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서로 매우 심하게 거리가 있거나 상반되는 것-
시간을 달리는 소녀-Time 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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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닫은 입술은 어느새 벌어지고 서로가 서로의 혀를 찾았다. 가만히 있던 주의 손은 영민의 목을 감쌌고 더 깊숙히 파고들었다. 숨이 차보이는 주의 모습에 영민은 잠시 입을 떼고 아슬하게 주의 입술을 혀로 핥다 이내 다시 주의 입술을 삼켰다. 뒷목을 조심스레 더 당겨 안았다. 나 여깄어. 서로가 곁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영민아, 나는, 응, 알아. 괜찮아. 나 괜찮아. 영민은 주를 달래곤 다시 한 번 짧게 입을 맞추었다.
한참을 서로 안고있었다. 두 눈을 감고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심장 소리를 들었다. 제 곁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영민아. 응. 나는 가족이 생겨서 좋았고, 그 가족이 너라서 좋았어. 응. 첫 가족이라 떨리는 줄 알았어, 이런 느낌이 처음이라, 이 설렘이, 간질 거리는 느낌이 가족이라는 틀에서 나오는 줄 알았어. 응. 근데 그게 아닌가봐. 응... 세상에 동현이랑 너밖에 내 옆에 없는데 가족은 둘뿐인데 너한테 느껴졌던 감정이 동현이한테선 느껴지지 않아. 응. 아닌가봐 진짜 아닌가봐 아니면 어떡해? 제 품에 안겨 말하는 주의 어깨를 더 감싸 안았다. 가족이라고 다 같은 가족은 아니니까. 부부, 부모, 형제 다 가족이니까. 가족이라는 큰 원형안에 차곡 차곡 들어있는 거니까. 영민아. 응. 그럼 너는 뭔데? 글쎄. 알려줘. 지금은 몰라. 왜 몰라? 나중에 알게 되니까. 언제? 우리가 결혼할 때. 안고있던 손을 풀러 눈을 맞췄다. 나랑 결혼 할 거야? 언제 울었냐는 듯 개구진 미소로 영민을 바라보고 말했다. 원한다면. 그런 주를 보고 영민이 말했다.
물과 기름이었던 둘은 사실 비눗물을 가지고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비눗물을 넣어가며 섞여가고 있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넣을 땐 그땐 정말 양극단이 아닌 완전동화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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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이 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이 찾아왔다. 영민과 주가 말하지 않았지만 동현은 둘의 관계가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게 아니란 것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둘 곁에서 그 둘을 지켜주었다. 영민은 아직 모른다. 그 날 밤 일은 동현과 주의 비밀의 시간이었다. 주는 저를 곁에서 바라봐주는 동현이 고마웠다. 말로 내뱉진 않지만 동현과 주는 알고 있다. 안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서로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알 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은 진부했다. 그저 가끔씩 서로를 바라봐주는 걸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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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왔다. 셋은 아직도 잘 지낸다. 동현은 수능이 끝나고 공연을 더 다녔다. 대전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꽤 많은 팬들을 모았다. 영민과 주는 동현의 공연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러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 손을 잡고 동현의 공연을 보러갔다. 저번 공연 때보다 사람이 많았다. 많은 인파에 맨 뒷쪽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더 꽉 잡으며 동현의 공연을 기다렸다. 동현은 시작 전에 꼭 둘을 찾는다. 눈으로 먼저 인사를 건낸다. 그에 둘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평범해서 행복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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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날 한 자리에 모였다. 케이크와 각자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소원 빌자. 에- 생일 케이크도아닌데? 그냥 빌자. 셋을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감았다. 셋의 소원은 다를 게 없었다. 어느 날도 특별할 필요 없이 이렇게 셋이 평범한 하루 하루를 보내게 해주세요. 감았던 눈을 뜨고 초를 불었다.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뜯었다. 목걸이? 응, 목걸이. 근데 왜 두 개야? 둘이 커플 목걸이 하라고. 우리는 셋인데 왜 두 개야. 그거야... 내일 하나 더 사러가자. 그래.
새해를 같이 맞이하자고 했었는데 오지 않는 동현에 전화를 거니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아직 공연 뒷풀이가 끝나지 않았다며 이 분위기에 나만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어느정도 분위기 바뀌면 빠져나와. 걱정이 담긴 주의 말에 동현은 알겠다며 둘이 새해 잘 보내라고 말해왔다. 12시에 종소리를 들을 수 있게 채널을 돌리고 소파에 앉았다. 주는 영민에게 기대에 허리를 감싸안았다. 영민은 그런 주의 어깨를 감쌌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종이 울리고 새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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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 너는 멋진 능력을 가지고 있어. 무슨 능력? 걷는 곳마다 꽃을 피우는 능력. 그래서 항상 옆에서 예쁜 꽃을 많이 봤어. 처음에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꽃의 모양도, 색도, 향도 다 알 수 있어.
영민아, 내가 진짜 그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은 아마 네가 옆에 있어서 일어난 거야. 네가 없을 땐 내 주위에 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거든.
영민아, 내가 진짜 그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은 아마 네가 옆에 있어서 일어난 거야. 네가 없을 땐 내 주위에 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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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결이 났습니다.(짝짝) 외전은 없어요.(짝짝)
프롤로그를 포함해서 총 15화 동안 같이 달려주셔서 감사합니다.(짝짝)
근데 저 너무 글을 엎고 싶어요.(...) 특히 프롤로그.(...)
혹 프롤로그가 갑자기 사라졌다하면 제가 삭제한 거라고 알아주세요.(...)
지금까지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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