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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자습시간에 웬일로 혼자 앉아 볼펜만 끄적거리던 백현의 옆에 한 여자아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뭐야? 옆에 떡하니 앉아 저를 부르는 음성에 백현은 작게 눈길만 주었다. 여자아이가 백현을 보고 살풋 웃음지었다.

 


"찬열인 없네?"
"그 새끼 무슨, 논술인가 뭔가 그딴거 하러 갔는데"
"그래서 혼자 있구나"

 

 


그래서 혼자 있구나? 백현의 눈썹이 꿈틀했다. 내가 무슨 박찬열 없으면 왕따인 애로 보이나. 얽히는 것도 귀찮구만.

 


"찬열이한테 좀 친절하게 대해줘"
"뭐?"
"옆에서 보면 박찬열 불쌍해보여"
"네가 박찬열 엄마야?"

 

 


어이가 없어서. 백현은 앙칼진 음성이 튀어나왔다. 오지랖 쩌네. 아니면 얘도 박찬열 좋아하는 앤가? 백현은 순간 확 짜증이 올라와 인상을 팍 찡그렸다. 박찬열때문에 별 시비를 다 걸려보네. 짜증나게. 백현의 옆에 앉은 여자아이는 눈치도 없는지 자꾸 백현에게 말을 걸었다.

 

 


"찬열이가 변백현이랑만 다니는 데엔 무슨 이유가 있나?"
"..."
"항상 그런 생각이 들더라. 보고 있으면"
"아 그래"
"찬열이가 일방적으로 당해주는 것 같잖아, 안느껴져?"

 

 


뭐야 이 새끼…. 백현은 자기가 기분 나쁠 말들만 골라서 하는 여자아이때문에 금세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너무 열이 뻗쳐서. 일방적으로 당해준다고? 박찬열이? 뭘 당해줘 걔가. 내가 괴롭힘 당하는거지. 네가 박찬열 우리 집 앞에서 맨날 대기 타는 거 보면 그 소리가 나올까? 백현은 딱히 그게 괴롭힘 당하는 것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언뜻 들으면 괴롭힘 당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백현이 여자아이의 말을 듣고 있다가 픽 비소를 흘렸다.

 

 

 


"있지, 이유."
"뭔데?"
"그 새끼가 나 좋아하거든"

 


여자아이가 멍하니 백현을 보고 있다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너 딱딱한 줄로만 알았는데 농담도 잘하네. 백현이 이를 갈았다. 씨발 농담 아니거든. 사실 믿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백현은 조금 역정이 났다.계속 여자아이가 뭐라 하는 말을 억지로 들어주던 백현은 자꾸만 튀어나오는 찬열의 이름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현은 잔뜩 짜증이 서렸다. 귀찮아, 진짜 존나 귀찮게 하네. 생각하며 뒷문을 쾅 열었는데 타이밍 좋게 자습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까지 쳤다. 백현은 주머니에 손을 비집어 넣고 휘적휘적 걸었다. 싫지만 새삼 다시 실감이 났다. 모든 것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백현과 찬열이 서 있었다. 백현은 입을 꾹 다문 채 팔짱을 끼고 벽에 몸을 기대고, 그리고 그는 백현을 짐짓 쳐다보기만 했다.

 

 

"가라 좀"

백현이 귀찮은 듯 손을 내저었다.

"요즘 왜 그래?"
"뭐가"
"내가 뭐 잘못했어?"

 

 


찬열의 말끔한 얼굴이 조금 비틀어졌다. 백현은 웃음이 비식 흘러나왔다. 잘못이라면 있지. 네가 너무 잘나서, 널 좋아하는 애들이 너무 많다는 거랑. 그런 네가 날 좋아하는 게 잘못이지. 백현은 그 여자아이에게 말을 들은 이후 찬열을 배척하다시피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찬열과 있음으로 인해서 그런 말을 듣는 게 싫었다. 지독한 열등감. 하지만 그것의 실체는 사실 꽤나 복잡미묘한 것일지도 몰랐다. 찬열의 손으로 건네지는 수많은 편지들과 설익은 고백들을 그는 정중하게,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선 가차없이 떨쳐냈다. 그의 옆엔 백현이 있었다. 수많은 고백들을 뿌리치고. 그리고 찬열은 백현을 향해 웃어보였다. 백현은 찬열의 그 웃는 얼굴을 처음 봤을 때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버려지는 편지지들, 찬열의 말에 울상 짓는 그 초상들. 제게 한 말도 아닌데, 제가 당한 실연도 아닌데 백현은 그 광경을 볼 때마다 마음이 쑤셨다. 참 쉽겠다 싶었다. 박찬열은. 사람 마음이 참 쉽겠구나 싶었다.

 

 

 

"나 안질려?"
"..뭐?"
"너, 나도 질리면 걔네들 편지 버리는 것마냥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까봐 그래"
"무슨 소리야 갑자기"

 

 


찬열의 얼굴이 조금 뒤틀리다 못해 셀로판지 구겨지듯 망가졌다. 백현은 망각했던 것들을 일깨워준 그 여자애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하나 싶었다. 박찬열이 변백현이랑만 다니는 데엔 무슨 이유가 있나? 있지, 이유. 박찬열이 날 좋아하니까. 그럼 난. 내가 박찬열이랑만 다니는 데엔 무슨 이유가 있나? 없지, 이유? 난 박찬열을 안좋아하잖아. 근데 그럼 이상하잖아. 열등감. 그 열등감. 전엔 몰랐지만 백현은 그 때즈음이 되니 깨달았다. 찬열에게 느낀 열등감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고. 모두에게 사랑 받고. 그래 여기까진 단순한 열등감이다. 그 사랑을 고작 나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내쳐버리고. 그래, 여기서 잔뜩 꼬여버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말아"
"..."
"그냥 네 사랑에 유통기한이 언제까진지 모르겠단거야"

 


사실 백현은 저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백현아 사랑…. 찬열이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혔다. 시발, 진짜 미쳤냐고! 그것도 존나 크게! 백현이 찬열을 째렸다. 찬열이 즐거운 미소를 띠었다. 그 얼굴을 확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백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쯤 되면 괴롭힘이다. 그것도 아주 질기고 끈적한.

 


"먼저 듣고 싶다고 한 건 너잖아"
"너 진짜, 헤까닥 돌은거야? 내가 언제?"

 

 

찬열은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너때문에 사는 게 피곤해. 백현이 투덜댔다. 이제 귀찮다곤 안하네. 찬열이 내뱉자 백현이 금세 맞받아쳤다. 그리고 존나 귀찮아. 하지만 찬열의 얼굴은 굳어지지 않았다. 뭐가 그리 즐겁니? 백현은 묻고 싶었다.

 


"네가 저번에 미친 소리 했었잖아"
"뭘"
"너한테 안질렸다고, 어떻게 매번 말해줘도 그런 말이 나오나 싶어서 더 해주는거지"
"..."
"뭐 그래봤자 대답도 없지만. 얼음공주도 아니고"
"시발 뭐?"

 


사랑한다고. 이번엔 찬열이 백현의 귀에 스치듯 작게 속삭였다. 백현이 입술을 꼭 깨물었다. 자꾸만 갈팡질팡했다. 그때 너무 욱한건가? 아님 설레발이었나. 찬열의 익숙한 고백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꾸 망각하게 된다는 것을, 백현은 나중에야 깨달았다.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백현은 보충을 나오는 횟수보다 빠지는 횟수가 더 많았다. 백현은 학교를 나오는 것이 귀찮았고 딱히 집에서 신경 쓰는 것도 아니었다. 신경을 안쓴다기 보다는 무관심하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기도 했다. 그래서 굳이 백현은 보충을 나가지 않았다. 뭐 방학을 하면 그 익숙한 얼굴을 볼 날이 눈에 띄게 줄어들 줄 알았으나 그건 백현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찬열은 백현이 보충을 빠지는 날마다 같이 빠졌다. 백현이 빠지겠다고 미리 연락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어느 날 백현이 아침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하품하며 슈퍼를 가려고 집을 나서다가 제 집으로 걸어오는 찬열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 너, 너 왜 여기 있어. 그것도 교복에 가방까지 맨 채로 학교에서 그닥 가깝지도 않은 백현의 집을 향해 걸어오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 백현이 말을 더듬으며 한 말이었다. 너 보려고. 당연스레 하는 말에 백현은 눈만 깜빡거렸다. 너 그래도 전엔 공부는 하면서 나 좋아했잖아. 괜찮아 지금도 잘해. 아, 어. 그래.

 

 

"애들이 너랑 나 절친인 줄 알더라, 존나 웃겨서"
"뭐가 웃겨?"
"넌 안웃겨?"
"너 없다고 맨날 보충도 빼고 보러 오는데, 이 정도인데도 절친 아냐?"
"그거랑은.."

 


그런가. 백현이 생각하다 흠칫 깨닫곤 도리질 쳤다. 또 말려들 뻔 했다. 박찬열한테.

 

 

 

 

 

 

 

 

 


'나 오늘 보충 못가'

 


찬열은 액정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백현이었다. 찬열은 처음엔 당황했다가 점점 갈수록 의구심이 들었다. 원래 이런 거 알려주고 그러진 않았는데. 찬열은 평소처럼 백현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문자 한 통을 넣었다. 왜 안와? 그냥 왠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였다. 보내기가 무섭게 찬열의 휴대폰이 지잉 울렸다. 아파서. 아프다고? 금세 찬열의 얼굴이 구겨졌다. 서둘러 가방을 매고 일어선 찬열이 발걸음을 빨리 했다. 백현의 이런 문자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빠른 답장을 받아본 적도 없었고. 그러니까 찬열은, 백현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어 걷다 못해 달리기 시작했다.

 

 

 

 

 

백현은 피씨방 안이었다. 밤부터 시작된 이유 모를 열이 아침에서야 절정에 다다른 탓에 백현은 잠도 거의 자지 못했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집에 있자니 엄마 꼴을 보기 싫어 아픈 몸을 이끌고 피씨방까지 온 것이었다. 도서관같은 덴 못참겠고, 돈도 몇 푼없고, 그래서 백현은 피씨방을 택했다. 짜증나 죽겠는데 게임이나 하지 뭐. 생각하며 피씨방 의자에 앉은 백현이었건만 모니터만 봐도 속이 울렁였다. 시발 좆같아. 아파죽겠는데 이러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서 백현은 울음이 터질 뻔한 것을 겨우 삼켜냈다. 괜히 휴대폰을 뒤적이다 손이 멈추었다. 그러더니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무어라 키보드를 눌러대고는 전송버튼을 눌렀다. 찡그리고 다시 보니 찬열에게 문자가 보내져 있었다. 백현은 헛웃음이 터졌다. 뒤이어 온 문자에도 금세 답장을 보냈다. 아파서. 백현은 제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서 더 짜증났다. 그래. 너라도 좀 걱정해줘 봐. 눈길도 한 번 못받고 버려진 나한테. 네 값비싼 관심이라도 받아볼려고. 나 그럴려고…. 그런 마음.

 

 


매캐한 담배냄새가 백현의 코에 스며들었다. 진짜.. 짜증나죽겠네. 백현은 모니터를 앞에 두고 그냥 엎드렸다.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백현은 자신이 성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뭐, 아님 박찬열때문인가. 새삼 대조돼서. 원래 당연한건데. 왠지 그런 것 같아서 더 화가 났다. 머리도 띵하고, 속은 울렁이고 사실 마음도 아리고. 고루 삼 박자를 갖춰 백현을 괴롭혔다. 아무리 당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박찬열이 나한테 했던 것처럼, 그대로 익숙하게 반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됐다. 백현의 눈물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떨궈냈다. 입에서 울음이 새어나오고 붉어진 눈이 잘 떠지지도 않을 때까지. 그렇게 계속 울음을 토해내고 있는 백현의 등에 손이 얹어졌다. 백현이 흠칫 떨었다. 백현아? 너 백현이지?

 

 


"사방팔방 뒤졌잖아, 왜 전화도 안받고…."

 


그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든 백현이 찬열의 찌푸린 얼굴을 마주했다. ...미친 놈, 여길 어떻게 찾아온거야. 찬열은 정말 상병신이 맞다고 생각이 드는 동시에 무언가 벅찬 감정이 물 밀듯 밀려왔다. 박찬열. 믿고 싶지 않지만 딱 찬열 하나였다.

 


"..울었어?"
"아, 만지지마 따가워"
"왜 울었어"

 


백현의 볼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제법 걱정스런 얼굴로 묻는 찬열의 얼굴에 백현은 다시금 차오르는 눈물때문에 찬열의 손을 냉정한 척 쳐냈다. 걱정했잖아. 찬열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백현의 귀를 건드렸다. 걱정했니? 그렇담 다행이야. 듣고 싶던 말이었는데.

 

 

"너 열 많이 나"
"알아, 아프다니까"
"그럼 집에 가만히 누워있지 왜 여기 있는데?"

 

 

백현이 눈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었다. 찬열이 대답을 기다리다가 한숨을 쉬고는 백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어디로? 우리 집. 싫다고 말하려다 백현은 그냥 일어섰다. 적어도 박찬열 집이 이 답답하고 퀴퀴한 냄새들이 가득한 피씨방에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부러 찬열의 손을 잡지 않고 일어서서 한 발자국을 내딛다 비틀거렸다. 아, 조심해. 백현의 어깨를 잡은 찬열이 결국 백현의 한 쪽 손을 꽉 잡고 피씨방을 나서게 됐다. 좀 웃기네.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그 와중에 생각하는 백현이었다.

 

 

 

 

 

 

 

 

찬열의 집은 어딘가 빈 느낌을 주었다. 특히 찬열의 방은 더더욱. 백현은 깔끔하게 정렬된 책장과 깨끗한 침대에 눈길이 갔다. 그 외엔 텅 비었다. 빈 느낌이 아니라 그냥 비었다. 우리 집은 난장판인데. 특히 내 방은 더더욱. 백현이 생각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백현이 오로지 저만을 향한 시선을 받아내고만 있었다. 침묵이긴 한데 곧 끊어질 침묵이다. 백현이 입을 뗐다.

 

 

"집에 있었는데, 너무 짜증나서 나온거야"


내뱉은 건 꽤나 길게 뒤를 이어야 할 것 같은 문장.


"아까 아침엔, 진짜 아파뒤질 것 같아서 엄마한테 병원 가면 안되냐고 했거든. 근데 안된대. 돈 못준대. 없대."


개구라. 아빠한테 받는 양육비가 얼만지 내가 아는데. 맨날 옷 쳐 사입고 머리나 하고. 그러고도 남는 돈인 걸 아는데. 졸라 어이가 없어서. 백현은 생각보다 더 진실되게 튀어나온 제 말에 당황할 새도 없이 말이 쏟아져나왔다.

 


"병원 못보내주겠으면 그럼 표정관리라도 하던가. 시발 돈 달라니까 잔뜩 썩어가지곤.. 너정도까진 바라지도 않아 내가. 어?"


화 삭히고 방에 들어가는데 머리는 띵하고 속은 쓰리고 마음은 좆같고. 집에 누구 하나 나 걱정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그 빌어먹을 집구석에 발 붙이고 있는 게 너무 서러워서. 그래서 나온거야.

 

 


백현은 그냥 모든 것을 털어내 버렸다. 그래, 난 엄마아빠도 오래전에 이혼하고. 아빠사랑 한 번 못받고 내동댕이 쳐졌는데 그나마 같이 살고 있는 엄마도 마찬가지고. 존나 아파도 꼴랑 병원비 대주기 못마땅할 만큼 밉상인가보지.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던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던 것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다 따지고 보면 씨발 나 너무 불쌍하잖아.

 

 

 

"그래도 너 하난 알아줘서 다행이네"
"..."
"진짜 뛰어내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애처롭게 쳐다보지 마라. 또 눈물 날 것 같으니까. 생각하는데 이미 눈물이 저도 모르게 툭 한 방울 떨어졌다. 백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눈물자국을 닦아내고는 고개를 조금 숙였다.  내가 좋다고 말해주는 박찬열. 매일 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박찬열. 아프다니까 어딘지 알려주지도 않은 데까지 찾아와선 감동 먹이는 박찬열. 부정했지만 백현은 그제서야 어렴풋이 깨닫고 인정했다. 그런 박찬열을 쳐내는 척했지만 실상은 조금 좋아했다는 것을. 그런 관심 받아본 적도 없었으니까. 맹목적으로 좋아해주는 찬열이 뿌듯했던 건 사실이니까.

 

 

"울지 마"


찬열은 백현의 하소연에 끝을 달아주진 않았다. 그저 낮게 감싸줄 뿐. 누가 울고 싶어서 우니. 자꾸 흐르는 걸 어쩌라고? 백현은 반박하려다 찬열이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기에 잠자코 있었다. 이깟 일이 뭐라고 눈물이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철철 흐르는지 원. 박찬열 네가 자꾸 달래주니까 더 그런거잖아. 백현은 찬열을 핑계 삼아 제 눈물을 정당화했다. 방 안을 맴돌던 공기의 흐름이 묘하게 바뀌었다. 찬열의 시선이 선명했다. 백현은 찬열의 눈을 마주하지 않으려 애썼다.

 

 

 

"백현아"
"..."
"나 하난 믿어"
"..."
"사랑한다고 했잖아"

 


사랑해. 찬열이 하는 말들이 백현의 귀 언저리에서 빙빙 돌았다. 백현은 목까지 차오르는 무언가를 눌러담았다. 매일 듣던 말. 지겨워 죽을 만큼 자주 듣던 말. 아침 점심 저녁으로 듣던 말.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현은 울컥했다. 조금 떨렸다. 백현의 심장이. 찬열의 말들이 한 자 한 자 흩어져 백현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헤집었다. 안그래도 어지러운 그 머릿속을.

 

 

 

"응"


그리고 최초의 응답. 백현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사랑해. 응. 백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응답이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들어 찬열과 눈을 마주하는데 그 알 수 없는 표정이란. 백현은 티 내지 않았지만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래도 티는 안날걸. 아파서. 백현은 찬열의 넋 나간 얼굴을 한참이나 마주하고 있었다. 몽롱하다 아직도. 미미한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백현이 다시 조심스레 입을 뗐다.

 

 

나 지금
대답해준거야.

 


찬열이 제 말 뜻을 알아들었기를 바라며 백현은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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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헐ㅜㅜㅜㅜ사랑이부족한/ 배큥이를 찬열이가 맘껏 사랑해주겟죠ㅜㅜㅜㅜㅜㅜ이제 찬열이맘 거부하지말고 주는데로받으럼ㅜㅜㅜㅜ잘봣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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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목이기일이라불안하지만 저세드엔딩좋아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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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백현이 이런 환경인 줄 몰랐어요ㅠㅠㅠ 비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만도 하네요ㅠㅠㅠㅠ 근데 진짜 제목 왜 기일이에요 불안하게ㅠㅠㅠㅠ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겠어요ㅜㅠㅠㅠㅜ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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