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 노을/섹도
따라다니긴 해도 사생은 아닌데? (나흘) 부제: 아..현타.. |
다른 날과 다름 없이 경수는 콧노래를 부르며 나갈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일요일이라서 하는 일 없이 한가한 덕에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러던 도중, 안방 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야, 아직 아버지 주무실 시간인데…깨셨나? 아니…두 분…지금 싸우시나…? 궁금한 마음에 방문 손잡이에 손을 대는 순간, 문이 자동으로 활짝 열렸다.
"어……?"
고개를 든 경수의 눈 앞에 서 있는 것은 바로 제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보자마자 화가 잔뜩 난 상태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고, 앞으로 다가올 일이 어떤 일인지는 모르지만 작지 않은 일이라는 것 쯤은 눈치 없는 경수도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어디 가니?" "네…?" "지금 내가 너보고 어딜 가느냐고 물었어." "아……그게……" "또 그 백현인지 박현인지 그 놈 쫓아다니러 가냐?" "………"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 쿨하게 이해해 주는 건 기대하지도 않았었다. 또 언젠가는 이런 일이 터지리라는 것 쯤은 이미 알고있었다. 아버지는 끓어 오르는 분을 주체 못했고, 기어이 경수의 뺨을 내리쳤다.
"여보!!!" "놔 봐, 내가 지금까지……지금까지……!!!!!!" "…………"
뺨을 맞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터라 얼떨떨한 기분으로 부어오르기 시작하는 뺨을 손으로 감쌌다. 아버지가 충분히 화내실 수 있는 내용이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해야……
"내가 지금까지 힘들게 돈 벌어서 키워온 게 이딴 호모새끼란 말야?" "……여보!!!!!" "말리지 마. 차라리 다른 정신나간 새끼들처럼 여자를 쫓아다니면 그냥 눈이라도 감아주지, 이건 말이 안되잖아!!!" "……" "어디서 남자새끼가 똑같은 거 달린 놈 좋다고 쫓아다녀? 이건 집안의 수치라고!" "……" "그렇다고 일을 제대로 하기를 해? 돈을 제대로 벌어? 정신머리가 온통 그 새끼한테 가있는데 뭐 제대로 하는 게 있겠어?" "……" "난 게이새끼 아들로 둔 적 없다. 계속 그딴 식으로 살거면 이 집을 나가던지, 아니면 그만 쫓아다니던지." "……" "…만약…계속 따라다닐거면…이젠 나한테 자식은 없는거야. 알겠어?"
말을 마친 아버지는 옆에서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어머니를 끌고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셨다. 쾅. 자신의 눈 앞에서 매몰차게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경수는 자신의 침대로 걸어가며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자신의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모자를 손으로 만지작대던 경수는, 이내 눈물을 방울방울 쏟아내기 시작했다. 차마 소리내어 울 수는 없었다. 혹여나 아버지가 들으실까 겁이 났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화가 난다. 밖으로 소리내어 외칠 순 없지만 정말 화가 났다. 정말로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건가…? 분명 백현을 따라다니던 나는 나 스스로에게 뿌듯함도 느낀 적 있다. 내가…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그렇게 화내실 만한 일이었나… 하지만 아버지의 말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다. 침대 옆에 앉아 손으로 눈물을 훔쳐내던 경수는 침대 옆에 있는 큰 상자를 꺼내왔다. 그러고는 자신의 협탁이며 책상에 잔뜩 있던 백현과 관련된 물건들을 죄다 넣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이 일도 그만둬야 할 때가 있겠지-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만,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은 전혀 몰랐다. 한동안은 계속 생각나고 또 보고 싶겠지만 불효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가족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수는 지금이 그만 둘 때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파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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