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악동뮤지션 - Give Love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죠.
처음에는 만날 독서실에서 '누나!' 하는 그 새끼가 마냥 시끄러웠는데 이제는 없으면 허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자한테 이런 생각을 품다니...
이번 생은 정말 저 망한 거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아직까지 뭐 미친듯이 좋다 그건 아니에요.
굳이 따지면 저 새끼가 오늘은 왜 안오는 걸까 정도랄까요.
독서실에서 고딩이 자꾸 들이대요
04
w. 복숭아 향기
"누나. 나 왔어요."
평소라면 6시가 땡 치자마자 달려왔던 애가 오늘은 10시가 다 돼서 왔네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만날 겁나 해맑게 웃으면서 누나누나 하던 애가 왜 저렇게 시무룩한건지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아. 진짜... 이러면 안되는데...
"정국아."
"네?"
"무슨 일 있어?"
"누나 지금 나 걱정하는 거에요?"
"취소할까?"
"에이. 그러지는 말고."
"너무 걱정마요. 별 일 아니니까."
'별 일'이 아니라는 건 무슨 일이 있다는 거겠죠.
문제집을 풀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거에요.
옆에 힐끔 보니까 애는 핸드폰만 보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더군요.
누구랑 연락을 되지 않는 걸까?
부모님..? 친구..? 그것도 아니면...
설마 여친..?
여친이면 정말 뚜까 팰거에요.
여친 있는 새끼가 독서실에서 만난 여자한테 번호 달라고 지랄하는 거면 정말 미친거니까요.
슬쩍 고개를 돌려서 전정국 핸드폰 화면을 봤어요.
어... 카톡창이 켜져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누나 뭐해요?"
"나, 나 아무것도 안봤어."
"아 진짜... 그렇게 보지마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렇게 정색하면서까지 말할 필요가 있나...
평소라면 뭐 개새야 하고 넘겼을 거 같은데 오늘은 자꾸 신경이 쓰이네요.
진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버린 걸까요.
ㅅㅂ... 별로 안생겼으면 하는 일인데...
"누나."
"왜."
"무슨 일인지 궁금해요?"
"걱정되잖아."
"헐. 지금 누나 나 걱정해주는 거에요?"
"감동이네요."
제 눈에 뭐가 씌였나봐요.
그냥 나 보면서 웃어보이는 저 얼굴이 왜 잘생겨보이는 걸까요.
내 인생에서 미자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말이죠.
"사실은요, 누나..."
"핸드폰에 있는 사진이 다 날아갔어요."
"사진? 무슨 사진?"
"누나 사진..."
"아?"
이 새끼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내 사진이 왜 날아가?
그건 둘째치고 내 사진이 왜 있어?
"내 사진이 너한테 왜 있어?"
"누나 잘 때 찍은 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나 공부할 때 찍은 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누나 잘 때 눈 뜨고 자는 거 레어템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씹새끼야."
전정국한테 축해줘야겠어요.
드디어 소원을 이뤘네요.
"헐..?"
"누나..?"
"전정국 이 개새끼야. 뒤지고 싶냐?"
"잠깐... 잠깐만 기다려요."
이번에는 또 뭘까요.
"녹음해야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발 그런 이야기는 그렇게 수줍게 좀 하지마."
아무래도 이번 생에 미자가 들어오는 건 조금 보류해야겠어요.
아 그건 둘째치고
한 번만 더 걸리면 아주 뒤질 줄 알아요.
전정국 씹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