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서로 매우 심하게 거리가 있거나 상반되는 것-
퐁듀스맨-너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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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현이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방학을 시작하고 며칠동안은 연락도 되고 자주 놀러왔는데 어느 순간 부터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개인적인 일이 있겠거니하고 넘겼지만 거의 하루 종일 곁에 있던 애가 계속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 됐다. 영민이에게도 연락 온 거 없냐고 물었지만 연락 온 게 없다고 제가 연락 해보겠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 후로 말은 못 해주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한동안 연락 못 할 거라고 연락하지 말라는 전화가 왔다는 영민이의 말에 그렇구나하고 넘겼었다. 동현이가 있다가 없으니 허전함을 느끼긴 했지만 원래 영민이와 항상 있었으니 그냥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따라 이상한 사람이 집에 자주 찾아 왔다. 내가 직접 마주친 건 아니다. 초인종 소리가 울려 거실로 나가면 도를 믿으라는 이상한 사람들이었다고 영민이가 이미 돌려보낸 후였다. 몇 번을 더 그러고 나서 이제 발길이 줄어든 모양이었다.
요즘따라 영민이가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했다. 보통 먼저 마트 가자고도 하고 밖에서 밥 먹자고도 하는데 내가 먼저 가자고 해도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본인은 물론 나까지 밖에 나가는 걸 막는 영민이의 행동에 무슨 일이냐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 답이 없다.
"말을 해야 알지, 영민아."
"..."
몇 번을 재차 물어도 입을 닫고 바닥만 쳐다보는 영민이의 모습에 그냥 방으로 들어오는 일도 몇 번 째였다. 영민이가 이렇게 나에게 뭔가를 숨기는 것도, 짜증내는 내 모습에 아무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도 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참다 참다 못 해 화를 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자꾸 이러는 건데 말을 해야 알지 말도 안하고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잖아. 나는 네 생각을 읽을 수 없어 영민아. 그래도 대답이 없는 영민이의 모습에 한숨을 쉬는데 초인총 소리가 들렸다.
"영민아 혹시 계속 찾아 온 사람 동현이야?"
"..."
"영민아."
"..."
이제는 나랑 대화할 생각도 없는 건가.
"가지마."
"..."
"가지마, 주야..."
동현이를 보러 밖으로 가려는 내 팔을 잡고 영민이가 한 말이다. 영민아, 왜 그러는지 말을 안 해주면 나는 너의 말에 따라줄 수 없어. 아직까지 내 팔을 잡고있는 영민이의 손에서 팔을 빼고 밖으로 나왔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음에도 아무 말도 안하는 영민이에 머리가 아파왔다. 이마를 짚고 밖으로 나오니 동현이가 눈을 끄게 뜨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왔다. 고개를 젓고 왜 왔냐고 물어보니 여러 번 연락을 했는데 받지 않길래 왔다고 했다. 전화나 문자를 받은 적이 없는데... 혹시나 싶어 스팸 창을 확인하니 동현이의 번호가 찍혀있었다. 아, 영민아...
"동현아 혹시 집에 자주 찾아왔었어?"
"어? 응, 근데 영민이가 너 자고있다고 다음에 오라고해서 그냥 다시 집에 갔어.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영민이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럴리가 없다. 그래서 더 머리가 아파왔다.
오랜만에 본 동현이와 카페에 들어갔다. 방학 동안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얘기하는 동현이었지만 나는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없었다. 혹시나 영민이에게 전화가 올까 힐끔힐끔 전화기를 보기 바빴다. 잘 안 먹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좋아서 먹는 치즈 케이크를 시켜줬음에도 손도 안 대고 멍만 때리는 내가 어딘가 아파보였는지 이만 가자고 하는 동현이었다. 평소였다면 괜찮다고 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계속 있어봤자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왔다. 데려다 준다는 동현이의 말에 혼자 조금 걷고 싶다며 거절하고 헤어졌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그냥 밖을 계속 돌아다녔다.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걸었을까 갑자기 비가 내렸다. 원래라면 영민이가 나가기 전에 오늘 비오니까 우산챙기라고 얘기를 해줬겠지만 오늘은 이런 저런 일이 있다보니... 결국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한 개 샀다. 요즘에 동현이랑 영민이 덕분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비 올 때도 밖을 쳐다보거나 할 시간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편의점 앞에 쭈구려 앉아 비오는 걸 바라보았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았다. 해도 저물었고 슬슬 돌아갈까 싶어 일어섰는데 저 앞에 영민이가 보였다. 우산도 안 쓰고 비에 온 몸이 젖은채로.
"왜 여기있어, 영민아."
"..."
"우산도 안 쓰고 어딜 그렇게 돌아다녔어"
"너, 찾으러..."
아, 왜, 굳이... 우산이 없는 걸 보니 비가 오기 전부터 날 찾아다녔던 것 같은데 속상하다. 그대로 두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마침 옆에 다이소가 있길래 수건을 사서 얼굴을 닦아주었다.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떠는 영민이를 보고 안 되겠다 싶어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옷을 사러 가려고 했다. 그러나 나를 붙잡고 괜찮다고 제발 가지말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입고 있던 가디건을 덮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비 조금 그치면 가자"
"응"
기다리는 동안에 영민이는 내가 어디 갈까싶어 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처음에는 차가운 영민이의 손을 잡고 있다가 떠는 입술을 보고 얼굴로 손을 옮겼다. 감기 걸리겠다, 영민아.
"추워"
"많이 추워? 택시타고 가자."
"안아줘"
택시를 타고 빨리 집에 가자는 말에 고개를 젓고 잠시 안아달라해서 꼭 안아주었다. 몸이 많이 찬데... 안 되겠다, 빨리 가야지. 택시를 잡아야겠다 싶어 영민이에게서 떨어지려하는데 더 안아오는 영민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어깨에 얼굴을 더 묻어오며 말하는 영민에 다시 손을 허리에 감쌌다.
온 몸이 젖은 채로 그렇게 오랫동안 밖에 있었으니 감기가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열이 펄펄 끓어 빨간 얼굴로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영민이에게 집에 있는 약을 먹이고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었다. 영민이의 침대 옆에 걸터 앉아 땀이 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잠이 들 때까지 옆에 있어줬다. 잠이 든 영민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방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까봐 이불을 가져와 바닥에 깔았다. 오랜만에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누운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몇 시간이 지나고 잠에서 깼을 때는 바닥이 아닌 침대 위였다. 영민이에게 안긴 상태로 잠에서 깼다. 아마 영민이가 잠깐 깼을 때 바닥에 있는 나를 보고 침대로 옮겨 같이 잔 것 같다. 영민이의 품에 있는 손을 살짝 빼서 이마에 손을 대니 아직 열이 있었다. 영민아, 병원 가야겠다. 내 말에 영민이는 나를 더 안으며 괜찮다고 말하였다. 그에 영민이의 허리에 팔을 감싸고 그래도 가야지 아직 열 나잖아-라고 말하니 아무 말 없이 눈을 더 꼭 감는 영민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병원은 못 갔다. 왜냐하면 나도 아파 드러누웠기때문이다. 누굴 챙길 몸 상태가 아니었다. 영민이만큼 비를 맞진 않았지만 나도 비를 맞기도 했고 비가 와서 바람이 많이 부는데 오랫동안 밖에 있던 탓이다. 덕분에 우리 둘은 다시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나도 아픈 걸 안 영민이는 거의 오 분에 한 번씩 내 이마에 손을 갔다 댔다.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영민아. 나는 네가 아픈 게 싫어, 주야. 나도 네가 아픈 거 싫어. 똑같이 말해주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가 아픈 거 다 가져가도 돼?-하고 물어왔다. 어떻게 가져 가, 그걸. 영민이 쪽으로 돌아누워 대답하니 이렇게-라는 말과 함께 얼굴이 점점 가까워 지더니 이내 입술이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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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한 분 한 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전 화에 나온 무슨 일에 관해서는 다음 화에 나올 것 같습니다. 오늘 넣으려다가 전개 상 다음 화에 나오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밤을 새서 열심히 쓰긴 썼지만 뒤로 갈 수록 잠과 싸움을 한다고(...)
아참, 저번화에서 동현이와 형과의 전화 내용, 그러니까 영민이 주가 남자친구있어요-한 부분 이 부분에서 남자친구는 자신을 뜻하고 한 말입니다.
영민이도 주를 좋아하죠. 키스는 노린 거예요.(환호)
이렇게 삼각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한숨)
완결은 대략 2화 정도 남았습니다.(!!!)
댓글로 정주행 했다는 분이 계셔서 저도 정주행을 해봤는데 프롤로그 정말 삭제하고 싶었습니다... 혹시나 정주행 하실 분들은 프롤로그는 보지 말아주세요...(먼 산)
저번 화에서 부족하지만 덜 부족한 모습으로 다음 화 찾아 뵙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 해서 죄송하고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잠을 자러... 행복한 토요일 보내세요 독자님들(!)
암호닉은 따로 신청 없이 댓글 앞에 [체리맛토마토] 이렇게 달아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