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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그렇게 둘은 풋풋한 고백을 주고 받은 후 전보다 조금 더 자주 만나곤 했다. 작게 예를 들면, 몰래 보충을 튀고 학교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던가, 폭설이 내린 날 아침 창문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던 찬열이 문득 백현이 생각나 갑작스럽게 약속을 잡아 부스스한 머리로 열심히 같이 눈사람을 만든더던가 하는 순수한 만남을 가지곤 했다. 또 가끔은 밤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면서 잡담을 나누기도 했고, 아무튼 그런 류의 풋풋하고 달달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다. 지루한 수학시간에 자연스레 턱을 괴고 백현과의 일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던 찬열이 문득 깨달았다. 나, 좀 변했구나 하고.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던 찬열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 오면, 생각나는 거 없어?


 

찬열은 털모자를 쓰고, 백현은 털장갑을 끼고 수북히 쌓인 눈들을 푹푹 밟으며 걷고 있다가 순간 찬열이 던진 말이었다. 생각나는거? 백현이 잠시 고민하는 듯 보여서 찬열은 꽤 기대했었는데 백현은 대답은 꽤나 실망스러웠었다.


눈사람?

 

 

아니, 그게 아니고…. 찬열은 1차원적인 백현의 대답에 조금 웃음이 나왔다. 사실 예전엔 눈 올 때면 전여자친구가 생각났어, 눈이 이렇게 많이 왔을 때 헤어졌었거든. 지금은 너랑 처음 맞았던 첫눈이 생각 나. 앞으로는 지금 만들 눈사람도 생각날 거 같애. 찬열은 앞부분의 말은 일부러 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 말에 백현은 아-하고 제법 기분 좋은 얼굴을 해보였다. 찬열은 그때 지어주었던 눈사람 이름도 생각났다. 찬백이.


 

 

찬열은 찬백이로 이름을 짓고 싶어했고 백현은 백찬이로 이름을 짓고 싶어 하는 바람에 귀여운 실랑이도 벌어졌었지만 가위바위보에서 찬열의 승으로 눈사람의 최종이름은 '찬백이'가 됐다. 눈사람이 뭐라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둘은 진지하게 승패를 가룰 가위바위보를 했었다. 내일 되면 녹아사라질지도 모르는 눈사람이라도. 열심히 만든 눈사람을 두고 가는 게 아쉬웠던건지 백현은 끼고 있던 털장갑을 나뭇가지에 달아주고 왔었다. 아, 귀엽기는. 찬열은 그 모습을 보면서 백현이 집에 들어가고 나서 털장갑을 몰래 가져갈까-생각하기도 했다. 불과 일주일 전이었는데도 아득하기도 하고, 또 반대로 생생하기도 한 기억이었다.

 

 

 


찬열은 수학선생의 말이 끝마쳐질 때 까지 비슷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찬열은 꼭 이렇게 가끔 멍해지거나 잠들기 전이 되면 백현이 해주었던 고백이 생각났다. 긴장한 듯 조금 떨면서, 끝내 말을 내뱉고 부끄러움에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던 그 모습을 찬열은 방금 본 것마냥 정확하게 기억했다. 나 사실 좀 변태가 아닐까. 예전엔 백현의 우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단연코 없었는데 백현이 부끄러움에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보자 찬열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창피함을 느끼는 게 좋았던건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아무튼, 백현이 들으면 얼굴을 붉히며 잊어버리라고 할 일이었지만 찬열은 그 모습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너무 귀여워. 그 때 확 뽀뽀나 해버릴걸. 생각하며 살짝 미소짓자니 찬열은 순진한 백현을 두고 정말 변태가 된 것 같아 상상을 그만두었다.

 

 

 


정신이 없어 뒤늦게 다시 깨달은 것이지만 찬열은 백현이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줄 줄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세훈에게서 술에 잔뜩 취한 저를 집까지 친히 데려다주었다는 것이 백현임을 깨닫고 찬열은 백현과 하교하기 전 몇 시간동안 누가 불러도 모를 만큼 심한 혼란에 빠져있었다. 난 너에게 고백을 했는데, 넌 어째서 전혀 말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모른 척 했던거야. 찬열은 짧은 순간동안 백현이 미웠다. 제 마음이 아무렇지 않게 치부돼버린 것 같아서, 백현에게 단지 그정도였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차라리 왜 그랬냐고 따졌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백현의 모른 척에 찬열은 그렇게 골머리를 앓았었다.

 

 

 

그런 찬열의 마음은 알지도 못하는 백현은 그 날따라 조금 더 밝았다. 백현의 말대로 왠 일인지 먼저 찬열을 데리러 종례가 끝난 후 바로 뛰어오기도 했고. 하지만 찬열은 마냥 그런 백현을 보고 자연스레 웃을수가 없었다. 백현에게 굳이 따질 생각은 없었지만 찬열은 백현과 나란히 걸으며 백현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점점 백현이 제 마음을 무시했다는 것이 너무 허탈하고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물었었다. 왜 말 안했냐고. 백현의 그 당황한 표정에 찬열은 더 마음이 쓰렸던 것 같다.

 

 


평소처럼 숙이고 들어가야 정상이었을 찬열은 유독 그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스스로 무뚝뚝하게 말을 하면서도 백현과 어떻게 멀어지게 될까-수백가지 생각을 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찬열에겐 마음을 무시당했다는 오해가 당연히 화가 나는 일이었고 동시에 영영 백현과 멀어지게 될 일일수도 있었으니까. 멀어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백현에게 끊임없이 물었던 것은 무슨 용기였을지 찬열도 지금은 짐작할 수 없었다. 아마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미안, 내가 잘못했어 하고 숙이고 들어갈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찬열은 그때의 자신에게 감사했다. 그렇게 아픈 마음을 뒤로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백현에게 전화까지 하면서 지독하게 물었던 것이, 결국 백현의 고백을 받아냈으니. 찬열은 아마 그 때 고백을 들은 후 심장을 파고드는 깊고 강한 떨림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머릿속에 가득 찬 기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한참 회상하고 있을 무렵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다. 찬열은 순간 생각을 멈추고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온 반아이들의 시선이 찬열을 향했다.

 

"너 왜 일어서니, 앉아"

 

..네. 찬열은 단호한 수학선생의 말에 슬그머니 자리에 다시 앉았다. 인간적으로, 귀찮은 보충까지 나오는데 쉬는 시간은 잡아먹지 말아야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찬열이 답지않은 속투정을 했다. 찬열과 백현은 층이 달랐기에 쉬는 시간에 백현의 반을 찾아가려면 10분이란 시간이 꽤 부족했기 때문이다. 불과 백현과 사귀기 전만 해도 백현의 반을 가는 게 꺼려졌던 찬열이지만, 이젠 뭐 그러려니했다. 여전히 종인은 싫었지만 백현이 제 것인 것을 아니까. 그래서 찬열은 참을 만 했다.

 

 

와, 존나 3분이나 잡아먹었어. 찬열이 수학선생이 나간 후 금세 자리를 박차고 반을 빠져나가며 짜증을 냈다. 다 같은 학년인데 왜 층이 다른거야, 귀찮게. 당연한 사실에 불만도 토로하며 찬열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그나마 좋은 것은 계단과 백현의 반이 바로 붙어있는 것이었다.

 


"...어"

백현이는. 덩그러니 빈 백현의 자리를 보고 종인에게 툭 던지듯 물었다.

 

"몰라, 방금전에 어디 가던데"

 

헛걸음. 찬열은 허탈했다. 평소에 쉬는 시간에 어디 나간 적 없던 백현인데 왠 일일까 싶었다. 찬열은 기운이 빠져 종인의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종인의 시선이 찬열을 향해있었다.

 


"다시 화해했나봐?"
"뭐?"
"전엔 오기도 싫어하더니, 요즘은 매 시간마다 오잖아"
"그건 네가 있는 게 꺼려져서 그랬던 거고"

 


찬열이 종인을 바로 마주하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종인은 찬열의 말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둘은 서로 눈은 마주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다시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시끄러운 반 분위기 속 찬열과 종인이 머물고 있는 자리만 바리케이드를 친 것 같았다. 종인이 순간 핏 웃었다.

 


"너나 변백현이나 똑같아"
"..무슨 소리야 그건 또"
"아니, 천생연분이라고"
"뭐?"

 


천생연분? 찬열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침착을 되찾았다. 종인의 얼굴엔 미묘한 웃음이 배어 있었다.놀리는거지, 김종인이 날. 찬열은 종인의 시비 아닌 시비에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계속 기다려 봤자 백현은 등장할 생각도 하지 않고, 종인과 계속 대화하고 있자니 싸움이라도 날 것 같아 결국 찬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종인이 돌아선 찬열을 불렀다. 또 무슨 시비를 거시려고. 찬열은 돌아 선 채 '왜'하고 말을 내던졌다.

 

 

"변백현한테, 잘해줘"
"..."
"걔, 니 생각보다 더 소심하고 여려"

 


찬열이 멈춰 섰다. 이미 충분히 잘 해주고 있고, 많이 내성적이고 여린 것도 당연히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종인의 그 말은 인정하기 싫지만 또 찬열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그런 어조였다. 게다가 조금 먹먹함까지 띠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아까처럼 쏘아 말할 수가 없어 찬열은 입술을 달싹였다. 찬열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입을 뗐다.

 

"알고 있어"
"..."
"네가 걱정해주지 않아도 될 만큼"

 

그래도 말은 고맙다. 찬열은 종인을 한 번 쳐다본 후 주머니에 손을 비집어 넣은 채 백현의 반을 나섰다. 뭔가 알고 있다. 항상 종인이 백현에 대해서 말을 할 때 찬열이 느꼈던 것이었다. 그 여유로운 표정 속에 무슨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 찬열은 알 길이 없었지만 이젠 별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아니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잘해주라고. 그 말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찬열은 알지 못했지만 어렴풋이는 깨달았다, 암묵적으로.


 

* *

..ㅠㅠ....ㅠㅠ 죄송해요 늦게 올리는데 별 내용도 없고;;

25편을 완결로 잡았기 때문에 일부러 화수를 맞춰보려고 여기서 끝냈어요(이래놓고 25화에 완결 안날수도..

이번 주 안으로 완결 내리라 굳게 다짐했기 때문에() 일요일쯤에 완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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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궁디에요!월요이류ㅠㅠㅠ이러지마세요ㅠㅠㅠㅠ안되요ㅠㅠㅠㅠㅠㅋㅋㅋ 작가님 어후ㅠㅠ진짜 오늘도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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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종인이는...멋진 남자네요ㅠㅜㅜㅜ아쉽다 종인아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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