸다. 제 손 두 배의 크기. 꼭 감싸 쥔 손에서 열이 오르고 있었다.
평소 친구들과 자주 오는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안녕 백현아?"
오늘은 친구들이 왜 있는 거냐 박찬열?
요즘 막창집은 다 이렇게 룸형식으로 돼 있는 건가. 아니, 것보다 이제 막 민증이 나온 사람들한테 초록 병을 팔아도 되는 건가? 그걸 생각하기 전에 시발 너무 뻘쭘하잖아. 이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네."
"아… 네. 감사, 합니다."
하나도 안 감사요.^^
"아. 나는 첸이야. 네 서방님이랑 불알친구고."
"첸은 무슨… 한낱 종대새끼 주제에."
"한낱 도비새끼는 이거나 드시죠?"
무지막지한 크기에 쌈을 박찬열의 입에 쑤셔 넣는 첸이라는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아예 저 쌈으로 목구멍에 막혀 버렸으면 좋겠는데.
"나는 김준면이야. 나이로는 찬열이보다 한 살 위이고."
정신없이 왈왈거리는 박찬열과 첸을 두고 하얀 손을 내미는 김준면이라는 사람은 한 마디로 그냥 성스러워 보였다. 하얀 얼굴에 반듯한 외모 하며 점잔은 말투가 하느님이 있다면 이렇게 생기셨겠구나 싶었다. 뒤에서 후광이 나는 거 같기도 하고.
"이거 먹어 봐. 아, 못 먹는 건 없지?"
"네. 없어요."
시발 남자가 저렇게 웃을 수도 있다니. 존나 성스럽다. 늉늉.
"준멘…."
"응?"
씨발 망할 놈에 주둥이 새끼가 주인 알기를 개 코로 아는구나! 왜 네놈 혼자 나불거리느냐!
저도 모르게 튀어 나간 말에 합- 입을 다물어 봐도 한 번 내뱉어진 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람이 민망해지는 건 생각도 안 하는지 천박스럽게 웃는 첸이라는 사람은 박찬열과 함께 자신의 블랙리스트에 광속으로 런웨이 행이다.
"이건 생각외에 귀여움이야."
그래 내가 한 귀여움해. 근데 왜 그 웃음이 내 눈에는 나를 비웃는 것만 같은 주옥같은 기분이 드느냔 말이다. 백현이 눈을 샐쭉이 뜨고 첸을 흘겼다. 그런 백현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한낱 도비새끼의 똥강아지가 노려봐 봤자 도비새끼의 개새끼일 뿐… 하나도 안 무섭! 베베베-
헐. 저건 어느 나라 애새끼의 표현법이냐. 썩어간다. 내 표정이 썩어간다.
"종대야 그만 해."
"형! 저 종대 아닌데여? 첸첸! 첸이라구요!"
"그래 첸아 그만,"
"-해. 이게 무슨 추태야."
금발 머리에 이국적인 외모. 거기다가 시원하게 뻗은 길쭉한 다리. 박찬열도 키가 큰편에 속했지만 어쩐지 저 남자 옆에 서면 꼬꼬마가 될 것 같은!
"판판!"
"판판은 무슨 형 안 붙여?"
씨부알. 박찬열 친구들은 왤케 잘생겼음? 오징어를 처먹은 나의 죽마고우들과는 다른 저 비주얼!
"형 목소리 밖에까지 다 들리더라."
"엄청나게 크더라구요. 우리 안내없이 들어 왔어요. 형 목소리 듣고."
거기다….
"으르렁이다!"
반짝반짝 금방이라도 별이 떨어질 것 같이 백현의 눈동자가 신기함으로 물들었다. 백현의 반응으로 멀뚱히 서 첸에게 구박을 하던 세 명의 눈이 백현을 향했다. 찬열은 묵묵히 익어가는 막창을 뒤적였다.
"으르렁이 아니라 엑소야. 백현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였지만 지금 백현에게는 그런 것을 알 길이 없었다. 연예인이, 그것도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린다는 엑소의 멤버가 한 명도 아닌 두 명이나 제 앞에 서 있는데 그럴 정신이 어디 있으리오. 경수의 미소에 백현은 이미 KO였다.
네, 변백현 선수 힘도 못 써보고 이대로 knock down입니다. 짤랑짤랑-
"예명은 디오이고, 본명은 도경수. 너랑 동갑이야."
"저는 카이이고, 본명은 김종인입니다. 열일곱이고요."
"카이야 너 어제인가? 백현이 엘리베이터에서 보고 작ㅇ…."
"찬열아 많이 먹엉!"
찬열의 다음 말을 예상한 백현이 반찬으로 나온 오이를 찬열의 입에 넣었다.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입에 넣은 것 보다는 쑤셔 박는 것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이곳에서 어제저녁 생쇼를 한 제 흑역사를 털릴 수는 없단 말이다! 그것도 연예인 앞에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거나 마찬가지인 제 흑역사는 절대 절대로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
"네가 백현? 난 크리스."
"안녕,"
"생각보다 못생겼네."
"-하세요…"
이 씨벨룸이! 이런 킹콩 땅콩 같은 새끼가 지금 나보고 못생겼다고 했느냐?! 네가 잘생기면 얼마나 잘생… 겼네! 근데 사람 그르케 무시하면 못쓴다 너?!
"죄송하네여. 씨부앙-"
크리스vs백현, 전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봉가봉가 TALK]
이번에는 21일만에 왔어옄ㅋㅋㅋㅋ 뿌잉뿌잉ㅋㅋㅋㅋ
오늘 많이 추웠다고 하던데 우리 독자님들은 따숩게 입고 나가셨는지 모르겠네여.. 따숩게 입고 나가 노세여ㅠㅠㅠ 진심 밖에 나가면 괘춥더라구여..ㅠㅠㅠㅠ
전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뒷목도 아프고 목구멍은 찢어질 거 같고 머리는 괘무거워서 어질어질....ㅠㅠㅠ 그니까 따숩게!!! 아셨져?
아, 글공... 참.. 하.. 이거.. 진도 괘빠른듯한ㅋㅋㅋㅋ 저 사이드로 클첸, 카디 넣고 싶은데 독자님들의 선택은?! 막 이케이케 비중 높게 넣는 게 아니라 그냥 정말 그런 분위기(?)만 내는 삼귀는 사이?! 근데 솔직히 클첸이랑 카디도 넣으면 에브리바디 게이 파뤼!!가 될까봐... 땀땀;;;;;
하하하하 이제 늦었으니 저도 자야겠어여... 내일 나가야 하거든여... 내일 친구랑 서울 상경하거든여,....^^
그럼 다음편에서 봬여~~ 젭알..ㅠㅠㅠㅠ
별것도 없는 글에 암호닉 신청해 주신 ♥쮸님, 신의손님♥ 감사하고 그외의 댓글 달아주신 8분 감사합네다~~~~
다음 편은 빨리 올게여... 항항항항항항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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