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Fashion, Passion
W. 레녹
찬열을 다시 본 건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 것도 백화점에서였다. 꼴에 그래도 인기 모델이라고 찬열의 팬싸인회가 한창이었다. 아무래도 찬열이 모델로 있는 화장품 브랜드에서 개최를 한 모양이었다. 여자팬들이 찬열의 손을 잡고는 얼굴이 발그레해져서는 어쩔 줄 몰라하는 꼴을 보자니 웃음만 나왔다. 백현은 조금 떨어져 그걸 지켜보다가 찬열을 놀래키려고 은근슬쩍 줄 뒤에 섰다. 수많은 여자들 사이에 백현이 끼자 여자들이 수군거리며 백현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백현은 오늘 새로 산 선글라스를 주섬주섬 꺼내썼다. 그러다 '저가 여기서 왜 쓸데없이 줄을 서고 앉았는가' 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작 박찬열 놀래키자고 이 지랄을 하려고 하다니. 백현이 신경질적으로 선글라스를 벗어 케이스 안에 넣었다. 내가 뭣하러 지금 박찬열 싸인회에 줄을 서고 있는거야. 백현이 쇼핑백을 챙겨들고 서있던 줄에서 다시 나왔다.
"어? 디자이너님!"
바리케이트를 끙끙거리며 넘어가는 백현의 모습이 찬열에게 쉽게 들통이 나버렸다. 찬열의 그 굵직한 목소리에 백현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다시 백현이 케이스에서 선글라스를 주섬주섬 꺼내썼다. 그래봤자 한번 제 레이더에 걸려든 백현을 찬열이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백현임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은 Passion B 신상 베이지색 블루종자켓에다 신상 굵은 체크무늬 팬츠, 백현이 제일 아끼는 낡은 갈색 워커. 어쨌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변백현'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디자이너님!"
모른 체 하며 옷매무새를 다듬던 백현을 찬열이 다시 한번 불렀다. 백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여자들의 시선이 전부 백현에게로 쏠렸다. 패션을 좀 안다는 몇몇 젊은 여자들이 다가와 아는 체를 해댔다. 저 놈의 아는 '척'들. 백현이 애써 웃으며 여자들 사이로 지나갔다. 그 때, 뒤에서 찬열이 또 한번 크게 불렀다.
"디자이너님! 좀 이따 저녁 같이 먹어요!"
백현은 그런 찬열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서 걸음을 빨리 놀렸다. 찬열은 멀어져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보며 큭큭 웃었다. 까칠하다고 무섭다고 남들은 눈치를 보지만 그 것마저도 찬열에게는 귀여워보였다. 작은 병아리 한 마리가 시끄럽게 쨍알거리는 것 같았다. 쨍알쨍알 병아리 변백현. 찬열이 다시 마카를 쥐고 팬을 올려다보았다. 단 한 사람, 백현의 등장으로 인해서, 지겹기만 한 이 싸인회도 갑자기 즐거워졌다.
백현은 싸인회 현장을 벗어서 백화점에 있는 카페에 숨어들었다. 구석에 앉아 숨을 돌렸다. 저녁은 뭔 놈의 저녁? 백현이 콧잔등 아래로 내려오는 선글라스를 치켜 올렸다. 늦가을이지만 따뜻한 차 대신 찬 레몬에이드를 시켰다. 진동벨을 받아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몇몇 여자들이 흘끔 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으레 있는 일이니 백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진동으로 돌려놨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홀드를 풀자마자 뜨는 문자메세지. 번호는 모르는 것이었지만 왠지 누가 보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행사 여섯시에 끝나요. 어디에요 지금?'
찬열이 분명했다. 이 새끼는 내 번호를 또 어떻게 알았지? 백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홀드버튼을 꾹 눌렀다. 시계를 보니 행사가 끝나기 전 까지 삼십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도망쳐야지. 백현이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들었다. 진동벨이 울렸지만 진동벨을 테이블 위에 그대로 올려놓고 자리를 떴다. 카페를 나서자마자 핸드폰이 징, 울렸다.
'디자이너님 튀면 안되요. 튀면 내가 하루종일 디자이너님 쫓아 다닐거야.'
그 문자에 바삐 놀리던 백현의 걸음이 단번에 멈췄다. 하루종일 나를 쫓아다닌다니! 백현이 손에 꼭 쥐고 있던 쇼핑백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백현은 한숨을 쉬고 답장을 보냈다.
'지하1층 A카페.'
백현이 답장을 보내자마자 곧장 찬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케이.' 간단명료한 문자였다. 백현은 한숨을 쉬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방금 자리를 떴던 테이블 위에 진동벨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저 혼자서 요란하게 징징 떨면서. 백현이 한숨을 쉬고 쇼핑백을 소파에 대충 올려놓고서 진동벨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적잖이 짜증이 난 직원의 얼굴이 보였다. 백현은 아랑곳않고 진동벨을 건네고 레몬에이드를 받았다. 평소 성격이었으면 왜 인상을 찌푸리고 있냐, 좀 늦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등등 직원에게 뭐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그딴 걸 신경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백현은 여태껏 쓰고 있었던 선글라스를 벗어 다시 케이스 안에 넣었다. 어차피 이제는 찬열을 피해 도망갈 수도 없었으니까. 백현은 레몬에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
"으엑. 맛 없어."
백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잔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정말로 레몬에이드가 맛이 없던 거였던지 제 입맛이 써진 거였던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맛은 없었다. 사천원이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백현은 한숨을 쉬며 잔을 슬쩍 반대편으로 밀어냈다. 박찬열 오면 먹여야지. 백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뭘 혼자 그렇게 웃어요?"
익숙한 굵직한 목소리에 백현이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 백현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찬열을 쳐다봤다. 저도 인기 모델이라고 선글라스를 챙겨 쓴 꼴이 웃겼다. 하긴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부터 여자들이 쑥덕쑥덕 수군수군대고 있었다. 간간이 손가락으로 백현과 찬열을 가리키고 있었다.
"앉아."
"네."
백현의 말에 찬열이 순순히 백현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여섯시가 되려면 아직 남았는데? 백현이 시계를 보며 묻자 찬열이 씩, 웃었다.
"그냥 일찍 왔어요."
"팬들 고마운 줄 모르지."
그냥 일찍 왔다는 찬열의 말에 백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찬열이 그런 백현을 보면서 빙그레, 웃다가 손을 뻗어 찌푸려진 백현의 미간을 엄지 손가락 끝 뭉툭한 부분으로 문질렀다.
"인상 쓰지마요."
그런 찬열의 손을 백현이 내치고는 아까 한 모금 마시고 안 마셨던 에이드 잔을 찬열 쪽으로 더 밀었다. 마셔. 백현의 말에 찬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거 나 주려고 시킨 거?"
찬열의 물음에 백현은 괜히 찬열의 시선을 피해 벽에 붙은 싸구려 그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보며 활짝 웃었다. 고마워요! 찬열이 신이 나서 에이드를 벌컥벌컥 마시는 걸 보고 백현은 약간의 측은지심이 들었다.
"맛있네요."
응? 맛있어? 백현이 찬열의 반응에 눈을 뻐끔거렸다. 그게? 백현이 반쯤 남은 에이드 잔을 가리키며 물었다. 찬열이 입가를 냅킨으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디자이너님이 사주신 거라서 더."
그렇게 말하고는 활짝 웃었다. 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속도 없지…. 백현이 조용히 혀를 끌끌 차고는 주섬주섬 쇼핑백을 챙겨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반쯤 남은 에이드를 다시 마시던 찬열이 손을 뻗어 백현의 손목을 잡아 다시 소파에 앉혔다. 가벼운 백현의 몸은 쉽게 딸려왔다.
"밥 먹으러 가자며!"
백현이 꽥 소리를 지르자 찬열이 잔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내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선글라스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저랑 좀만 더 얘기하다 가요. 우리 얘기한 적 별로 없잖아."
'
| 레녹 |
안녕하세요! 레녹입니다!
암호닉입니다! 맹구 신퀴 백구배켠 초딩입맛 카레라이스 천연미네랄 사과 괴로 비회원 쿵니 에어콘 로맨틱 버블티 바니바니 행쇼 뱈 복숭아 립밤 피자빵 큥 빙구 타이니팜 똥개 아망 향수 빵떡 됼망됼망 치킨 체리 생수통 DDD 레고 찌롱이 카스타드 망고 보리밥 소금 외계인 패릿 민트 딸기밀크
없는 분들은 댓글로 찔러주세요!
아 그냥 말씀드리는 건데 간간이 나오는 백현이의 브랜드 Passion B의 옷들은 '스티브J&요니P' 브랜드의 옷을 참고하고 있어요! 그리고 1편에 잠깐 나왔던 패션 비의 경쟁브랜드 L&M은...루한&민석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직까지 루한이랑 민석이는 등장하지 않고 있죠...사실 등장시킬까 말까 고민이 많아요 얘네들까지 등장해버리면 너무 복잡할꺼 같아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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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여섯시안으로 올라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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