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민아 (feat. 칸토) - 이상하다, 참
그러고보니 제가 지금까지 무슨 공부를 하는지 말하지 않았네요.
저는 지금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경찰 시험에서는 필기시험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는데 그게 바로 체력시험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주말이고 하니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좀 하려고 해요.
간만에 날씨도 좋겠다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는데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있는 남학생들이 보이지 않겠어요?
저기서 정체모를 무언가를 하고 있는 새끼도 보이네요.
독서실에서 고딩이 자꾸 들이대요
08
w. 복숭아 향기
"어? 누나!"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마주치고 말았네요.
다른 애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서 운동을 여기서 해도 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독서실 밖에서 이렇게 본 거는 또 처음이라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뭔가...
느낌이 다른 거 같기도 하고요..?
"축구하고 있었어?"
"네! 누나는요?"
"나 운동하러 나왔는데..."
"누나가 운동도 해요?"
무슨 의미일까요.
"시험 준비하려면 운동 해야한단 말이야."
"무슨 시험이요?"
"너 내가 무슨 공부하는지는 아니..."
"그럼요! 알죠!"
"후방이요!"
"..."
"아닌가?"
"후방이 아니라 형법..."
"에이."
"그거나 그거나."
매우 달라.
"그래도 다행이에요."
"뭐가?"
"다이어트가 아니라서."
"응?"
"누나가 1 그램도 사라지는 건 싫으니까요."
"...뭐래."
"진짜에요."
"나 누나 뱃살 쪼물딱 거려보는 게 소원이란 말이에요."
"개새끼라는 말 또 듣고 싶지?"
"괜찮아요!"
"아..?"
"아침마다 듣고 있어요... 지난번에 녹음한 거 모닝콜로 해서..."
제발 그런 이야기는 그렇게 수줍게 하지마.
"JK. 이 분은 누구야?"
전정국하고 같이 축구하던 무리 중에서 한 명이 다가왔어요.
음...
역시나 베리베리베리 핸썸한 사람이네요.
지난번에 삼촌이라는 사람도 그렇고 승재라는 아가도 그렇고
인정하기 싫지만 전정국도 그렇고 참 잘생겼는데
잘생긴 사람 옆에는 잘생긴 사람만 모이나봐요.
새삼 슬프네요.
"내 신부에요!"
"야. 그게 무슨 개소..."
"그 쪽이 우리 JK 신부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같이 독서실 다니는 지나가는 일행 1인데..."
"혹시 JK를 보면 뭐가 보이지 않아요?"
"네?"
"뭔가 되게 아파보인다던가... 뭐 그런 거요."
가끔 정신은 좀 아파보이던데...
"안됐군요. 그쪽은 우리 JK의 신부가 될 자격이 없어요."
세상에 잘생긴 사람이라고 해서 다 믿을 사람만 있는 건 아닌가봐요.
다시 한 번 깨달았네요.
이 엄청난 이치를 깨닫게 해준 전정국에게 고마울 따름이에요.
"저기..."
"저 방금 쩔었죠?"
"네?"
"도깨비! 도깨비! 나 아까 좀 쩔었죠? 와. 진짜 이 대사 한 번은 쳐보고 싶었는데."
"..."
"우리 JK가 수줍이 좀 많거든요.
애가 좀 병신같아도 쑥스러워서 그런 거니까 너무 화내지마세요."
두 번 수줍음 많았다가는 아주 나 죽어나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형도 참..."
"그런 칭찬은 좀 민망한데..."
...
아니야.
칭찬 아니야...
"오구 내 새끼. 언제 이렇게 커서 신부도 데리고 왔어."
"ㅎㅎㅎㅎㅎㅎ 형아가 주는 밥 먹고 컸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따가 또 맛있는 거 사줄게. 많이 먹고 얼른 크자."
"응응. 존나게 많이 먹고 존나게 더 클 거야."
"치킨 사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더 안커도 될 거 같은 건 나만의 착각일까요...
여하튼 사람들이 끼리끼리 만난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잠깐.
그 말은 전정국 옆에 있는 나도 병신이라는 건데...
집에 가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할 거 같네요.
아직 병신이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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