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저건?
"음......새하. 이름이 새하 맞아요?"
"네......"
"눈이 아파서 왔구나......선생님이 눈 잠깐 살펴볼게요. 눈이 빨갛네."
"그런데요, 이건 울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하하, 알겠어요."
택운은 새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금까지 울다 왔어요.' 하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게 귀엽기만 한 택운이다. 조그만 머리통에 머리카락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택운의 눈가가 조금 휘어지는 듯했다.
"아이 눈이 뭔가에 부딪힌 것 같은데........보호자분?"
이......이 남자는 뭐 하는 사람이야?
"보호자분?"
이게 뭐지? 여긴 어디? 난 누구?
"선생님!"
"차학연씨!"
".......힉? 네!"
택운이 말할 때마다 조밀거리는 입술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던 학연은 귀에 부드럽게 감기는 목소리에 흠칫 정신을 차렸다. 택운은 그런 학연을 잠시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차트로 눈을 돌렸다.
"다행히 눈동자는 빗나갔지만, 아이들 몸이 원래 다치기 쉬워서...... 충혈된 건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혹시 모르니까 안약 하나 드릴텐데 너무 자주 넣지는 마시구요. 많이 놀란 것 같으니 낮잠 좀 재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예! 알겠습니다."
"네, 됐습니다. 큰 상처는 아니라 다행이네요."
말을 마친 택운은 새하의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고는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 학연은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턱 틀어막았다.
도대체 이 의사는 뭔데 딱 내 스타일로 생겼지? 나 게이였나봐! 엄마 얼굴은 무슨 낯짝으로 보려고 내가 지금! 어? 와! 이게 뭐지?!
학연은 머리가 핑핑 돌아갈 지경이었다.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새하고 뭐고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남자 때문에!
'살다 살다 이렇게 내 취향으로 생긴 사람도 보는구나....'
학연은 감동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택운을 꼼꼼히 스캔했다. 날카로운 눈매에, 조그마한 입술에, 딱 떨어지는 턱선에 어깨까지. 지금부터 공부를 다시 해서 여기에 의사로 취직할까? 여기 청소부로 들어올까? 지금 사귀자고 할까? 키스할까?
"보호자분, 이제 나가보셔도 됩니다."
"저기 주말에 시간......"
"네?"
"워어어! 아니에요!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말이 헛나왔네요. 아하하....가자 새하야."
학연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발걸음으로 진료실을 나왔다. 진료실 문이 막 닫히기 전, 새하가 몸을 돌려 택운에게 살랑살랑 손을 흔들었다. 쪼끄만 게 귀엽기도 하지. 택운도 가만가만 손을 흔들며 입모양으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
"되게 까맣네......"
문이 닫히고, 택운이 의자에 몸을 편히 기대며 중얼거렸다. 까만데다가 키도 큰 남자가 이 추운 겨울에 앞치마 하나 두르고 여기까지 온 게 신기해서, 실례인 줄 알았지만 흘끗흘끗 계속 쳐다봤더랜다. 그때마다 눈이 마주치는 듯해 어색하게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돌렸지만.
차학연. 흔하지는 않은 이름이다. 아까 이름을 불렀을 때, 멍하니 초점 없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제게 고정된 그 눈동자는 너무 맑고 너무 까매서, 마주치는 순간 탄성을 내지를 뻔했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가 이런 거구나, 하고 택운은 생각했다.
"선생님, 다음 환자분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
"선생님?"
"아, 네. 그러세요."
손끝으로 톡톡 차트를 두드리며 방금 만났던 까만 청년에 대해 이런저런 평을 내리던 택운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면 태반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이 남자는 어쩐지 머리에 콕 박혀버린 듯하다.
"어린이집이면, 로빅 어린이집인가?"
주말에 시간이야.......없지. 택운은 아까 학연이 흘린 말을 정확하게 들었다. 의사한테 시간 많냐고 묻는 사람은 또 처음이다. 왜, 시간 있으면 뭐 하게?
택운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음에 만나는 건 이 병원에서일까, 어린이집에서일까? 택운의 눈이 곱게 접혔다.
***
"형!!!"
"왜."
"사랑해."
재환은 TV에 고정했던 눈을 돌렸다. 꽁꽁 싸매서 눈밖에 안 보이는 학연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고 내뱉은 말은 다름 아닌 사랑해. 재환은 소파에 기댔던 몸을 반쯤 일으켰다.
".......용돈 줘?"
"그럼 나야 좋지!! ......가 아니라! 진짜 사랑해 형. 형밖에 없어 난."
"난 너 말고도 많은데."
"그래, 형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서 인기도 많지. 진짜 형이 짱이다. 최고."
학연은 엄지를 척 들어보이고는 방으로 들어가며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내가 그 어린이집에 들어간 건 정말 신의 한수였어. 재환이 형 사랑해. 나 앞으로 거기 뼈를 묻을거야. 병원까지 뛰면 십분이던데 걸어서는 이십분 걸리려나?
학연이 탁, 하고 방문을 닫았다. 남은 건 알 수 없는 학연의 중얼거림과 TV소리, 현관에서 방까지 이어진 옷가지들의 나열, 그리고
"이모, 학연이가 드디어 미쳤어......"
한숨을 푹 내쉬는 재환이었다.
드디어 택운이가!!! |
나왔습니다.....(박수) 생각해보니까 연재 텀이 엄청나게 긴 것 같네요 네 죄송합니다 세 번 날려먹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 아유 맛있다 이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글이라 다음 내용은 저도 모릅니다 병원에서 만날지 어린이집에서 만날지는 아무도 몰라요ㅋㅋ 암호닉-새벽님 감쟈합니당 (암호닉이 뭔지 몰라서 독방에 물어본건 비밀)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 감사해요! |