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파아노 i '사랑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
' 좀 어때 , 괜찮아 ? '
수화기너머로 들리는 경이의 목소리에 또 잠깐 놓고있었던 정신을 다잡았다
" 안괜찮을껀 또 뭐야 , 그냥 다를거없어 "
그래 그냥 다를꺼 없어 , 항상 같은날이야
정해진 시간에 울리는 휴대폰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고 , 늘 쓰는 내 칫솔에 치약을 짜내어 잠덜깬얼굴로 거울을 마주하고 이를 닦는다
세수까지 마치고나와 옷장을 열어 마음에드는 셔츠색으로 선택 , 넥타이까지 꺼낸뒤 전신거울앞에서 옷을입는다
정장까지 갖춰입은후 서류가방까지 . 오케이
아차차 , 차 키를 안챙겼네 -
신발을 신다말고 다시 후다닥 들어와 탁자위에 놓여있던 차 키까지 챙기고 잠시 숨을 고른뒤 , 혹시나 두고가는게있을까 잠시 집을 둘러봤다
에휴 , 가관이구만 - 열린 방문사이로 침대에 이리저리 던져진 셔츠넥타이하며 , 화장실문고리에 대롱대롱 달린 방금꺼내쓴 수건하나
거실은......... 뭐 됐다 . 다녀와서 치우지뭐 -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문을 열고 차키를 꼽는데 차키에 매달린 사진한장에 내 눈이 멈췄다
아... 이걸 아직도 못뺏네 .... 빼야지빼야지했는데 , 아직 대롱거리며 달려있는 사진한장을 떼어내지못했다
일단은 늦었으니까 출근부터 하고 오늘은 잊지말고 꼭 떼어내야겠다 .
그렇게 나름의 전생같은 출근길을 헤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 날보는 직원들 마다 인사를 건네온다
좋은아침이예요 표팀장님 , 안녕하세요 팀장님
사실 여직원들의 아침인사가 더 기운을 돋아주기에 좀더 밝은 미소로 응대해준다
근데 어째 인사하는 날 보더니 웃는모습이 영 수상하다 -
왜저래 , 나 뭐 묻었나 ?
내 책상위로 서류가방을 잠시 올린후 , 책상에 놓여진 작은 손거울을 들어 얼굴을 살폈다
멀쩡하구만 , 왜웃지
찝찝한 마음에 거울을 손에서 놓지못하고 계속 둘러보고있는데 , 우리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경리일을 하고있는 은진씨가 말을걸었다
" 팀장님 ! 그 작은거울로는 안보이실껄요 ? "
" 어어 , 은진씨 - 대체 뭐가 문제야 , 웃지만 말고 알려줘 "
" 지금 팀장님 넥타이 완전 엉망이예요 . 제가 다시 메 드릴께요 ! 풀어서 저 주세요 ! "
아 ... 넥타이였어 ?
난 뻘쭘한 웃음을 지으며 그럼 부탁좀할께라고 말한뒤 넥타일풀러 지은씨에게 넘겼다
내가 건네준 넥타일 받더니 자기목에 두른후 능숙하게 모양을 잡아가는 모습에 동료직원들이 하나둘 웃기시작했다
팀장님보다 낫네 , 어린친구가 어떻게 넥타일다 만질줄아냐고 난리난리
모양을 다 잡았는지 넉넉하게 구멍을 만든후 자기머리를 빼내어 나에게 건낸다
진짜 나보다 낫네 - 라고 말하곤 얼른 건내받은 넥타일 다시 내몸에맞게 만졌다
그렇게 아침은 아직도 나에게 전쟁이다 -
시간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서 , 벌써 달력 두장을 넘겼다 ,
이별을 택하고 간단히 짐을추려 집을나서던 . 내머리속의 너는 아직 반팔을 입고있는데 -
어느새 외투를 걸치지않고는 추워서 나갈수없는 겨울이 되어버렸다
난 아직도 너없이 생활하는게, 너없이 맞이했던 그 첫날처럼 모든게 어렵다 . 니가깨워주지않는 아침도 아직 어색하고
아직 해도뜨지않은 새벽에 혼자일어나 욕실에 물흐르는 소리만 들으며 이를닦는것도 너무 어색하다
씻고 나오면 주방에서 뭐라도 먹이겠다고 분주히 움직이던 니 뒷모습이 아직도 난 내눈앞에 그려지는거 같다
그리고 그흔한 넥타이도 제대로 만지지못해 오늘처럼 직원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한다.
참 웃기지 , 헤어짐을 택하고 짐을챙기는 너를 봤을때도 아무렇지않았고 . 혹여다 두고가는 물건이있을까봐 챙겨주기도했는데 -
이제와서 내가 무슨감정을 느끼는건지 . 참 , 염치없는거 같아
9년을 함께했으니 익숙한 서로에게 벗어나기란 당연히 쉽지않은 일이다 .
괜시리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자조섞인 웃음을 던졌다 -
지금 내행동은 굉장히 앞뒤가 맞지않는행동이니 정신차리라고 .
그때 마침 울린 전화에 사무실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괜찮냐고 물어오는 경이의 말에 당연히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도 , 우지호도 이렇게 대답할테니깐
' 아 , 그리도 담달에 우리 모임있는거 알지 ? 절대 빠지지말고 무조건 참석이야 . 알겠냐 ? '
혹여나 내가 오지않을까봐 닦달하는 경이에게 간다고 꼭 가겠노라고 장담을 하곤 전활끊었다
통화를 끝내고 액정을 잠시보니 ' 우지호똘마니박경 ' 이라고 저장된 박경의 연락처가 깜빡인다
언젠가 , 히히덕 거리며 내폰을 가져가 박경의 연락처 이름을 바꿔놓고는 만족스럽게 웃던 니가 또 생각난다 ,
참 예상치 못한곳에도 우지호 니가 스며들어있다 , 이것도 오늘 집에가서 바꿔야 겠다.
그래 , 조급하게 생각하지말고 천천히 잊어보자 -
아주 천천히 , 생각나면 생각나는데로 그렇게 우지호랑 같이 잊어보자
아마 그녀석도 많이 힘들테니깐 .
그리고 박경아 .
내가 거길 어떻게 가냐 - 분명히 , 우지호가게에서 하는 모임일텐데 .
그냥 적당히 경이 계좌로 돈이나좀 찔러줘야겠다고 생각한뒤 다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퇴근시간은 참 칼같이 지키곤한다 .
나도 그랬었지만 , 더이상 그럴 이유가 없어져 왠지 여유롭다
텅빈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넓은 유리창밖에 어둠이 내린 도시를 내려다 봤다
이렇게 위에서 보면 꽉막힌 차도도 , 저 멀리 보이는 모텔촌도 참 이뻐보인다
괜히 저 아래 , 잘보이지도않는 인도에 니가 걸어가고있을것만같아서 눈에 힘을주고 한참을 쳐다보다
아 - 눈아파 , 하고 눈을 꼭 감고 문질렀다 , 웃음이 나온다 - 이 무슨 병신같은 짓일까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 없는 날이였다 .
난 어느직장인들과 다를것없이 칼퇴근을 했고 집으로 들어와 쇼파에 기대 티비를 보고있었다
우지호는 쇼파에 올라앉지않고 바닥에앉아 쇼파에 등을기댄채 노트북으로 밀린 글을 써야한다며 붙잡고있었던거 같다-
쇼프로그램을 보고있지만 웃음이나오지않는 그런 날이였는데 , 대뜸 지호가 말했다
우리 그만할까 , 라고
그녀석의 말은 내일은 뭐먹을래 랑 다를것없는 목소리였고
그말을 들은 나는 티비를 보며 우지호의 말을 계속 곱 씹었다 -
뭘 그만하자는거지 , 그만 만나자는건가 - 지금 헤어지잔 말을 한거겠지? 라고 .
정작 말을내뱉은 당사자도 , 그말을 직접 들은 나도
마치 아무 말을 뱉지도 듣지도 못한것처럼 그렇게 자기가 하던일에 그냥 계속 몰두해있는데
우지호는 다시한번 나에게 말했던거같다
" 몰랐는데 , 벌써 9년이더라 지훈아 -
우리 예전처럼 뜨겁지도않고 애틋하지도않아 , 그래서 그냥 그만하는게 어떨까하고 생각해봤는데 넌 어때 "
그래, 나도 좋아 - 라고 하면 쉽게 이별이 되는건가 ?
계속해서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말을 내뱉는 우지호에 순간적으로 화가나려했지만 , 그 내용은 나도 공감하는 내용이기에 뭐라 반박할수가 없었다
그래 , 우리가 언제 살을섞었는지도 기억나지않고 - 예전처럼 뜨겁지도 애틋하지도 못하지 .
" 꼭 , 헤어지는 방법밖엔 없나 ? "
내손은 여전히 리모콘을 잡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있었다
여전히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못하던 우지호는 내 말을 듣더니 고갤돌려 날 바로봤다 -
아 , 그러고보니 나 퇴근하고 너 얼굴 처음보는거같다 .
" 그럼 ? 1 - 2 주 정도의 시간이면 괜찮아질까 ?
우리가 고작 한손에꼽을수있는 몇해를 만난 사이라면 그게 가능할진 몰라도 - 넉넉잡아 십년이야 . "
내눈을 보고 또박또박 말하더니 갑자기 몸을일으켜 내앞으로 몸을 바짝 땡겨왔다
그리곤 내입술에 쪽 , 할짝할짝 , 두어번 더 핥아올리던 너
" 떨려 ? 기분좋아 ? "
솔직히 , 진짜 아무생각이 들지않았다
그래서 멍하니 우지호의 얼굴만 보고있으니 , 그럴줄알았다는듯이 웃는다
" 지훈아 ,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 우린 서로에게 뛰던 심장이 죽은지도모르고 그냥 익숙함에 기대 살아왔던거야
죽은심장은 , 다시 살릴수없어 "
우지호는 저 말을 내뱉으며 내 심장께로 손을 올렸고 . 내눈을 보며 다시 살릴수없다고 말했다
나도 이 익숙함속에서 어느정도 느끼던 부분이였지만 , 우지호의 입으로 정확히 전해들으니 우리의 사이가 참 불쌍하게 와 닿았고
심장이 죽었다는데 , 다시 살릴수없다는데 , 우지호를 붙잡아둘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암묵적인 동의후 우지호는 간단히 짐을 추렸고 , 난 지호가 시키는데로 이것저것 옆에서 같이 챙겨주며 짐을싸는것을 도왔던것같다
난 현관문앞에 서서 우리집을 나서는 우지호를 가만히 보고있었고 , 지호는 문을 닫기전 날 잠시 보더니
괜찮아지면 , 우리 소주한잔하자 - 라고 말하곤 문을 닫고 멀어져갔다
그래 , 우리 괜찮아 지면 . 괜찮아 진다면 그때에 ...
남들에겐 우리의 이별이 오래된연인의 쿨한이별로 보일까 .
우지호 넌 어때 , 이제 한 세달쯤으로 접어드는것 같은데 . 괜찮아 지는거같냐 -
난 솔직히 아직도 내가 잘한건지 잘 모르겠다
지호가 먼저 헤어짐을 말했다고 해서 전혀 아프지않을꺼라고 생각하진않는다 -
그녀석도 군데군데 묻어있는 내모습을 털어내기위해 얼마나 노력하고있을까,
그리고 생각지 못한곳에서 날 발견하고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
9년이란 시간을 나만 겪은게 아니니 , 이 이별도 우리가 함께 겪어야하는 아픔인거겠지
니가 말한데로 우린 이미 죽은 심장이고 - 다시 살릴수없는거라면
지금을 한번 견뎌보자 .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밖엔 없는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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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알님 - 항상 제글에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이번편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불낙지님 - 신알신이 가지않았다니ㅜㅜ 너무 죄송죄송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서 읽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핫삥꾸님 - 지나간 제 단편에까지 글 남겨주시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지코코꾸녕님 - 첫댓글로 암호닉까지 !! 감사합니다 ㅜㅜ 이번 단편도 독자님 맘에 들어야할텐데 걱정입니다ㅜㅜ 그래도 한번 읽어주세욥!!
표블리님 - 댓글을 너무 길게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ㅠㅠ 고퀄이라는 말씀까지 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_< 이번편은 계획에없던 스토리라 엉성할수있으나ㅜㅜ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호빵님 - 너무죄송해요ㅜㅜㅜ 암호닉요청해주셨었는데ㅜㅜㅜㅜㅜ 이 머리나쁜작가가 실수로 놓치고말았었네요ㅜㅜㅜㅜㅜㅜ죄송합니다!! 이번편으로 마음을 좀 달래주시길
ㅜㅜ
★ 독자분들께 (클릭해주시는 모든분들)
오래된 연인들의 이별 후 를 표현하고싶었습니다ㅜ
그냥 노래를듣다 갑자기 문득 ! 충동적으로 쓰게된 단편이라.... 엉망일수있습니다ㅜ
너무 실망치 말아 주시고 읽어주세염 >_<
여러분들께 먹먹함을 전달하고싶었는데 , 잘 될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