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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별은 꽤나 빨리 찾아왔다. 사랑해. 어김없이 찬열이 고백했다. 기다려줘. 그리고 부탁했다. 백현은 억지로 입술을 꾹 깨물고는 찬열을 보냈다. 씁쓸한 뒷모습을 보며 저도 걸음을 옮겨 공항을 빠져나가려는데 한 발자국을 내딛자 마자 울음이 차올랐다. 두 발자국을 내딛자 눈물이 똑 떨어져내렸다. 텅 비었다. 백현은 뒤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공허했다. 온갖 서러운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백현을 괴롭혔다. 난, 네가 전부인데.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네가 가버리면 난 어떡해.

 


찬열이 없는 백현의 삶은 난장판이었다. 애초에 대학을 갈 수 없었던 백현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자연스레 집에만 처박히게 되었고 무기력한 나날들을 반복했다. 가끔 어디를 나갔다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금방이라도 눈 앞에 나타나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 같은 찬열이 아른거려 마음이 쓰려 밤잠을 설쳤다. 찬열은 백현에게 전부였다. 백현은 찬열 없이 살았던 삶을 어떻게 버텨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빨리 찬열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 별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위해주지 않고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백현은 찬열없는 삶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가끔 찬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일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백현아, 오랜만이지. 나 안보고 싶어? 나 요즘 좀 힘들어. 또 아프지 말고. 울지 말고. 응. 사랑해. 대화의 전부였다.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데 찬열은 항상 3분도 채 안돼 전화를 끊어버렸다. 마지막 한 마디는 언제나 사랑해. 백현이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항상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너무 보고 싶어서, 너무 그리워서 너무 아쉬워서. 전화가 끊기면 백현은 또 눈물을 쏟아냈다. 찬열이 없는 백현은 의미가 없었다. 적어도 찬열이 백현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또 느릿한 1년이 흘렀다. 그쯤 되자 백현은 무감각해졌다. 더 이상 밤늦게 집에 들어올 때 밀려오는 쓰린 감정에 밤잠을 설치지도 않았고 가끔 걸려오는 찬열의 전화에 눈물을 쏟아내지도 않았다. 그저 한 없이 공허할 뿐이었다. 빈 껍데기. 백현은 자신을 빈 껍데기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는 찬열의 전화도 끊겨버렸다. 일주일, 이주일, 삼주일 그리고 한 달이 지나도 찬열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백현은 메마른 감정을 바스라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백현은 기다렸다. 찬열이 돌아올 때까지, 투정 한 번 하지 않고. 찬열이 제게 해주었던 것처럼 오직 그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그렇게 찬열을 믿고 기다렸다. 끝까지.

 

찬열이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 건 찬열의 전화가 아닌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였다. 우연히 만난 찬열의 열아홉살때 꽤나 친했던 친구를 우연찮게 만난 백현은 자연스레 그와 찬열의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찬열이 일주일 전에 한국 돌아왔다며. 어? 아 몰랐어?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찬열과의 연락이 끊긴지 딱 3개월이었던 날이었다. 그 말을 들은 후 백현은 완전히 넋이 빠졌다. 더 이상 의미없는 대화를 몇 번 주고 받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백현은 부러 천천히 걸었다. 돌아왔다고.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천천히 걸어도. 찬열아. 백현의 집 앞 가로등은. 너 왜. 왜 텅 비어있는 것인지. 백현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작은 그림자조차 지지 않은 집 앞 가로등을 한참을 쳐다보면서, 백현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죽어버리고 싶어. 백현은 침대 위에 늘어져 있었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박살내 버렸다. 그리고는 하루만에 다시 샀다. 생각조차 나락이었다. 백현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헤집어놓은 장본인을 떠올리는 것.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냥 지금 확 목 매달고 죽어버리고 싶어. 그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많은 것을 생각하면 할 수록 백현은 위태로워졌으니까. 그럼에도 백현의 하루를 지배한 건 여전히 찬열이었다. 그래. 난 굳이 죽지 않아도 죽어가고 있다. 시든 꽃보다 더 처참하게. 1년 하고도 반을 바친 결과물. 여러 갈래로 쪼개어진 마음. 하지만 그 중심은 여전히 너.

 
그렇게 미쳐가고 있을 때쯤 찬열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울리는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던 백현이 다 죽어가던 정신을 되살려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침을 꿀꺽 삼켰다. ...백현아. 몇 개월만에 듣는 목소리에 백현의 심장이 마구 뛰어댔다. 나, 한국 왔어. 응. 백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날까. 왠지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였지만 백현은 기쁘게 대답했다. 응. 만나자. 우리 만나. 반쯤 죽어버린 백현의 얼굴에 조그만 생기가 불어넣어졌다. 이유가 있었던거다. 말 못했던 이유. 백현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백현은 늦은 시각 한적한 카페에서 찬열을 만나기로 했다. 떨리는 손으로 카페 문을 열며 조심스레 주위를 살핀 백현이 단번에 익숙한 뒷통수를 찾아냈다. 아, 박찬열. 백현은 찬열의 뒷모습에 숨을 잠시 멈추었다. 찬열아. 박찬열. 그리고는 한 걸음 두 걸음 내딛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백현은 아직도 찬열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뒷모습마저. 입술을 작게 깨문 백현은 점점 찬열이 앉은 테이블로 가까이 가고 있었다.

 

"..."


그리고 마침내 찬열과 마주했다. 백현은 찬열의 맞은편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일 년 반만에 보는 찬열의 얼굴이었다. 어딘가 조금 더 마르고 파리한 찬열의 얼굴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했다.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그 얼굴을. 환하게 웃는 그 얼굴로 제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길 백현은 지난 1년하고도 반 개월간 꿈속에서 바라왔다. 그런 그 얼굴을. 제게 수 백번 사랑한다고 고백한 그 얼굴. 백현은 그런 찬열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벅찬 감정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백현은 애써 억눌렀다. 찬열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나 이렇게 널 끝까지 기다렸다고. 널 믿고 여태껏 잘 참아왔다고. 이제, 웃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찬열의 눈이 텅 비었다. 백현을 마주하는데도 마주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일순간 알 수 없는 정적이 백현을 훑고 지나갔다.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찬열아.

 

"오랜만이다"


백현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찬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보고 싶었다는 말도,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도 아닌 '오랜만'이라는 말이었다. 백현은 조금 이질감을 느꼈다. 응. 그렇지만 괜찮았다. 찬열의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이 깜빡였다. 그리고 긴 정적. 백현은 숨소리조차 잘 낼 수 없었다. 찬열아, 말을 해. 아무 말이라도. 불안해져 속으로 되뇌었다. 찬열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박찬열. 백현의 손에 땀이 찼다. 한참을 지나 긴 정적을 깰 찬열의 입술이 열렸다.

 

"미국에서, 어떤 여자애를 만났어. 한인 유학생."


뱉어진 말은 조금 뜬금없는 것이었다. 갈라진 고요 사이로 찬열의 음성이 비집고 나왔다. 주위는 텅 비었다. 어떤 여자 아이. 한인 유학생. 꽤 낯선 찬열의 말에 백현의 신경이 곤두섰다. 달라진 기류를 눈치 채버렸다.

 

"같은 대학교에서 같은 강의를 들었던 애였는데, 나한테 고백했어"


백현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놀랄 것 없다. 박찬열은 언제나 그랬으니. 자기세뇌했다.

 

"날 따라다녔어"

그래

"받아달라고"

그랬구나

"꼭 그때 나처럼"

...

 


찬열의 선명한 눈이 비로소 백현을 향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비단 그리움도 애절함도 아닌 무언가 분명한 목적을 담은 눈이라는 것. 백현은 침을 삼켰다. 살피고 있다, 나의 표정을. 백현은 느리게 호흡했다. 찬열의 눈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알 것 같은데 알 수 없었다. 백현이 부러 눈에 힘을 주었다.

"계속 거절하고 밀어냈는데, 왠지 점점 갈 수록 걔가 불쌍했어. 처절해서"
"그랬어?"
"응"
"왜 말해주는 거야?"
"무슨 생각 안들어?

눈을 깜빡였다. 언뜻 스쳐지나가는 기억속에도 뭔가가 있다. 옆에서 보면 박찬열 불쌍해보여. 일방적으로 당해주는 것 같잖아, 안느껴져? 별로 공감가지 않는 것들일 뿐이다. 든다. '무슨 생각'이라는 것이. 백현은 찬열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썼다. 이미 지나가고 잊혀진 것들. 그런데, 그게 왜?


"넌 내가 사랑한다고 해줬을 때 어땠어? 무슨 생각이 들었어?"
"..."
"좋았어? 아님, 아무렇지 않았어? 그것도 아님 나처럼 아팠나?"
"찬열아 너,"
"우리 사귀는 사이였지?"

 


과거형. 백현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귓가로 심장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백현이 뒤늦게 알아챘다. 찬열의 말에 가시가 박혀있다는 것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주먹쥐었다. 나처럼, 아팠어? 백현이 숨을 들이마셨다. 찬열의 눈은 여전히 올곧다. 오직 저를 보며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잔뜩 뒤섞여있다. 무언가가.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뒤섞여있다. 백현의 눈이 흐릿해졌다. 너, 아팠니?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마다. 말에 깨닫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났어, 네 마음이 너무 궁금해서"
"..."
"넌 내가 고백할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게 너무 간절해서.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서 한 때는 죽은 것처럼 살았어"
"..."
"그 여자애를 보면서 왜 옛날이 떠올랐는지 넌 알아?"

 

찬열의 눈이 매서워졌다. 알아? 대답해. 협박이었다.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때'의 기억이. 백현아 사랑해. 나는 뒤를 돌아 걷는다. 사랑한다니까. 그저 쳐다보기만. 사랑한다고 했잖아. 입을 꾹 다물고 만다. 백현의 목 끝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차고 올라왔다. 경계선따윈 없었다. 백현의 간극이 찬열에게는 존재하지 않았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이 변했나. 백현의 찬열을 향한 마음, 그리고 신뢰. 하지만 백현은 그것을 꽁꽁 싸매어 감춰놓았을 뿐이었다는 것을 찬열이 알 수 있었을까. 백현은 도리질했다. 입술을 깨물고 자꾸만 도리질했다.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돼?"
"..."
"너 나 사랑하긴 했었어?"
"..."
"대신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니었어?"
"박찬열"
"아니야?"

 

이미 무뎌져 메마른 줄로만 알았던 눈물을, 울음이 제 존재를 알리려는 듯 목 끝까지 차올랐다. 무슨 대답을 해주어야 할지가 아닌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를 찾아야 했다. 알 것이라 믿었다. 찬열이니까. 알아줄 것이라 신뢰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제 착각이었다. 내 착각이었으면. 그럼? 백현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 착각이었다면. 그럼 넌. 뻑뻑한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럼 넌 여태까지 왜 묻지 않았던거야? 왜. 내가 널 사랑하는지 조차 몰랐는데 그걸 계속 참고 있었니? 머리가 띵했다. 찬열의 눈을 다시 마주했다. 이제는 보였다. 찬열의 눈 안에 담긴 뒤섞인 감정 속 한 가지가. 원망. 그 옅고도 짙게 서린 눈길을 백현은 온전히 받아내야만 했다. 대신 사랑해줄 사람. 찬열의 얼굴이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너는. 고작 널 내게 그렇게 작은 존재로만 생각했던 거였니. 백현의 얼굴도 서서히 망가져갔다. 어떻게 참았어? 모두에게 사랑 받던 너의 존재를 거기까지 함몰시키면서, 어떻게 버텼어?

 
아팠니? 난 정말 몰랐어. 전혀.

 


"날 사랑하긴 했었냐고 묻잖아"
"..."
"대답 못해?"


네 그 엉망진창으로 얼룩진 얼굴을 보면서. 원망하고도 수많은 감정들을 뒤섞어놓은 혼합체를 담은 네 눈을 보면서. 대답을 하라는거야?

 

찬열의 눈에서 제가 갖고 있는 감정의 무엇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백현은 생각했다. 허망했다. 오해로 범벅이 돼버린 관계가. 모든 것이 부질없어졌다. 찬열을 바꾸어놓은 존재가 저라는 사실이 더 공허하게 만들었다. 널 사랑하긴 했었냐고. 사랑했었어. 아니 여전히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백현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세게 깨물었다. 하지만. 찬열의 눈은 여전히 백현을 향해 있었다. 무슨 소용일까.


내가 지금 네게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리움도 애절함도 그 어떤 사랑도 찾아볼 수 없는 네게서, 내가 사랑을 고백하며 애원한다고. 그렇게 말해주면. 그럼 뭐가 달라져?

 
너무 많은 것이 뒤틀려버렸다. 그리고 너무 늦게 물어왔고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모든 것이 의미 없어졌다. 찬열의 눈에 담긴 혼합체는 자꾸만 백현에게 존재를 드러내려고 했다. 그리고 마주했다. 난도질 당한 찬열의 속내를 읽어버렸다. 백현은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그때 그 울음의 의미를. 너 날 사랑하냐고 애절하게 묻는 그 목소리에 저는 답을 줬어야 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는 것까지. 밀려들어오는 감정이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아니면 안타까움인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백현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찬열은 꼭 그 옛날의 백현처럼 무표정하게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백현의 서러움이 절정에 달해 눈물로 제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난 여전히 너를 사랑해. 그런데 너는 아니잖아.

 
더 이상 찬열은 제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백현은 서러움이 복받쳤다. 너 하나는 믿으라고 했잖아. 사랑한다고 했잖아. 소용없는 말이기에 속으로 되삼킬 뿐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백현을 무표정한 얼굴로 보던 찬열이 이내 시선을 뒤틀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찬열이 점점 멀어져 갔다. 백현의 시선이 정처없이 흔들렸다. 저 끝까지 걸어간 찬열의 등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순간 찬열이 백현쪽으로 뒤돌아보았다. 1초, 2초, 3초. 그리고 다시 뒤돌아 카페 문을 열고 찬열은 백현과의 장소를 빠져나갔다. 갔다. 가버렸다. 박찬열이. 백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눈물 한 방울이 소리 없이 떨어졌다.

 


백현은 카페를 나와 밤거리를 힘없이 걸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제 기대. 바람. 기다림. 찬열의 사랑. 그 무엇도. 갑작스러운 이별의 직면은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했다. 유학을 간다고 했던 널 말 한 마디 못하고 보내줬던 나. 그리고 3개월간 연락 한 번 없었던 너. 그 사이 긴 간극이 존재했다. 내게 사랑한다고 진심을 다해 고백해주었던 너. 그리고 전화가 끊기기 전 항상 사랑한다고 고백한 후 급하게 끊어버렸던 너. 이 사이에도, 긴 간극이 존재했을까?

 

 

내 삶의 전부가 떠나갔다. 네가 내 삶의 전부라고, 말해주기도 전에.

 

백현이 비틀거리며 한 발 한 발을 내딛었다.

 

눈물 짓는 제 얼굴을 보고선 무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던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래.

이젠 인정해야만 했다.

 


찬열의 마음속에서 제가 완전히 죽어버렸다고.
찬열이 전부인 삶에서 그의 마음속에서 죽어버린 자신은 이제 더는 무엇도 아니라는 것을.

 

백현이 느리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여전히 위태하게 비틀거리며. 까맣고도 빛나는 것을 찾으려 희미한 눈을 깜빡였다.

 


그 날은
밤이 울컥해 별을 쏟아내던 어느 한 날이었다.

 

기일(忌日) fin.

 

 

완결입니다.

끝이에요.

..라고 하면 좀 아쉽지 않나요(아님 말구..

찬열 외전이 남아있으니 끝까지 봐주시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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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완결이라뇨 ㅠㅠㅠ 이렇게 찬백이들 끝나는건가요 ㅠㅠㅠ 이럴수가 ㅠ퓨ㅠㅠㅠㅠㅠㅠ 배큥이의 마음을 왜 모르니 찬열아 유ㅜ학간 사이에 무슨일이있었던 거야 ㅠㅠㅠ 어휴ㅜ 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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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정말좋앗는데 왜 안행쇼 ㅠㅠㅠㅠ 이렇게 끝날순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 단 삼개월을 퓨ㅠㅠㅍㅍㅍ 엉엉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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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니 정말 이렇게 끝이에요....? 진짜?ㅠㅠㅠㅠ 찬열이가 계속 사랑해줄 줄 알았는데....백현이는 왜 아무 말 못했나요...늦게라도 말했어야지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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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완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외전 ㅠㅠㅠ너무기대되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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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왜 찬열이가 너무하죠 유학 가버리더니... 백현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답했던 그때는 잊어버린 거니 찬열아...? 찬열아... 너무해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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