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N - What 2 do inst
X 같은 선배와의 전쟁
by. 탄덕
14
" 왜 혼자 와."
" 형 먼저 갔어, 형은 이 상황에 밥이 넘어가요? "
선배는 벌써 가버렸는지 혼자서 식당으로 들어오던 지민이 의연하게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김남준, 그 사람을 이해가 가지 않는 눈길로 뚫어지게 쳐다보다 버럭 고함을 지르며 그가 음미하던 와인잔을 세게 뺏어들었다. 이런 지민의 태도를 당연하듯이 받아들이던 그 사람은 아무런 말 없이 다리 위로 고스란히 올려져 있던 냅킨을 정리하곤 몸을 일으켜세웠다.
" 내 말 안 들려요? 적어도 이 지경까지는 오게- "
지민아, 그가 분에 가득 찬 지민을 나즈막히 불렀다. 마치 그 사람의 낮은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산 속의 메아리처럼 외로움이라는 착각을 일었다. 그리고서 나갈 채비를 끝내던 그가 마지막으로 지민을 다시 한 번 불렀다.
" 호석이가 뭐래."
" 무슨 말을 했을 것 같은데요, 알잖아."
여전히 냉담한 표정으로 문장을 읊조리던 지민을 곧게 쳐다보던 그 사람은 이내 그가 하려던 말을 눈치챈 듯 애써 희미하게 올라간 한 쪽 입꼬리로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 뭐라 했겠냐, 뻔해. 지민을 향한 눈길을 아래로 거둔 남준이 끝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문으로 향했고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난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진한 갈색의 로퍼를 신은 두 발이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서서히 멈춰섰다.
" 그 쪽 원망한 적 없어요."
" .............."
" 그렇다고 해서 미워한 적도 없었고요."
" .............."
" 그러니까 우리 좀 놔줘요. 당신이 하고 있는 그 사랑, 선배도 영원히 간직할 테니까."
어떠한 대답조차 하지 않을 것만 같던 그가 조심스레 입을 달싹였다. 차라리 원망이라도 해, 내 부탁에 마지막으로 대답을 남긴 그 사람이 고개를 살짝 아래로 숙였다 이내 대리석에 멈춰져있던 걸음을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그렇게 축 쳐진 어깨와 함께 한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던 난 옆자리에 주인 없이 덩그러니 놓여져있던 선배의 가방만을 고요히 응시했다.
그렇게 꼬박 삼 일이 지났다. 내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한다 생각하여 나에 대한 배신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이후로 호석 선배가 연락두절이 되어버린 건. 그가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셀 수도 없는 통화 기록에 적혀진 연락처에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 있어- 역시나 기대했던 내가 머저리였음을 여러 번 깨우치곤 교수님의 수고했다는 덕담과 함께 끝나버린 강의실을 나오며 익숙한 번호를 눈에 찬찬히 담았다. 폰까지 꺼두면서 도통 뭘 하는지, 뭘 먹는지, 뭔 생각으로 이러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만 몇십 번을 눌러도 그의 굳게 닫혀있던 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보나마나 기억이 나에게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리고 있을 선배가 걱정되어 그간 삼일 동안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다. 보고 싶어, 계단을 내려오며 몇 번이나 되뇌던 말을 속으로 되새겼다. 오늘은 아주 노숙이라도 하는 셈치고 선배의 집 문 앞에 돗자리를 펼쳐놓을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내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쳤다.
" 권하윤, 내가 저기서부터 몇 번을 불렀는 줄 아냐."
" 죄송해요, 정신이 없어서 못 들었어요. 뭐 급한 일이에요? "
" 어, 존나 급해. 정호석 왜 학교 안 나오냐."
태형 선배의 다급한 목소리와 같이 흘러나오는 정호석이라는 석 자에 지끈 아파져오는 이마를 짚었다. 알고 보니 나만 피해 다닌 게 아니라 아예 학교까지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나보다.
" 넌 알 거 아냐, 그 자식 왜 안 나오는지."
" 저도 몰라요."
" 둘이 싸웠어? 이 새끼 안 될 놈이네. 지금 너랑 싸웠다고 시위하는 거야 뭐야."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앞 뒤 사정없이 결론을 지어버리는 태형 선배를 보며 더욱 답답해지는 마음에 가방에 박혀있던 폰을 집어드는데 마침 진동이 조그맣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에 무의식적으로 화면에 띄어진 번호도 보지 않은 채 무작정 전화를 받아들였다.
- 여보세요? 선배, 장난해요? 학교도 안 나오면 어쩌자는 거에요?
- 나 형 아닌데.
- ........ 로이.
- 좀 데리러 와줘.
전화의 주인은 이미 취해버린 지민이었다.
취할대로 취해버린 그의 전화를 끊고는 어디 가냐며 끈질기게 물어오는 태형 선배를 뒤로 하고서 웨이터가 말한 주소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신호등을 건너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여진 골목으로 들어서자 지민이 아닌 로이라는 사람으로 만났을 때 갔었던 고급 술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민이 유리 조각에 베인 내 볼을 쓰다듬던 그 곳을 눈으로 훑다 이내 고개를 도리질치며 발길을 안으로 옮겼다. 그러자 검은 수트를 단정하게 입은 사내가 앞장서 지민이 있던 룸으로 안내했고 방을 들어서자마자 얼마나 마신건지 테이블에 놓여져있던 양주들이 그를 대신해 답을 전했다.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테이블 위로 왼팔을 곧게 뻗어 그 위에 볼을 맞대며 곤히 잠에 들어버린 지민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내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레스토랑에서 들었던 김남준, 그 사람의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를 맴돌았다. 이 아이가 날 좋아하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지민을 친구로만 여겼다. 그것이 당연했으니까, 그저 친구라는 명목 아래로 우리 둘은 그 틀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지민이 그 울타리를 벗어나려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거겠지만.
악몽을 꾸는 듯 계속해 앓는 소리를 내는 지민의 등을 익숙하게 쓸었다. 여전히 그는 악몽을 꾸고 있었고 등을 토닥이는 나의 손길로 인해 끙끙 앓던 소리는 차츰 멎어들어갔다. 여전하네, 박지민. 아이들이 다 떠나간 텅 빈 교실 창문 옆에 흰 교복을 입고 있던 앳된 소년의 모습이 조금씩 그에게서 겹쳐졌다.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앳된 소년의 짙은 머리카락이 살짝 힘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의 앞에 가방을 올려맨 한 소녀가 꿈에서 깨지 못한 그의 등을 토닥였다. 집에 가자, 지민아.
" 그러지마."
" 깼어?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시냐."
" 하지 마."
" 나이도 어린 게 담배는 배워가지고- 선배한테 배운거지? "
" 그거 모르지."
" ................"
" 넌 단 한번도 나랑 있을 때 형을 빼놓은 적이 없어."
취기가 오른 눈을 감은 채로 나즈막하게 지민이 짧게 실소를 터트리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나 걱정하지마, 그 때처럼."
" 그게 언젠데."
" 지금처럼 악몽에서 날 깨우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그러니까 지금처럼 그런 표정도 짓지 마, 그제서야 말을 마친 지민이 반쯤 감긴 눈을 조심스레 뜨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들만 주저리 내뱉던 지민이 잠에 취한 눈길로 나를 올려보다 그만 대화를 끝내려는지 눈꺼풀을 다시 감았다.
" 그래서 그게 언제냐고."
" 좋아해."
그러자 지민의 잠긴 목소리가 적막한 룸 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너한테 고백한 날, 네가 날 흔들지만 않았더라도 우린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가 연이어 말을 툭 내뱉었다.
" 널 구해준 사람은 나였고 네가 힘들어했을 때 네 옆에 있었던 사람도 나야."
" .............."
" 근데 왜 내 옆엔 네가 없어, 내가 이렇게 힘든데."
" ...... 너 취했어, 일어나."
" 자꾸 네가 날 걱정해주면 더는 그럴 수가 없잖아."
잠깐만-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익숙한 전화번호가 진동을 울리며 밝게 화면에 띄어졌고 난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선배. 선배. 그러자 긴 침묵으로 통화가 이루어지던 화면은 어느새 검은색의 바탕으로 이루어진 화면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선배, 적어도 전화 정도는 받아야 할 거 아니에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 보고싶어.
순간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비가 내리는 땅에 차가운 비가 스며들듯 축축히 젖어오는 그의 음성에 폰을 말아쥔 손가락들이 하나같이 침착하려 했던 그간의 노력이 부질없을 정도로 가늘게 떨려왔다.
- 어디에요?
- ...... 보고싶어.
뚝- 이어지는 그의 말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지민이 힘겹게 취한 몸을 일으키더니 허락없이 폰을 가져가고서 종료 버튼을 꾸욱 눌렀다. 뭐하는 거야, 내놔. 아이처럼 응석을 부리려는 그에게 화가 나 조금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그가 담담히 날 내려봤다. 마주친 두 개의 눈동자가 서로를 얽혔다.
" 그래서 또 형한테 갈려고? "
" 뭐? "
흰 교복을 입고 있던 소년이 그 앞에 서 있던 소녀에게 말했다. 좋아해.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널 좋아해, 그 사람이 호석이 형일지라도.
그리고 지민은 문틀에 걸쳐져있는 하나의 운동화를 보았다. 매일 아침마다 현관에 가지런히 놓인 자신의 것이 아닌 그의 운동화를.
" 가지마, 오늘만큼은."
앳된 소년의 모습 위로 교복을 벗어던진 지민이 하윤이의 손가락 끝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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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탄덕님들!!!!!! 다들 잘 지내셨어여(우르컥)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HR........ 우리 탄덕님들 모두 시험 화이링하시구 대박 나시라구 중간고사 시즌에 호도기와 지미니와 남주니를 데려왔습니닷!!!!!!!
정말 댓글 읽을 때마다 언제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ㅠ 항상 저의 탄덕님과 독자 여러분들께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면 저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궁금한 내용 계시면 댓글로 바로 달려올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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