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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식이..."


이를 벅벅 갈며 분통을 이기지 못한 듯 아이는 화려하게 땋아 늘어뜨린 머리칼을 온통 엉망으로 쥐어 뜯어놓았다.
멈칫 하며 다시 머리칼을 매만져 보지만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는 머리칼에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서는 서고에서 타박 타박 걸어나오는 열살의 미동, 재중이다.


"내 옥패를 들고 튀어?"


손에 구깃 구깃 쥐어진 종이가 아슬아슬하게 부들부들 떨린다.


'자이쥬(在中), 나 아직까지 폭풍우가 무서워. 폭풍우가 무서워지지 않으면 그 때 다시 돌려줄게. 
 그리고 혹시 만날 수 없다면 이곳에 가끔씩 한 번, 편지라도 남겨줄 수 있을까.'


서고의 책상 앞에 털썩 주저앉아 그 편지를 읽으며 황당함이 밀려들었던지.


"뭐 그래도..."


-귀여웠으니까 봐주지 뭐.


머리를 긁적긁적 하며 멋쩍은 듯 큰 보폭으로 발걸음을 옴긴 재중은 이내 기방으로 걸음을 옴겼다.






'겁쟁이같으니, 빨리 폭풍우따윈 이겨내 멍청아.'





살랑 부는 바람이 서고 책상 위에 곱게 놓여진 짧은 한마디를 스치고 지나갔다.






*






'1935, 10월 13일
 
 자이쥬, 미안 답이 늦었지. 거의 2주를 집 안에서만 있어야 했어.
 오늘 학교에서 노래를 배웠어, 편지에 노래를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왜 이렇게 안타까울까.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을텐데.'


- 1935, 11월 15일
 
 나도 오늘 거문고 타는 법을 배웠어, 학교에서 배우는 노래는 정말 재미있겠다.
 솔직히 이곳도 작은 학교긴 하구나, 다만 가르치는 것이 다를 뿐.
 만약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네가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1936, 5월 24일

 그렇구나, 그럼 만약 너라고 생각된다면 '폭풍우 치는 밤에' 라고 말할게.
 자이쥬, 나는 이제 소학교 4학년이 되었어.
 학급장을 맡게 되어서 지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 너도 기뻐해 줄 까.'


- 1936년 6월 30일

 '폭풍우 치는 밤에' 라고, 언젠가 그 말을 할 때가 왔으면 좋겠다.
 내 부적은 잃어버린건 아니겠지. 언제 쯤 돌려줄 생각이야.


'1937, 9월 21일

 미안 자이쥬, 오늘도 어김없이 폭풍우가 쳤고 나는 여전히 천둥이 무서워.
 조금만 더 네 부적을 빌려도 될까.
 아 참, 대신 너에게 이걸 줄 게.


바스락, 하고 곱게 싸여진 한지를 풀자 비취빛의 고운 팔찌가 놓여져 있었다.
슬쩍 눈웃음을 지으며 팔찌를 찬 재중이 이내 편지를 곱게 접어 소맷부리에 넣었다.
물빛 고운 한복이 하늘거리며 언듯 드러난 재중의 흰 손목에 하나의 표식처럼 비취빛 팔찌가 다롱거렸다.


- 1937, 10월 28일

 정말 색이 곱다. 난 푸른색을 너무 좋아하거든.
 고마워.





'1938, 3월 5일

 자이쥬, 다음 편지는 아마 받지 못할것 같아.
 나는 곧 황국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머니의 건강이 많이 악화되셨거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야 너를 만날 수 있겠지.
 이제는 더이상 폭풍우가 두렵지 않아서 너에게 부적을 돌려주려고 마음먹었는데
 마치 이제는 폭풍우를 두렵지 않게 해주는 부적이 아니라
 너에게로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부적이 되어버린것 같아.
 네 팔목에 있을 그 팔찌도 네가 다시 나와 만나게 해 줄 부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가 서로를 향한 부적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 우리는 꼭 다시 만나게 되겠지.
 이곳을 떠나기 전에 너를 다시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자이쥬, 나를 잊지 말아줘.
 폭풍우 치는 밤에.'


마치 운명처럼 비가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편지를 놓은 재중이 천천히 책상 앞에 앉았다.
스르륵 감긴 두 눈, 귓가에서 요란히 울리는 빗소리.
천천히 손목을 쥐자 함께 쥐어져 오는 팔찌가 손의 온기를 머금어 손목에 다시 감겨온다.

"폭풍우 치는 밤에."

입 속으로 조심히 우물거린 그 말이 진득하니 심장을 옥죄어 왔다.








*








 - 1943년의 봄


"준비는 되었느냐."


"예, 준비 다 되었사옵니다 행수어르신."


"나와보거라."


사박- 하고 비단옷이 스치는 소리, 머리 위 장식이 산산히 부서지듯 서로의 몸을 스치는 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소년과 사내의 경계선에 선 중성적인 얼굴 위로 붉은 연지가 발린 입술이 도드라져 묘한 색을 풍기는 듯 하다.
바닥을 향해 차분히 내린 시선, 눈꺼풀 아래로 풍경처럼 드리워진 긴 속눈썹에 단정한 아미, 흑단같은 머리칼이 허리께에서 가라앉아 있었다.

여인의 치마처럼 발을 덮는 길이의 비취빛 도포에 허리께에는 벚꽃빛의 띠를 맨 재중이 천천히 큰 절을 올렸다.


"네 기명은 이제부터 청하다."


"예, 행수어르신."


"네 기둥서방은 창민이가 해줄게야."


새하얀 백자 도자기에 맑은 술이 부어졌다.
마주 앉은 채 고개를 숙인 창민이 먼저 술을 받아 마시고는 이내 재중에게 잔을 건네었다.
잔을 받은 재중이 순간 손을 멈칫 한 듯 하였으나 이내 받아 넘겼다.

천천히 잔을 내려놓은 재중과 창민, 그리고 행수기생의 눈이 서로 허공에서 부딛혀 마치 산산히 부서지는 파열음을 빚어내는 듯 했다.


"한 달 뒤, 어르신들이 오실 게니 일패 기생으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하여라."


천천히 절을 한 재중이 서서히 일어났다. 뒤이어 일어난 창민이 작게 목례를 하고 몸을 돌린 재중의 뒤를 따랐다.


사박- 사박-


마루 위에서 발걸음을 멈춘 재중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마주보았다.
그순간 담 너머로 드리워진 벚꽃 가지에서 마치 꿈결같은 꽃잎들이 나부껴 재중의 뺨을 스치듯 지나쳐갔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칼.

그런 재중을 말없이 바라보던 창민이 천천히 재중의 소매자락을 쥐었다.


"그렇게 사라질 듯 굴지마."


비식, 마른 웃음을 지은 재중이 서서히 돌아섰다.


"너는 이 일이 끝나고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널 죽게 두진 않아."


"황국의 총독을 죽이고도 내가 살기를 바란다면, 그 죄의 댓가는 누가 치루게 될지 너도 뻔히 알텐데."


-차라리 이런거 다 그만둬 버릴까.

그냥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하고
우리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내가 너무 큰 사치를 부리는 걸까 재중아.


"내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재중의 붉은 입술을 바라보던 창민이 이내 눈을 감은 채 그저 재중을 품에 그러안았다.


-그러니 그렇게 곧 사라질 듯 세상의 경계에서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있지는 말아.


"됐어 됐어, 아직 한달이나 남았잖아 그 생각은 나중에 가서 하자고."


피식 웃으며 창민에게서 몸을 슬쩍 빼낸 재중이 다시 몸을 돌려 마루 저편으로 멀어져갔다.
그런 재중의 어깨를 잡으려 창민이 손을 뻗고는 멈칫 다시 손을 거둔 것은, 창민의 입술 위로 스친 벚꽃만 아는 화명루 마루에서 일어난 소소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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