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에 멘토스!
02
그렇게 악몽 같은 3학년의 첫날을 흘려보낸 김여주는 그날 이후로 이를 악물어라 다니엘을 피해다녔다. 수업이 끝나면 당장 박지훈네 반으로 뛰어가거나 엠피쓰리 볼륨을 최대로 해놓고 잠을 청한다든지의 방법으로. 강다니엘이 무섭냐고? 다시 한 번 그런 소릴 지껄여봐라, 김여주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머리채를 잡을 수도 있으니. 무섭기는,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여주는 언제 한 번 의웅에게 이것과 똑같은 말을 하고는 자기합리화를 했다. 솔찍히, 소올찍헌 말로는 다니엘이 안 무섭다는 건 개구라다. 아무리 그래도 씨발 내가 성인도 아니고 게다가 성별도 다른 개양아치 새끼를 이긴다는 건 아무리 봐도 무리였지.
"그러게 왜 가만있는 애를 건드리냐 너는."
"야 그게 가만있는 거면 어? 시발 난 벌써 시체냐?"
"너 진짜 그러다 소각장으로 불려가고 그런다니까"
"무서운 소리 하지 마 씹새끼야. 박지훈 진짜."
주먹을 들어 한 대 치려는 흉내를 하자 그제야 농담이라며 여주의 주먹을 친히 잡아 내려주는 지훈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박지훈네 반에서 아가리나 털다 가는 게 김여주의 몫. 시발 아무리 생각해도 빡치는 거다. 고삼인데 눈치까지 실실 봐가면서 반에 가야하냐는 말이다. 이 금덩이 같은 시간에 공부를 해도 못할망정, 남의 반에서 입이나 털고 있는 상황이라니. 김여주 자존심에 금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야 김여주 너 이상한 생각하는 거 다 보여."
"야 좀 생각해 보니까 빡치지 않냐 …"
"뭔 뜻인진 알겠는데 너 개쫄보라서 못 해."
"위치 자각시켜줘서 고맙구요 새끼야."
놀리는 투로 실실 쪼개며 말을 건네는 지훈의 정강이를 까버리곤 톡 쏘아붙였다. 어떻게 된 게 친구란 새끼가 도움될 말은 못할 망정. 아파하며 정강이를 어루만지는 지훈의 뒷통수를 빡- 소리나게 손바닥으로 쳐버리고는 그대로 반으로 향했다. 그래 인생 시팔 뭐있나. 지금까지 조용히 살았으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어깨를 들썩이며 씩씩대는 여주의 발걸음 소리가 묵직하게 반으로 향했다. 그 뒤로 우렁차게 '의웅이 좀 괴롭히지 마!'하는 박지훈의 목소리까지.
반은 역시나 시끌벅적. 늘 쉬는 시간이면 말도 못 붙이게 총알같이 뛰쳐나가는 여주의 이른 등장에 분위기가 쎄해졌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여주의 모습에 관심을 두는 건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쓰기 바쁜 의웅과 다니엘이었다. 주변 무리와 이야기 하기도 바쁜 와중에 시선은 여주를 향하면서, 대충 대답을 던져주는 다니엘은 퍽이나 다정스러웠겠지. 그리고 퍽이나 미안해보였겠고. 그래 퍽이나. fuck.
"오늘 웬일로 일찍 왔네?"
"박지훈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응."
"아 … 근데 여주야, 그 박지훈이랑 친해?"
"그냥 좀 알어. 왜?"
"아니, 너네 고1 때부터 사귄다 아니다 말이 많아서 궁금했 …"
"와, 씨발 꼴에 남자친구까지 있어 여주야?"
의웅의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었다. 반 전체가 시끄러운 편이었고 적당한 목소리 크기로 여주에게 묻고있던 의웅의 목소리를 캐치해 낸 건 관심사가 여주에게 있던 강다니엘이었고. 그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반을 집어삼켰다. 소란스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이들의 시선은 여주에게로. 김여주가 살면서 가장 싫어하는 게 장기자랑이라든지 남들 앞에서 뭔가를 뽐내는 거였다. 쪽팔려서? 그런 문제도 있겠다만 남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게 그렇게도 싫어서. 아아- 안타까운 김여주 선수. 이번엔 쥐도새도 모르게 한 방 먹어버렸구요. 얼굴이 벌개지면서 굳은 김여주가 주먹을 떨면서 다니엘을 노려봤다. 고래 싸움에 새우인 의웅인 머리를 다시 한 번 책상에 박았다. 이 쓸모없는 주둥아리 같으니라고!
"꼴에? 야 꼴에라고 했냐?"
"아 그럼 꼴에지, 뭐 더 좋은 단어가 있나 모르겠네. 문과탑이라면서. 좀 알려줘 봐."
"야 이 씹새끼가"
"문과탑 여주야 왜 말을 못 해, 그래서 남자친구 있다고 여주야?"
"그래 씨발롬아 햇수로만 육 년 사귄 남자친구 있다."
마지막 말을 뱉어놓고 아차- 싶은 건 순간이었고. 생각 외로 불 같은 성격을 가진 김여주는 박지훈의 안위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한 시간이 지나면 교실 문을 엶과 동시에 김여주 이름을 우렁차게 소리칠 지훈의 실루엣이 잠시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지만, 미래보단 현재가 중요하지. 암. 씩씩대며 자리에서 일어난 여주의 교복조끼가 늘어져라 당기는 의웅은 이제 등이 터져버린 새우에 불과하고. 이 둘의 묘한 엇나감이 단지 옆자리인 의웅에겐 가시방석일 뿐이다.
"4반에 박지훈이라고 있어 씨발. 우리학교에서 제일 잘 생긴 애."
"지훈이? 와 지훈이가 너 같은 애도 만나줘?"
"좆같은 새끼!"
책상 위에 있던 지우개를 던지려는 (샤프나 볼펜을 던지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기에) 여주의 몸짓을 의웅이 우는 소리를 내며 급하게 말린다. "여주야, 여주야 이러지 마. 여주야 제발." 의웅 탓에 억지로 자리에 앉게된 여주가 들숨날숨을 거칠게 반복하며 다니엘을 매섭게 노려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고해서야 그의 눈에는 쥐새끼 한 마리가 찍찍대는 것보다 더하겠냐만은.
"그래 여주야, 들어보니까 지훈이가 의웅이 좀 괴롭히지 말라던데."
"근데."
"지금 안 보여? 의웅이 힘들어하는 거, 그만 좀 괴롭혀라 응?"
미미하게 웃으면서 응? 하고 묻는 다니엘의 모습은 그래, 가히 고혹적이라고 할 수야 있다. 여주는 그때 깨달았다. 왜 저 성격 개씹쓰레기 새끼가 그렇게나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있는지. 저 좆같은 새끼가 얼굴 하나는 오질나게 잘 쓴다는 사실을. 그와의 첫만남 일주일 후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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