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f/a/2fafabc7923e4121eb4b617841fdfe52.png)
[루민]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W. 아카시아
거울에 비친 남자가 말쯤한 정장을 가다듬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에는 이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거울속의 남자는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손에들린 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루한은 청첩장을 선반위에 올려놓았다. 내심 청첩장에 적힌 이름이 미워지기도 했다. 푸흣, 웃음이 나왔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건가? 루한은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생각이 어린아이 같다는듯 웃음을 지었다. 루한은 다시한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못생겼나? 루한은 자신의 머리를 올려 인상을 한번 쓴 뒤 다시 머리를 내려 급하게 정리를 했다. 그러다 문득, 문득 드는 순간이었다. 루한은 청첩장을 바라보았다.
신랑 김 민 석
신부 이 은 하
그시절에, 김민석 너는 날 좋아하긴 했을까?
청첩장을 바라보던 루한은 말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철없던 자신의 고등학생 시절, 늘 옆에 있어주던 민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19세의 소년 김민석. 그는 하얗고 약간 살이오른 볼을 가졌으며, 눈은 쌍커풀이 없지만 큰 눈이었다. 작지만 동그랗고 높게 올라간 콧대에 전체적으로 귀여운 얼굴.
루한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생경하게 민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그런 스타일 안좋아했는데… 루한은 자신의 현관앞에 놓여있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에는 루한과 민석을 주의로 세훈과 경수, 백현과 종인, 찬열과 종대가 각자의 개성을 살린 포즈를 취하며 웃고있었다. 남자는 다시 거울을 마주보고 섰다.
루한은 사진속의 자신의 웃는얼굴을 따라해보았다. 이상하다. 역시 웃음은 억지로 만드는것이 아닌가보다. 밖에서 친구들이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루한은 구두를 고쳐신은채, 마지막으로 자신을 전검한뒤 현관을 나섰다. 5년만이다. 김민석 너를 보는것이 5년만이다. 심장이 들쑥날쑥 불규칙적이게 뛰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루한의 볼에 스쳤다. 겨울이 되면 항상 너의 생각이 났다. 겨울은 너를 닮았다.
루한은 다시한번 크게 심호흡을 한뒤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너를 만나러 간다. 내가. 김루한이 김민석을 만나러.
-
따스한 햇볕이 내려오는 봄. 이것이 고3 교실이라는것을 알수 없을정도로 아이들은 소란스럽고 지나치게 활동적이었다. 물론 루한의 친구들은 핵심의 축이었다.
찬열과 백현, 종대가 셋이서 눈을 마주보고 낄낄대며 한참을 웃더니 루한에게 지우개 조각 뭉텅이들을 동시에 던졌다.
루한이 일어남과 동시에 세사람은 누구보다 빠르게 너나할것없이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루한도 질세라 교실밖으로 전력질주를 하였다.
"니 새끼들 잡히면 뒤질준비해라!!!"
"나니?!!!!"
"와 개구리가 달리기도 하잖아?"
"존대, 무쪄버요~"
루한의 말 뒤로 백현, 찬열, 종대가 이어 말을 했다. 먼저 잡힌것은 긴 다리로 휘적휘적 뛰어가다 방귀가 나올꺼 같다며 잠시 멈춰선 찬열이었다.
루한은 그틈을 놓지않고 찬열에게 달려가 수십번 정강이를 걷어찼다. 찬열의 비명이 얼마못가 백현과 종대도 루한에게 잡혀 찬열과 똑같은 비명소리를 내야만 했다.
시끄러운 교실 분위기에 민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런 민석을 본 백현이 민석의 어깨를 감싼채 말을했다.
"야, 우리 전교1등 민석이가 공부하잖아! 우리 이제 정숙하자. 고3이잖니, 아이들아."
"지-랄하네, 너나잘해. 변백현."
"닥쳐, 박도비 새꺄. 그치 민석아?"
"너가 더 시끄러워."
딱딱하고 단호한 민석의 말에 백현의 표정이 울상이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민석이가 하는말 들었어? 나한테?! 난…난 민석이, 널위해서…' 연신 말을 중얼거리며
절망스러워하는 백현을 본 친구들이 너나 할것없이 배를 잡고 웃었다. 민석은 붉어진 볼을 감추며 잠시 큰 한숨을 내쉰뒤 교실 밖으로 나갔다.
백현은 갑작스레 나간 민석이 당황스러워 민석아를 연신 부르다가 민석을 따라 나섰다. 화난건가? 화날만 하겠지. 루한은 교실문으로 향해있던 자신의 시선을 거두어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웹툰을 보며 웃어대는 루한을 본 세훈은 미친놈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다 채 몇십분도 안돼 자신도 옆에서 웹툰을 보며 같이 웃어댔다.
루한은 그런 세훈을 보며 눈을 흘려보았지만, 세훈은 자신의 얼굴을 돈내고 보라며 루한의 얼굴을 밀었다.
민석은 수업시작 종이 울리기 직전에 들어왔다. 의아한듯 백현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백현은 승리의 브이를 지어보였다. 김민석.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들어와서 민석과 루한은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다. 이쯤되면 정말 친해질법도 하지만, 루한과 민석의 성격은 정 반대였다.
민석은 공부만 추구하는 스타일이며 루한은 놀기만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루한의 친구들이 잔뜩 모여있는 이곳. 민석에게는 가시방석에 앉아있는것과 같은것이었다.
루한은 자신의 앞자리에 앉은 민석의 뒷통수를 쳐다보았다. 동글동글. 루한은 자신도 모르게 민석의 튓통수에 손을올려 땀밤을 때렸다.
탁-
'아,' 외마디의 신음과 함께 민석이 신경질 적으로 돌아봤다. 루한은 그런 민석을 바라보며 태연한듯 말을 했다.
"왜."
"니가 쳤잖아."
"응."
"아, 아니다."
민석은 루한을 한참을 째려보다 뻔뻔한 루한의 태도에 체념한듯 앞을 보았다. 루한은 심심한듯 볼펜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 다시 민석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탁-
민석은 그런 루한을 신경도 쓰지 않은채, 자신의 노트 필기에만 집중을 했다. 루한은 괜스레 자신이 무시를 당한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다시한번 손을 올렸다.
탁-
탁-
탁-
"아, 하지좀 말라고!!!!!"
네번째 딱밤을 때릴려던 루한의 손이 멈춰쳤다.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민석과 루한에게로 향했다. 물론 선생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두사람은 곧 복도밖으로 쫓겨나야만 했다. 민석은 거의 울듯한 표정이 된채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아니…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잘못한거지. 루한은 민석을 바라보았다.
동그란 얼굴에 살짝 올라간눈, 고양이 상인 민석의 얼굴에 루한은 괜히 새침해 보인다며 시선을 거두었다.
"김민석."
"어."
"…미안."
"어."
"화 많이… 났냐?"
"아니."
"근데 얼굴이 왜 터질꺼같냐…"
루한의 장난스럽고 조심스러운 말에 민석이 웃음이 나왔다. 민석이 웃는 모습을 본 루한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민석을 바라보았다.
웃을때 접히는 눈과 살짝 올라간볼. 루한은 3년이 되가도록 몰랐지만 민석이 귀여운 편이라는것을 새삼 느꼈다.
"김민석, 너 나랑 3년 친구인거 아냐?"
"응."
"…말좀 걸어, 매일 공부만 하고. 공부쟁이 새끼. 공부만두. "
"공부좀해. …미친 개구리야."
"너, 너도 그말 쓰냐?! 그말 쓰지마. 부정탄다."
민석은 루한을 향해 모르겠다는듯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종이 울리자 재빨리 교실로 들어갔다.
미친개구리.. 쟤도 알고있었구나. 루한은 자신의 뒷목을 두어번 어루만지며 민석의 뒷자리에 앉았다. 민석은 칠판에 적힌 필기들을 자신의 노트에 받아적고 있었다.
저렇게 공부해서 쟨 뭐가 될려고 그러나. 잠시 민석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던 루한은 생각을 접고 종대를 이끌어 매점으로 향했다.
이날이 민석과 루한이 3년이 되어갈때쯤, 가장 오래 대화를 나눈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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