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쉬고 가도 된다는 택운의 말에, 넌 다시 너가 있던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폭- 하고 안겼어.
넌 부드러운 침대의 감촉이 너무나도 좋아서 침대에 얼굴을 묻고 마구 부볐어.
뽀송뽀송한 냄새가 너의 온 몸을 감쌌어.
그리곤 넌 다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지.
아까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길래 날 도와준건가. 부터 시작해서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났어.
' 괜찮은 사람 같아. '
넌 다시 슬리퍼를 질질 끌고 방 밖으로 나가 난간에 메달려서 택운에게 말을 걸었어.
" 어..저기, 아저씨. 저녁 드셨어요? "
아무 대답없이 노트북의 키보드만 계속 다닥다닥 거리고 있는 택운.
그런 택운을 보며 넌 안들렸나, 하고 계단쪽으로 내려가며 다시 한번 물었어.
" 아저씨, 저녁 드셨어요? "
그래도 아무 대답이 없는 택운이였어.
넌 거실로 재빨리 가서 택운의 노트북이 놓여있는 탁상 앞에앉아
턱받침을 하고 택운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어.
" 아저씨. "
" 안 먹었어, 그리구 아저씨라고 부르지마. "
여전히 노트북을 주시하며 대답하는 택운에게 넌 계속 말을 이어갔어.
" 에이, 딱봐도 나보다 나이 많아보이는데 그럼 뭐라고불러요. 삼촌? 오빠? "
그런 너의 반응이 귀여운건지, 어이가 없는건지 택운은 말없이 피식 하고 웃어보였어.
" 그리고 밥 안드셨으면 같이먹어요- 나 밥 잘차려. "
*
" 여보세요. 어, 나 지금나왔어. 천천히 나와 사거리에서 만나ㅈ.. "
택운이 선화와 들뜬 마음으로 전화하고있을때였어.
택운의 눈에 띈건 너였어.
택운네 집 앞 골목 눈덩이 위에 쓰러져있는 너의 모습.
잠시 고민하다가 택운은 그래도 선화와의 약속이 있으니까, 하며 너를 지나쳤어.
평소같으면 신경도 쓰이지 않았을 택운이지만,
어찌된일인지 자꾸 너의 모습이 눈에 밟혔어.
택운은 골목 끝 버스정류장까지 가놓고는, 결국 다시 되돌아오며 선화에게 전화를 걸었어.
" 미안하다, 선화야. 나 오늘 못나갈꺼같아. "
결국 그렇게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은 전화를 끊은 뒤,
너 앞에서 쭈그려 앉는 택운이였어.
택운은 빨갛게 물들어진 차가운 너의 볼을 만지며 중얼거렸어.
" 병신...한선화랑 데이트를 내 발로 까버리냐. "
택운은 너를 들어 안아 집으로 향했어. 그리고 자신의 방 침대에 너를 눕혔지.
가만히 생각 해보니 택운은 너가 너무 얄미웠어.
너만 자신의 집 앞에 있지 않았더라면, 오늘 그녀와 달콤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는거였는데.
택운은 너에게 이불까지 덮어주곤 다시 중얼거렸어.
" 길거리에서 거지나 주워오고, "
*
택운은 너의 손목을 붙잡고 부엌으로 향하는 너를 못이기는 척 따라갔어.
" 집에 먹을게 왜이리 없어요~ 밥이랑 김치밖에없네. 된장있어요? 된장찌개 끓일줄아는데. "
자신을 식탁에 앉히고 조잘조잘거리며 먹을 거리를 찾는 네 모습이 택운은 너무 귀여웠어.
그런 너의 모습을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있었던 와중에, 너가 말했어.
"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에요? "
택운은 턱을 괴고 너를 계속 주시하며 대답했어.
" 정택운, 그리고 아저씨라고 부르지마. "
" 오..이름 멋있네. 그럼 뭐라불러요? "
" ...오빠. "
수줍게 대답하는 택운이였어.
" 오빠? 에이~..몇살인데요. "
하며 넌 뒤로 휙 돌아보였고, 택운과의 아이컨텍에 조금 움찔한듯한 모습을 보였어.
넌 황급히 시선을 괜히 다른곳으로 옮겼지만, 택운은 그런 네가 귀여워 계속 너를 보며 말했어.
" 너보단많아, 오빠라고 불러. "
결국 반찬이라곤 김치밖에 찾지 못한 너는 의외네- 하며 상을 차리곤, 택운의 맞은편에 앉았어.
" 근데 아저씨.. "
" 오빠. "
" 오..오빠! 됐어요? "
" 응. "
택운은 뿌듯한건지, 너를보며 웃어보였어.
" 오빤 왜 내 이름 안물어봐요? 내가 어디서 온건지, 어떤 사연이 있던건지도 안물어보고. "
" 너도 너가 왜 여기있는지 안물어봤잖아. "
" 그야.. "
넌 당연히 그가 착한사람이였기때문에, 어디선가 나를 구해왔겠지- 하고 생각하고있었건만,
택운이 막상 저렇게 물어보니 너 또한 할말이없었어.
" 아저씨, 아니 오빠, 착한사람 아니에요? "
" 맞아. "
" 그럼 됐죠, 뭐. "
그 이후 밥을 먹는 동안 넌 계속 택운에게 말을걸고, 조잘조잘거렸지만
택운은 대답대신 널 바라보며 자꾸만 싱글싱글 웃기만 하였지.
" 아 왜 자꾸 웃어요- "
" 귀여워서. "
" 귀여워요? 하, 참. 나 다컸거든요. 어린애아니에요. "
" 어려. "
귀엽다는 말에 넌 괜히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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