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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생겨요 전체글ll조회 1058l 1

지난겨울, 지겹게도 내리고 녹을 기미도 없어 보이던 눈이 어느새 다 녹아내리고 동네 곳곳에는 초록색 새싹이 움트고 있었다. 나 또한 설레는 맘으로 3월을 맞은지도 벌써 이주. 야자라고 불리는 야간 자율학습도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어색한 기운도 사라져가고 있었다. 종례가 끝나고 보충 전까지 시간도 있었고 허기가 진 나는 친구들과 매점으로 향했다.

좁은 컨테이너 박스 앞에 북적북적 모여들은 인파들 덕분에 나는 건물 쪽으로 찰싹 붙어 압사 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언제 파고들어 주문을 해야할지 고민하던 내 옆에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1학년이지? 이거 줄테니까 네가 좋아하는 거 아무거나 좀 사다 줘."

예, 예? 내가 붙어있는 건물은 3학년들의 교실이 주로 모여있는 건물인데 매점 쪽을 향해 열린 창문으로 어떤 공룡 같이 생긴 선배가 돈을 내게 쥐어준다. 잔뜩 당황한 얼굴로 돈을 얼결에 받아들었는데 저 선배는 빨리 가서 사오라며 날 재촉한다. 그 재촉에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인파들 사이로 몸을 낑겨 들어가서 매점 창문 앞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저기요! 저, 초코크림빵 하나요!"

급하게 돈을 아주머니께 건네고 잔돈을 받자마자 그 북적이는 틈에서 빠져나오고선 다시 그 선배에게 다가갔다.

"저기, 저 이거 사왔는데.."

"어, 야, 고맙다. 잔돈은 너 가지고."

빵을 받아들고 손을 휘적거리며 유유히 교실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도중 요란한 종소리가 들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내가 먹을 빵은 못 샀잖아! 손에 쥔 동전을 급하게 치마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교실로 달렸다. 이게 다 그 선배 때문이야! 어쩌다 재수 없이 처음 보는 선배의 빵셔틀 짓까지 하고, 덕분에 보충시간 내내 배고픔에 떨며 속으로 그 선배를 몇 번이고 씹어댔다.

*

정신없이 3월을 보내고 맞이한 4월의 첫날. 벚꽃이 여기저기 분홍빛을 내며 제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고 햇살도 좋았다. 기분좋은 발걸음으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교문을 통과하려던 찰나,

"거기 빨간 가방. 학번, 이름."

빨간 가방? 평소보다 이른 등교시간에 지금 교문을 지나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그중 빨간 가방은 나 혼자였다. 설마 날 부른 거야? 넥타이와 치마 길이를 확인하며 날 부른 목소리를 돌아보니,

"아, 그때 그 빵셔틀!"

"얼른 학번, 이름."

"저, 넥타이도 했고 치마도 짧지 않은데요.."

최대한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느릿느릿 그 선배의 앞으로 다가가니 무표정한 얼굴로 날 빤히 바라보다 위아래로 슥 훑는다.

"치마 짧아. 빨리 학번, 이름."

"아니, 이게 짧다뇨! 무릎도 안 보이는.."

결국 언성을 높여 그 선배에게 소리쳤지만 무섭게 날 째려보는 그 눈에 금세 사그라들었다.

"..1학년 9반 12번 000이요."

결국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학번과 이름을 얘기하니 손으로 휘휘거리며 '이제 가봐.'란다. 참, 어이가 없어서! 선배라 참는다!

*

"예? 뭐라고요?"

"너 이거 먹으라고. 그리고 이거. 내 명찰이니까 이따 종례 끝나면 3학년 8반으로 가지고 와."

지난번엔 내게 빵을 사오라고 시키질 않나, 오늘은 아침부터 날 괜히 꼬투리 잡더니 이번엔 직접 찾아와서 저번에 내가 사줬던 빵과 자신의 명찰을 휙 던지고 가버렸다. 김종현. 파란색 줄 아래 정갈하게 까만 글자로 새겨진 이름을 몇 번이나 곱씹어 보며 대체 내가 이 사람에게 무슨 죄를 지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간만에 야자고 보충도 다 없는 날이라 기쁜 마음으로 종례를 기다렸지만 그 기쁜 마음을 저 김종현 선배가 다 뒤집어 놓고 가버렸다. 진짜 찾아가야 돼? 명찰은 돌려줘야 할텐데. 근데 빵은 왜? 이런 저런 내적갈등을 겪던 사이, 경쾌하게 울리는 종소리에 빵과 명찰을 책상 서랍으로 밀어넣었다.

*

평소엔 느리게 가던 시간이 급하게 가는가 싶더니 금세 종례가 끝나버렸다. 복잡한 표정으로 가방을 싸고 있으니 친구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다가왔다.


"아, 오늘 어디 가지?"


"00아, 노래방 갈까? 콜?"


"아, 대박! 나 노래방 진짜 가고 싶어."


"..나 같이 못 가. 미안해. 먼저 가, 얘들아."


왜? 잔뜩 칭얼거림이 가득한 목소리들을 뒤로 하고 한숨을 폭 쉰 나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3학년 8반 교실 앞은 종례가 끝난 듯 사람들이 북적이며 교실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뒷문에 숨어 꼿발을 딛고 교실 안을 두리번거리다 창가에 기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선배를 찾았다. 주머니에서 명찰을 꺼내 꼭 쥐고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선배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추곤 씨익 웃는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가방을 맨 선배는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머리를 쓰담거렸다.


"이야, 000. 잘 찾아왔네?"


"내가 선배 강아지예요?"


새침하게 내 머리 위에 얹어진 선배의 손을 탁 쳐내고 그 손바닥 위에 명찰을 딱 올려놨다.


"자요. 됐죠? 왜 이런 걸 시켜요. 아, 빵은 잘 먹었어요."


그럼 이만. 선배에게 할 말을 다다닥 쏘아붙이듯 이야기하고서 딱 뒤를 돌아 교문을 향했다. 뚜벅뚜벅. 교문을 벗어날 때까지 계속 따라오는 발걸음에 걸음을 멈추니 따라오던 걸음도 함께 멈췄다. 인상을 구기고 뒤를 휙 돌아보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딴청을 피우는 척하다 눈을 굴려 나와 마주하더니 또 씨익 웃는다.


"왜 따라와요?"


"따라가는 거 아닌데?"


"따라온 거 맞잖아요!"


"우리 집 이쪽이야~."


"거짓말."


"진짠데? 나 00아파트 살아."


앗, 그 아파트라면 우리 아파트와 거의 붙어있는 아파트다. 괜히 혼자 착각해서 화를 낸 게 민망해져 얼굴을 붉히곤 아이씨, 하니 목구멍이 다 보일 것처럼 크게 웃는다.


"아, 진짜 웃지마요. 착각할 수도 있지!"


"네네. 못난이 씨, 빨리 가시죠?"


건성으로 대답하며 내 등을 떠미는 선배에 얼결에 앞으로 걸어갔다. 못난이? 지금 나더러 못난이라고 하는 거야? 표정을 다시 구기고 선배를 올려보니 선배는 손가락으로 내 미간을 쭉쭉 펴주며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너같이 못생긴 애는 웃어야 돼."


계속 나보고 못생겼다며 타박하던 선배에게 화내고 밀쳐내고 심지어 아프지 않게 때리기까지 해도 멈추지 않는 타박에 지쳐가던 때 드디어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드디어 이 선배에게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아파트 단지로 잽싸게 뛰어가다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싶어 몸을 돌리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못생긴 애는 얼른 들어갈게요. 잘 가요, 선배!"


뒤끝을 부리며 인사를 하고 다시 단지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선배가 크게 소리쳤다.


"조심해서 들어 가! 내일 봐, 예쁜아!"







네... 내일 봐요 선배.........

제목이 초코크림빵인 이유는 식욕을 자극하기 유ㅣ해서!

는 뻥이고여

둘의 만남의 매개채랄까욧..

ㅜ근데 둘이 넘 친호ㅏ력 쩌는 거 같아여

사실 종현선배는 매점에서 봤을 때부터 아 쟤 꼬셔야겠당! 우리 예쁘니! 하고 빵셔틀을 시켰던 거랍니당!

근데 일학년인거 빼고 아는게 없어서 뭐 어떻게 알아내지 하다가 마침 4월에 선도기간이에욧! 종현선배 머시졍!

그래서 괜히 꼬투리 잡아서 학번 이름 알아내고 벌점은 안 줬어여(소곤소곤)

이런 거 해석 없이도 글만 보고 이해하셔야 좋은 글인데 제가 아직 부족해여ㅜㅜ 노력하겠슴당.

혹시 보고 싶은 일화나 멤버 있으세여? 샤이니 아니어도 좋아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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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달달해..ㅎㅎ...♥신알신하고잘보고가요ㅠㅠ작가님짱짱걸!♥
오늘춥던데내일도추울거같아요..내일나가실일있으시면꽁꽁잘싸매고다니세요.오늘도좋은하루내일도좋은하루!밤인데잘자요작가님

10년 전
안 생겨요
아이구ㅜㅜㅜ이런정성어린댓글....너무감동이에요!ㅜㅜ독자님도감기조심추위조심눈조심하시고!아요새미세먼지도난리던데미세먼지도조심하시구요우리독자님좋은꿈!신알신과댓글모두감사해용 ㅜㅜ♥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이렇게 달달한글을 써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안 생겨요
ㅜㅠㅠㅠ쓰는내내연애세포가다쥬거가서힘들었어요ㅜㅜㅜㅜ그래도재밌게읽어주셔서감사해요~♥
10년 전
독자3
어제 읽었는데 이제서야 댓글달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레듀금.. 종현이 팬싸 일화로 쓰신 무제도 읽는 내내 먹먹했고 완전 여운 쩔어요 작가님 제대로 제 취향저격ㅍ_ㅍ!)/ 신알신했어요 자주자주 글 써쥬세여ㅠㅠㅠㅠㅠㅠ작가님 글 업뎃 알림이 울리기만을 기다릴게여ㅠㅠ
10년 전
안 생겨요
아이쿠 무제도 읽고 오셨구나! 신알신 감사해용!! 쥬거가는 연애세포 최대한 살려내서 알림 자주 울려드릴게요 감사해야!!!!
10년 전
독자4
와 진짜 짱달달하네요 요런글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작가님최고네유ㅡㅠㅠㅠ
10년 전
안 생겨요
아유ㅠㅠㅠㅠ과찬이세요ㅜㅜㅜㅜ재밌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영!
10년 전
독자5
헐헐허러허러허류ㅠㅠㅠㅠㅠㅠ 요즘같은 카톡세상에 이렇게 달다구리한 빙의물이라니ㅠㅠㅠㅠㅠㅠ취향저격 ㅠㅠㅠㅠㅠㅠ 아 막 소재 생각하다가 제가 소설쓰고싶어져써요.. 걍 버리샤도 되는데 저의 아련한 첫사랑얘기 기버미오빠로 승화시켜주시면 안될까영?
10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독자8
읽으셨으면 답글달아주세여... 펑하고싶어여..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안 생겨요
헉 이런 소중한 얘기를 저한테 감히 소재로 던져주시다묘ㅜㅜㅜㅜㅜ아 너무 감사해요ㅠㅜㅜㅜ제가 어떻게 좋은 글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소중한 이야기 해 주셔서 감사해요우ㅜㅠㅠㅠ후누나고 설레는 이야기로 후시딘 백만개 처방해드릴게여ㅜㅜㅜㅜ감사합니다 늦게 확인해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9
ㅠㅠㅠㅠㅠㅠㅠㅠ감소ㅑ이니...♥♥ 저..그럼......기대하규..바라고있을게여..... 누나 너무 달달하고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썸데이 언젠가 그날이오겠ㅅ져..안뇽누나......핳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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