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박-
묵빛의 구두굽이 마른 항구를 밟고 섰다.
날카롭게 벼려진 듯한 눈매, 한 일자로 곧게 물린 맵시좋은 입술이 설핏 웃음을 머금는 듯 하고는 이내 숨어들었다.
천천히 품 안으로 손을 넣은 사내가 이내 자그마한 옥패를 꺼내들고는 지긋이 움켜쥐었다.
"테이 미츠호(鄭允號) 도련님, 모시러 왔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폭풍우가 두렵지 않아서 너에게 부적을 돌려주려고 마음먹었는데
마치 이제는 폭풍우를 두렵지 않게 해주는 부적이 아니라
너에게로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부적이 되어버린것 같아.
"잠깐 들릴 곳이 있다."
- 자이쥬, 나를 잊지 말아줘.
*
달랑- 하고 처마 밑 풍경이 울었다.
천천히 고개를 든 재중의 눈에 흐릿한 하늘이 한가득 잡혔다.
"비가 오려나."
달랑, 달랑 하고 끊임없이 우는 풍경 소리에 홀린 듯 재중은 장지문을 열고 걸음을 옴겼다.
손목 사이로 드러난 비취빛 팔찌가 옷자락 사이로 다시 숨어들었다.
폭풍우 치던 그날 밤 이후로 흐린 날이면 서고로 오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 이곳을 떠나기 전에 너를 다시 한번만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겁쟁이에 지각생이구만, 이미 늦었어."
- 자이쥬, 나를 잊지 말아줘.
"고운 내지인 여식을 만나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려나."
마른 실소를 흘리며 발을 걷고 서고 안으로 들어서던 재중의 시선이 한 곳에 멎었다.
순식간에 재중의 입 꼬리에서 웃음이 흩어졌다.
곱게 접힌 채 놓여진 편지 한 통, 그리고 그 옆에 놓여진.
덜걱-
'재중(在中)'
옥패를 쥔 재중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운명처럼 우르릉- 하고 하늘이 가볍게 진동하고는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스락 하고 손 아래에서 펼쳐진 편지가 왠지 서러워 재중은 도망치듯 서고 밖으로 뛰쳐나가 비가 쏟아지는 마당 한 복판에 섰다.
'안녕히 다녀 왔습니다.'
번쩍-
무너지듯 흙 바닥에 주저앉은 재중의 얼굴에서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뜨거운 물줄기가 뚝 뚝 떨어져 내렸다.
"하필 왜 지금이야..."
속삭이듯 내뱉어진 재중의 말,
그리고 그런 재중을 기둥 뒤에서 창민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것은 오직 산산히 내려 부서지는 빗방울들만이 아는 화명루 마당에서 일어난 소소한 비밀.
*
---
안녕하세요, 소금달고나입니다.
10년차 팬질을 하다 뭔가 10년차에 맞게 특별한 걸 해볼까 하다가
그래 팬픽을 쓰자
(충동적으로) 쓰게 되었네요 하하 (그래서 글이 이따윈가? 임마?)
여튼 항상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재는 사랑이니까요.
그리고 이 소설 '폭풍우 치는 밤에' 의 구독료는 0p입니다.
그냥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이제는 팬이 아니라면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윤재'를 이 부족한 글로나마 다시 기억해주셨으면 할 따름입니다.
그럼 이만 소인은 물러납지요 하하
ps. 구독료가 0p라서 댓글도 0개인가봐요.
하하.
(뭐 그렇다고 삐졌다는 말은 아니예요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