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 애즈원 - White love story
4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전이다.
오랜만에 맞는 휴일에, 창가주변에 서서 내 몸에 감기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기분좋은 여유를 한껏 즐겨본다.
아, 얼마만에 느껴보는 기분인지.
나 같은 대학 졸업반들은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취업 스펙준비다 뭐다 해서 슬슬 바빠지는 시기이니.
그러나 한번쯤 이런 시간을 가짐으로써, 마음의 여유를 주는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생각하며 기지개를 쭉 폈다.
창 밖으로 내다본 우리 동네는 이렇다 할 감탄스러운 경치는 없지만,
사소하고 일상적인 초록색 가로수와, 짹짹이며 아침을 맞는 새소리가 나는 정말 좋다.
이런날이면 문득, 그가 생각난다. 어떻게 지낼까.
*
" 안녕, 오늘 전학왔어. 잘 부탁해."
"...내 옆자리?"
" 응. 선생님이 정해주셨어. "
팔을 베게삼아 엎드린 채 있는, 내 짝꿍이 될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시큰둥한 얼굴로 자기 옆자리냐고 묻더니, 맞다고 하니 그대로 다시 엎드린다.
엎드리기 전,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봤다. 김성규 라고 적혀있었다.
첫만남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아이와 어떤 사이가 될 지는 꿈에도, 아니 상상조차 못했다.
그리 좋지 않았던 첫만남과 달리, 전학생인 주제에 적응도 못하면서, 적응 하려고 노력도 않고 늘 혼자 있는 나를 지켜봤던 김성규는,
어느순간 부터인가. 무뚝뚝했지만 말을 걸기 시작하더니, 어느 새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 또 도시락? "
" 응, 체질 때문에 급식같은거 잘 못먹어."
그 당시만 해도 식단 조절이 필요할 만큼 약한 몸을 가진 나였다.
항상 도시락을 먹는 나에게 성규는 그것이 불만이라는 듯, 급식으로 나온 쿠키나 빵을 가져와 나에게 툭 주면서,
맛 없어서 그냥 가져왔어. 너 먹어. 해 놓고 머쓱해하며 자리에 앉아 창 밖을 구경하는 척 하곤했다.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못해 비록 내 방 한켠에 쿠키와 빵이 쌓여갔지만, 난 그래도 좋았다.
나에게 무언의 관심과 애정을 주는 것이 성규였으니까.
하루는 점심시간에, 여느 때 처럼 도시락을 꺼냈는데, 놀랍게도 성규도 도시락을 싸왔었다.
내가 그것을 보고 살짝 놀란 눈치로,
" 어? 너 왜 도시락.." 하며 운을 뗐는데, 그는 내가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급하게
" ㄱ,급식이 맛없잖아 ! 이번달은 나도 신청 안했어.." 했더랬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지만 애써 담담한척 하며 그 달 한달을 항상 교실 한켠에서 단 둘이 식사했고, 또, 그 뒤로 등하교도 함께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사랑인지 우정인지 모를 오묘한 감정을 느끼던 우리의 이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비가 오는 날이였다. 성규네 아버지가 경기도로 발령이 나서 이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함께 하교하던 중, 풀이 죽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는 성규.
" 미안해.."
김성규가 나에게 미안해야 할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면 모를까.
왜였을까.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겨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무작정 성규를 지나쳐 앞서서 걸었다.
그때 성규는 더이상 나를 뒤쫓아 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아주 지독한 열감기에 시달렸다. 우산도 제대로 썼는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렇게 며칠을 앓고 난 후, 내가 돌아온 학교엔, 성규가 없었다.
이미 전학을 갔다고 했다. 그때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었다.
마구 울던 도중, 주저 앉은 나의 눈높이에서, 책상서랍 한켠에 가지런히 접혀 놓여져 있는 쪽지를 발견했다.
김성규였다.
' 좋아해, 이 말 하고싶었어.
어른이 되면 다시 여기로 이사 올거야.
그때 꼭 만나자. '
그 악필이던 글씨가 꾹꾹눌려 쓰여진 짧은 내용의 쪽지였지만,
나는 진심이 담긴 그 세글자에 마음이 울렸다. 그래서 더 펑펑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
내 첫사랑. 그 이후로 내게 남아있는 김성규에 대한 기억은 없다. 지금까지.
꼭 만나자는 약속은 내가 24살이 된 지금까지 지켜지지 못했다.
무심코 생각난 옛 일을 회상하다 보니, 벌써 시계는 열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을 뭘먹지.
간단하게 토스트라도 해 먹어야겠다. 라고 생각이 들자, 그제서야 앉아있던 창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때, 띵동 - 하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아침부터 올 사람이 없는데, 택배인가? 생각했다.
"누구세요 ?" 하고 몇번이나 물어도 대답이 없다가 마지막에,
"..꽃배달입니다." 한다.
꽃을 보낼 사람이 없기에 더욱 의아했다. 나 생일도 아닌데.
이런저런 생각 끝에 어김없이 달리는 물음표에 답을 주지도 못한 채, 일단 현관문을 열었다.
" ...어? "
" 안녕, 오랜만이다."
장미꽃을 커다란 다발로 내밀며 웃는 낯은, 분명히, 내 첫사랑 김성규다.
너무 놀라 한두발 뒷걸음질치다 그만, 울어버렸다. 바보, 왜이렇게 늦었어.
우는 나를 보고 당황한건지 꽃다발을 내려놓고 날 달래는 성규.
" 미안미안. 너무 늦었다. 그치? "
겨우 진정되어진 나는, 정말 오랜만에 마주하는 김성규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물을 마저 닦았다.
살짝 웃는 성규를 마주하는것, 너무 오랜만이다.
그러다, 이제서야 생각이 났는지 내려둔 꽃다발을 들고 나에게 내민다.
꽃다발을 받아들고 나서, 다시 그와 눈을 마주쳤다.
" 나 약속 안잊었어."
"...응.."
" 쪽지 기억해? "
마지막에 내 책상서랍 안의 쪽지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기억해."
여전히 울먹이는 나의 대답에 빙긋이 웃음을 지으며 다시 되묻는 성규.
" 거기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기억해? "
더듬더듬 기억을 되짚었다.
" 어른..되면, 다시 이사 올거라고..."
" 또? "
" 꼭 만나자고..."
" 또 있잖아. "
"....좋아한다고.."
마침내 원하던 대답을 들은건지 무릎을 살짝 굽혀 나와 눈높이를 맞춘 성규가 살짝 뜸을 들이다 말한다.
" 아직도 좋아해."
성규의 말을 듣자마자 시간이 멈춘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저 내게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일에 감사하며,
와락 성규를 끌어 안았다.
그저 철 없던 시절의 풋사랑으로 끝난 줄로만 알았던 내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다시 내게 돌아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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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 돌아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왕 좋당
전에는 속박됐던
지금 겨울인데 너무 추워서 빨리 봄이 왔으면 하고 배경을 4월로 잡음....시간개념없음ㅠ;ㅠㅋㅋ
어쨌든 읽고 댓글은 매너인거 알죠 ㅠㅠ 일정 댓글 안달리면 숨어서 울고옴 ㅠㅠㅠ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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