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인정하고 난 후, 너는 꽤나 내 꿈에 자주 나왔다. 너는 내 꿈에서도 해맑게 웃고 있었다. 여주누나. 내 이름을 부르며 내게 다가와 그 너른 품으로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 품이 꽤나 편안해서 아무 거부 없이 기대어 있었다. 품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가 뜨면, 그 꿈에서 깨어나 있었다.
옆 집 동생
내가 다니엘을 좋아한다, 그래, 그건 알겠다. 하지만 그것 뿐, 아무 관계가 없었다. 나는 28살이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요즘 고등학생보다 서툰 초보였다. 거기다 상대는 7년 전부터 본 4살 연하 동생. 고백할 생각은 전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 혼자서 좋아했다가, 언젠가는 식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그건 내 오만이었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나는 그와 비례해서 다니엘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아이와 닮은 사람, 닮은 목소리에 크게 반응하고, 왠지 집에 있으면, 옆 집 문이 열리는 소리도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마냥 크게 들렸다. 집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주말에는 거의 밖에 나와 있었다. 밖이라고 해봤자, 집 근처에 있는 카페지만. 매주 주말에, 카페 창가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노트북을 한다던가, 조금 밀려있던 업무를 마무리했다. 최대한 다니엘을 보지 않으려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테니. 오늘도 어김없이 똑같이 카페 창가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누군가 내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는 느낌에 눈을 뜨니, 내가 피하던 그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누나야, 안녕. 많이 바빠요? "
" ... 아, 아니? 왜, 왜. "
아, 목이 잠겨 있었는지 뒤집어져서 나온 목소리에 목을 가다듬자 푸하, 웃으며 내 맞은 편에 앉는 다니엘. 얼마 안 봤다고 괜찮은 줄 알았더니, 다시 심장이 쿵쾅된다. 아, 나대지마...
" 아니, 그냥. 누나 얼굴 못 본지 오래 된 것 같아서. 또 회사 일 많아요? "
" 응? 아, 아니, 조금 밀린 일이 있어서. 그거 하느라. "
" ... 아- 우리 빨리 매운 거 먹으러 가야 되는데. "
" 야, 매운 것도 잘 못 먹으면서 무리 하지마. "
" 와, 누나 내 무시해요? 내 매운 거 진짜 잘 먹는데. "
저번에 매운 떡볶이 한 번 사서 같이 먹었는데 거의 울면서 먹던 게 아직 머릿속에 선명하구만, 어디서 뻥을 치냐, 뻥을. 열변을 토하는 다니엘을 보며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데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 다니엘 오빠! "
" 어, 주아네. 안녕. "
... 뭐야, 쟤.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니, 다니엘 학교 후밴 것 같은데. 내가, 이런 건 잘 모르지만, 쟤 백퍼 다니엘 좋아한다. 웃는다는 핑계로 은근슬쩍 어깨 터치하고, 눈웃음도 과하게 치고, 결정적으로. 나를 엄청 의식하는 것 보니. 몰래몰래 째려보는데, 어이구, 아주 뚫리겠다.
" 근데, 앞에 계신 분은 누구...? "
" 어? 아, 친한 누나. 주아야, 그 나머지는 과방 가서 알려줄게. "
" 아, 오빠. 지금 알려주시면 안 돼요? 언니께 조금 양해 구해서요! "
... 그렇지, 친한 누나는 친한 누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다니엘은 그냥 천성이 착한 애라 걱정해주고, 도와주고 그런 거라니까. 왜 나는 그걸 혼자 오해하고 좋아하는 걸까. 마음이 소용돌이 치는 느낌이었다. 사실, 처음 후배 여자애가 다가왔을 때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예쁘고, 어리고, 애교 많고... 혼자 비교 아닌 비교를 하고 있는데 막상 다니엘에게 확인 사살까지 받으니 허탈했다. 야, 김여주. 너 다니엘이랑 사귈 것도 아니면서 왜 혼자 허탈해하고 기분 나빠하냐. 진짜, 멍청하고, 이 감정에 이길 수가 없는 게 더 화가 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두 사람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아,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났네. 나 있으면 불편할테니까 편하게 얘기해. 간다, 다니엘. 다음에 보자. "
아, 누... 다니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거의 뛰다시피, 집으로 온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얼굴을 감쌌다. 짝사랑은 이런 건가봐. 정말, 다니엘의 한 마디에 기분이 땅 끝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
지독하게, 걸리지도 않던 여름 감기에 걸렸다. 아침에 눈을 뜨는데 온 중력이 나를 짓누르는 느낌. 손을 뻗어 폰을 집어 회사에 전화를 하고 설명을 드리니, 여주씨. 빨리 나올 필요 없으니까 다 나아서 나오세요. 푹 쉬어요. 라며 가족같이 챙겨주셨다. 휴대폰을 침대 아무 곳에나 던져두고 멍하니 누워있다 억지로 잠을 청했다. 혹시나, 잠을 좀 자면 빨리 나을까 싶어서. 하루 종일 꼬박 잤을까, 눈을 떴지만 여전히 몸은 무거웠다. 이러다 정말 오래 누워있을 것 같아서 몸을 겨우 일으켰다. 병원 가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인데다 집에 비상약 하나 안 사놓았던 터라 과거의 내 자신을 욕하며 약을 사기 위해 모자 하나만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제법 열이 높았는지 더운 숨을 내쉬며 벽에 의존하며 걷고 있었다.
" ... 누나. "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리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아프니까 환청이 들리나보다. 빨리 나아야겠네. 다시 발을 떼려는데, 모자 창에 가려져 다리 하나가 보이더라. 고개를 겨우 드니, 어, 진짜 다니엘이다.
" 어, 안녕. 학교 갔다 와? "
" 누나, 아파요? "
" 아, 그냥 감기. 약 사러 가려고. "
" 연락하죠. 약 사다 줄 텐데. "
" 괜찮아. 약국 얼마 안 걸리는데. "
들어가, 약국 갔다 갈게. 잠겨있던 목소리가 볼썽사나웠다.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어느 누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아픈 모습 보여주고 싶을까. 최대한 다리에 힘을 주어 다니엘을 지나쳐 가려는데, 팔목이 붙잡혔다.
" ... ...? "
" 팔목 완전 뜨거워요. 이마도 뜨겁네. "
" ... ... "
"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했어요, 진짜. "
팔목을 잡고 동시에 이마에 손을 얹는 다니엘. 제법 열이 높은 게 느껴지는지 걱정된다는 듯 핀잔을 준다. ... 아, 아플 때 이러면 진짜 위험한데. 괜히 감정적이 될까봐 겁이 났다. 오해할까봐. 지금 내 앞에 서서 본인이 아픈 듯 표정을 굳히며 서있는 네 모습에 내가 오해할 것 같단 말야.
" 팔목 좀 놔줘. 약국 갈 거라니까. "
" 아뇨, 집으로 가요. "
" 아니, 나 약국... "
"약하고 죽하고 사다 줄게요. 지금 누나 쓰러질 것 같아서 그래요. "
" ... ... "
" 자, 업혀요. "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등을 내어주는 다니엘. 업히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자 재촉하듯 손짓을 한다. 못 이기는 척, 결국 등에 업혔다. 다니엘의 등은, 넓고 시원했다.
" 아무리 혼자 살아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미련해요. "
" ... ... "
" 가다가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
" ... ... "
" 내가 몬 산다, 누나야 때문에. "
다니엘의 밉지 않은 잔소리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어깨에 기대었다. 뜨거운 얼굴이 몸에 닿자 놀랐는지 몸을 움찔거렸다. 아프니까, 잠깐만 기댈게.
다니엘은 우리 집에 들어와 침대에 나를 눕혀주고 바로 나가버렸다. 아마, 죽이랑 약을 사러 갔겠지. 고요한 집 안, 침대에 나 혼자 누워있자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에 눈을 꼭 감았다. 그새 열이 오르는 건가, 이번에 여름 감기 제대로 겪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쿠당탕 소리와 함께 다니엘이 들어왔다.
" 누나, 죽이랑 약 사왔어요. 이거 먹고 좀 자요. "
" ... 입맛 없어. 안 먹어. "
" 약 먹어야 돼요. 얼른. "
내 몸을 조심스레 일으키고 사온 죽을 한 숟갈 조심스레 떠서 내 입 앞에 가져다 준다. 안 먹으면 진짜 계속 있을 것 같아 조금 받아먹으니 기특하다는 듯 웃으며 한 입 한 입 계속 떠먹여준다. 3분의 1정도 먹었을까, 도저히 넘어가지 않는 죽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버리자, 아무 말 없이 약과 물을 쥐어준다. 약은 또 왜 이렇게 많은 건지, 한 알 한 알 넘겨 먹자 내 뒷머리를 살살 쓸어주는 다니엘. 어느새, 아까부터 간호를 하고 있더라.
" 잘했어요. 이제 자자. "
" ... 응. "
" 자고 일어나면, 감기 뚝 떨어져 있을 거예요. "
약에 든 수면제 성분이 효과가 오는지 조금 누워있자 어느샌가 잠이 오기 시작했다. 땀에 조금 젖어있던 내 머리를 살살, 쓸어주는 다니엘. 그 손길이 다정하고 또 포근했다. 어서, 눈 감아요. 그 한 마디에 잠에 빠져들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는데 아직 다니엘이 침대 옆에 앉아 있더라. 주변이 캄캄한 것 보니 이미 밤인 것 같은데, 얘 왜 안 갔지? 아, 또 꿈인가 보다. 조금 다른 상황 같았지만, 그래도 다니엘 너는 내 꿈에 자주 나타났으니까. 풀린 눈으로 다니엘을 멍하니 바라보니 꿈 속의 다니엘이 말을 건다.
" ... 깼어요? 조금 더 자지, 왜. "
퍽 다정한 목소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만약, 실제였다면 네 앞에서 우는 모습 따위는 보여주지 않았겠지. 눈물 맺힌 내 모습에 큰 손을 들어 내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준다. 꽤나, 현실같은 꿈이다.
" 왜 울어요. 아직 아파? "
고개를 작게 내저었다. 아픈 것 때문이 아니야. 네가, 네가 내 꿈에 또 나타나서 그런 거잖아. 사랑스러운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처럼, 너도 날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다, 너 때문이야. 눈물 나는 것도, 다 너 때문.
" 그럼 왜 울어요. 열 오르겠... "
" 너 때문이야. "
" ... ... "
" 다 너 때문이야. 너가 너무 잘 해줘서, 오해하게 해서. "
" ... ... "
" ...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도, 다 너 때문이야. "
" ... ... "
" 너를 너무 좋아하는데, 꿈에서 너가 안아주면 너무 좋은데, "
" ... ... "
" 꿈에서 깨면, 너무 허무해... "
두 눈을 꼭 감아버렸다. 삼켜지지 않은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렀다. 다시, 무언가에 이끌리듯 잠에 들어버렸다. 참, 아픈 꿈이었다.
잠깐만요0x0 |
안녕하세요, 댕뭉이입니다! 많은 분들이 옆 집 동생을 사랑해주시고,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어요. 이렇게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 써 주시고... 감사합니다. 주말 내내 3편을 쓰고 지우고를 계속 반복하다, 쪽지가 와서 봤더니. 헐, 옆 집 동생이 초..초록글에... 너무 감격해서 캡쳐해버렸어요! 정말, 진짜, 완전, 대박, 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는 댕뭉이 되겠습니다. 이번 3편은 여주의 마음에 대해서 많이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이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방송을 보고, 기뻤지만 마음이 아팠어요. 너무나 정들은 다른 멤버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타깝더라고요. 그와 동시에, 데뷔한 워너원 멤버들에게 애정을 퍼부어줘야겠다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마음들이 많이 들었습니다. 101명 연습생들, 모두모두 수고했어요!♥ 아, 다니엘은 이제 워너원의 멤버이기 때문에 말머리도 다 바꿨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찾아뵙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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